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괴물이요?”
리비아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드래곤 산맥이 원래 몬스터 밭이지. 그럼 뭐, 거기가 사람 사는 곳입니까? 벌써 인지 능력이 떨어졌어요?”
리비아가 성호를 그으며 ‘주여, 이 정신 나간 삼황녀를 따르는 것이 진정 맞는지 다시 한번 알려 주소서.’라는 헛소리를 찍찍 늘어놓았다.
“…….”
스르릉!
이바렐라가 샴쉬르를 꺼내려 하자, 기도를 올리던 리비아가 입을 조개처럼 오므렸다.
“…내가 말하는 괴물은, 그깟 변종 도마뱀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이바렐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리비아, 혹시 드래곤이 실존한다고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에 꽉 다문 조개처럼 닫혀 있던 리비아의 입이 다시 열렸다.
“…드래곤? 그런 게 진짜로 있을 리가 없지요. 그런 민간신앙이 만들어낸 망상 속 도마뱀 따위.”
또라이 기질과 별개로, 황금사자교의 누구보다 신실한 종인 리비아가 드래곤이라는 전설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이바렐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 드래곤 따위. 존재할 리가 없지. 그 말이 맞아.”
이바렐라가 드래곤 산맥이 있는 북녘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존재하지 않는 드래곤을 본인이 창조하려고 한 사람이 있어.”
“…키메라를, 만든단 말입니까?”
리비아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신성한 주의 권능에 도전했기에, 이런 이유가 아니었다.
“감히 누가 제국의 비법을…!!”
제국이 극비리에 양성하고 있는 정예 몬스터 부대.
키메라 연구는 그 원천이 되는 기술이다.
오로지 이 대륙에 신성제국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 그 비법을 아는 자가 또 있다면 제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리비아의 생각은 빗나갔다.
“아니, 그런 저급한 방법이 아니야.”
놀랍게도 이바렐라는 대륙 전체에서 제국만이 가지고 있는 비술(祕術)을, 저급하다 평했다.
“대주교, 혹시 고독(蠱毒)이라는 술법을 알고 있나?”
“모릅니다.”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즉답하는 리비아였다.
“맞아. 알 리가 없지. 그건 키메라 제작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비법이야.”
이바렐라가 책 한 권을 손에 쥔 채 말했다.
“고독은 단순히 키메라를 만드는 것처럼 다른 몬스터를 합치는 게 아니야. 여러 독물들을 한데 모아 서로를 잡아먹게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한 단계 격(格)이 높은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이지.”
이바렐라가 들어 올린 책이 누구의 책인지 확인한 리비아의 표정이 한층 더 불편해졌다.
“…실로 불경한 비법이군요. 세상에 없던 생명을 ‘창조’해 내다니.”
리비아의 반응이 예상대로였는지 이바렐라가 피식 웃었다.
“뭐, 그렇다 치고. 그 고독의 비법은 오직 단 한 명만이 알고 있어.”
이바렐라가 말하는 이가 누군지 리비아도 모르지 않았다.
제노스.
신성제국에서 태어난, 대륙 역사상 최고의 대마법사였던 자.
하지만 이단(異端)으로 낙인찍혀 결국 연구의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제국 밖으로 추방당한 불우한 마법사였다.
“그런데 그 고독(蠱毒)이랑 제노스 얘기가 지금 왜 나옵니까? 이미 몇백 년 전에 뒈진 이단인데.”
리비아의 말에 이바렐라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명색이 백양궁(白羊宮)의 자리에 앉아 있는 대주교이자, 내 자문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이것도 추론이 안 되면 집어치워야지?”
“…….”
가만히 이바렐라의 눈을 바라본 리비아가 자세를 바로 한 채 눈을 감았다.
지금 이바렐라의 태도로 볼 때, 저건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에 편하게 지낸다고 하나, 이바렐라는 대륙 자체를 집어삼킬 여제(女帝)의 그릇을 가진 이다.
이 정도 힌트를 주었음에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정말로 자신을 내칠 인물이었다.
‘쯧, 귀찮게….’
리비아는 속으로 투덜대며 이바렐라의 말을 떠올렸다.
‘괴물, 드래곤을 창조, 서로를 죽여 격을 올리는 고독이라는 비술, 비법을 알고 있는 제노스 대마법사….’
얼마 정도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금방 눈을 뜬 리비아의 눈이 심각해졌다.
“삼황녀, 혹시… 제노스가 살아 있습니까?”
리비아가 생각하는 동안 샴쉬르를 꺼내 닦고 있던 이바렐라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자가 펼친 거대한 고독(蠱毒)이, 아직도 죽음의 계곡에 펼쳐져 있으니까요.”
“정답.”
역시 리비아. 정확한 추론이었다.
“그 미친 괴물은 살아 있어, 여전히. 물론, 인간이라 보긴 어렵지만 말이야.”
살기가 번뜩이는 이바렐라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3공작처럼 옥좌에 오른 이들이라면 모를까. 4후작이든, 십이대주교든. 그 괴물의 영역을 밟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절대로.”
* * *
“취익! 그럼 일주일 후 나락의 절벽에서 보도록 하지.”
하탄이 자신이 타고 온 거대한 늑대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어제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오크, 키클롭스, 라이칸스로프는 아랫길로 향하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찢어지는 것이 맞았다.
“정말, 너희들만으로 괜찮겠는가?”
브론테스가 염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리 강한 인간들이라 하나, 이 중 숫자가 가장 적은 것 역시 인간이었다.
고작해야 다섯 명에 불과한 인원.
그에 비해 다른 종족들은 적어도 두 자릿수는 되는데, 이들이 모두 아랫길로 향하니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역시 다 같이 아랫길로 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브론테스가 다시 한번 권했지만.
“너희 모두가 접근에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마법이 그냥 펼쳐져 있을 리가 없어. 산맥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재차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그러고 나서 브론테스의 새로 만든 대검을 가볍게 쳤다.
지이잉!
검명이 울리며 주변에 맑은 소리가 청아하게 퍼졌다.
“날 믿어, 브론테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브론테스가 피식 웃었다.
“하긴.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알겠다, 그럼 모쪼록 칠 주야 후에 만나도록 하지.”
내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말하자 브론테스도 더 이상은 권하지 못하겠는지, 키클롭스들과 함께 오두막을 정리하러 떠났다.
마지막으로 다가온 이는 바로 바우칼라크였다.
“크르르. 미안하다, 제롬. 함께 가면 좋겠지만… 윗길은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크르르!”
바우칼라크는 면목이 없다는 듯이 민망해하는 중에도 윗길로 향할 기색은 없다는 명확한 뜻을 밝혔다.
“괜찮아. 어차피 아랫길이라고 편하지는 않을 테니까.”
윗길이 찝찝한 거지, 아랫길이라고 해서 편할 수는 없었다.
그 짧은 순간 몰려왔던 아룡종들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니까.
“오히려 너희가 우리보다 늦을지도 모르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윗길에 있는 무언가가 별것 아니라면, 수색에 하루 이틀 정도 쓴다고 해도 우리가 더 먼저 도착할 테니까.
‘어디 한번 가 보자. 뭐가 있나.’
이 깊은 곳에 과연 어떤 놈이 수작질을 부리고 있었는지 말이다.
“크와아아아앙!”
콰앙!
간만에 새롭게 나타난 먹거리에 침을 뚝뚝 흘린 드레이크가 지면을 향해 머리를 처박았다.
“흥!”
드레이크의 처박은 머리를 향해 세트가 움켜쥔 불꽃을 힘껏 던졌다.
“키에에에엑!”
귓속에 정통으로 꽂힌 불꽃에 드레이크가 고통스럽다는 듯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두꺼운 외피를 가지고 있는 드레이크라고 해도, 몸속 장기까지 열에 강할 수는 없으니까.
서걱!
고개를 들려던 드레이크의 머리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머리와 몸통이 잘린 단면은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휴우!”
드레이크의 머리를 잘라낸 베스킨이 숨을 내둘렀다.
“공자님, 이쪽 정말 별놈들이 없는데요? 아랫길이랑은 너무 다릅니다.”
베스킨의 말처럼 윗길은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덩치가 큰 녀석들뿐이었다.
“드래곤 터틀, 드레이크, 우르그… 이 녀석들의 공통점은, 두뇌가 몸에 비해 작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감각에 둔하죠.”
아리아가 잘려 나간 드레이크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스푸크일까요, 영애?”
윗길로 향한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불쾌감을 느끼는 이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윗길에 스푸크가 펼쳐져 있다는 증거였다.
“네, 그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이거죠. 디텍팅!”
아리아가 탐색 마법을 펼치자, 주변의 마나 흐름에 묘하게 지직, 지직 노이즈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나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원동력.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의 마나는 흐름이 굉장히 나빠요. 이러면 감각이 예민한 생명체들이라면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밖에요.”
“…저어, 근데. 이만큼 넓게 펴져 있는 거면… 어느 정도인 거죠?”
아리아의 디텍팅 마법에 감지된 마나의 흐름을 바라본 살라딘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아리아의 마법에 걸린 노이즈는, 우리가 지나쳐 온 윗길의 길 전체에 걸쳐 그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최소한 7서클. 그것도 유저가 아닌 마스터급일 것 같아요.”
아리아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 순간 모두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마법을 펼쳐놓은 거지?’
현재 대륙 최고의 마도사는 아리아의 아버지, 다리우스 폰 웬디널이었다.
다리우스 공작의 경지는 현재 8서클 유저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이 산맥에 마법을 펼친 이는 능력을 최소로 잡아도 다리우스 공작의 한 단계 아래 급의 경지를 자랑한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 것 같네요.”
드레이크의 시신에서 외피를 어느 정도 벗겨낸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 외피는 모두 모아 키클롭스들의 손에 쥐여줄 선물이니, 하나라도 열심히 모아야 했다.
외피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영애, 이 마법.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요?”
“디텍팅 자체는 고위 마법이 아니라서 별로 상관은 없지만… 영역이 넓어질수록 필요한 마나가 늘어나기는 해요.”
“그럼, 한번 최대치까지 넓혀볼 수 있을까요?”
“음, 해볼게요. 디텍팅!”
아리아의 마나가 좀 더 넓은 곳까지 뻗어져 나갔고.
“…….”
우리는 할 말을 잊었다.
디텍팅에 걸린 마나의 불규칙한 흐름.
그 흐름이 눈에 닿지 않을 만큼 광범위하게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꿀꺽!
“여, 영애… 이거, 7서클 마스터급. 맞죠?”
살라딘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고.
“마, 맞을 거예요… 아마도.”
아리아는 전혀 확신을 주지 못하는 어조로 답했다.
“음.”
디텍팅 마법을 확인한 내가 손끝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가 노이즈가 가장 심한 것 같네요.”
내가 손으로 가리킨 지점은 윗길에서 좀 더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시죠.”
내가 앞장서서 걷자, 베스킨, 그리고 아리아가 뒤처질세라 따라붙었다.
“하아. 내가 대체 왜 이런 곳까지….”
투덜대는 세트가 뒤따라 붙었고.
“이, 이런 빌어먹을. 왜 저 새끼랑 같이 움직이면 매번 이딴 일에 휩쓸리는 거야?!”
살라딘이 절규하며 뒤쫓았다.
* * *
대륙의 그 어디보다도 깊은 심처.
생기(生氣)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어둑한 장소에, 로브를 입은 한 노인이 연구를 하고 있었다.
부글부글!
뭘 끓이는 건지, 노인은 플라스크의 내용물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플라스크 안의 내용물 색이 변하자, 노인은 눈빛을 빛내며 팔을 뻗었다.
스윽.
노인의 로브에서 드러난 팔은 팔이라 부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피골이 상접하여 뼈의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은 실로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이 장소뿐만이 아니라, 노인에게서도 생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플라스크를 들어 가볍게 흔들던 로브 안쪽, 노인의 눈이 있는 지점이 어느 순간 붉게 빛났다.
“…이번 쥐새끼들은, 제법 깊게 기어들어 오는군.”
어지간하면 가만히 내버려두려 했다.
무려 수백 년간이나 이 심처에 있었지만, 이곳까지 발을 디딘 놈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정말 간혹가다가 몇십 년에 한 번, 이 심처를 향해 발걸음을 한 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가 키우는 귀여운 아이들의 일용할 식량으로 스러져 갔었다.
하지만 이번에 들어온 쥐새끼들은, 그 이빨과 발톱이 제법 날카로웠다.
스윽.
노인이 마음을 먹었는지, 플라스크를 조심스럽게 내려두었다.
세월을 잊을 만큼 오랜 세월이 흐른 끝에 노인의 연구는 드디어, 드디어 처음으로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제, 노인의 비원까지 코앞인 지금.
쓰레기 같은 쥐새끼들에게 연구를 방해받을 수는 없었다.
노인의 감각에 걸린 쥐새끼 무리는 총 셋이었다.
그중 한 무리는 자신의 작품에게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고.
가장 덩어리가 큰 무리는 작품을 향해 나아가고 있긴 했으나, 자신의 아이들과 투닥거리고 있었고.
마지막 한 무리는 다른 심처를 향하고 있었다.
“어느 놈부터 처리할까…?”
노인은 지금의 선택이 즐거웠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쥐새끼들의 운명이 바뀔 테니까.
잠시 후, 생각을 마친 노인이 눈을 빛냈다.
“역시… 이놈들부터 처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