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큭!”
갑작스러운 반격에 놀란 단장이 검으로 전면을 가리고 오러를 끌어올렸다.
순간적으로 오러를 넓게 흩뿌려 전면을 방어하는 기예를 반사적으로 펼쳐낸 모습에 다렌을 호위하고 있던 기사들이 자기도 모르게 찬사를 토했다.
둥.
빛과 오러가 충돌하고 장대한 진동이 사방으로 번져나갔지만, 단장의 눈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
기세에 비해서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으니 의아했던 것이지만 동시에 단장의 귀에 부단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꽂혀들었다.
“단장님!”
“반응이 나쁘지 않군.”
부단장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한 단장이 주변을 살피는 것과 동시에 나직한 목소리가 연이어 단장의 귀에 파고들었다.
쾅!
“커억!”
옆구리에 꽂힌 묵직한 일격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격이 되어서 단장의 입에서 비명을 토하게 만들었다.
“이놈!”
대경실색한 부단장의 검이 허공을 갈랐지만, 노을을 닮은 신성력을 휘감은 라임의 상체가 휘청거리더니만 부단장의 검을 너무도 쉽게 피해버렸다.
“뭣?!”
믿기지 않는 모습에 부단장의 입에서 당혹스런 외침이 절로 흘러나왔지만, 라임은 어느새 부단장의 면전에 까지 도달해 있었다.
서로의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지근거리에 도달한 상황에서 검을 휘두를 수는 없는 법.
노련한 부단장이 손목을 흔들어 폼멜로 라임의 정수리를 가격하려했지만 라임의 손이 더 빨랐다.
쾅!
“크아악!”
비명과 함께 부단장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상체를 빈틈없이 감싼 갑옷의 명치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을 정도의 일격이었으니 내장이 상한 것이다.
“호오.”
두 다리로 대지를 굳게 디디면서 주먹을 앞으로 내민 자세를 취하고 있던 라임이 가볍게 감탄사를 토했다.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경쾌한 움직임과 힘은 이곳에 있는 모두의 눈을 크게 만들었지만, 정작 라임은 그런 것보다는 상대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상대의 공격을 제한하고 사각에서 펼친 일격이었는데, 장기를 오러로 보호해서 피해를 최소화 시킨 모습을 보였으니, 보통의 기량이 아닌 것이다.
“크윽! 태양교단의 몽크인가…….”
“그분의 종인 라임이라고 하네.”
캉!
라임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하고 커다란 건틀렛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울렸다.
힘을 제일의 가치로 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종교인들도 힘을 등한시 할 수 없었다.
원활한 포교를 위해서는 때로 말보다는 주먹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법이고, 만신전은 다양한 무력단체를 신의 이름으로 육성했다.
그 중에 몽크가 있다.
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도달하기 위해 수양을 쉬지않고, 육체적인 고행을 거듭하는 몽크들은 엄밀히 말해서 무력단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인들은 몽크를 신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단체중의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에 대한 광기로 고행을 거듭하는 몽크는 대부분 고명한 무투가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교단이 세속의 일에 끼어드는 것인가?”
신앙이 생활 곳곳에 자리한 제국이지만, 귀족들간의 분쟁에는 어지간하면 끼어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결과를 떠나서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니, 단장의 이러한 항의는 아픈 곳을 찌르는 것이었지만, 라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
“신앙심 깊은 신도를 보호하는 일인데 세속의 일이라고 할 것도 없지. 그분을 따르는 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네.”
어찌나 피를 많이 빨아들였는지 옅은 붉은색으로 번들거리는 건틀렛을 들어 올리며 라임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 자네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는 바. 크나큰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그분께서도 이해하실 거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라인드에서 기부한 황금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지만, 라임은 그런 부분은 절대로 언급할 생각이 없었다.
“쿨럭!”
입에서 피를 토하며 몸을 일으키려하는 부단장의 모습을 일변한 단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세를 잡으시게나.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해서야 후환이 남지 않겠나.”
익스퍼트 최상급에 이른 기사인 단장을 앞에 두고도 당연히 자신이 이길 거라는 그 오만한 태도에 단장이 살벌한 미소를 떠올렸다.
“후회하게 해 주마!”
오러를 줄기줄기 두른 검이 라임을 향해 내려쳐졌고, 세상 모든 것을 가를 것 같은 기세에 지켜보는 모두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캉!
“헉!”
하지만 라임은 너무나도 가볍게 컨틀렛으로 검을 가로막았고, 모두의 눈이 크게 떠지기도 전에 커다랗게 발을 굴렀다.
“후환이 남지 않게 하라고 하지 않았나.”
발을 굴림과 동시에 뻗어나간 철권이 단장의 옆구리를 다시 한번 가격했다.
콰직!
“크아악!”
갑옷이 우그러지고 내장까지 전달되는 충격에 단장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왔지만 라임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우둑!
그림 같은 돌려차기가 단장의 목을 가격했고, 동시에 경추에 손상이 간 단장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단장!”
쿵.
목이 기괴하게 돌아간 단장이 땅에 몸을 떨어트렸고, 그 모습에 부단장이 피 묻은 절규를 토했다.
“그분이 반겨 주실 거네.”
성호를 그으며 단장의 시체를 바라보는 라임의 모습에 부단장이 치를 떨었다.
태양신 헬리오스의 주교 라임.
그라인드 백작령에서 주교로 봉직하고 있는 고위 사제이지만, 젊었을 적에는 전쟁터에도 종군한 경험이 있다.
다만 다른 종군사제와 다른 점이라면 후방에서 전투지원을 한 것이 아니라 최전선에서 적을 학살했었다는 점일 것이다.
오로지 두 주먹만으로 제국의 전쟁터를 휘몰아치던 광기에 찬 몽크.
그것이 라임의 정체였고, 지금 몇 십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신에 대한 광기가 깨어났다.
“자. 그럼.”
약식으로 기도를 마친 라임의 시선이 부단장에게로 향했다.
“자네와도 신앙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
광기에 물든 눈동자에 부단장의 몸이 절로 떨렸다.
* * *
“커억!”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코프가 뒷걸음질 쳤다.
얼굴에 서렸던 자신만만한 표정은 경악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고, 흠집하나 없던 갑옷은 난도질당한 것처럼 이리저리 베이고 패여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라진 자코프의 오른팔.
팔꿈치 부근에서 잘려진 오른팔이 자코프의 발치에 굳게 쥔 검과 함께 떨어져 있었다.
“꽤나 애먹이는군.”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자코프에게 다가서는 드웨인의 모습도 결코 성치 않았다.
전신에 명멸하던 마법의 빛이 이리저리 껌뻑이는 것도 그렇고, 든든하기 그지없던 갑옷도 엉망이 되어 있었으며, 그 사이로 끊임없이 선혈이 흐르고 있었으니, 심각한 중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심각한 통증이 계속되었고, 내장도 일부 상한 것 같았지만, 드웨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정도 피해로 소드마스터 하나를 제압했으니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제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주력으로 쓰는 팔이 잘린 이상, 전투력은 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고, 그 상대가 비슷한 경지의 소드마스터라면 승부는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 어떻게?!”
자코프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같은 소드마스터라고 하더라도 경지의 차이는 분명한 것인데, 비록 아티펙트의 도움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당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엄한 주인이 있다네.”
그런 자코프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듯이 드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나서기 전 특훈을 받은 것은 다렌만이 아니었다.
소드마스터라는 전력을 그대로 두는 우를 아렌은 범하지 않았고, 지옥 같은 대련을 통해서 드웨인의 전투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다.
단 며칠뿐이었지만 그 순간만 생각하면 저절로 몸이 떨릴 정도로 가혹했던 시간이었고, 덕분에 드웨인은 대인전에서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부족한 경지를 강제로 끌어올리고, 영약을 부어서 오러의 그릇을 넓혔으며 전신을 아티팩트로 도배했다.
애초에 드웨인이 자코프에게 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거꾸로 그런 드웨인에게 이 정도의 상처를 입혔으니 자코프의 실력과 명성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쾅!
“컥!”
드웨인이 거칠게 발을 걸었고, 한 소리 비명과 함께 자코프의 몸이 거칠게 떨어졌다.
아렌에게 매번 당하던 수법으로 자코프를 넘어트린 드웨인이 검으로 자코프의 목을 겨눴다.
수정처럼 정련된 오러블레이드의 예기에 자코프가 식은땀을 흐렸다.
“……죽여라.”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얼굴을 하던 자코프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영심과 자만심이 가득하지만 자코프 역시 마스터에 다다른 위대한 기사였고, 치욕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드웨인은 고개를 저었다.
습격해온 유격기사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자코프는 온 제국이 다 알 정도의 명성을 가진 자였고,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자네는 살아 있는 게 도움이 돼.”
무엇보다 자코프가 죽는다면 2황자는 꼬리를 끊으려 할 것이고, 그것은 알코르와 아렌의 방침에 맞지 않았다.
“언젠가 네 목을 끊으러 갈 거다.”
드웨인의 말에 얼굴을 일그러뜨린 자코프가 으르렁거렸다.
팔 한쪽을 잃었다지만, 치료하거나 재생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자코프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꽤나 빠른 시간 안에 다시금 본래의 전력을 되찾을 것이 뻔했다.
한번 당한만큼 그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덤벼들 터이니, 드웨인의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그래서 손을 쓰려고 하네.”
저주에 가까운 자코프의 말을듣고도 피식 웃은 드웨인이 손목을 놀렸다.
스악!
“아악!”
그림같이 움직인 검이 자코프의 남아있던 오른팔을 완전히 베어버렸다.
“이. 이런다고 포기할 거 같으냐!”
악에 바친 자코프가 독기를 줄기줄기 내뱉으며 외쳤지만, 드웨인은 묵묵히 손을 놀렸다.
“우리 도련님이 말일세.”
“뭐?”
교묘하게 움직인 손이 자코프의 심장 어림에 닿았다.
“참 잔인하신 분이지. 냉혹하기도 하고. 모시는 분이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손바닥에 모인 오러가 이리저리 역이며 회전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시는 거 아니겠나.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지.”
둥!
“컥!”
오러의 파동이 자코프의 심장을 두들겼고, 그 순간 자코프가 선혈을 토했다.
“크으윽!”
심장에서 뻗어 나오던 오러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러를 생성해내고 조종하는 기관인 심장에 충격을 줘서 부정맥을 일으켰으니, 제대로 된 조종이 될 리가 없었다.
고통과 당혹에 놀란 자코프를 보면서 드웨인이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치이익!
“크아아악!”
마법의 불을 일으킨 드웨인이 자코프의 오른쪽 어깨를 지졌다.
이로서 재생이나 치료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질 것이고, 설혹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의 실력을 내는 것은 요원할 일이 될 것이다.
“그럭저럭 괜찮군. 차라리 죽이는 게 간단한데 말이야. 상황이 이러니 번거로워.”
촉망받던 소드마스터 하나를 망가트린 사람이 하는 말 치고는 지나치게 여상했지만, 그렇기에 자코프는 드웨인의 독심을 느낄 수 있었다.
“복수할 수 있으면 해 보게. 이 정도 고난을 딛고서 일어난다면 존경해 줄 만한 일이지. 부디 그날이 왔으면 좋겠군.”
정중한 말투였지만,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노려보는 드웨인을 보며 자코프는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