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보통 습격이라면 야심한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수많은 공작과 암살을 진행해온 공안의 베테랑들은 저녁 시간대를 골랐다.
정보길드가 조여 오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해가 슬그머니 넘어가고 달이 수줍게 떠오르는 그때, 너무나도 태연하게 저택에 접근한 요원들이 일제히 담을 넘었다.
“침입자다!”
“막아!”
“어억!”
날 부분을 특수하게 처리해서 빛을 반사하지 않는 검날이 은밀하지만 더없이 치명적으로 공간을 갈랐고, 일반적인 병사들로는 공안의 요원들을 막을 수 없었다.
위이이잉!
마법의 경고음이 저택을 울렸고,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무서운 얼굴로 뛰쳐나와 시퍼런 살기를 풀풀 풍겼으니 보통은 실패해야 할 습격이겠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뭐야!”
“뭐 이렇게 많아! 증원을 불러!”
그 숫자가 백 명을 넘어섰다.
남부와 남동부의 살아남은 요원들을 모두 끌어모았고, 이번 습격에 뒤를 돌아보지 않은 공안의 요원들은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전원 오러와 특수한 능력을 다루는 요원들이 일제히 돌격해오니, 용맹무쌍한 기사들이었지만 당혹감에 저절로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콰콰쾅!
“아아악!”
특수 작전을 목적으로 제작된 아티펙트들이 사방에서 폭발하며 이목을 가렸고, 자욱한 연기 속에 치명적인 일격이 기사들을 노렸다.
온갖 아티펙트들로 무장한 기사들이지만 이러한 공격은 그들이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고, 수많은 기사들이 목숨을 잃고서 땅에 쓰러졌다.
“계획대로 움직인다!”
“황제 폐하 만세!”
딱히 숨길 생각도 없는지 황제를 향한 충성을 외치며 흩어지는 요원들의 모습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기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
“잡아라!”
“아티펙트를 발동해!”
저택 전체에 마법의 빛이 떠오르며 각종 함정이 발동되었지만, 몇몇의 요원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함정으로 몸을 날렸다.
콰릉!
함정과 격돌하는 순간 요원의 품속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일대를 날려버리는 충격에 마법진 자체에 충격이 가해지며 함정이 멈췄다.
“…… 지독한 놈들!”
저택의 입구를 지키던 선임기사가 그 모습에 이를 갈았다.
자폭.
목적을 위해서 목숨을 수단으로 여기는 비정함과 곳곳에서 쓰러지는 기사들의 모습에 저절로 눈에 핏발이 섰지만, 이내 폭연을 뚫고 날아오는 공격을 맞으러 앞으로 나섰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는 1기사단이다!”
“써!”
속속들이 도착하는 기사들이 요원들에 맞서서 제각기 무기를 휘둘렀고, 이내 저택 앞은 치열한 전장으로 변해버렸다.
* * *
콰콰쾅!
영주 저택에서 일어난 갑작스런 소란에 영지 전체가 웅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소란을 틈타 진정한 암살자들이 움직였다.
혈계능력인지 완전히 투명화한 일단의 인원들이 은밀히 전장을 가로질렀고, 어느덧 저택 지근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목표물의 위치는 숙고했겠지?”
“물론입니다.”
이번의 습격을 위해서 공안의 요원들은 은밀히 저택의 사용인들을 납치했고, 그들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빼냈다.
고문이 아닌 정신 마법으로 정보를 빼내고 기억을 조작해서 풀어주는 치밀함까지 보이며 최대한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라인드 저택의 구조를 모두가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고르고 고른 30명의 요원.
모두들 비정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은밀하게 흩어지는 그들은 각기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의 소리와 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장을 뒤로한 채 치명적인 암살자들이 저택 내부로 스며들었다.
저택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전투의 소리가 모두의 얼굴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고, 급하게 움직이는 기사들과 사용인들의 모습에 요원들은 미소 지었다.
이러한 혼란이야말로 그들이 바란 것이고, 이 혼란이 끝날 때쯤이면 그들이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꺽!”
“끄윽!”
투명화 아티펙트로 은밀하지만 빠르게 이동한 암살자들이 어느덧 영주의 집무실 앞에 도달했고, 긴장한 모습으로 문 앞을 지키던 기사의 목숨을 끊었다.
“폭파.”
쾅!
마법적인 방어가 적용된 집무실 문을 간이 아티펙트로 날려버린 요원들이 신속하게 들어섰고, 흉흉한 눈빛으로 목표물을 찾았다.
“…… 문은 새로 달아야겠군.”
“이참에 저택 공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담담한 말투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로렌과 에드워드의 모습을 본 요원들의 눈에 이채가 솟아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싸늘하기 그지없는 검을 겨눈 요원의 입이 열렸다.
“로렌 드 그라인드. 같이 가줘야겠다.”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지만, 로렌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너희 빌어먹을 것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콰릉!
전장으로 변해버린 저택 앞에서 들려오는 폭음소리와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로렌의 눈가에 핏발이 섰다.
“시간을 끌려고 해도 소용없다. 순순히 따라오지 않겠다면 이 자리에서 죽이는 수밖에 없어.”
말과 함께 방으로 침투해온 열 명의 요원들이 강렬한 살기를 발산했다.
제법 경지가 높은 에드워드의 안색이 창백해질 지경이었지만, 로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곱게 나갈 생각은 버려라. 그라인드의 목숨을 취했으니 너희는 그 이상의 것을 내놔야 할 거다.”
정신을 차리고 몸이 완치되는 과정에서 항상 웃고 부드러운 성품을 보였던 로렌이었지만, 상황이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분노를 일깨운 것이다.
그런 로렌의 모습을 본 요원이 고개를 흔들었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요원들이 거친 몸놀림으로 로렌에게 다가가 신병을 구속하려했고, 에드워드가 결연한 표정으로 양손에서 단검을 꺼내 들은 그때였다.
콰득!
“…… 어?”
가장 앞에서 다가가던 요원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무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다리를 보았다.
무릎 반대 방향으로 두 다리가 꺾였으니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콰직!
“크악!”
그 뒤를 따르던 요원의 몸에서 끔찍한 소리가 울렸고, 그 순간 요원의 몸이 거꾸로 접혀 뒤로 넘어갔다.
어떠한 징조도 마나의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힘이 적용했고, 그 힘의 주인을 찾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로렌.
머리카락이 올올이 선 로렌이 핏발 선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지직!
“끄아아아아!”
또 다른 요원의 몸이 꽈배기처럼 비틀리는가 싶더니 허리를 기점으로 상체와 하체가 완전히 반대로 돌려졌다.
척추가 갈기갈기 부서지고, 전신의 뼈들이 조각난 것이 눈으로 보일 지경이니 가망이 없었다.
“혈계능력!”
누군가의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고, 남아 있는 요원들이 이를 악물었다.
“일제히 덮쳐!”
베테랑 요원들인 만큼 그들의 판단을 빨랐다.
자신들을 동시에 공격하지 않고 한 명씩 공격했다는 것은 로렌이 다루는 힘에 한계가 있음을 뜻했고, 다수로 밀어붙인다면 희생은 있을지언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흥!”
로렌이 거칠게 콧바람을 내뱉으며 두 눈에 힘을 더하고, 요원들의 몸이 일제히 날아오르려던 그때였다.
쫘아악!
마치 비단을 찢는 것과 같은 소리가 방안에 울리며 무수한 선이 요원들의 몸을 가로질렀다.
요원들의 움직임이 덜컥하고 멈췄고, 동시에 그들의 관절이 있는 부위에서 붉은 기가 번지는가 싶더니만 거짓말처럼 사지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쿵!
순식간에 팔다리를 잃은 몸뚱이가 바닥에 부딪히며 통증이 전신을 울렸지만, 잃어버린 사지에서 달려오기 시작한 고통과 상실감은 그들의 정신을 하얗게 만들었다.
“으! 으아아아악!”
“커억!”
“…… 아아아.”
고통에 찬 표정으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꿈틀거리는 그들의 모습은 처참한 것이었지만, 로렌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저절로 욕지거리가 올라올 정도였지만, 핏발 선 눈을 돌리지 않은 로렌의 모습에 에드워드도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늦었군.”
“죄송합니다. 공자님.”
거짓말처럼 모습을 드러낸 바인드가 로렌을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고, 온통 새카만 복장을 한 정보길드의 암살자들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요원들을 수습하고 있었다.
저택의 이곳저곳에서 우후죽순처럼 모습을 드러낸 암살자들이 기사들을 도와 요원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갑작스런 증원에 요원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보였다.
“다렌과 엘렌은?”
평상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닌 억눌린 로렌의 목소리에 바인드가 공손한 어투로 답했다.
“정예들로 보내놨습니다.”
“…… 그래도 모르니 자네가 확인해 주게.”
“예.”
기척도 없이 사라지는 바인드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에드워드가 로렌의 힘을 뇌리에 떠올렸다.
몸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힘과 10년에 걸쳐서 싸우고 아렌의 도움으로 그 힘을 갈무리하는데 성공한 로렌은 세상에 거의 드러나지 않은 종류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로렌이 칭하길 염력.
오직 생각의 힘만으로 사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염력은 마나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고, 그 기척도 전혀 드러나지 않은 종류의 힘이었으니, 원숙한 마스터는 되어야 그 힘의 움직임을 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로렌이 말하는 염력을 발휘하기 위한 근원은 정신력.
말 그대로 정신력만 받쳐준다면 무한대에 가까운 힘을 뽑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고, 정신력이라면 로렌만큼 강하고 단단한 사람은 세상에 드물 것이 분명했다.
아직 어린 소년이 10년에 걸쳐서 식물인간의 상태로 자기 내면과 싸워왔으니 부드러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로렌의 정신력은 수많은 세월을 견뎌낸 바위와도 같았다.
익숙해진다면 꽤나 위협적인 힘이 될 거라는 아렌의 평가가 있었고, 로렌은 순식간에 강자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으니 아렌이 걱정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잘만 쓴다면 마스터라도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힘.
10년의 세월을 지내고 손에 넣은 힘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 잔 드시지요.”
“…… 고맙군.”
다만 경험이 일천하고 사람을 해하는 것이 처음이었으니 에드워드는 그 복잡한 심경을 헤아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 별일 없겠지?”
뜨거운 찻물을 들이키고 조금 마음을 진정시킨 로렌의 걱정스런 물음에 에드워드는 미소 지었다.
“물론입니다.”
확신을 담은 한 마디에 로렌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 * *
와지직!
“꺽!”
끔찍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지는 습격자의 모습을 노려본 엘레나는 시선을 돌렸다.
제각기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 사이로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채 기품 있게 서 있는 혈족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엘레나는 가볍게 손을 털며 걸음을 옮겼다.
엘레나의 전투 스타일은 오러를 기반으로 한 근접전.
몸을 사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보니 입고 있는 옷 이곳저곳이 상해 있었고 그래서 더욱 비교가 되었다.
“옷을 갈아입어야겠구나.”
“예. 고모님.”
인형 같은 얼굴로 엘레나를 주시하던 여인 하나가 입을 열었고, 엘레나와 전혀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외모였지만 엘레나는 공손히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현 공작인 데미안의 동생인 이 여인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고, 사실상 피렌사의 여자들을 통솔하는 위치였으니까.
“조신하게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게 좋겠다.”
“예.”
혈족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비수처럼 꼽히는 것 같았지만 엘레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밀드레드와의 경험은 그녀의 정신을 크게 성장시켰고, 무엇보다 도리안이 지탱하고 있었으니 어지간한 취급은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뻣뻣한 인형같이 일제히 몸을 돌리는 그녀들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엘레나가 걸음을 내딛으려던 그때였다.
“그것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구나. 잘했다.”
“…… 예. 고모님.”
그녀가 기억하기로는 처음 들어보는 칭찬에 살짝 멍한 표정을 짓던 엘레나의 얼굴에 이내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