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리헐트가 으르렁거렸고, 귀족군의 기사들이 눈에 불을 켜며 달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황제군이라고 가만있지는 않았다.
“위대하신 폐하에게 목숨을 바쳐라!”
“황제 폐하 만세!”
특별히 선발하고 좀 더 세세하게 조정해서 광신으로 똘똘 뭉친 일단의 병사들.
악마 소환을 위해 성벽 밑으로 몸을 날린 병사처럼 언제든지 목숨을 날릴 각오가 되어있는 병사들이 비장한 각오로 흩어졌다.
광기어린 눈빛을 뿜어내며 성벽으로 달려가는 병사의 앞길이 바다가 갈라지듯 열렸다.
일부는 두려운 눈으로, 일부는 기대에 찬 얼굴로 병사가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황제군 병사들의 눈에는 이윽고 성벽 밑으로 몸을 날리는 병사의 뒷모습이 담겼다.
“황제 폐하 만세!”
“신에게 내 영혼을 바친다!”
제 각각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몸을 날린 병사의 수는 넷.
신이 된 황제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상대는 악마다.
일정 이상의 수를 불러내는 것은 황제군에게도 모험이었고, 그렇기에 네 명의 병사가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서 각각 몸을 날린 것이다.
“또 떨어진다!”
“이런 젠장! 이제는 대 놓고 막 나가는군!”
거리를 두고 땅으로 떨어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본 모두가 비명을 질렀고, 처참한 소리와 함께 마기가 격하게 꿈틀거렸다.
와드득!
일부러 거리를 떨어트리고 성벽 지근거리에서 진행된 소환이었으니 실질적으로 귀족군의 누구도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
허공에 거대한 문이 형성되었고, 당장이라도 악마가 그 문을 열고 중간계로 나오려던 그때였다.
“안 되지.”
콰직!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나가려던 마기가 역으로 묶이기 시작했고, 한없이 불길해서 부서지지 않을 것 같았던 문이 삐걱거리더니만 이내 찌그러들기 시작했다.
우드드득!
“헛!”
“저기 누군가가 있다!”
뜻밖의 사태에 황제군도 귀족군도 경악한 사이 어느새 나타난 것인지 각각의 문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손을 뻗고 있었다.
마기에 대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인지 맨몸으로 마기를 조율해 문을 제압하더니만 이내 사람 몸통만 한 입방체의 모습으로 바꿔버렸다.
마기를 풀풀 풍기며 불길해 보이는 입방체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맨손으로 들은 그들이 이내 한 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이 모여드는 곳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는 모두가 놀라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부르바스!”
“대마법사!”
“…… 실종되었다더니.”
귀족군의 진영 측에 서 있었지만 부르바스는 황족.
황제군과 귀족군 모두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정작 수뇌부는 언질을 받은 것이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어떤가.”
“…… 그래.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군.”
마크의 물음에 부르바스가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4개의 입방체들을 바라보았다.
제아무리 무도하고 포악한 황제이지만 위대한 영웅이고 무엇보다 그의 혈육.
때문에 부르바스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완전히 정하지 못하고 그저 방관하며 마크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의 한복판에 악마를 소환하는 행태를 눈앞에서 보았으니 결국 부르바스는 마음을 굳혔다.
“황제를 놔둘 수는 없겠어.”
나직하지만 결연한 의지가 실려 있는 목소리에 마크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진행하지.”
“그래.”
마크의 손짓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밀드레드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기둥을 둥둥 띄어서 가져왔다.
검붉은 색에 부정적인 감정을 풀풀 풍기는 기둥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정을 옥죄는 힘이 있었으니, 부르바스와 마크 등을 견제하며 서 있던 자들도 한 발자국 물러날 정도.
하지만 마크를 비롯한 로브를 뒤집어쓴 세 명은 아련한 손길로 기둥을 쓰다듬었다.
“…… 결국 이렇게 됐군.”
“베럭. 이 친구야.”
“…… 언제나 성격이 문제였지.”
각자가 그리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등을 맞대고 싸운 전우.
그런 전우의 영락한 모습에 참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그들의 중얼거림을 들은 몇몇의 눈이 크게 떠졌다.
12영웅.
토벌되었다고 알려진 12영웅의 이름이 나온 것이고, 아직까지 그 내막은 대륙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경악하는 것은 당연했다.
주변의 수군거림이 커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놀람의 감정이 실렸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잠시 베럭이었던 기둥을 쓰다듬던 세 영웅이 이내 마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마크는 크게 손을 벌리며 주문을 짜 올리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아아!
순식간에 마법진이 형성되어 기둥을 자극했고, 그 순간 기둥이 크게 진동하며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밖으로 발산했다.
광기, 분노, 우울, 절망 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방으로 솟구치기 시작했지만, 마법진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고, 그렇게 마법진 내부에서 순환된 감정들이 베럭이었던 기둥에 더욱 힘을 더했다.
“지금.”
마크의 말에 영웅 중 한 명이 회수한 입방체들을 마법진 안에 던져놓으니 마기를 내뿜으며 꿈틀거리던 입방체들이 마치 자석처럼 기둥에 달라붙어 녹아들었다.
“오오!”
그 어떤 마법으로도 다룰 수 없다는 마기를 조율하는 모습에 마법사들의 눈이 크게 떠졌고, 기둥은 점점 그 크기를 더하더니만 이내 10미터에 가까운 꼬챙이처럼 변해버렸다.
“내 차례로군.”
결연한 얼굴의 부르바스가 마법진에 손을 올리고 주문을 외우자, 마법진에서 뻗어 나간 빛이 성벽에 닿았다.
“저, 저게 뭐야?”
“막아라! 저게 뭐든 어떻게든 막아!”
외부의 마법을 일체 배제하는 방어 마법이 마치 연계라도 된 것처럼 연결된 모습에 화들짝 놀란 황제군이 부산을 떨었지만 부르바스는 침착하게 마법을 이어나갔다.
성벽의 표면에 복잡한 빛이 떠오르고 거대한 과녁처럼 생긴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기둥이 그 몸을 뉘이고 마법이 그 주변을 감싸니 마치 성벽으로 향하는 거대한 통로 속에 놓인 형세가 되었다.
“힘을 보태게.”
그 말과 함께 마크가 자신의 가슴속에 손을 쑤셔 넣었고, 갑작스럽게 자해하는 모습에 모두가 비명을 질렀지만, 정작 마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가슴을 후벼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피로 번들거리는 검은 구슬.
몸에 봉인한 마룡의 봉인 조각이다.
기나긴 연구와 부르바스의 협력 끝에 마크는 결국 봉인을 분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영육에 완전히 동화되었기에 완벽한 분리는 아니지만 정신에 영향을 끼치고 온갖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을 떼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 크나큰 쾌거라고 할 수 있었다.
나머지 세 명의 영웅들도 마크가 알려준 대로 봉인을 분리했고, 피로 번들거리는 네 개의 봉인들을 마법진 안으로 던져 넣자 각기 기둥의 주변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화살.
베럭이었던 육괴를 신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거대한 화살로 변모시킨 마크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잡았다!”
마법진을 조율하던 부르바스가 크게 외치며 마크를 바라보았고, 마크가 손가락을 튕겼다.
“엿이나 먹어라! 황제!”
대귀족의 후손이자 대마법사, 12영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쌍소리가 크게 울렸지만, 내막을 아는 이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고, 동시에 마치 사라지듯 기둥이 빛의 통로를 따라 성벽으로 쏘아져 들었다.
콰직!
“우아악!”
“저! 저!”
끔찍한 소리와 함께 성벽에 박힌 기둥이 흐물거리는가 싶더니 성벽표면에서 빛나는 마법진을 타고 흘러들어 갔다.
당장이라도 성벽을 부숴버릴 것만 같았던 화살이 녹아 사라지자 예상외의 상황에 어리둥절하던 것도 잠시.
쩍!
무엇인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고, 마크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황제에 대한 원한이 골수에 다다른 마크는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
어떻게 하면 황제에게 최대한 엿을 먹일 수 있을까.
머리끝까지 치솟은 분노와는 다르게 대마법사에 다다른 차가운 이성은 상황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분석했고, 부르바스의 협력 덕에 그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황제는 신이 되고 싶어 한다.
신이 되기 위해서는 신앙심이 필요하다.
그럼 그 신앙을 끊어주면 어떨까?
그러한 결론을 내린 마크는 부르바스와 함께 제도의 마법진을 샅샅이 검토했고, 결계와 공간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진 마크와 제도의 방어 마법을 구축할 때 깊이 참여한 부르바스가 힘을 합치니 그 과정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두 대마법사는 제도에 구축된 방어 마법진에 첨가된 하나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의 감정을 한 방향으로 제어하는 마법.
인간의 정신에 간섭하는 마법은 금기 중의 금기였지만, 황제와 공안이 그런 것을 신경 쓸 리 없었고, 꽤나 억지스럽게 인간의 감정을 모으는 마법이 광범위하게 구축되어진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을 모으는 핵심 장치임을 파악한 마크는 이 마법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황제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차피 마크와 부르바스가 힘을 모은다고 해도 황제를 상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렌에게 최대한 유리한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고, 힘의 원천을 깨뜨려버린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마법진의 허점을 찾아내는 것은 쉬웠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워낙에 광범위하게 설치되었고, 수십 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 버티면서 강화되었으니 보통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답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때문에 마크는 베럭을 탄환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세상 이곳저곳에 숨어서 자신을 억제하고 있던 나머지 세 명의 영웅을 찾아서 이 자리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 * *
“음?”
후광과 함께 허공에 떠있던 황제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신이시여.”
묘하게 창백한 표정의 비욘의 물음과 함께 연구실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황제에게로 향했다.
겉모습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하나같이 창백한 얼굴을 가진 그들의 표정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했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정작 그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가 일관되게 무감정한 시선으로 황제를 바라보는 장면은 절로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지만 황제는 대꾸하지 않고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가로막는 벽을 넘어 수십 킬로미터의 거리를 가로지른 황제의 시선이 성벽에 닿았고, 잠시 미간을 꿈틀거린 황제의 시선이 성벽을 넘어서 크게 웃고 있는 마크에게로 도달했다.
“보고 있겠지? 신이라면 말이야! 크하하하하하!”
“…… 불경한 놈!”
인간의 육신을 아득히 벗어난 황제에게 마크의 외침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고, 신에게 불경을 외치는 마법사에게 황제는 참지 않았다.
콰릉!
마른하늘에 갑자기 떨어진 벼락이 마크의 머리 위로 직격했고, 불신자를 의지만으로 해치워버린 자신의 권능에 만족한 것도 잠시.
“어림없다! 내가 이 정도도 예측하지 못했는 줄 아나!”
마크의 전신을 촘촘히 감싼 방어 마법에 자신의 징벌이 닿지 않은 것을 확인한 황제의 안색이 구겨졌다.
“신이시여! 저 불신자에게 천벌을 내리게 허락해주소서!”
황제의 중계 덕분에 모든 상황을 들은 드라고가 큰 소리로 외치며 머리를 박았고, 연구실의 모두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황제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짐의 위엄을 보여야겠지.”
황제의 몸에서 빛이 크게 일었고, 증폭된 빛이 그대로 천장을 꿰뚫으며 솟아올랐다.
황제뿐만이 아니라 연구실의 모두가 천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그 모습을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 자가 없었으니 전장의 모든 시선이 황궁에서 솟구쳐 오르는 빛줄기에 꽂혀 들었다.
“나타났군.”
장엄하기 짝이 없는 빛줄기의 모습과 사방을 뒤덮을 것만 같은 거대한 존재감을 직시하며 아렌이 느릿하게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