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48
048화
레티시아의 양손에서 쏘아진 구체가 트롤의 몸에 닿았고, 그 순간 빛이 비산하며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내려갔다.
쩌저적!
빛이 얼음덩어리로 바뀌며 트롤의 상체를 얼음덩어리로 만들었지만, 일행은 안심하지 않았다.
쩡!
얼음이 생성되기 무섭게 내부에서 금이 가며 트롤의 몸이 움찔거렸고, 이대로라면 트롤이 빠르게 얼음을 부수고 나올 것처럼 보였다.
“받아라!”
그 순간 네이던의 외침과 함께 두 줄기의 칼날이 공간을 갈랐다.
시퍼런 빛을 번뜩이며 공간을 날아간 칼날이 고정되어 있는 트롤에게로 파고들었다.
썩!
잠깐의 저항이 있었지만 손쉽게 트롤을 가르고 들어간 칼날이 트롤의 상체를 세 조각으로 갈라 버렸고, 얼음으로 고정되어 있던 몸통은 단면에서 연기를 피어 올리며 재생을 시작했다.
“으라압!”
트리안이 외침과 함께 방패를 앞세우며 트롤의 몸을 타격했고, 그제야 트롤의 몸이 이리저리 흩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빨리!”
어느새 밧줄을 꺼낸 코린이 몸통 조각의 하나를 묶더니 빠르게 당겼고, 그제야 트롤의 눈에서 생명의 빛이 꺼져 가는 것이 보였다.
“생명 반응 없어요!”
“후우!”
성광을 빛내며 트롤을 살피던 콜레트의 외침에 일행은 긴 숨을 토해내며 긴장을 풀었다.
우직.
슬그머니 움직인 코린이 트롤의 어금니를 뽑았고, 트리안과 네이던은 코린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거 이렇게 풀어지면 안 되는데. 고맙다 코린.”
“별거 아닙니다.”
어금니를 챙긴 코린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일행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그럭저럭 괜찮았네요.”
레티시아의 자평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트롤은 제국 전역에서 꽤나 개체수가 있는 편이지만 절대 만만만 몬스터가 아니다.
그런 몬스터를 아직 설익은 이들이 비교적 깔끔하게 쓰러트렸으니, 일행의 전력은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어떻게 할까요?”
코린의 물음에 모두들 생각에 잠겼다.
트롤의 부산물을 챙겼으니 일행의 목표는 완수한 상황이고, 여기서 더 들어가 볼까를 물어본 것이다.
“······돌아가지.”
트리안의 목소리에 모두들 의외의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왜?”
“아니.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조금 어색해서 그렇다.”
네이던의 반문에 트리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원래 작전은 목표를 이루면 바로 이탈하는 거다. 함부로 과욕을 부리면 탈이 나.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트리안이 말을 이었다.
“작전의 완료는 귀환해서 보고하는 순간까지야.”
일행은 새삼 트리안을 다른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험난하기 짝이 없는 북부출신인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트리안 공자의 말대로 하죠.”
레티시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입학식에서 사고도 있고, 무리하고 싶지 않네요.”
설득력이 있는 레티시아의 말에 모두들 발길을 돌리려던 그때였다.
······!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거대한 포효와 함께 숲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 * *
“제발 아니라고 말해 줘라.”
간절한 마음을 담은 한 마디였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마일스의 기대를 무참히 부숴 버렸다.
“숲에서 이상 반응 확인! 결계가 흔들립니다!”
“색적 결과 나왔습니다! 마나 보유량 상승 중······ A급입니다!”
관측마법사의 비명을 들으며 마일스는 눈을 감았다.
“젠장 ······.”
학생들이 숲으로 들어간 지도 꽤나 시간이 흐른 지금, 복귀한 학생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복귀하지 못한 학생들이 문제다.
“······뭔 놈의 A급 몬스터가 아카데미에 있어!”
신경질적으로 소리친 마일스의 눈을 누구도 마주치지 못했다.
“후······. 안전 요원 전부는 A급을 목표로 타격한다. 최우선은 학생들의 안전. 필요하다면 목숨으로 시간을 벌어!”
“······알겠습니다.”
비정한 명령이었지만 반박하는 자들은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경비 기사단이 무장을 갖추고, 시약을 점검하는 마법사들과 기도를 올리기 시작하는 신관들을 보면서 마일스도 허리춤의 검을 움켜쥐었다.
숲의 곳곳에서 신호탄이 솟아올랐다.
명령을 수령했다는 신호였지만, 그 누구도 안색을 풀지 못했다.
A급 몬스터는 익스퍼트 최상급으로도 시간벌이 정도밖에 못하는 존재다.
최소 마스터나 그에 준하는 무력을 가진 강자가 와야 살상이 가능한데, 현재 대외적으로 알려진 아카데미의 강자는 총장인 부르바스 정도.
최우선으로 연락을 넣었지만 언제 도달할지 알 수 없는 지금, 이들의 목숨으로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결계 압축 가능한가?”
“포인트를 특정하겠습니다.”
빠른 대답에 마일스는 앞에 도열한 기사들과 마법사, 신관들을 향해 말했다.
“좋아. 일단 목표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녀석을 몰아넣고 숲의 결계를 압축해서 이동을 제한시킨다. 질문 있나?”
쿵!
기사들이 말없이 발을 굴렀고, 마법사들과 신관들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럼 가자!”
마일스의 외침과 함께 선두의 기사단이 숲으로 뛰어들었고, 뒤를 이어 마법사와 신관이 따라 붙었다.
“······이번 임무는 변수가 너무 많아.”
조용히 중얼거린 마일스의 목소리가 소란 속에 묻혀 버렸다.
* * *
“히익!”
콜레트가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고, 일행의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
피어.
끝없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몬스터의 피어를 이들은 저항해 낸 것이다.
“······아렌에게 감사해야겠군.”
창백한 안색으로 비틀거리며 네이던이 말하자, 몸을 떠는 와중에서도 트리안과 레티시아는 실소를 지었다.
간간히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아렌의 곁에 있다 보니 어지간한 공포심에는 면역이 생겨 버린 것인데, 이것을 순수하게 좋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누님.”
이를 악문 코린이 콜레트를 부축해 등에 업었다.
암살자 수업을 받은 코린 역시 정신적인 고통에 저항하는 훈련을 받았고,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었다.
“마인드 리프레시.”
레티시아의 주문이 일행에게 쏟아졌고, 어느 정도 공포심을 벗겨낸 일행이 급하게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때였다.
콰지직!
“으아아악!”
“파이어 스피어!”
“학생들은 피해라!”
쿠르릉!
그다지 멀지 않은 숲의 저편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크게 놀란 일행이 재빠르게 다리를 놀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무를 부러뜨리며 일행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헙!”
트리안이 팔을 크게 벌리고, 다리에 힘을 주며 인연을 받아냈다.
쾅!
“크흡!”
어찌나 세게 날아온 것인지,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이 트리안을 덮쳤고, 콜레트가 다급하게 손을 모으며 빛을 발했다.
“······으으으으.”
치료의 빛이 효과를 발한 것인지 트리안의 품속에 안긴 사람이 신음을 흘렸고,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곳저곳이 뒤틀려 버린 사지와 함몰된 한쪽 머리를 보면, 부셔진 갑옷 파편이 일으키고 있는 출혈은 경상으로 보일 정도다.
우연이겠지만 시기적절하게 들어간 콜레트의 치유가 기사의 숨을 겨우 붙여 놓고 있었다.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빠져나가자.”
네이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를 들쳐 맨 트리안과 콜레트를 업은 코린, 레티시아가 숲으로 몸을 던졌다.
“이 빌어먹을 아카데미!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뒤따라가는 네이던의 귀에 귀족 영애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쌍욕이 들려왔지만, 네이던은 탓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기꺼이 동참하지.”
그런 그들의 귓가에 계속되는 전투 소리가 들렸지만, 외면했다.
학생들은 피하라는 외침.
그 외침에 따라 다급히 길을 개척하는 그들의 머리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해를 가리며 그들을 뛰어넘었다.
쿠쿵!
“멈춰요!”
선두로 달려다가던 코린이 급히 발을 멈췄고, 나머지 일행도 다급하게 속도를 줄였다.
“크르르르르······!”
오금을 저리게 하는 위협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 * *
우지직!
간단한 발놀림이었을 뿐인데, 하늘을 가릴 듯 솟아 있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갔다.
“······빌어먹을.”
트리안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일행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전체적인 외형은 트롤을 닮았다.
근육이 들어찬 몸과 과하게 튀어나온 아랫배, 혐오감이 느껴지는 피부와 귀밑까지 찢어진 입, 매부리코까지.
하지만 3미터를 넘어서 5미터는 되어 보이는 키와 덩치, 결정적으로 온몸에 넘실거리는 검은 기운인 절대로 일반적인 트롤이 아니었다.
“······악마석!”
그런 트롤의 명치에서 검은 기운을 쉴 새 없이 내뿜고 있는 검붉은 보석을 본 콜레트가 비명을 질렀다.
“악마석이라고?!”
“······확실한가요?”
네이던과 레티시아의 말에 콜레트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외계의 기운을 담고 있어서 생물은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해를 가하고 이상 현상을 일으켜 오염시켜 버린다는 흉물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물러서라! 기운에 닿으면 안 돼!”
네이던의 외침에 코린과 트리안이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그런 둘의 움직임에 반응한 검은 트롤이 시선을 돌렸다.
“윽!”
단순히 시선을 맞은 것뿐인데도 느껴지는 공포감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빛이여!”
그 순간 콜레트가 두 눈을 부릅뜨며 큰 소리로 외치니, 장엄한 빛 무리가 일어나 일행을 감쌌다.
“마를 마주하고 물러설 수는 없어요!”
외계의 기운에 가장 극렬하게 반응하는 것이 신관들이다.
코린의 등에 업혀서 덜덜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대항 의지를 불태우는 콜레트의 모습에 일행도 전의를 가다듬었다.
“오러로 몸을 보호해라. 저 기운은 닿기만 해도 침투해 들어오려고 할 거다.”
네이던의 말에 트리안과 코린의 몸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전격마법과 화염마법 위주로 가야겠군요.”
이를 악문 레티시아가 각오를 다졌다.
“광역 정화를 준비할게요!”
코린의 등에서 내린 콜레트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피하지 못할 것을 확신한 일행의 전의가 끓어올랐고, 외계의 존재를 맞이한 콜레트에게 신의 시선이 닿았는지 성광이 부풀어 올랐다.
“······진짜로 가만 안 둘 거야.”
레티시아의 중얼거림과 함께 성광을 목격한 검은 트롤이 커다란 입을 열고 괴성을 내질렀다.
“쿠워워워워억!”
강렬한 공포감이 일행을 덮쳤지만, 모두들 이를 악물고 목숨을 걸 각오를 마친 그 순간.
뻥!
“카아아악!”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검은 트롤의 몸이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에?”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검은 트롤의 모습에 코린의 표정이 멍해졌고, 그것은 일행도 다르지 않았다.
모두의 고개가 검은 트롤이 날아가 버려 뻥 뚫려버린 숲 쪽으로 향할 때였다.
“튼튼한 놈이군.”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아렌이 느릿하게 숲을 헤치며 걸어 나왔다.
* * *
“아렌 공자님!”
느릿하게 걸어오는 아렌의 모습을 발견한 레티시아가 구세주를 발견한 표정으로 달려오려 했지만, 아렌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저지했다.
“기묘하기도 하고.”
“크어어어어!”
우지지지직!
아렌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는 듯이 뻥 뚫린 숲의 저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달려들었다.
동시에 붉게 빛나기 시작한 아렌의 오른손이 허공을 내리그었다.
콰자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