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62
062화
학생들에게 기숙사의 자율권을 맡기고 운영하고 있지만, 아카데미의 규모는 크다.
당연히 아카데미의 관리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경비단, 기사단, 감찰단, 사무행정을 전담하는 관리들, 거기에 마탑의 지부와 신전까지 들어와 있는 아카데미의 조직은 어지간한 대영지를 능가할 규모.
심지어는 외부와의 소통을 전담하는 외교부서까지 있으니 이정도면 작은 국가의 행정체계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 아카데미의 행정 시스템이 풀가동되고 있었다.
“제국 몬스터 등급표 가져와!”
“남쪽 지방 영지와는 미리 이야기를 해 놔야 합니다.”
“서류 다시 써와! 빠진 게 한두 개가 아니잖아!”
중앙 건물에 위치한 사무청에서는 고함과 함께 서류더미들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이 원인은 총장인 부르바스의 갑작스런 발표 때문이었으니, 사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부르바스를 원망하면서 열심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런 아비규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베네프트는 우아하게 차를 들어 한 모금 넘겼다.
“조금 급하셨습니다.”
아직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정돈된 차림의 베네프트가 부르바스를 향해 말했다.
“어쩔 수 없었네.”
높은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버린 사무요원들을 바라보던 부르바스가 답했다.
“석연치 않은 사고도 있고, 공안도 들어왔지. 돌아가는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어. 그럴 바에는 아예 학생들을 외부로 돌려서 안전을 챙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네.”
주변의 누구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결정지은 부르바스의 결정에는 나름의 고심이 있었다.
“이걸 보게나.”
부르바스가 서류를 내밀었고, 잠시 살피던 베네프트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초인 양성과 강화에 대한 연구 ······. 이거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그래. 주제 자체는 별다를 게 없지. 제국은 전쟁 중이니까.”
최근에는 잠잠하다지만, 현 황제는 끝없는 정복전쟁으로 지금의 제국을 이룩한 이였고, 제국은 종전을 선언한 적이 없다.
지금도 국경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제국에서 전력 강화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베네프트가 놀란 것은 그런 점이 아니었다.
“······ 이건 인체 실험이군요. 거기에 아카데미 학생들을 사용한.”
전쟁 중인 나라가 선을 넘는 경우는 왕왕 있는 일이고, 베네프트는 그런 점까지 걸고넘어질 정도로 도덕적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전쟁포로나 노예, 하다못해 평민도 아니고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체실험 계획은 도덕적인 잣대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 일이다.
꼬투리를 잡고 판을 키운다면 내전까지 가능할 정도라는 생각에 베네프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파견된 겁니다.”
사무실 구석에 앉아있던 공안6과장 루드비히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특징 없는 얼굴과 체구지만 기묘한 힘이 있는 목소리에 두 명의 시선이 모였다.
“갑작스럽지만 총장님의 결단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외부로 보내면 조사하는 일이 한층 편해지겠지요.”
얼굴을 굳히는 둘을 보며 루드비히가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에 ‘시설’도 돌아볼 생각이니 지원 부탁드립니다.”
베네프트가 침음을 흘렸다.
“시설을 말입니까 ······.”
“······ 확실히 좋은 기회라는 것은 부정 못하겠군.”
부르바스의 말을 마지막으로 침묵이 흘렀다.
시설.
아카데미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밀이라고 하면 시설의 존재다.
황제의 가장 큰 비밀 중의 하나이며, 아카데미가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 원인.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은 부르바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
헌데 그 순간.
드드드드등!
바닥에서부터 커다란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동시에 부르바스의 손목에 찬 팔찌가 위협적인 붉은 빛을 발함과 동시에 격렬한 경고음을 발했다.
“총장님!”
그 모습을 본 베네프트가 대경실색하여 비명을 외쳤고, 감정이란 것이 없어 보이는 루드비히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 말이 씨가 됐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셋이 급하게 문을 열었다.
* * *
트리안의 탄식과 함께 숲을 벗어난 일행은 곧바로 중앙 건물로 향했다.
“이런 건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네이던의 단호한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일행 모두가 공감하고 있던 바였다.
상대는 교수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모임이다.
세상사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깔끔하겠지만, 사람끼리 모여 사는 사회는 룰이라는 것이 있고, 세상 전체와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이 룰을 지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명분.
제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명분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일행의 의견이었고, 아렌이 군소리 없이 일행의 뒤를 따르는 이유였다.
레티시아가 서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피해자가 다섯 개의 가문에서 나왔지요.”
밀드레드의 마리오네트에 당한 일행과 엘레나를 포함하면 다섯 개의 귀족가문이 연루되었다.
코린은 평민신분인지라 이번 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증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모임에 속한 사람들이 그 기술에 당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있었다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기절해 있는 사이에 신체를 강제로 제어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는 레티시아의 말에 도리안이 감탄했다.
“서든 영애의 말 대로야. 시간을 주면 어떻게든 수를 쓰겠지.”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가문이 생각난 도리안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던 사이 어느덧 중앙 건물의 앞에 도달한 일행이 비장한 얼굴로 건물내부로 들어서려던 때였다.
드드드드등!
“헛!”
“지진인가요?!”
갑자기 울리기 시작한 대지의 진동에 모두가 몸을 바로 잡는 사이 아렌의 시선은 저 멀리 그들이 떠나온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막아라!”
“기관이 작동을 안 합니다!”
“상위 가디언들 긴급 호출해!”
인공적인 손길이 닿아있고, 각종 기관과 마법진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거대한 공동 내부는 온통 붉은 빛이 점멸하며 상황의 위급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공동의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구멍을 중심으로 수많은 마법사와 기사들이 얼굴을 굳히며 전의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봉인은?”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 마법사가 외쳤지만 들려오는 것은 그가 원한 대답이 아니었다.
“······ 작동하지 않습니다!”
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원 2급 권한 허용한다! 모두들 확실히 각오해!”
중년인의 외침에 마법사와 기사들의 표정이 달라지며 형형색색의 빛이 떠올랐다.
아카데미 전체에 펼쳐진 마법진의 서포트를 받을 수 있는 가디언의 권한을 해방한 그들의 전력은 족히 두 배 이상 강해졌지만,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구멍에서 검붉은 빛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무시무시한 힘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옵니다!”
“전원 요격 준비!”
마법사들이 주문을 완성하고, 기사들의 전신에서 오러가 일렁이던 그때, 구덩이에서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크하하하하하하!”
심령을 자극하는 웃음소리에 공동안의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지만, 중년 마법사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요격!”
쿠르르릉!
살의가 가득담긴 마법이 집중되고, 오러를 철갑처럼 두른 기사들이 돌격했다.
그 강대한 기세와 돌격에 모두의 안색이 조금 밝아지려고 할 무렵.
콰콰쾅!
“크아아악!”
“커어억!”
한 점으로 돌격했던 기사들이 모두 튕겨 나왔고, 강제로 마법을 파훼당한 마법사들이 입에서 피를 토했다.
구우웅!
이어서 일어난 충격파에 공동안의 모두가 휘말려들었고, 잠시 후 공동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 어림없다.”
오직 중년 마법사만이 온 몸을 떨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 순간 커다란 발이 마법사의 허리를 밟아버렸다.
콰직!
“으아악!”
척추가 부러지고 골반이 분쇄되는 고통에 터져 나온 비명을 가만히 듣던 괴인이 이내 다른 발을 들더니 마법사의 머리를 밟았다.
콰드득!
마치 수박처럼 너무도 쉽게 중년인의 머리가 으깨져 버렸고, 공동 안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좋군.”
크게 숨을 들이마신 괴인이 흉악한 미소를 떠올렸다.
봉두난발에 커다란 덩치, 온 몸을 휘감고 도는 검은색 기운이 불길하기 짝이 없는 괴인의 양 손목과 발목에는 푸른빛을 발하는 링이 수갑처럼 매달려 있었다.
“쯧.”
자신의 수갑을 잠시 본 괴인이 표정을 살짝 구기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위협적인 붉은빛이 점멸하는 공동 내부를 잠시 살펴본 괴인이 차갑게 웃더니만 이내 무릎을 굽혔다.
괴인의 몸을 감싼 검은색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허벅지가 커다랗게 부풀었다.
“크흐흣!”
쾅!
괴인의 몸이 포탄처럼 천장을 향해 튀어나갔고, 단단하기 그지없는 지반을 괴인의 몸이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콰콰쾅!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반을 거침없이 뚫고 들어간 괴인의 몸이 어느새 지상에 닿았고, 크게 뛰어오른 괴인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청량하구나!”
크게 심호흡한 괴인이 지상의 공기를 마시며 기쁨을 토했고, 아카데미의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났으며 아카데미는 순식간에 불길과 파괴에 휩싸여 들었다.
* * *
흔히 초인이라 하면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로 표현되고는 하지만, 이런 위대한 경지를 넘어서 인물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역사서에 기록되는 전설적인 영웅부터, 세상과 등지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당연하지만 희대의 악당도 있었다.
개인이 군단과 대등한 자들.
하나만 나타나더라도 전장에서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이런 초인들을 황제는 제어하기를 원했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국의 각지에서 회유와 협박, 혹은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제국의 손에 사로잡힌 초인들을 황제는 두 곳에 나눠서 수감했다.
한 곳은 폴터스트 해저 감옥.
심해 깊은 곳에 위치해서 탈출은 꿈도 못 꾸는 악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이 아카데미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요르테미스 감옥, 통칭 시설이었다.
아카데미에 계속 시설이 중축되고, 과도한 전력이 모여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고, 아카데미 교수들의 권위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였다.
학생들을 수학시키는 일이 양지의 일이라면 음지에서 교수들은 간수의 일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특이한 힘과 황제의 권위도 발 아래로 보는 초인들을 황제는 쉽게 용서하지 않았다.
인체실험과 연구를 통해서 이들이 지닌 힘의 비밀을 캐내고 싶어 했고, 석학과 연구진들이 모여 있는 아카데미는 최고의 선택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중간한 힘을 가진 자들이 실험에 의해서 하나둘씩 죽어간 지금, 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자들의 수는 일곱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하나하나가 대륙을 오시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일곱이 동시에 시설에서 탈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