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26
제126화
라울의 본성인 칼립스 영지 회의실.
필립과 버나드를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정보팀장 케인이 브리핑 중이었다.
“…이상 세 개의 영지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회의실 전면에 부착된 지도에 케인이 보고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라울의 위성 영지 세 곳. 그리고 그에 인접한 남작령 세 곳이 마킹되었다.
“이건… 너무 노골적인데요?”
버나드가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게이트 사태 이후 겨우 병력을 수습해 본성을 건사하기 급급했던 남작령 세 곳.
그런데 어느 순간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영지 경계까지 관도를 확보한 모습을 정찰병들이 목격했다.
그리고 그 병력들의 선두엔 도저히 남작가의 기사단이라고 보기 힘든 수십 명 단위의 기사단이 앞장서고 있었다고.
“어느 가문 출신 기사단인지는 알 수 없었나?”
필립의 물음에 케인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기사들의 갑옷과 무기, 마구까지 그 어느 곳에도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체불명의 기사단이라….”
“혹시 놈들이 시비를 걸거나 영지 경계를 넘지는 않았는가?”
“이쪽 정찰병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회군했다고 합니다.”
이제 슬슬 영지의 안전을 확보한 가문들이 외부로 눈을 돌릴 시간이 되기는 했다.
아마도 라울처럼 어떤 대가를 받고 기사단을 파견하거나 병사를 빌려주는 일들이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영지를 빼앗는 경우도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가문을 숨기고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사들은 스스로의 소속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가문의 표식을 숨겼다?
뭔가 구린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라울이 새로 얻은 영지들 바로 옆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건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일개 남작령이 수십 명의 기사를 동원한다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배후에 있거나 협력자가 있겠죠.”
버나드의 말에 라울이 고개를 끄덕이곤 케인에게 물었다.
“혹시 특이한 움직임을 보인 명문가나 세력이 있는가?”
“일단 명문 무가 중에 템플턴 공작가와 그리어 후작가는 조용합니다. 원래 정치적인 행보가 거의 없는 가문들이니까요. 맥닐 후작가의 경우 우리 애쉬튼 백작가를 제외하면 가장 빨리 혼란을 수습했습니다. 마스터인 클리포드 드 맥닐 후작님이 직접 움직였다는 얘기도 있고, 미리 대비한 것 같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맥닐 후작가라.”
라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언젠가 정리하긴 해야 되는데….’
사실 애쉬튼 백작가 입장에서 눈엣 가시 같은 가문은 랜달 백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며 문제를 일으키곤 하니까.
하지만 루벤왕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곳은 맥닐 후작가였다.
‘맥닐 후작가는 왕국의 배신자였으니까.’
전생에 제국 침공이후 루벤왕국은 템플턴 공작가를 중심으로 뭉쳐 제국에 저항했다.
하지만 합류를 거부하고 제국 측에 붙어먹은 가문이 있었으니, 바로 맥닐 후작가였다.
다행히 후작가의 내부 고발자 때문에 뒤통수를 맞지는 않았지만, 전력의 공백은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후작가가 언제부터 제국에 포섭되었는가 하는 점이지. 아직 접촉 전이라면 최대한 이쪽으로 회유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썩어서 고름이 되기 전에 도려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제국 침공까지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케인의 정보원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 조만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해서 의심이 가는 가문은 맥닐 후작가, 랜달 백작가입니다. 그리고 마스터가 말씀하신 제이든 자작 쪽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그래. 큰아버지는 지금 뭘 하고 계신가?”
“게이트 사태 이후 잠시 모습을 감췄던 제이든 자작은 얼마 전 다시 수도로 돌아온 듯합니다. 같은 계파의 혈족들과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데 아무래도 이번 영지 건과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단은 감시를 더 강화하도록 하고, 특별한 정보가 들어온다면 바로 보고하도록 해.”
지금까지의 정보로 봤을 때, 주변 영지에 출몰한 기사단의 정체는 저들 중 하나일 것 같았다.
노림수가 무언지도 대충은 짐작이 갔기에 라울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일단은 이쪽부터 슬슬 건드려 볼 생각인 모양인데, 글쎄. 너희들 생각대로 될까?’
그들이 라울과 퍼스트 길드에 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7개월 전 수도에서 활동했던 시절의 것들.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뭐가 바뀌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플레이어의 시간은 NPC의 시간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아직 저들은 모르고 있었다.
“필립. 당분간 기사단은 비상 경계 체재로 들어간다.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포탈을 탈 수 있도록 전 기사단은 도시 내에서 대기할 것.”
“네, 마스터!”
“제이크. 여태까지 기사단이 맡았던 게이트 관리 및 토벌 임무는 길드 직속병력으로 이관한다. 기마대 전환은 어느 정도 완료되었지?”
“현재 길드 직속 병력 3,000명 중 2,500명까지 기마병 전환을 마친 상태입니다. 나머지 병력도 전마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당장이라도 전력화할 수 있습니다.”
제이크의 말에 버나드가 말을 이었다.
“전마는 이달 말까지 천 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목장 운영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마를 수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아. 우리 병력 운용의 핵심은 다름 아닌 기동성 확보다. 기마대 편제가 완료되면 영지병들도 전원 기마대 전환을 목표로 훈련을 이어가도록.”
“네, 마스터!”
라울이 회의에 참석한 부하들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본가와 우리를 향한 적대 세력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마도 우리를 만만한 먹잇감으로 생각한 모양이지만 과연 그러한가?”
“아닙니다!”
“놈들은 자신들이 사냥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자신들의 상대가 누군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이들이지. 그런 멍청이들은 어떻게 해줘야 할까?”
“본때를 보여줍시다!”
“정신이 번쩍 들도록 두들겨 패야죠!”
“분수도 모르고 덤벼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
모두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적대 세력을 박살내고 퍼스트 길드와 애쉬튼 백작가의 힘을 세상에 떨쳐 보이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국을 우리가 주도한다! 모두 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맡겨주십시오!”
모두가 의기투합한 가운데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라울은 자리를 떠나려는 버나드를 불러 특별히 말을 전했다.
“한동안 수도에 가있어야 할 것 같아. 혹시라도 내게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전에 말했던 대로 나키아를 최대한 빠르게 본가로 데리고 가도록 해. 만약 병력을 동원해야 한다면 필립 경의 도움을 받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만약의 경우엔 마스터의 지시대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본가에서 명령 혹은 협조 요청이 온다고 해도 딜런 형님의 지시가 아니라면 무시해. 책임은 내가 진다.”
아직 본가의 인원 중 배신자나 협조자의 정체를 완전히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틀어지긴 했지만 아마도 놈들의 노림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 분명 아버지를 먼저 노리겠지.’
아버지인 멜빈 백작이 건재한 상태에서 뭔가를 시도한다면 정말 멍청이들이었다.
멜빈 백작의 장악력과 지배력은 확고했다. 불만 세력이든 잠재적인 배신자든 백작이 멀쩡한 상태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 상황 파악도 못하는 상대라면 라울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고.
‘아무래도 그럴 리는 없겠지.’
애초에 백작을 노리는 음모를 사전에 분쇄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 문제에 한해서는 라울에게도 방법이 없었다.
전생에서도 치료법은 찾아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기회일 수도 있고.’
본가에 숨어 있는 위험 요소를 놔둔채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
병원균은 초기에 제거해야지, 발병하고 난 뒤 치료하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라울은 이번 기회에 그런 위험 요소를 모두 정리해 버릴 생각이었다.
일단 기본적인 대비는 해 두었으니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미뤄뒀던 일을 먼저 해결해야지.’
* * *
루벤 왕국의 수도 투리엄.
게이트 사태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제 서서히 수습이 되어가는 모습이었다.
무너졌던 건물들은 다시 세워지고 있었고, 주민들도 잃어버린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한동안 성 안에 머물던 중앙군 병력은 수도 주변의 몬스터를 토벌하고 마을을 되찾기 위해 원정을 떠났고, 용병들은 영주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고용되어 지방으로 향했다.
수도 내에 머물던 귀족과 기사들도 영지의 몬스터들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가 버리자, 수도는 그 어느 때보다 한산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퍼스트 길드 투리엄 지부’였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고개를 숙이며 라울을 맞이하는 이는 바로 지부장인 앨리어스였다.
그는 골든 베어 기사단의 수련기사 출신으로 초창기에 라울을 따라나선 6명의 수련기사 중 하나였다.
지금은 엑스퍼트 상급의 경지에 올라 명실상부 퍼스트 길드의 최고 간부 중 하나였다.
“오랜만이네, 앨리어스 경.”
“좀 더 자주 찾아주시지 그랬습니까.”
라울이 투리엄에 방문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그간 새로 얻은 영지와 플레이어 관련 일로 바쁘기도 했고, 딱히 수도에 볼일이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앨리어스 지부장이 일처리를 잘 해주는 바람에 올 일이 없었지 뭐.”
라울이 농담을 던지며 지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길게 이어진 담벼락 안으로 넓은 정원과 연병장, 커다란 본관 건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길드 지부로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랗고 고풍스러워 보이는 귀족 저택이었다.
이곳은 바로 게이트 사태 이후 왕실에서 내린 보상 중 하나였다.
제국 첩자인 플랭크 자작과 관련된 귀족들 중 하나의 저택으로, 라울이 인수한 뒤 리모델링한 곳이었다.
이곳 투리엄 지부에는 추가로 모집한 500명의 길드 병력과 20여명의 기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왕실의 요청으로 수도 주변 던전 중 몇 개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다른 귀족들이나 주민들의 의뢰를 받아 해결하는 활동도 겸하고 있었다.
저택의 회의실로 향하자 낯익은 몇 명의 기사와 모험가로 보이는 인물이 라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스터.”
기사들의 정체는 바로 라울의 아카데미 동기들이자, 퍼스트 기사단에 지원했던 이들이었다.
달튼은 자유 도시 미라로 가서 길드 아카데미를 관리하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수도에 남아 귀족들을 상대하는 일을 맡겼던 것이다.
아카데미 S클래스에 속했던 유망주들 답게 길드에 소속되어 시스템 보조를 받으니 그 성장 속도가 남달랐다.
소드 유저 상급에서 최상급 수준이었던 그들은 모두 엑스퍼트의 벽을 가볍게 넘어서며 중급의 경지를 노리고 있었다.
잠시 가벼운 대화로 그간의 회포를 푼 라울이 슬슬 이곳을 찾은 목적을 꺼내들었다.
“고대 던전의 출입구를 찾았다고 들었어.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그건 길잡이가 설명드릴 겁니다.”
그러자 처음 자기소개를 한 이후 여태까지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모험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그곳을 발견한 것은 일주일 정도 전이었습니다. 원래는 새로 생긴 게이트를…”
모험가가 고대 던전에 대해 설명하자 라울의 얼굴에 서서히 확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하네. 결국 찾아냈구나.’
라울이 그렇게 찾고자 했던 고대 던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