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경고]강제 퀘스트 지역입니다. 자격을 가지지 못한 자가 진입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추천 자격 : B랭크 이상 전투술, 숙련 중급 1LV이상. B랭크 이상 초능력, 숙련도 중급 1LV이상.
제이낙의 연무장에 발을 들여놓자 나타난 경고문.
라울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동상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뿌드득.
잠들어 있던 제이낙의 동상이 눈을 뜨고는 두 주먹에 오러를 불러일으키며 외쳤다.
“누가 나의 잠을… 음?”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는 라울의 모습을 묘한 눈초리로 바라본 그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신기한 녀석이구나. 초능력자이면서 제레미아의 인정을 받다니.”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창이 주무기더냐?”
“그냥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편입니다.”
라울의 담담한 대답에 제이낙이 피식 웃었다.
꾸드득.
그가 상체에 힘을 주자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꼭 큰형을 보는 듯하군.’
만약 키만 컸다면 애쉬튼 가문의 조상이 아닐까 생각했겠지만, 아쉽게도 제이낙은 근육질 몸매에 비해 키가 175cm 정도로 아담한 편이었다.
“일단 덤벼 보거라.”
“무기는 아무거나 써도 됩니까?”
“상관없다. 내 주먹 앞에선 모든 것이 평등하니까.”
뭔가 오글거리는 말투였지만, 그가 내뿜는 기세는 농담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양 않고….”
라울은 제이낙과 마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본적으로 기사들은 모든 무술을 골고루 배운다. 그리고 격투술은 가장 기본 중 하나.
전장에서 무기를 잃어버렸을 때, 최후의 수단은 결국 자신의 몸이었으니.
당연하지만 라울도 격투술엔 일가견이 있었다.
애쉬튼 가문의 무술 중에는 B+등급으로 책정된 가전 격투술도 포함되어 있기도 했고.
“클클, 패기가 좋구나. 후회하지 말거라.”
휘웅.
제이낙이 휘두른 주먹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라울은 피하지 않고 주먹을 마주 내질렀다.
꽈아앙!
도저히 주먹끼리 부딪쳤다고 믿을 수 없는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고, 둘은 반탄력에 두어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입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제이낙은 신이 난다는 듯 어깨를 돌리며 다시 덤벼들 태세였고, 라울은 생각보다 강한 반탄력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역시 전생에선 한참 봐준 거였구나.’
현재 라울은 엑스퍼트 상급의 육체에, 파워아머, 레그나토르, 광휘의 아우라, 염동력 강화술까지 동원한 상태.
솔직히 피지컬로 따지면 아무리 마스터급 동상이라고 해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동수를 이루는 데 그쳤으니.
생각도 잠시. 첫 주먹 교환은 인사였고,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쾅! 퍽!
둘의 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서로의 급소를 노렸다.
움직임이 얼마나 빨랐는지 가로세로 50m의 커다란 연무장이 좁아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났다.
팽팽한 것으로 보이던 대결은 어느 순간부터 균형이 기울더니 5분이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변해버렸다.
타타탓! 투쾅!
라울은 쏟아지는 주먹과 발차기, 팔꿈치의 연격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분명 파워아머를 착용 중인데도 불구하고 공격을 막아내는 팔 전체가 피멍이라도 든 것처럼 쑤셔왔다.
‘고급 격투술에 포함되어 있다는 침투경 같은 건가?’
파워아머의 외부에 아무런 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고, 방어 역장도 문제없이 발동 중인데 내부에 직접 타격이 전해졌다.
「직접 상대해보니 어떠냐?」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이래서야 막지 말고 무조건 피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대결이 성립할 수 없구요.」
「격투가들의 무서운 점이지. 침투경에 익숙한 격투가에게 근거리를 내주면 아무리 파워아머라 해도 타격이 없을 수 없다. 만약 다음에 비슷한 상대를 만나거든 방패로 공격을 흘려 내거나 아예 거리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카르데나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궁금한 점이 생겼다.
「격투 마스터들의 침투경 같은 기술이 검술에는 없습니까? 파워아머를 무력화할 수 있다면 그만큼 사기적인 기술도 없을 텐데요.」
「당연히 있긴 하지만, 쓸 일이 많지는 않을게다. 침투경은 마나를 아주 세밀히 조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육체를 사용하는 격투기에 비해 검술은 검이라는 매개체를 거치게 된다. 난이도가 훨씬 높단 얘기지. 그래서 검술로 침투경을 펼치려면 마스터의 경지가 필요하지.」
「아….」
거기까지만 들어도 충분했다.
마스터에 올라 ‘오러’를 사용하면 웬만한 하급 파워아머는 단번에 베어낼 수 있다. 굳이 침투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단 뜻이다.
어쨌든 라울은 밀려나는 중에도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이뤄가고 있었다.
파앙!
서로의 발차기가 교차하며 둘의 거리가 벌어졌다.
“흠. 이 정도면 충분하군. 일반적인 대련은 여기까지 하지.”
제이낙의 말에 라울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완벽하게 따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아쉬움을 털어냈다.
“기본기는 봤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네 녀석의 초능력만으로 나와의 대결에서 버틴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마. 도전하겠느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연무장에 들어왔기 때문인지, 제이낙은 라울에게 선택권을 주며 시종일관 호의적인 태도였다.
당연히 라울은 도전을 선택했고, 그의 목표는 단순히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아주 깜짝 놀라게 해주지.’
전생에선 겨우 중급 3레벨의 염동력으로도 5분을 버텨냈는데, 지금은 그때와 수준이 달랐다.
촤르륵! 휘우웅.
“……!”
라울의 인벤토리에서 백여 개의 비도가 쏟아져 나와 그의 몸 주변을 회전하며 비행했고, 양손검인 바스타드 소드, 한손검 롱소드, 3m 길이의 창이 라울의 눈앞에 나타나 제이낙을 향해 날을 들이밀었다.
표정이 없는 제이낙의 동상이었지만, 조금 놀랐는지 주먹이 움찔하는 것을 느꼈다.
마스터급 염동술사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무기들을 동시에 다룰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이가 없군. 분명 중급 수준의 초능력이라고 느껴지는데 이것 참. 하지만 숫자만 많다고 다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준비되었으면 시작할까?”
“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라울이 대답하자 제이낙 또한 그가 숨겨두었던 자신의 초능력을 발동했다.
화르륵.
그의 몸에서 불길이 이글거리기 시작했고, 두 주먹은 푸른색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파앗, 꾸득.
제이낙이 바닥을 박차자 연무장 바닥에 그의 족적이 찍히며 마치 순간이동을 하듯 그의 신형이 라울의 바로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여전하군.’
라울은 전혀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제이낙을 차분하게 바라봤다.
제이낙의 초능력은 두 가지.
화염을 다루는 화염술과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방어력을 높이는 신체강화술이었다.
거기에 마스터급 격투술까지 합쳐지니 얼마나 위력적이겠는가?
꽈르릉!
달려오며 휘두른 제이낙의 화염 주먹이 대기를 불태우며 라울의 상반신을 뒤덮을 만큼 부풀어 올랐다.
핏.
하지만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위력적인 공격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울은 순간 회피기인 플리커(B)를 사용해 연무장 상공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아 있던 100개의 비도와 세 개의 주무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쒜애액.
마치 벌떼처럼 무리를 지은 100개의 비도가 제이낙의 사방을 둘러싸고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그의 온몸을 노렸다.
바스타드 소드는 애쉬튼가 검술인 [베어 크러쉬]의 경로를 따라 파괴적인 베기를 이어갔고.
롱소드는 카르데나스의 [인피니티 소드]를 펼치며 끊임없는 연격으로 제이낙의 빈틈을 공략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는 장창이 [퓨리 웨이브]의 각종 기술을 시전하며 제이낙을 찔러 들어갔다.
쾅! 쩌정! 투다다닥!
제이낙의 움직임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백 개가 넘는 비도와 세 개의 무기가 동시에 공격하고 있음에도 물러섬 없이 맞받아치고 있었으니.
‘과연, 일반적인 공격으론 빈틈을 만들어낼 수 없단 말이지.’
연무장 50m 상공에서 염동력으로 몸을 띄운 채 아래를 내려다보며 라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낙의 말처럼 숫자만 가지고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 힘 좀 써볼까?’
라울이 정신을 집중하고 영력을 끌어올리자, 비도와 무기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이윽고 각각의 무기들에서 날카로운 황금빛 마나 블레이드가 삐져나왔다.
우우웅.
엄청난 에너지가 단번에 흘러나오자 대기가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핏! 푸슉! 지직!
제이낙의 주먹에 힘없이 튕겨 나가던 무기들에 마나가 실리자 전황이 급변했다.
제이낙이 무기를 쳐낼 때마다 반탄력에 중심이 살짝 씩 흔들렸고, 그건 빈틈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비도와 무기들이 제이낙 동상의 몸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고, 동상에 곳곳에서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자국이 새겨졌다.
“우하하하! 좋구나! 이런 피 말리는 혈투라니!”
피도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는 동상이었지만, 제이낙은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의 두 주먹에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는 오러가 맺혔다.
팅! 펑!
그의 주먹에 부딪친 무기들은 마나 블레이드가 깨져나가며 몇 미터 밖으로 힘없이 튕겨 나갔다.
라울이 재빨리 다시 힘을 불어넣어 전장에 투입했지만, 아까처럼 제이낙을 몰아붙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빈틈이 생기자 제이낙이 공중의 라울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자.
화르르륵!
마치 불타오르는 용처럼 붉은 화염에 휩싸인 플라잉 오러가 긴 궤적을 그리며 라울을 향해 날아들었다.
“읏.”
여유만만하게 있던 라울이 덮쳐오는 열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염동력 발판을 밟으며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피했다고 생각한 화염 오러는 유도탄이라도 되는 듯 도망치는 라울의 뒤를 쫓아왔다.
그리고 뒤이어 또 다른 화염 오러가 라울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칫. 어쩔 수 없나?’
라울이 스무 자루 정도의 비도를 따로 빼돌려 몸 앞에 배치하는 동시에 눈동자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화염 오러를 바라봤다.
이글거리는 오러의 중심에 유난히 탄탄하게 뭉친 마나 결집체가 보였다.
“가랏!”
라울의 황금빛 마나를 머금은 열 자루의 비도가 한 무리의 새처럼 대열을 이뤄 화염 오러를 향해 날아갔다.
펑! 퍼벙!
비도들은 차례대로 오러의 핵을 향해 부딪쳐갔고, 마지막 열 번째 비도가 빛을 잃고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화염 오러도 소멸했다.
‘하나 더!’
같은 방식으로 날아오는 화염 오러를 처리한 라울의 등골이 갑자기 서늘해졌다.
푸화학!
반사적으로 플리커를 통해 자리를 옮겼고, 파워아머 위에 옮겨 붙은 불꽃이 타닥거리고 있었다.
쿵.
“쳇, 그것마저 피하다니.”
어느새 허공까지 뛰어올랐다가 떨어져 내린 제이낙이 혀를 찼다.
라울이 오러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살짝 팔린 사이에 직접 그를 노렸던 것이다.
쉬이익!
다시 무기들이 제이낙을 향하는 순간, 그가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만. 내가 졌다.”
그리고 제이낙의 불꽃과 마나가 순식간에 쪼그라들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라울은 불꽃을 털어내곤 제이낙의 앞에 내려서며 물었다.
“어째서 그만두시는 겁니까? 솔직히 이대로라면 제가 밀렸을 텐데요.”
“나도 그러고 싶다만, 시간 초과다. 그리고 너는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니, 더 이상의 대결은 필요 없다.”
“아….”
전투에 몰입해 이것이 평가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제이낙 본인이 아니라 그저 동상이란 사실도.
결과적으론 제이낙 동상이 패배를 인정했기에 라울의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라울의 표정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조금 더 대결이 이어졌다면 내가 졌을 거야.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뛰어난 초능력자 후배를 만나게 되어 만족스럽구나. 그 염동력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우리의 연은 여기까지. 이게 너의 앞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제이낙 동상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둥그런 구슬 하나가 빠져나왔다.
라울은 구슬을 받아들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째서…? 히든퀘스트 보상은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나?’
라울의 손 위에 놓인 투박한 구슬. 그건 전생에 그가 받았던 것보다 세 배는 커다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