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우와. 수도의 저택 못지않은데요?”
조쉬가 입을 헤 벌리고는 화려한 응접실의 모습에 감탄했다.
두 고대 마스터의 시험을 끝낸 라울 일행은 연무장 뒤편에 있던 거대 저택 내부에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저택이었지만, 먼지 하나 없이 잘 관리되어 있었고, 지금과는 다른 고대의 양식으로 치장되어 있어 한결 고풍스런 느낌이 들었다.
“고생했으니 잠시 쉬도록 하지. 길드 통신으로 연락할 테니 그때까지 각자 방에서 편하게 쉬도록 해.”
“네, 마스터. 고생하셨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조쉬와 켄은 적당한 크기의 방을 찾아 자리를 떠났고, 라울은 혼자 남아 대결을 통해 얻은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제이낙의 시험을 통과하자 제레미아와 비슷한 보상을 얻었다.
[저택창고열쇠B], [칭호 – 제이낙의 인정을 받은 자(S)], 50000플레이어 코인, 대량의 경험치.던전에 들어왔을 때 라울의 레벨은 84였는데, 영체 몬스터를 잡고 두 마스터의 시험을 통과한 지금 88레벨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빨리 오를 줄이야…. 이 맛에 고대 던전을 깨는 거지.’
확실히 일반적인 사냥보다는 고랭크 퀘스트를 깨는 것이 레벨업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칭호 확인.」
[칭호 – 제이낙의 인정을 받은 자]등급 : S
효과 : 격투, 초능력 관련 스킬의 위력, 스킬 숙련도 상승치+20%.
‘좋네.’
이로써 두 개의 칭호 효과로 창술, 격투술과 초능력까지 버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주력인 검술 쪽 버프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 또 얻으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시험 도중 [제이낙의 격투술(A+)]도 카피캣으로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비록 몸으로 체득하진 못해서 숙련도는 초급 6LV 수준이었지만, 숙련도야 올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제 남은 것은….’
라울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두 개의 물건을 내려다봤다.
하나는 대결이 끝나고 제이낙에게 받은 투박한 구슬이었고, 다른 하나는 붉은색으로 빛나는 영롱한 보석이었다.
라울은 먼저 제이낙에게 받은 투박한 구슬을 손에 쥐었다.
[제이낙의 영단]등급 : S
효과 : 섭취자의 초능력 일부를 강화시키거나 제이낙의 초능력을 배울 수 있다.
설명 : 제이낙이 후인을 위해 남겨놓은 특별한 영단이다. 섭취자의 선택에 따라 특별한 힘을 부여받을 수 있다.
‘S등급이라니!’
전생에 그가 얻은 것은 B등급의 영단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이 던전을 들렀던 이들은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모두 C등급 이하의 영단을 제공받았을 뿐이기에 최초 보상은 무조건 B등급 영단이라고 생각했다.
B등급 영단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했고, 그걸 바탕으로 최고 랭커 자리를 누렸는데 과연 S등급 영단은 얼마나 대단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라울이 마음을 다잡고는 영단을 입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S등급 영단인 [제이낙의 영단]을 섭취하셨습니다.
-영단의 효과가 온몸으로 퍼져나갑니다. 플레이어의 초능력을 스캔중입니다.
-칭호 [제이낙의 인정을 받은 자(S)]를 발견했습니다. 효과가 중첩되어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적성에 맞는 성장 효과를 표시합니다. 두 가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두 가지! 이게 웬 횡재냐?’
라울의 얼굴에 함박 미소가 맺혔다.
초능력 관련 퀘스트나 성장법은 다른 전투 직군에 비해 한정되어 있었다.
이런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는데 보상이 두 배라니. 라울의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라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선택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1)제이낙의 초능력 [화염술(A+)]을 배운다.
2)제이낙의 초능력 [제이낙의 신체강화술(A+)]을 배운다.
3)염동력의 [파워] 성장 – 염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총량을 10배로 늘린다.
4)염동력의 [컨트롤] 성장 – 한 번에 조종할 수 있는 물체의 개수를 10배 증가시킨다.
5)염동력의 [범위] 성장 – 감지 범위와 영력 투사 범위를 2배 늘린다.
6)플리커의 성장 – B등급 플리커를 A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미친 거 아니야?”
라울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고 현기증이 났다.
‘여, 여기서 고르라고?’
S랭크 영단이기에 기대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생의 B랭크 영단에서는 염동력에 드는 영력 소모를 50% 줄이는 옵션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염동력의 위력이 몇 배는 상승했었는데, 저 옵션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후읍. 후읍.”
라울은 일단 호흡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옵션들을 정리했다.
일단 1), 2), 6) 번은 제외했다.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염동력 관련 옵션이 너무 사기적이었다.
‘제이낙의 신체강화술은 전투술과 상성이 좋아 보이지만, 염동력 강화술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문제는 염동력 강화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였다.
염동력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파워, 컨트롤, 범위(range) 혹은 영역.
파워는 염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총량을 의미했다. 파워가 커질수록 더 무거운 물건을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컨트롤은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개체 수 및 얼마나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가 하는 것.
범위는 말 그대로 염동력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정거리와 감지 거리를 뜻했다.
셋 모두 염동력의 기본인 만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업는 부분이니 라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옵션이 적당히 좋아야 선택하지, 이건 너무 어렵잖아!’
한참을 고민하던 라울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두 가지 옵션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파워]와 [컨트롤].
[파워]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전투력과 직결되기에 선택했고, [컨트롤]은 가장 발전시키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골랐다.염동력으로 여러 개의 물체를 동시에 움직이는 건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었다.
당장 왼손과 오른손으로 동시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수십 수백 개의 물체를 따로 움직이려면 그 난이도가 어떻겠는가?
재능충이라 불리던 배도현도 말년에 세밀하게 컨트롤 할 수 있었던 개수는 백여 개에 불과했다.
‘천 단위의 물체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고?’
전생의 목표 중 하나를 이렇게 쉽게 달성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숙련도가 올라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면 그 수는 더 증가할 것이다.
[범위]도 좋은 선택이긴 했겠지만, 상대적으로는 급하지 않았다.전생과 달리 현생의 라울은 엄청난 전투기술을 지닌 ‘상급 엑스퍼트’ 기사였다. 굳이 적들과의 거리를 확보할 이유는 없단 뜻이었다.
그리고 개활지가 아닌 던전이나 게이트 내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선 아무래도 [범위]의 중요성은 떨어지니까.
‘후읍.’
심호흡을 한 라울이 두 가지 옵션을 선택하자, 온몸에 퍼져나갔던 영단의 기운이 머리로 몰려들며 라울의 영혼을 씻어 내렸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온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라울의 머릿속에 깨달음의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휘리링.
라울의 몸 주변으로 황금빛 알갱이들이 흩뿌려지며 그의 몸이 살짝 허공으로 떠올랐다.
마치 신선처럼 공중을 부유하던 라울의 몸으로 주변의 기운들이 빨려 들어가며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사뿐.
구름 위를 걷듯 허공을 살짝 내딛던 라울이 마침내 바닥으로 내려와 기운을 갈무리했다.
‘이런 기분이구나.’
전생에 마스터 염동술사에 올랐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장 전생의 배도현과 염동력으로 싸운다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아니, 100% 이길 거야.’
미라에서 얻었던 [퀘르쿠스 명상법(S)]으로 인해 전생에 15년간 쌓았던 영력량에 버금가는 영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
거기에 기본적인 부분은 이미 전생의 실력을 회복했고, 파워와 컨트롤에 있어서는 전생을 한참 뛰어넘었다.
부족한 것은 경지인데,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사용할 수 있는 영력의 강기(소울 오러)는 파워아머와 물량으로 감당할 수 있었다.
‘일단 진정하자.’
과신은 금물이었다.
아직 새로 얻은 힘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자만에 빠지면 큰일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상대해야 할 진짜 적들을 떠올린다면 지금의 실력으론 어림도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라울이 다시 탁자 위로 시선을 돌렸다.
영단이 아닌 붉은 보석 하나가 요염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붉은 보석은 라울이 연무장에서 벗어나는 순간 허공에서 생성되어 라울의 손에 떨어진 기묘한 물건이었는데, 전생에 이 던전을 돌파했었던 라울조차 생각하지 못한 특별한 보상이었다.
등급 : EX
효과 : 고대던전 [제이낙의 던전]의 관리 권한을 부여한다. 원하는 곳에 던전 출입구를 생성, 폐쇄할 수 있다.
제한 : 던전의 중추 기관은 손댈 수 없다.
주의사항 : 코어가 파괴되면 던전이 소멸한다.
‘대박!’
라울이 코어를 손에 넣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극소수의 고대 던전은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면 던전 자체의 관리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생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실제로 몇몇 대형길드가 그런 식으로 고대 던전을 차지했다는 소문도 돌았고.
하지만 실제로 증명이 된 적은 없었다.
고대 던전 관련 정보는 극비 중의 극비였기 때문에, 정보카페를 운영하던 배도현도 제대로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줄이야.’
다른 것보다 던전 출입구를 원하는 곳에 생성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였다.
라울과 켄이 두 고대 마스터의 핵심 보상은 이미 털어먹었지만, 일반 퀘스트 보상은 계속 지급될 것이다.
특히 제대로 된 스승조차 찾을 수 없는 초능력자들의 경우엔 이 던전이 성장을 위한 필수 코스나 다름없었다.
‘비록 C급 영단이라 해도 초능력자들에겐 엄청난 효과일 테니까.’
비단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라울이 은밀히 키우고 있는 길드의 NPC 초능력자들에게도 꿀 같은 보상이리라.
‘던전 공략을 마치고 나면 칼립스 성 근처로 입구를 옮겨버려야지.’
그러면 제이낙의 던전을 방문하기 위해 많은 플레이어와 초능력자들, 그리고 ‘그리어 후작가’의 기사들도 라울의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좋은 협상 카드 하나를 추가로 손에 넣고 즐거워하는 라울의 감각에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켄도 각성한 모양이네.’
라울이 제이낙에게서 히든 보상을 받은 것처럼 켄은 가문의 시조인 제레미아에게 보상을 받았다.
작은 마나환과 창촉이었는데, 마나환은 영단처럼 섭취하는 물건이고 창촉은 그리어 후작가가 그렇게 원하던 창술의 비전이 숨겨져 있는 물건이었다.
각성했다 해도 아직 엑스퍼트 중급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아마 빠른 속도로 경지를 높여 갈 것이다.
* * *
잠시 후.
응접실에 모인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저택 탐색을 시작했다.
제이낙과 제레미아에게서 받은 [저택창고열쇠A], [저택창고열쇠B]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저택 본채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고대 장식품이나 유물 등 돈이 될법한 물건들이 많았지만.
-저택 본채의 물건은 환상으로 구현된 것들입니다. 저택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저택 문을 벗어나자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시계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쩝. 기념품으로 하나 챙겨 가려 했는데. 던전에 낭만이 없네요.”
조쉬가 아쉽다는 듯 비어버린 손바닥을 슬프게 내려다봤다.
라울이 조쉬의 등을 탁탁 쳐주며 웃었다.
창고는 본채가 아닌 별관 건물의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
“우와, 이건 진짜겠지요?”
창고 A 안에는 각종 무기들과 B등급 전투기술이 담긴 수십 개의 스킬북, 고대 금화가 담긴 상자, 희귀한 무기 재료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창고 B에는 각종 방어구, 격투술과 초능력 스킬북, 금화 상자 등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제이낙의 격투술(A+)] 스킬북이 포함되어 있어 라울을 기쁘게 했다.
‘이건 딜런 형에게 주면 딱이겠군.’
인벤토리에 부피가 작고 비싼 물건 위주로 가득 채워 넣은 일행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저택의 뒤편.
잘 정돈된 저택 앞쪽의 정원과 연무장에 비해 뒤쪽은 전혀 손질되지 않아 잡초와 덤불이 무성하고 황폐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다.
덤불을 헤치고 숲을 지나자 나타난 곳은 바로 ‘무덤’이었다.
“……!”
던전을 찾았다가 실종된 이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뼈 무더기가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반대쪽에는 그들이 지니고 있던 유품들이 잡동사니처럼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으, 으웁.”
조쉬가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시체 썩는 내와 흘러나온 핏물, 침출수가 불쾌감을 주고 있었다.
“마스터, 여기서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이 조쉬, 코가 썩어 내리더라도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의지의 사나이 조쉬는 이 상황에서도 충성을 외치고 있었고, 라울은 켄에게 말했다.
“찾아야 할 것이 있지?”
“네, 마스터.”
대답하는 켄의 목소리가 왠지 슬프게 들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