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06
제206화
똑똑똑.
“들어와.”
용사 일행이 떠나고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라울은 벌여놓은 각종 사업과 영지 개발, 플레이어 길드와 협회 등등의 일을 차분하게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야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업무 대행들이 영지를 원활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탁.
결재해야 하는 마지막 서류를 마무리한 라울이 고개를 들어 방문객을 바라봤다.
“정기 보고 시간은 아닌데. 무슨 특별한 소식이라도 들어왔어?”
책상 앞에는 케인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얼마 전에 떠난 교단 특별 조사대 말입니다.”
“아, 그들? 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대형 사고를 하나 친 모양입니다.”
“호오, 그래? 앉아서 얘기하지.”
소파로 자리를 옮긴 라울에게 케인이 자세한 소식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라울은 자신이 넘겨버린 폭탄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내심 궁금한 표정이었다.
며칠 전 정보상을 통해 용사 일행에게 전해진 ‘서비스’ 정보.
그곳에는 라울이 손수 정리해 놓은 어떤 정보가 들어 있었다.
그건 바로 퍼스트 길드의 협력 길드를 제외한 다른 ‘유력 길드’와 ‘랭커’들에 대한 정보였다.
‘시간 참 빨리 가는군.’
졸업의 탑 수료 이후 벌써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50LV을 돌파하고 커넥트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랭커와 유력 길드가 모두 퍼스트 영지에 이주한 것은 아니었다.
라울과 간부들이 걸러내기도 했고, 퍼스트 길드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세력을 키우길 바라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라울은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곳 중에 ‘몇 곳’을 특별히 강조하여 정보를 넘겼다.
대표적인 예로, 레슬리 왕국은 ‘스카일러 백작가’의 영역에 있는 영지 중 한 곳.
브레넌 공화국은 ‘델라미안 가문’과 연관된 영지였다.
공통점이라면 바로 애쉬튼 가문이나 퍼스트 길드와 사이가 좋지 않은 곳이라는 것.
또한 라울과 엮이면서 플레이어(이방인)의 가치를 남들보다 일찍 깨달은 곳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유력 길드들이 그쪽으로 자리를 잡았겠지.’
얄궂은 일이었다.
라울이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 인해, 그에게 적대적인 영지들이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게 되었다니.
사실 의도한 바도 있기는 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적이라면 묶어서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빠르고 깔끔할 테니까.
그리고 라울이 선정한 ‘잠재적 적대세력’ 가운데 용사 일행이 선택한 곳은 바로….
“모르긴 몰라도 맥닐 후작이 아주 골치 아플 겁니다.”
루벤 왕국의 실권을 휘두르고 있는 맥닐 후작가의 영지 중 하나.
후작가의 대외총관을 맡은 데니스 드 맥닐 자작의 영지가 바로 그들이 향한 곳이었다.
퍼스트 길드에서 동원한 플레이어들로 인해 각종 영지전에서 대차게 박살 난 이후, 후작가는 영지전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데니스 드 맥닐 자작이 선택한 것은 바로 라울 자작가를 따라 ‘이방인’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방인을 용병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귀족들의 인식이 그의 머릿속에도 박혀 있었기에 대우가 그리 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왕국의 거대 세력 중 하나.
다른 중소 가문들과는 지급하는 보수가 기본적으로 다른 것은 당연했다.
“지금 그곳에 둥지를 튼 길드가….”
“일본의 라쿠엔 길드와 미국의 드레이크 길드가 가장 규모가 큽니다.”
“그래, 그랬지.”
두 길드 모두 전생에 거대 길드 연합의 주축을 이뤘던 곳이었다.
퍼스트 영지를 제외하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더니 결국 멜빈 후작가 측을 선택했던 모양이었다.
‘미안하게 됐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라울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겨우 1주일 만에 일이 터지다니. 이거 참.”
“성격 급한 이들이 여럿 있지 않았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정말 이렇게 난장판을 칠 줄이야.”
사건의 개요는 조금 복잡했다.
교단 특별 조사대가 도착한 멘데스 성은 전형적인 커넥트의 영주성이었다.
세금은 거의 60%에 육박하고, 게이트 사태로 젊은이들이 징집되어 노인과 여자, 아이들까지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
다행히 병사들이 많아 치안은 안정적이었지만, 위생이나 주민의 생활수준은 최악을 간신히 벗어난 상태.
어딜 가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성이었지만, 문제는 키에라 일행이 직전까지 머물던 곳이 라울 자작령이었단 사실이었다.
그들이 성에 들어가자마자 거적때기를 걸친 거지 떼가 적선을 바라는가 하면, 신관이 왔단 소리에 아픈 아이를 안고 찾아오는 빼빼마른 어미부터 피골이 상접한 노인들까지.
어찌 보면 평범한 장면일지도 몰랐지만, 이미 퍼스트 자작령이라는 비교 대상을 경험해보고 온 일행이 봤을 때는 어떻게 보였겠는가?
그들을 상대하느라 하루를 꼬박 발이 묶인 성녀 일행에게 다음날 더 큰 일이 찾아왔으니.
“성녀님, 큰일입니다. 아무래도 빈민가에 역병이 돌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한 바퀴 성을 돌고 온 시마르의 말에 빈민가를 찾자,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은 이들의 사체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여기저기서 썩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 영주는 뭐 하는 작자입니까? 성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겁니까?”
결국 빈민가의 사체를 치우고 최소한의 정리를 하는데 하루가 또 소모되었다.
그동안 데니스 자작은 도움은커녕 그들 일행을 그저 방치했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조사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로 – 심지어 코넬리우스마저 – 멘데스 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꼬투리 잡을 만한 것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원래 나쁜 짓도 해본 놈이 잘한다고, 이미 이런 수탈이 일상화된 영지에서 국법이나 대륙법을 어길 리가 없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으니….
‘이거 참, 데니스 자작이 운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역시 용사 파티라고 해야 하는 건지.’
하필이면 성녀 키에라가 성을 돌아보던 도중 ‘흑마기’를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괜히 라울이 재앙덩어리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는 듯,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성 지하에 둥지를 튼 ‘임페리얼 하운드’ 지부가 시마르에 의해 발견되었고,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어쩝니까? 우리만으로 저들을 처리하기엔 어렵지 않을까요?”
“영주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떨까?”
시마르의 우려에 코넬리우스가 영주를 언급했지만, 키에라가 고개를 저었다.
“분명 정보가 새어 나갈 거예요. 저들을 일망타진하려면 영주가 눈치채기 전에 해야 합니다.”
이미 데니스 영주는 신뢰를 잃은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대안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방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이곳에 온 것 아니었습니까?”
애셔의 제안은 단번에 통과되었다.
그리고 멘데스 성에 자리 잡은 두 대형길드 라쿠엔과 드레이크 길드는 당연하게도 제안을 승낙했다.
무려 용사 파티의 특별 퀘스트였고, 제국 관련 퀘스트의 공적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건 이미 소문이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임페리얼 하운드의 아지트를 공격하면서 참가했던 플레이어 길드와 일반 플레이어들이 ‘전멸’했다고 합니다. 결국 조사대가 마무리를 지었구요.”
“뭐, 당연한 결과지.”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성장했다고 하지만, 제국 마병과 기사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할 것이다.
특히 ‘검은 희생’을 발동한 제국 아머 유저를 만난다면, 지금의 퍼플 길드 전원이 달려들어도 쓸려나갈 게 뻔했다.
‘아직은 멀었지. 아직은 말이야.’
어쨌든 거기서 일이 마무리되었으면 깔끔했을 테지만, 어떤 문서가 발견되면서 일이 커졌다.
멘데스 성의 협력자로 추정되는 이들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조사대는 데니스 자작에게 그들을 넘길 것을 요구했고, 자작은 자신의 측근들과 혈족들이 포함된 이상 그들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
“결국 다시 전투가 벌어진 겁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미 조사대의 의뢰를 받은 상태라 울며 겨자 먹기로 영주군과 전투를 치르게 되었고, 지원 요청을 받은 주변 신전의 신성기사단까지 참전하면서 아주 난리가 나버린 거죠!”
케인은 신이 나서 유쾌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전투는 용사 파티의 승리로 돌아갔다.
병력의 머릿수는 차이가 날지 몰라도, 질적인 측면에서 승부가 갈렸던 것이다.
맥닐 후작가 전체도 아니고, 데니스 자작이 보유한 기사들만으론 엑스퍼트 최상급에 준하는 코넬리우스 성기사와 용사 애셔가 날뛰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현재 멘데스 성은 임시로 바타르 교단이 점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데니스 자작과 일부 기사들은 도주했고, 다행히 목록에 적혀 있던 협력자들은 교단 측에서 확보한 모양입니다.”
“어리석은 선택을 했군.”
“누구 말씀이십니까?”
“데니스 자작 말이다. 아마 교단 조사대나 플레이어들을 쉽게 봤겠지. 그들만 먼저 처리한다면 어떻게든 수습은 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거야.”
커넥트 대륙의 국가들 사이엔 불문율이 있었다.
‘제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힘을 합쳐 대처한다는 것과, ‘흑마기’가 나타났을 때 신성 제국의 교단들에게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평소에 교단을 개나 소 보듯 하던 귀족들이라 해도, 이런 사안에 관해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단 얘기였다.
자칫 잘못하면 ‘대륙 전체의 공적’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교단의 행사에 아주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았으니….
‘아무리 맥닐 후작이라 해도 감싸주지 못하겠지.’
그리고 맥닐 후작가는 이번 일로 인해 굉장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좋든 싫든 그들의 혈족이 대륙의 불문율을 어긴 것도 모자라, 교단의 피가 흐르게 했으니 말이다.
“뭐랄까, 정말 속이 시원합니다. 그리고 역시 마스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군요.”
“뭐, 운이 좋았지.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까지 그들이 활약해 줄 줄을 예상했겠는가.”
라울은 별일 아니라는 듯 표정변화 없이 차를 한 잔 들이켰다.
“어쨌든 정말 신기합니다. 마스터가 말씀하시긴 했지만, 정말 엄청난 트러블 메이커들이군요. 불과 일주일 만에 멀쩡한 자작령 하나를 박살 내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차후에 그들과 엮일 일이 있다면, 무조건 피하도록 대원들에게 잘 전달하도록 해.”
“물론입니다.”
이번 일로 라울은 무려 1타 3피의 이득을 거두게 되었다.
직접 손을 쓴 것은 아니지만, 눈엣가시 같던 맥닐 후작가에게 한 방 먹여준 것은 물론, 임페리얼 하운드의 지부를 하나 지워버렸다.
그리고 잠재적인 적이라 할 수 있는 대형 길드 둘을 나락으로 빠뜨렸으니….
이번 전투에 참여했던 라쿠엔 길드와 드레이크 길드에겐 상당한 보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교단에 대한 상당한 공적치와 특별 퀘스트 보상에 약간의 전리품까지 분배받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보상으로 만족하기엔 그들이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간부, 평 길드원 할 것 없이 대부분 두 번 이상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첫 번째.
몇 달간 고생해서 자리 잡았던 멘데스 성이 풍비박산이 나면서 공적치와 본거지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맥닐 후작가라는 무서운 적을 만듦과 동시에 임페리얼 하운드라는 피곤한 이들 또한 적으로 돌리게 되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적어도 당분간 루벤 왕국에서 활동하기는 힘들어진 것이다.
‘이제 놈들도 자신들이 똥 밟았다는 걸 깨달았겠지만, 발을 뺄 수는 없겠지.’
아마도 두 길드는 앞으로도 교단 조사대의 퀘스트를 빙자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입은 손해를 만회하려면 좋든 싫든 보상이 큰 퀘스트를 따라가야 할 테니까.
‘결국에는 더 큰 손해를 보게 되겠지. 지금 그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의 퀘스트가 아닐 테니까.’
어쨌든 손 안 대고 코 푼다더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일만 가득하다면 카르데나스와의 지옥 같은 수련도 즐겁게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하지만 라울의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가볍게 차를 마시던 케인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기 때문이다.
“마스터, 큰일입니다. 지금 길드 통신으로 보고가 들어왔는데….”
“……?”
“아무래도 장벽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둘째 형님이신 로렌스님께서 실종되셨다고 합니다.”
“뭐라고!”
라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