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79
제279화
금역에서 벌어진 전쟁은 점점 치열하게 전개되어 가고 있었다.
제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한 전장은 두 곳.
서쪽 금역 몬스터 숲과 동쪽 금역 원소 정글.
북쪽 얼음 산맥에도 제국이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규모 병력이 아닌 소수의 부대였다.
이미 확보한 개척지만 철저히 방어할 뿐, 적극적으로 드워프들의 도시를 공격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남쪽 악마의 해역도 마찬가지.
바다라는 천혜의 요새를 뚫어내기엔 제국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 전력을 증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벽 쪽도 큰 변화는 없다고 했으니….’
결국 제국의 침공로는 두 곳으로 한정된 듯했다.
그리고 그 두 침공로에서 제국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고 있었다.
“보고 드립니다. 몬스터 평원 동북부 전투에서 제국 측이 오크군을 밀어냈습니다!”
“거점 상황은? 거점까지 확보한 건가?”
“일단 임시 요새 구축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하지만 안정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겠지.”
북쪽 전선의 전투는 대부분 제국의 승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머릿수에서는 오크가 앞섰지만, 정예의 집중이란 면에선 제국이 우월했다.
게다가 부족한 머릿수는 몬스터나 오크를 포획하여 만든 마병과 장벽 쪽에서 파견 나온 네크로맨서들의 언데드로 보충하고 있었으니.
병력의 손실 비율로 치면 제국 쪽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질적인 전과는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투에서 승리한 제국 측이 평원에 거점을 구축하고자 하면, 어김없이 오크의 대군이 몰려왔다.
오크들은 하나의 통일된 지휘 체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연합군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5개의 대부족이 각자 지휘권을 가졌고, 그 휘하 중소 규모 부족들이 따로 부대를 운용했던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 전투에서 제국이 승리하더라도 ‘본대’라 부를 만한 대규모 군세가 추가로 투입되면, 다시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크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최정예라 불리는 대부족의 울프 라이더 부대가 때때로 숲으로 진입해 제국 측 거점 요새를 파괴하고 있었으니까.
빠른 기동력과 대전사라는 초인급 오크들이 포함된 파괴력은 제국도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결국 북쪽 숲 근처의 거점들은 거의 넝마가 되어버렸단 얘기지.’
서로 한 대씩 치고받으니 제대로 성벽을 보수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양측의 피해를 누적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
게다가 라울은 두 세력의 전투를 면밀히 관찰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들이 운용하는 병력의 규모.
지휘관의 정체와 수준.
병사들의 정예도와 거점까지.
정찰 특기를 지닌 플레이어들의 힘을 빌려 얻어낸 다수의 정보들은 고스란히 데이터에 반영되어 전장 지도에 표시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한판 붙어도 문제없겠는데요?”
“플레이어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병력 측면에서도 우리가 밀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은 목숨이 하나가 아니니, 소모전이 된다 해도 우리가 유리하죠.”
적에 대한 파악이 끝나고 나자 퍼스트 길드 측 지휘관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애쉬튼 후작가와 퍼스트 백작가의 초인들을 합하면, 저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퍼스트 길드를 통해 성장한 기사단 전력은 대륙 최강을 자부해도 될 정도로 막강했고.
가장 부족하다 생각한 병력 문제는 2차 전직을 마친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합류하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라울이 결단을 내렸다.
“부대 편성이 끝나는 즉시 ‘해일’ 작전을 시작한다. 전원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총력전이다!”
“네, 마스터.”
몬스터 평원의 패권을 결정지을 대규모 작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 * *
한편 지시를 내리고 방으로 돌아온 라울은 창밖 너머 도시를 내려다보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라울 백작령 본성 칼립스.
인구 만오천에 불과하던 작은 성은 어느새 수십만의 인구를 포용한 거성으로 성장했다.
네 겹으로 확장한 성벽은 거대한 시가지와 다양한 시설, 농지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각 영지와 거점으로 연결된 수십 개의 포털은 끊임없이 플레이어와 주민들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성벽 밖에는 훈련 중인 병사들과 게이트 처리를 위해 출병하는 기마대, 상행을 위해 오가는 마차들로 붐비고 있었으니.
‘진짜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
처음 라울의 몸에서 눈을 떴을 때는 막막했다.
약해빠진 몸에 가진 거라곤 하나도 없는 가문의 막내.
그나마 그 가문도 멸문의 수순을 밟고 있었으니.
하지만 그 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가문을 위기에서 구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하여 자신의 가문도 세우게 되었다.
이제 그는 백만이 넘는 주민을 거느린 영주이자, 수백만 플레이어를 움직이는 협회의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왕국 전체에 버금가는 수의 기사들이 그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으며, 그의 등을 지켜줄 수많은 초인들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지.’
그간 많은 것들을 이뤄왔지만, 어쩌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허상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이 커넥트 세상과 함께 흘러가는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의 끝이 어딘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뜬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드디어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라울은 푸른 눈을 반짝이며 얼마 전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금 떠올렸다.
-특별한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플레이어 라울에게 [최종 시나리오 : 조정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최종 시나리오 : 조정자]의 후보가 되려면 특정한 표식 혹은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최종 시나리오 시작시 보유한 표식이나 만족한 자격 조건이 많을수록 유리합니다.
-표식과 자격은 시나리오 내부에 숨어 있습니다. 커넥트를 위해 움직이십시오. 자격은 저절로 따라올 것입니다.
-최종 후보 선정은 [금역 시나리오]의 진행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항상 궁금했다.
이 시나리오의 끝이 무엇인지.
커넥트는 무엇을 위해 플레이어라는 존재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인지.
이제 그 답을 찾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도대체 무슨 이유로 국가나 대기업들이 혈안이 되어 커넥트에 개입하려 했는가?
전생에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저 욕심 많은 기업들이 커넥트라는 거대한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고 단순하게 믿었을 뿐.
그리고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 자체가 없었다.
커넥트는 배도현의 모든 것이었고, 그런 보금자리를 빼앗으려는 대형 길드 연합과 제국에 홀로 맞서 싸우기에도 바빴으니까.
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든든한 세력을 구축했고, 현실 세상에도 뿌리를 내렸다.
많은 이들을 책임지는 위치에 올라서 그런지, 세상을 보는 눈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도 전생과는 급이 달랐다.
‘커넥트 시나리오와 지구의 이상 현상이 연관되어 있다니….’
전생에도 이런 소문이 돌기는 했다.
커넥트가 단순히 게임 속 세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물론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도 없었고, 다들 반쯤 농담으로 던진 얘기긴 했지만.
하지만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니.
각국 정부와 유력 기업, 연구소에서 도는 정보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커넥트의 회장인 알렉스 송. 그의 존재는 확실히 이상해.’
라벨이 해킹을 통해 얻어낸 관련 정보에서 추출한 키워드는 ‘마법사’였다.
캡슐이라는 고차원적인 과학의 산물을 다루는 기업의 회장과 마법사.
딱 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어쩌면 알렉스 송이 지구와 커넥트의 연관성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만나주질 않으니….’
이미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알렉스 송 회장과는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퍼스트 길드와 지구의 ㈜퍼스트 컴퍼니 일을 처리하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했으니.
하지만 사업 외적인 일에 대해선 일체의 정보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말해주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어. 그래, 마치 카르데나스 스승님처럼 말이지.’
카르데나스는 검술 이외의 것들에 대해선 라울에게 말해주지 못했다.
과거 시대에 대한 기억들은 ‘금제’에 걸려 있다고 했으니, 어쩌면 알렉스 송도 그런 입장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대충 정부와 기업들이 커넥트에 기웃거리는 이유는 짐작이 갔다.
지구의 이상 현상이 생겨난 원인이나 대처법을 커넥트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커넥트나 캡슐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생에 대형 길드 연합이 보여줬던 기이한 행동도 이해가 되긴 해.’
게임의 주도권이나 패권을 잡게 된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무엇일까?
아마도 시나리오 그 자체일 것이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돌파하고 퀘스트를 완료해 엔딩을 보는 것.
게임의 목적은 원래 엔딩을 보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대형 길드 연합은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철저하게 플레이어들을 통제하며 시나리오의 진행을 막았다.
그 모습은 어떻게 봐도 그들이 먼저 엔딩을 보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
‘아마도 각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겠지.’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지구의 이상 현상이 가속되니, 역으로 시나리오의 진행 자체를 막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는 확연히 느려졌고, 랭커들의 경우엔 아예 성장이 멈춰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십 년 넘는 시간 동안 금역 시나리오를 붙들고 있었고, 이상 현상의 진행 속도도 느려지긴 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답이었을까?
끌까지 결과를 지켜보지 못했지만, 라울은 왠지 그 끝이 좋았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 *
며칠 전.
김일우가 혼자 집무실을 찾아왔다.
퍼플 길드나 협회, ㈜퍼스트 매니지먼트의 일로 방문하는 일이 잦았기에 그날도 업무차 방문한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꺼낸 용건은 라울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저, 회장님. 실은 상담을 좀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상담이요? 업무와 관련된 일입니까?”
“그것이…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떻게 보면 좀 사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사적인 문제라면 친구로서 상담해줄게. 무슨 일이야?”
배도현의 정체를 밝힌 이후, 라울은 퍼플 길드의 몇몇 이들과 사석에서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
당연히 1순위는 전생의 절친이었던 김일우.
그는 곤란해했지만, 계속되는 라울의 요구에 결국 친구가 되기로 했는데….
“그럼 편하게 말할게. 이게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현실에서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
“……! 그게 무슨 말이야?”
편하게 소파에 기대있던 라울이 깜짝 놀라 몸을 앞으로 튕기며 물었다.
“그게 말이지.”
일우의 설명은 간단했다.
평소와 같이 현실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에 들렀고, 오랜만에 땀을 흘려볼 생각으로 단련실로 향했다.
그런데 몸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사용하는 기구의 중량이 1.5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뭔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게임 속에서처럼 능력을 사용했는데….
“정말로 능력이 발동되었다고?”
“그래. 물론 아주 미약했어. 제대로 된 분신도 아니고 손가락 하나가 생겨났을 뿐이거든. 근데 어쨌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렇긴 한데.”
“어쨌든 너무 놀라서 한동안 현실에서 능력을 발동하는 연습을 해봤는데, 점점 능숙해지는 느낌이더라고. 그래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네가 가장 먼저 떠오르길래 찾아왔어.”
잠시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한 라울이 물었다.
“언제부터야?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 현상이 시작된 거지?”
그러자 잠시 기억을 뒤적이던 일우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맞아! 100레벨을 돌파해 상급 분신술사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인 거 같아.”
일우는 배도현을 제외하고는 플레이어 가운데 최초로 100레벨을 돌파해 초인의 경지를 밟았다.
그리고 이후 퍼플 길드의 랭커들이 속속들이 3차 전직(100레벨)을 마치기 시작했으니.
“일단 이 사실은 당분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리고 따로 공간을 마련해 줄 테니, 현실에서 능력 발현을 꾸준히 연습해보는 건 어떨까? 기왕 능력이 발현되었다면, 실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알았어. 나도 당장 이걸 밝히길 원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지금 즉시 퍼스트 시큐리티를 통해 랭커들의 경호를 두 배로 강화하도록 해. 특히 3차 전직을 마친 이들에겐 가급적 숙소를 벗어나지 않도록 전달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어차피 다들 현실에서 잘 돌아다니지 않는데 뭘. 일단 네 말대로 할게.”
“고마워 일우야. 어쩌면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일지도 몰라.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숨기지 말고 꼭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그 누구든 널 건드리려는 이들은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평소처럼 행동해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정말 든든하네.”
일우와 상담을 마친 라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커넥트. 정말 네 정체가 뭐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