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3
제293화
콰르르륵.
탕! 타다당!
무너져 내린 강철의 성벽 뒤로 화염이 불타올랐다.
“제길, 여기까진가. 전원 퇴각!”
휘웅, 파밧!
순간이동 마법진과 포털이 번쩍이며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쿵. 쿵. 쿵.
성벽의 잔해를 밀고 들어온 거인들.
그건 바로 드워프족의 탑승형 병기인 기간트였다.
“크하하하! 도망치는 꼴들을 봐라!”
“다시는 얼씬도 거리지 마라, 제국 놈들!”
우우웅.
기간트가 해제되고 작달막한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나?’
검은 모루 드워프 부족의 대족장 타르오가 감회 깊은 눈으로 강철의 성채를 바라봤다.
이로써 북쪽 얼음 산맥의 주요 지하 도시는 모두 드워프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과거 선조들이 남겨둔 유산을 마침내 되찾은 것이다.
그때 드워프 전령이 달려오며 외쳤다.
“대족장님! 지상의 인간 동맹군도 제국의 개척 진지를 모두 점령했다고 합니다!”
“오오!”
“완벽한 승리구나!”
소식을 들은 드워프 전사들이 망치와 마력총을 하늘로 치켜들며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어.’
대족장 타르오는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자신의 수염을 연신 쓸어내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뜬금없이 자신들의 지하 도시를 방문했던 라울.
그와 손을 잡은 이후 모든 일들이 술술 풀려나가고 있었다.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나 재료, 자원들은 라울의 퍼스트 길드가 충분히 조달해 주었다.
그걸 바탕으로 복구한 무기와 전투 병기들은 제국의 인간들을 물리치기 충분했고, 이제는 딱히 부족한 전략 자원이 없을 정도.
드워프족은 커넥트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이다.
그리고 라울 측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은 없었다.
드워프 장인들과 교류가 늘어나며 퍼스트 길드 장인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했고, 서로 다른 기술이 적용된 장비로 인해 양측 모두 전투력이 올라간 것은 당연했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은 질도 좋고 예술적인 감각까지 가미된 드워프제 무기에 환호했다.
덕분에 퍼스트 상회와 공방은 더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
‘그나저나 라울 백작의 얼굴을 본 지도 꽤 되었군. 그때 만들어준 것들은 잘 사용하고 있는지, 클클.’
대족장 타르오는 퍼스트 길드와의 교역에서 얻은 시원한 에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인간 친구의 건승을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 * *
“메, 멜리쉬 님. 외부 방어선이 또 뚫렸다고 합니다.”
“이제 세계수의 가호가 미치는 최종 방어선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하이엘프 멜리쉬는 아무런 대답 없는 세계수의 묘목만을 계속해서 쓰다듬을 뿐이었다.
요정 여왕과 요정족이 모두 사라지고 얼마 후.
그들의 단단한 버팀목이던 세계수는 활동을 멈췄다.
기존에 내렸던 가호나 결계가 유지되긴 했지만, 더는 그 영역이 넓어지지도, 힘을 되찾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동쪽 금역 원소 정글의 정령형 몬스터와 원소 함정을 컨트롤하던 세계수의 침묵.
그건 금역이 더 이상 금역으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세계수의 힘이 사라지자 정령수 군락은 말라버렸다.
자연 정령의 탄생조차 힘들어졌다는 것.
이는 엘프들의 전투력이 급감하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조금만 더 빨리 대처했더라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밀리지 않았을 텐데….
엘프들이 이변을 알아차린 뒤 가장먼저 한 행동은 방어선의 정비가 아니었다.
-이건 분명 인간들의 농간이다!
-요정 여왕이 인간과 결탁했어!
-당장 요정 여왕과 인간을 찾아내!
엘프들은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리겠다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일부 엘프 초인과 전사들이 원소 정글을 떠나 요정과 라울 일행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영영 되돌아오지 못했다.
엘프들이 힘을 발휘하는 건 세계수의 가호가 미치는 원소 정글, 혹은 숲.
원소 정글이라는 한정된 장소에 안주하던 엘프들에게 커넥트라는 거친 세상은 가혹했다.
마치 바다에 던져진 소금 덩어리처럼 엘프들의 정찰대는 녹아내렸다.
그리고 엘프들이 삽질하는 사이, 제국과 플레이어들은 기회를 잡았다.
“정글이 변했다! 정령형 몬스터도 리젠되지 않고 원소 트랩도 조용해!”
“다시 개척지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야! 길드원을 전부 소집해!”
엘프들에게 속절없이 밀려났던 플레이어 길드들은 연합과 동맹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다시 정글로 진입했다.
세계수의 가호가 미치지 않는 외곽 지역에 머물던 엘프 병력들은 엇 하는 사이에 플레이어들의 머릿수에 밀렸다.
성과가 보이자, 억눌려 있던 대형 길드들이 아귀처럼 달려들었다.
도무지 죽여도 죽여도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플레이어들에 기가 질린 엘프들은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폐하께서 진노하셨다! 원소 정글을 반드시 손에 넣어라!”
원정군 사령부가 통째로 날아간 사실에 잠시 마비되었던 제국군.
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초인과 병력을 투입하며 실책을 만회하려 했다.
그리고 그것이 대형 길드들의 총공세와 맞물렸으니, 엘프들은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인간들의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고작 6개월 만에 엘프들은 원소 정글의 90%가량을 인간들의 손에 빼앗겼다.
그나마 잃은 영토에 비해 전력의 손실은 크지 않았다.
엘프 개개인의 능력이 워낙 우수했고, 정글이라는 특성상 퇴각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수를 중심으로 포진한 타운트리는 끝끝내 지켜낼 수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세계수의 가호의 도움과 더불어 지킬 곳이 줄어든 탓에 전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다행이라고 할 엘프는 아무도 없으리라.
그들은 제국과 플레이어들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원소 정글에 고립되었다.
세계수는 성장을 멈췄고, 새로운 정령들도 등장하지 않는 상황.
게다가 영역 밖에선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엘프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때 요정 여왕에게 좀 더 호의를 베풀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하지만 멜리쉬에겐 과거를 후회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못했다.
“멜리쉬 님! 결계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마나석의 보충이….”
“동쪽에서 제국의 언데드 병력이…!”
“정찰을 나간 테라인 일행이 돌아오질 않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것은 오직 암울한 소식 뿐.
결국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장로님들과 대전사들을 모두 불러들이세요. ‘세계수의 완전 결계’를 펼치겠습니다.”
“네? 하지만 그것은…!”
명령을 전달받은 전사장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대규모 결계를 펼친다는 건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세계수의 완전 결계’라는 것은 결국 일정 영역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다는 뜻.
“그게 제 판단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먼 과거부터 그래왔듯이.”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엘프들은 스스로를 더욱 더 작은 공간에 가둬버리는 선택을 내렸다.
하지만 불완전한 결계와 멈춰버린 세계수에 기댄 그들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멜리쉬의 공허한 눈동자와 한숨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 * *
금역의 옛 주인들이 귀환했습니다. 그들은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커넥트의 주인을 자처하는 인간 왕국과 제국들이 금역을 탐내고 있고, 플레이어분들도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금역을 차지하기 위한 각 세력들의 전초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시나리오 [금역 개방 – 조우]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로써 금역 개방의 모든 연계 시나리오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법.
-새로운 시나리오 [공존 혹은 XX]가 시작됩니다.
[시나리오 : 공존 혹은 XX]해설 : 커넥트에 존재하는 모든 금역이 개방되었습니다. 고대 종족도 모두 귀환을 마친 상황.
이제 남은 것은 커넥트의 새로운 질서 확립과 통합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땅과 종족들을 어떻게 대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전쟁을 통해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을 것인지.
아니면 손을 잡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설 것인지.
앞으로 1년.
여러분의 행동에 따라 커넥트 대륙의 미래가 변화할 것입니다.
-커넥트가 제공하는 모든 시스템이 개방됩니다.
-영토를 확보한 플레이어나 길드는 ‘독립’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여러분의 몫입니다.
-미증유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만간 여러분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으십시오.
-기간 한정 경험치 증가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최대한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성장하시길 권합니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라울은 눈앞에 뜬 공지 사항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금역 개방] 이후의 시나리오는 완전 미지의 세상이었다.아무런 정보도 없고, 오로지 그의 직감과 경험을 근거로 판단을 내려야 했다.
한동안 퍼스트 길드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한 것, 라울이 대외적인 활동을 줄인 것은 모두 그의 신중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내 목숨뿐만 아니라 부하들과 동료들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으니.’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새로운 시나리오가 공개된 이상, 그에 맞춰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물론 공개된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살짝 김이 샌 감은 없지 않았다.
이래저래 돌려 말하긴 했지만, 결국 ‘당분간 알아서 행동하고 실력이나 키워라’는 말 아닌가?
괜히 조심스러워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결코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의 눈앞에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공지 사항이 하나 더 떠 있었기 때문이다.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 라울은 [최종 시나리오 : 조정자]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플레이어 라울의 표식과 자격 요건을 확인 중입니다.
-플레이어 라울이 획득한 점수는 93점입니다.(루벤 왕국의 수호자, 대륙 최강 길드의 마스터, 서쪽 금역의 지배자, 드워프의 동맹 외 36개.)
-최종 후보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종 시나리오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편의가 제공됩니다.
-최종 시나리오에서 도움을 받을 협력자들을 준비하십시오.
-최종 시나리오 전까지 최대한 실력을 끌어올리십시오. 강대한 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종 시나리오의 실패는 ‘파멸’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최종 시나리오 개시까지 남은 시간 : 364일 23시간
최종 시나리오가 대략 어떤 것인지, 최종 후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협력자를 준비하라는 것은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는 뜻일 테지.’
지금까지는 잘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솔직히 제국을 제외한다면, 이 커넥트 대륙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지닌 것이 라울 자신이라 자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스템의 경고처럼 최종 시나리오를 실패하게 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라울의 두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 * *
새로운 시나리오 공지가 뜨면서 지구의 많은 이들이 긴장했다.
이미 커넥트와 지구가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확신을 가진 각국의 수뇌부와 기업가들은 더더욱.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던 갑작스런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이상 현상은 커넥트 시나리오와 연계되어 있는 것 아니었던가?”
“이거,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건지….”
정부 관계자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속을 쓸어내렸다.
이 이상 발전의 효율이 떨어지거나 기후 변화가 심각해진다면, 지금의 체제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아니면 인류가 쌓아온 과학 기반 그 자체가 되든.
허나 그 누구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폭풍 전야.
큰 변화가 다가오기 전의 숨 고르기.
그것이 아닌지 불안했기에.
그리고 불안함과 불확실함을 싫어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크헉! 누, 누구?”
“살려주세요!”
“이게 뭐 하는 짓인, 컥!”
커넥트가 아니었다.
지구에서 예기치 않게 납치되거나 실종되는 플레이어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정보는 라벨이라는 천재 해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으니.
“라울! 놈들이 움직였어!”
마침내 라벨이 깔아놓은 거미줄 같은 정보망에 누군가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라울에게 전달된 화면.
그곳에는 전생에 배도현의 목숨을 빼앗아갔던 정장 사내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