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
제3화
챙~채재쟁!
와아아~!!!
성의 중심 광장에 설치된 연무장 위에서 연신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관객석은 물론 영상이 전송되고 있는 성 곳곳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성인식 토너먼트 본선도 어느덧 여섯 번째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관중들은 앞선 그 어느 경기보다 뜨거운 함성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 어이쿠야…!”
“저런!!”
각종 탄식과 환호성이 끊어지지 않았고 그 대상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태양 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금발,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조그마한 얼굴, 그리고 늘씬하게 뻗은 팔다리를 위태롭게 놀리고 있는 미소년.
바로 백작가의 3공자 라울이었다.
찌이익~챙!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굵직한 바스타드 소드를 그 반도 안 되는 얇은 롱소드로 슬쩍 흘려버린 라울.
하지만 그 힘의 여파를 견디지 못했는지 두어 걸음 뒤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그의 롱소드는 상대방을 향하며 추가 공격을 대비했고 그의 시선은 흐트러짐 없이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덧 시합이 개시된 지 이십 분이 훌쩍 지나갔다.
앞선 다섯 시합에서 평균 5분이 지나지 않아 승패가 갈렸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쥐새끼 같은!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참이야!! 백작가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은 거냐?!!”
라울의 대전 상대 에드먼드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15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키는 190cm에 가까웠고 성인도 양손으로 들기 힘든 커다란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 괴물 같은 녀석이었다.
“후우.”
라울은 에드먼드가 검을 멈춘 사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 우악스런 녀석을 상대로 20분이나 버티느라 가뜩이나 부족한 체력을 쥐어짰기 때문이다.
뚝. 뚝.
라울의 갸름한 턱선을 따라 핏물 섞인 땀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땀방울은 여기저기 패이고 찌그러진 갑옷을 따라 흘러내리다 이내 말라붙었다.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라울의 갑옷은 본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특히 옆구리 부분은 여러 곳이 갈라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팔다리 쪽의 가죽 보호구는 찢겨 너덜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흔적에도 불구하고 라울이 실제로 입은 타격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공격을 흘려내며 생겨난 자국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얼굴과 팔다리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긴 했지만 생채기에 불과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라울은 여전히 검을 내린 채 정정당당한 대결이 어쩌고를 떠들어대는 에드먼드를 향해 롱소드를 찔러갔다.
당연하게도 반응이 늦은 에드먼드가 황급히 바스타드 소드를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텅, 터덩!
허나 물찬 제비처럼 살짝 궤적을 피해낸 라울이 롱소드로 그의 가슴 언저리를 두어 번 찌르고 옆으로 물러섰다.
안타깝게도 라울의 찌르기는 갑옷을 뚫어내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애초에 에드먼드는 괴력의 소유자답게 남들보다 두 배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비겁한!!”
열 받은 에드먼드의 바스타드 소드가 거칠게 라울을 노려왔지만 그의 몸을 스치지도 못했다.
‘한심하긴.’
시합 도중 정정당당을 외치질 않나 화가 난다고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질 않나.
그가 노리는 바가 있지 않았다면 이런 멍청이 따위는 1분 만에 무릎을 꿇렸을 것이다.
와아아!!!
다시 공방이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중 여성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자님~ 멋져요!!”
“아아아, 어쩜 저렇게 아름답게 움직이실까?”
“얼른 저 고릴라 같은 놈을 무찔러 주세요!!”
어린 소녀부터 몸매가 풍성한 아줌마까지 라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탄성을 내뱉었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땀과 핏방울이 허공에 흩뿌려지자 자지러지듯 비명을 질러냈다.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라울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합이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다. 6경기는 앞서 경기보다 빨리 끝날 것이라고.
‘백작가의 나약한 3공자가 어떻게 본선에 올라온 거지?’
‘3공자는 검을 제대로 잡을 줄도 모른다며? 게을러서 훈련도 농땡이를 부린다던데?’
‘검술에는 재능이 아예 없어서 백작님도 가르치길 포기했다더군.’
저택을 거의 벗어나지 않은 라울이지만 이미 영지민들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검술 명가에 태어났지만 검에서 손을 놓은 백작가의 수치!
백작이 부끄러워 저택 밖으로 내보내지도 않는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그에 반해 상대방인 에드먼드는 성인을 뛰어넘는 괴력의 소유자임과 더불어 마나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마나 유저.
본선 진출자 중에서도 손에 꼽는 우승 후보 중 하나였으니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시합이 시작되고 5분이 지날 때까지는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에드먼드는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고 라울은 검 한번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막고 피하기에 급급했다.
힘에 밀려 바닥을 나뒹굴길 수차례. 갑옷도 엉망진창으로 변해갔다.
“와아아!! 최고다 에드먼드!!!”
“얼른 나약한 3공자를 끝내버려!! 나는 너한테 이번 달 월급을 다 걸었다고!!”
사람들은 호쾌한 에드먼드의 검에 환호했고 평소에는 얼굴도 올려보지 못하는 고위 귀족의 자제가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장면에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환호성이 사라져갔다.
‘갑옷이 너덜거릴 정도로 맞았는데 아프지 않은가? 어휴, 저 얼굴에 피 흐르는 것 좀 봐!’
‘왜 포기하지 않는 거지? 이미 실력 차는 확연한데….’
‘에드먼드 저놈은 뭐 하는 거야? 일부러 시합을 질질 끌면서 즐기는 거 아냐?’
일방적인 공격에 계속 바닥을 굴렀지만 라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검을 겨눴고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으며 투지를 불태웠다.
그에 반해 에드먼드는 마치 장난치듯 일부러 급소를 피해 공격을 하는가 하면 라울을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어느덧 사람들은 피를 흘리고 온몸이 먼지투성이가 되면서도 꿋꿋하게 일어서는 라울을 자신도 모르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가 거만하고 고귀한 귀족이 아닌, 그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소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뭔가 이상한데?’
에드먼드는 갑자기 변한 경기장의 분위기에 당황했다.
평소 대련할 때처럼 라울을 두들겨 패는 것은 좋았다.
몇 번 맞으면 바로 포기하던 것과 달리 계속해서 덤벼드는 것이 괘씸하긴 했지만 덕분에 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실력을 뽐낼 수 있으니 나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모양이었다.
디온은 아예 반항하지 못하게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라고 했지만 야유를 들으면서까지 시간을 끌 필요는 없어 보였다.
‘5분이나 두들겨 팼으면 충분하겠지. 마무리는 팔이나 다리 하나를 부러뜨리는 정도로 끝낼까?’
그렇지만 시합은 에드먼드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진심으로 공격을 했음에도 라울은 버텨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반격까지 해왔던 것이다.
그렇게 20분의 시합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완전히 라울의 편으로 돌아섰다.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강자가 상대방을 박살 내는 통쾌한 경기도 좋아하지만 확연한 약자가 드라마틱하게 강자를 물리치는 역전승에도 열광했기 때문이다.
챙, 채쟁!!
이제는 에드먼드가 두 번 공격하면 그중 한번은 라울이 반격을 성공시켰다.
물론 유효타를 먹이지는 못했지만 그건 에드먼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얼마 전부턴 갑옷에 자국이 새겨지는 건 에드먼드 쪽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 에드먼드의 표정이 성난 황소처럼 변했다.
검을 힘차게 휘둘러 라울을 뒤로 밀어낸 그는 처음으로 바스타드 소드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흐아압!!”
커다란 함성과 함께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바스타드 소드에서 옅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나 소드다!!”
“위험해요, 공자님!!!”
관객석이 웅성거리는 사이 에드먼드는 그대로 라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나가 활성화된 육체는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른 몸놀림을 선사했고 마나가 깃든 바스타드 소드는 라울의 검을 반쪽으로 쪼개버릴 것처럼 흉험해 보였다.
하지만 라울의 표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차분하게 롱소드로 에드먼드를 겨누고 있던 그는 에드먼드의 검이 하늘을 가르며 떨어져 내리는 순간 뒤로 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뛰어드는 것을 선택했다.
쿠와앙!! 채앵!!
연무장이 움푹 파이며 생긴 먼지구름이 가라앉고 경기의 승패가 갈렸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라울과 에드먼드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기사가 소리 높여 외쳤다.
“승자, 라울!!”
와아아!!!
그리고 그 순간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마치 자기가 승리하기라도 한 듯 방방 뛰며 기뻐했다.
하지만 단 한 명. 경기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이가 있었다.
에드먼드는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기사에게 항의했다.
“어째서 승자가 라울입니까?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검조차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라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멍청한 놈. 네놈 목을 살펴봐라! 내가 막지 않았으면 너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
당황한 에드먼드가 자신도 모르게 목 아래쪽에 손을 가져다 대자 작은 핏방울이 묻어 나왔다.
‘어떻게…!?’
황급히 목 가리개를 만져보니 세로로 덧대 만들어진 철판 하나의 틈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설마 그 짧은 순간에 이 틈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고??’
그렇게 에드먼드가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라울은 검을 수습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라울이 퇴장한 이후에도 한동안 경기장에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끊어지지 않았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애쉬튼가 가전 검술의 숙련도가 초급 9LV이 되었습니다.]치료를 받고 방으로 돌아온 라울은 침대에 몸을 던진 채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레벨이 몇 개 올라갔고 검술 숙련도도 만족할 만큼 상승했다.
‘확실히 훈련이나 예선 때와는 차원이 다르군. 억지로라도 대결을 질질 끈 보람이 있었어. 이대로라면 목표치는 가볍게 달성하겠는데? 역시나 하드코어 모드!!’
커넥트에는 두 가지의 게임 모드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세 개의 목숨이 주어지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부활할 수 있는 노멀 모드. 그리고 한 번 죽으면 캐릭터가 삭제되어 버리는 하드코어 모드가 그것이다.
물론 하드코어 모드에는 큰 장점이 있었다. 레벨업과 숙련도 상승이 노멀 모드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
하지만 하드코어 플레이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목숨 하나만 가지고 살아남기에 커넥트 세상은 너무나 거칠었다.
실제로 게임 초반 랭크 상위를 유지하며 잘나가던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라울이 하드코어 모드 상태인 이유는?
‘뭐, 나는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눈을 뜨고 상태창을 확인한 순간 이미 자신이 하드코어 모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자신이 게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여기가 게임 속이든 아니든 죽으면 그대로 끝나는 건 똑같으니까.
목숨이 하나라는 사실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하드코어 모드 하나뿐이었다면 몰라도 ‘그것들’까지 있는데 불만을 가질 수야 있나.’
피식 웃음을 흘린 라울이 허공을 향해 말했다.
“상태창 오픈!”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