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상태창을 호출하자 라울의 눈앞에 반투명한 홀로그램 화면이 나타났다.
*이름 : 라울
*레벨 : 19 (하드코어 모드)
*직업 : 수련기사(소드 비기너), 초급 염동술사
*소속 : 애쉬튼 백작가
*칭호 : 애쉬튼 백작가 막내아들
*스탯
[근력 22] [민첩 25] [체력 19] [지력 15] [정신력 34] [마력 29] [영력 35] [감각 30]*고유 특성
염동력 마이스터(S+), 명문 검가의 혈통(A), ???(EX), ???(EX), ???(EX)
내용을 쭉 훑어본 라울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달 만에 이 정도로 성장하다니…. 그래도 이제 사람 구실은 할 수 있겠구나.”
처음 상태창을 확인한 순간 라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LV 5]여기저기 지나다니는 저택의 사용인들이나 별반 차이 없는 한심한 레벨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탯은 더욱 처참한 상태였다.
검사로서 가장 필수적인 근력, 민첩, 체력이 모두 10 이하였으니까.
커넥트에서 스탯은 훈련, 경험, 재능에 따라서 자동으로 성장한다. 다른 일반적인 게임처럼 플레이어가 매번 포인트를 배분하는 형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레벨만 올린다고 스탯이 쭉쭉 상승하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이라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부분이 많지.’
덕분에 스탯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훈련과 대련에 투자해야만 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골골대는 육체를 정상 수준으로 만드는 건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탯을 확인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15세. 한창 성장할 나이임을 고려한다 해도, 토너먼트에 참가한 다른 이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피지컬은 계속해서 보완해야 할 숙제였다.
“후우. 스탯은 그렇다 치고 특성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고유 특성에는 무려 다섯 가지가 적혀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단 하나의 특성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섯 가지 특성 중 [염동력 마이스터(S+)]는 환생 전 배도현이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초능력인 염동력을 통해 커넥트 세상의 탑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염동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스킬들의 연계가 그의 주특기였던 만큼, 이번 생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컸다.
[명문 검가의 혈통(A)]라울이 원래 가지고 있던 특성이 분명했다. 이런 특성이 있음에도 형편없는 육체와 검술 숙련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나머지 세 가지 특성은 현재로선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짐작 가는 바가 있긴 했지만 그저 추측에 불과했다.
‘물음표라는 건 언젠간 모습을 드러낸다는 거겠지. 좀 더 레벨업에 신경을 써볼까?’
잠시 눈길이 가긴 했지만 이내 미련을 접고 상태창을 닫아버린 라울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미 상처는 완전히 치료되었으니 내일의 시합을 준비해야 했다.
“자, 누가 내 상대가 되려나??”
그의 머릿속은 어느새 내일 치를 시합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16강에 진출했지만 라울의 실력에 대한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의 끈기와 정신력은 인정했지만 여전히 객관적인 실력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라울 공자님이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겠지. 저번 시합이야 멍청한 에드먼드가 여유를 부리다가 방심한 탓에 이겼다지만 이번엔 다르지 않겠어?”
“하긴. 마지막에 운 좋게 검이 목 가리개 사이를 통과해서 이겼으니까.”
그의 승리는 실력보단 운이란 말이 많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예상 순위는 16위였고 도박장의 배당률은 모든 경기를 통틀어 최고였다.
라울에게 돈을 건 이들이 거의 없다는 얘기였다.
쿠당탕!!
“거기까지! 승자 라울!!!”
그런 평가는 라울이 16강 경기에서 승리했음에도 바뀌지 않았다.
“거참. 어떻게 그 순간에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가 있지??”
“그러게. 하늘이 라울 공자님을 돕는 모양이야.”
“어쨌든 공자님도 대단하군. 첫 경기도 그렇고 두 번째 경기도 20분이 넘게 버티다니!”
“진짜 근성 하나는 최고가 틀림없어!!”
16강 경기에서도 라울은 시합 내내 상대방에게 밀렸다.
전 경기처럼 바닥을 구르지는 않았지만 갑옷은 걸레처럼 변해버렸고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전적으로 마지막에 발을 헛디딘 상대방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라울이 8강에서 승리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라울을 제외한 8강 진출자들은 스스로의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고 전원이 마나 소드를 사용할 수 있는 소드 유저급의 유망주들이었기 때문이다.
“…헐.”
“진짜 말이 되냐??”
“아무리 운도 실력이라지만….”
“공자님은 진짜 천운을 타고 나신 게 분명해!”
그래서 라울이 8강전에서 승리하는 순간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8강 경기는 확실히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라울이 처음으로 상처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갑옷 이곳저곳이 찌그러진 건 변함없었고 경기 내내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돌풍’이었다.
상대방이 검에 마나를 두르고 회심의 일격을 내지르던 그 순간 모래바람이 그의 눈을 덮쳤다.
상대방은 무의식중에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고 그 짧은 사이를 놓치지 않은 라울의 검이 어느새 상대의 목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 * *
똑똑똑.
“공자님, 이반입니다.”
“들어와.”
경기를 마치고 방에 돌아온 라울에게 집사 이반이 찾아왔다.
먼지 한 톨 묻어 있지 않을 것처럼 단정한 정장 차림의 이반.
그는 벌써 백작가 저택을 맡은 지 25년 된 베테랑 집사였고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으로 백작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평소 깐깐한 성격으로 인해 저택의 사용인들에게는 ‘악마 집사’로 불리는 그였지만 라울을 대하는 그의 표정은 푸근한 동네 할아버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울을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백작 부인을 대신해 라울을 친 손주처럼 키워온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신지요?”
“걱정해준 덕에 멀쩡해. 그리고 신관이랑 치료사가 바로 대기 중인데 무슨 걱정이야?”
토너먼트를 위해 수도에서 뛰어난 신관과 치료사를 초빙한 상태였다. 팔다리가 날아가더라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들이니 부상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들이 고칠 수 없는 부상도 있다는 걸 명심하셔야지요. 아무리 시합이 중요하더라도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반이 살짝 나무라듯 말하자 라울이 뺨을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경기를 지켜본 모양이군. 그나저나 여전히 이반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구나.’
전생에 평생을 고아로 살다 보니 이렇게 가족처럼 정을 주고 걱정해주는 이를 대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라울의 몸을 차지하면서 기억뿐만 아니라 감정도 전해졌는지 백작가의 사람들을 대할 때면 더더욱 그러했다.
“크흠. 앞으론 좀 더 조심하도록 해보지. 그보다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어?”
어색하게 말을 돌리는 라울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이반이 작은 종이를 전해주었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여태까지야 그렇다 쳐도….”
걱정스러운 이반의 말에 라울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이번에도 꼭 이길 테니까. 말했잖아? 이번 토너먼트는 내가 우승한다고.”
확신에 찬 라울의 표정을 확인한 이반이 살짝 고개를 숙이곤 방을 떠났다.
‘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어린 시절 백작님을 꼭 닮았군. 하지만 이번에 이긴다 해도 결국 결승전 상대는 디온 공자. 과연 라울 님이 그 천재를 이길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는 백번이고 라울을 믿고 응원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반이 떠나고 나자 라울은 손에 든 종이를 살펴봤다.
종이에는 그간 그가 토너먼트 도박 배당을 통해 벌어들인 액수와 다시 투자한 금액 등이 적혀 있었다.
원금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뻥튀기된 금액을 확인하며 슬쩍 미소를 지은 그는 종이를 고이 접어 서랍에 넣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흠. 다행히 죽어라 연기한 보람이 있구나!’
첫 경기도 그랬지만 오늘의 두 경기도 일부러 시간을 길게 끌었다.
수비적으로 움직인 것도, 갑옷이 엉망이 되고 상처를 입은 것도 모두 계산된 일이었다.
물론 마지막에 승부를 결정지은 요소들도 마찬가지였고.
‘역시 커넥트의 주민들은 아직 초능력에 익숙하지 않군.’
16강전 상대방이 발을 헛디딘 것도, 8강전 상대방의 눈에 모래바람이 분 것도 모두 라울이 염동력으로 벌인 일이었다.
당한 입장에선 억울하겠지만 실제로 이 수법은 전생에 라울이 자주 사용해 먹던 수법이었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아직까진 염동력이 크게 드러나선 안 돼.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나는 철저하게 라울로서 살아가야 하니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건 지구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누군가가 백작가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장의 한 수는 반드시 필요했다.
아직은 숨죽이고 성장에 집중할 시기였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초기 자본금을 확보해 둬야겠지. 하지만 연기는 여기까지다. 영지민들의 호감은 충분히 이끌어 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 안됐지만 디온, 네 녀석이 내 발판이 되어줘야겠다.’
살짝 쥐어진 그의 주먹에서 은은한 황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창밖을 바라보는 라울의 눈빛 또한 매섭게 일렁이고 있었다.
* * *
다음 날 벌어진 준결승 경기는 꽤나 접전이었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상대방과 검을 나눈 라울은 경기 내내 대등한 실력을 펼쳐 보였다.
결과는 라울의 승리.
라울은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 상대방을 속였고 함정에 빠진 상대방은 눈앞에서 번뜩이는 롱소드의 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전의 날이 밝아왔다.
라울은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채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이번에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세요!!”
“라울 공자님~ 너무 멋있어요!!”
“운이라도 좋으니 꼭 이겨줘!! 이번 달 월급을 모두 너한테 걸었다고!!!”
준결승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라울의 승리를 기대하는 이들도 꽤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역시나 여성 관중의 대부분이 그를 바라보며 열광하고 있었다.
이윽고 맞은편에서 디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울과 달리 디온은 여태까지의 경기를 빠르고 잔인하게 정리하며 올라왔다.
그와 상대했던 이들 대부분이 크게 다쳤고 개중에는 팔다리가 잘려나간 이들도 있었다.
“네가 최고다 디온!! 빨리빨리 끝장내고 우승하자!!!”
“디온!! 이번에도 상대를 박살 내버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3 공자에게 쓴맛을 보여주라고!”
관중석에서 일부 과격한 이들의 응원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성난 여성들과 다른 관객들의 눈총에 슬금슬금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전통적으로 축제 기간 동안에는 술집에서든 관중석에서든 누구를 어떻게 응원하던지 자유를 보장해왔다.
그동안의 피로와 불만을 이때만이라도 편안하게 풀라는 백작가 및 귀족들의 배려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통치 방식은 각종 검술 대회와 축제가 종종 펼쳐지는 명문가 사이에선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는 편이 대회나 축제의 흥행에도 도움이 되고, 주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데 실질적인 효과도 있기 때문이었다.
뚜벅뚜벅.
눈앞까지 걸어온 디온이 험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이, 비리비리. 얼마나 운이 좋기에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 네 인생 최고의 불운이란 걸 곧 알게 될 거다. 그리고 저기 관중석에서 소리를 지르는 멍청한 년들도 곧 알게 되겠지. 네가 볼품없고 비굴한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야! 팔다리를 잘라 바닥에서 질질 기어 다니게 만들어주마!!”
대결에 앞서 터져 나오는 트래쉬 토크가 아주 찰졌다.
대회 흥행을 위해 트래쉬 토크를 허용했다고 하지만, 그 외에 훈련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각종 대결이나 전장에서 기사들이 트래쉬 토크로 상대방의 기를 죽이거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디온은 앞선 대결에서도 저 주둥아리를 이용해 상대방을 꽤나 흔들어 놨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귀엽네.’
이미 십 년이 넘는 세월을 전장에서 보낸 라울이 듣기에는 그저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라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식 웃고는 귀를 후비며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이런 건방진 새끼가!!”
격분한 디온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지만 심판을 맡은 기사에게 붙들려 경고를 들을 뿐이었다.
그사이 한심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그를 비웃는 듯한 라울을 바라본 디온이 몸을 부르르 떨며 결심했다.
‘저 새끼 오늘 진짜로 발라버린다!!’
하지만 디온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잠시 후 어떤 꼴을 당하게 될 것인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