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라울은 흥분한 디온의 모습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그는 상당히 진지하게 디온을 관찰하고 있었다.
라울의 눈에 살짝 옅은 황금색 기운이 몰려들었고 그의 눈에는 평소라면 보지 못할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이름 : 디온
*레벨 : 42
*직업 : 수련기사(소드 유저)
*소속 : 오스틴 자작가
*칭호 : 오스틴 자작가의 신성. 검술 수재.
*스탯 : 잠재능력(B등급)
[근력 52] [민첩 41] [체력 43] [지력 18] [정신력 14] [마력 32] [감각 21]디온의 얼굴 옆에 떠오른 반투명한 상태창이 그의 정보를 표시하고 있었다.
다른 이의 상태창을 훔쳐본다는 것. 환생한 이후 뜬금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감춰져 있는 고유 특성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이유야 어쨌든 굉장히 유용한 힘이라는 건 분명했다.
‘흠….’
라울은 나지막한 한숨을 속으로 집어삼켰다.
지난 세 시합으로 레벨도 오르고 스탯도 어느 정도 상승했지만 여전히 디온의 피지컬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15세 나이에 근력 스탯이 50이 넘고 민첩과 체력도 40 이상.
게다가 B등급의 잠재능력 보유자이니 성장이 끝나면 70 이상의 스탯에 도달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래봤자 B등급에 불과하지.’
커넥트의 세상 속엔 그보다 훨씬 강한 괴물들이 우글거린다. 그들에 비하면 디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잠시 잡생각이 들었지만 슬쩍 고개를 저으며 다시 시합 상황에 집중했다.
어차피 디온과의 시합에서 중요한 건 스탯이 아니었다.
피지컬은 그저 거들뿐. 진짜는 검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가 하는 점이었으니.
‘지금부터 그걸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마, 디온!’
라울은 여전히 흥분해 있는 디온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 * *
백작의 수신호와 함께 시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태까지와는 달리 선공을 취한 것은 라울의 쪽이었다.
챙!!
‘음, 생각보다는 반탄력이 강하지 않군.’
간을 볼 생각으로 살짝 내질렀던 롱소드에서 전해오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예상보다 훨씬 쉽게 시합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휘이잉.
그 사이 선수를 빼앗긴 디온이 거칠게 바스타드 소드를 내리그었다.
하지만 라울은 살짝 스텝을 밟는 것만으로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챙, 채쟁!
몇 번의 공수가 오가고 라울은 확신할 수 있었다.
디온의 검에는 힘이 실려 있고 명문 검가의 검술에 걸맞게 검의 궤적도 깔끔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검이 너무 정직해. 실전 따위는 경험해보지 못한 전형적인 도련님 검술이야.’
아마도 그를 훈련시킨 자작가의 기사들은 디온을 상대할 때 적당히 검을 섞은 게 분명했다.
자작의 아들이고 나이도 어리니 함부로 손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또래에 비하면 우월한 피지컬과 재능이 있었으니 대련에서도 항상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선 검술이 쉽게 발전하지 않는다. 뛰어난 재능 덕에 마나를 일찍 깨달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어쨌든 확인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찔러오는 바스타드 소드를 살짝 쳐내며 거리를 벌린 라울.
디온을 향해 롱소드를 겨눈 그가 숨을 한번 들이켜고는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하앗!”
롱소드는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디온은 가소롭다는 듯 간단하게 바스타드 소드로 그것을 쳐냈다.
하지만 찌르기는 페이크에 불과했다.
롱소드가 튕겨 나가는 반탄력을 역이용해 몸을 살짝 비튼 라울은 달려나가던 속도 그대로 디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강력한 숄더 차지(어깨 밀치기)였다.
투웅~ 쿠당탕!
대비하지 못하고 있던 디온은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뒤로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라울은 쓰러진 디온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롱소드의 검면으로 디온의 양쪽 뺨을 후려쳤다.
퍽, 퍼벅!!
디온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허공을 가를 뿐. 이미 라울은 뒤로 빠진 후였다.
“뭐야, 시발!”
자신이 넘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황당하단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디온.
양 뺨에 새겨진 검날 자국이 부풀어 오르며 그의 화를 부추겼다.
“건방진 새끼! 감히 이 몸에 손을 대? 죽여버리겠어!!”
흥분한 디온의 검이 푸른 마나를 머금고 날아들었다.
이미 완숙한 소드 유저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검에 어린 푸른 마나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하지만 쨍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공격은 허무하게 막혀버렸다.
어느새 라울의 검에도 황금빛의 마나가 아지랑이 피듯 맺혀 있었기 때문이다.
“막아?! 헛!!”
자신의 검이 막힐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디온이 방심한 사이. 가볍게 디온의 검을 쳐낸 라울이 발을 걸어 디온을 자빠뜨렸다.
그와 동시에 비어 있던 왼손 주먹으로 가볍게 디온의 얼굴을 끊어쳤다.
퍼억!
안면에 타격을 받은 충격으로 잠시 시야를 잃은 디온은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바스타드 소드를 제멋대로 휘둘렀다.
“크아악!!”
겁이라도 집어먹은 듯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는 꼴이 사뭇 우스워 보였다.
어느새 뒤로 물러서 있던 라울은 팔짱을 끼고 디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꼴사납다. 얼른 일어나라.”
라울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수습한 디온이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그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코뼈가 부러졌는지 손가락 사이로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퉷.
애써 입속의 핏물을 뱉어낸 디온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경계 어린 눈빛으로 라울을 바라봤다.
몇 번의 타격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봤자 변하는 건 없겠지만….’
디온의 검술은 약간 변형되었다고 해도 결국 애쉬튼 백작가의 검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연히 그 검로와 검식을 라울이 모를 리 없었고 같은 검술을 쓴다면 라울이 디온에게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다 보이는 걸 어쩌라고?’
은은한 황금빛이 어린 라울의 눈동자는 상대방의 몸속에 흐르는 마나의 움직임조차 꿰뚫어 보고 있었다.
비록 소모되는 마나량이 만만치 않아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흐아압!”
한결 진중해진 표정으로 디온이 검을 뻗어온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마나가 좀 더 실려서 검이 약간 빨라진 정도로는 라울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디온의 검을 살짝 흘려버린 롱소드가 그대로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찌이익.
검이 지나간 자리엔 기다란 흔적이 새겨졌다.
“이익!”
조금 전 격돌로 조금은 흥분을 가라앉힌 디온이 반격을 시도했다. 그 옆으로 지나치는 라울을 향해 무릎을 올려친 것이다.
허나 라울은 간단히 피해냈다. 동시에 녀석의 어깨를 손으로 낚아채곤 그대로 자빠뜨렸다.
꽈당.
또다시 넘어진 디온의 정강이 보호대 사이로 살짝 롱소드를 찔러 넣고 뒤로 빠진 라울.
디온의 보호대를 타고 작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 * *
“흐음.”
멜빈 백작은 복잡한 심경으로 시합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짝 옆을 돌아보니 몇 군데 좌석이 비어 있었다.
‘하긴, 계속 보고 있긴 힘들겠지.’
이미 시합이 시작된 지 10분이 넘었다. 그리고 시합은 완벽하게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갑옷마저 넝마가 되어 있었고 반대쪽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검을 쥐지 않은 한 손으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이 시합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과.
그렇기에 오스틴 자작은 아들의 시합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를 뿌드득 갈며 객석을 벗어나 버렸다.
시합 전부터 은근슬쩍 자신의 심기를 긁어대던 건방진 동생이 인상을 팍 찌푸리고 사라지자 백작은 속이 후련해짐을 느꼈다.
매번 라울과 디온을 비교하며 이미 디온이 우승하기라도 한 듯 잘난 척을 해대던 것을 생각하면 고소하기 그지없었다.
‘라울 이 녀석….’
진짜 ‘가지고 논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주는 라울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한편으론 아들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미안함도 감출 수 없었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이미 소드 유저 경지에 오른 지는 한참 되었을 텐데.’
물론 실제로 라울이 소드 유저 경지에 오른 것은 바로 전날이었지만 백작의 입장에서는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경지의 문제가 아니라 검술의 숙련도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합장에 있는 둘의 단계는 같았다.
소드 유저. 마나를 검에 담는 자.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압도적인 실력 차가 존재했다.
라울은 마치 지도 대련을 하는 것처럼 여유가 넘쳤고 디온은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며 발악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디온의 검은 라울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같은 검술을 사용한다고 했을 때 이 격차는 단순히 검술에 대한 이해도를 뛰어넘어 실전 경험의 차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천재 수준을 넘어선다는 말인데…. 일단 시합이 끝나면 라울과 얘기를 나눠봐야겠군.’
어쨌든 당장은 시합을 즐겨야 할 것 같았다.
백작은 살짝 오그렸던 미간을 활짝 펴며 외쳤다.
“그렇지! 계속 몰아붙여!!”
* * *
확실히 디온의 실력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뛰어났다.
앞선 네 경기에서 상대방들은 마나 소드를 긴 시간 동안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필요할 때만 찔끔찔끔 꺼내 들었는데, 디온 녀석은 10분 넘게 마나를 쉬지 않고 뿜어내고 있었다.
‘뭐 그것도 이젠 끝이지만….’
이제는 마나가 고갈되었는지 검에 실린 마나가 깜빡거린다.
몸놀림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느려진 상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헉, 헉. 어째서! 어째서 내 검이 닿지 않는 거냐!!!”
“…….”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라울은 그저 기계적으로 빈틈을 노려 디온의 정강이를 로우킥으로 후려갈겼다.
“크헉. 너 이 새끼! 도대체 무슨 비겁한 술수를 부린 거야?? 내가 너 따위에게 이렇게 당할 리가 없잖아!!”
주둥이를 계속 벌리는 걸 보니 아직도 힘이 조금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일방적으로 패고 있는데도 체력이 부족하다니! 이 약해빠진 육체는 아직도 단련이 필요하구나.’
디온은 굉장히 억울해 보였다. 정타로 한 대만 맞췄어도 라울의 허약한 육체가 버티긴 힘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맞아줄 필요가 어디 있을까.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마나를 탈탈 털어 넣은 십자 베기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디온이 어깨를 움직이는 순간부터 동작을 예측하고 있었다.
라울은 여유 있게 검의 사정거리 밖으로 몸을 빼냈다. 그리고 공격 후 허술해진 틈을 파고들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제 쫌 자라.”
슈우욱~ 뻑!
정확하게 관자놀이에 적중한 라울의 주먹이 디온의 뇌를 뒤흔들었다.
털썩하고 그대로 자리에 엎어져 버린 디온의 입가에서 하얀 게거품이 올라오고 있었다.
황급히 다가온 기사가 디온의 맥박을 확인하고는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려 교차했다.
“시합 종료! 승자 라울!!”
“……!!”
“맙소사, 진짜 라울 공자님이 이겼어!!”
“대박! 디온은 상대도 안 되잖아?”
관중석에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경기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사람. 라울의 본 실력에 감탄한 사람. 그저 라울이 이겼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여성 관객들까지.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 모두 이 영화 같은 결말에 감탄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화끈한 모습을 보여준 라울에게 또다시 매료되어버린 관중들이었다.
“후우.”
가볍게 호흡을 정리한 라울은 검을 갈무리 하곤 힘차게 주먹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내며 함성을 질렀다.
라울은 그렇게 주먹을 쥔 채 한동안 관객석을 바라보다 자리를 벗어났다.
뚜벅뚜벅 걸어서 경기장을 내려오는 라울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준비한 대로 정해진 결과를 얻어냈을 뿐. 디온에게 이겼음에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승전을 압도적인 실력 차로 눌러버린 라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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