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라울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대기실로 향했다.
잠시 후면 토너먼트 시상식 및 성인식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행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테니 지금이 아니면 여유가 없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시스템창을 열고 퀘스트 보상을 확인했다.
등급 : D+
목표 : 애쉬튼 백작가의 성인식 토너먼트 4위 이내 입상. 최종 순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지급됨.
결과 : 토너먼트 우승(완료)
보상 : 경험치, 300코인(플레이어 상점 전용), 랜덤 스킬북(E등급 이하).
추가 보상 : 추가 경험치, D등급 자유 스탯 포인트 5개, 랜덤 스킬북(D등급 이하).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만큼 보상은 꽤 풍족해 보였다. 라울이 밝은 표정으로 보상을 받자 몇 번의 레벨업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상태창 확인.”
*이름 : 라울
*레벨 : 25 (하드코어 모드)
*직업 : 수련기사(소드 유저), 초급 염동술사
*칭호 : 애쉬튼 백작가 성인식 토너먼트 우승자.
*스탯
[근력 31] [민첩 36] [체력 29(+1)] [지력 22] [정신력 45] [마력 41] [영력 44] [감각 43](잔여 스탯 포인트 : 5)
‘역시 퀘스트가 답인가?’
토너먼트에서 고작 네 시합 이겼을 뿐인데 레벨이 6이나 올랐다. 한 달 내내 훈련해서 겨우 10레벨 정도 올랐던 걸 생각하면 폭렙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레벨도 스텟도 아직은 15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빨리 영지에서 벗어나야지.’
백작가 내부에서 성장하는 것은 안전할지는 몰라도 한계가 명확했다.
그가 가진 ‘현재 유일한’ 플레이어라는 장점을 살리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커넥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퀘스트, 보물, 기연을 다른 이들보다 빨리 차지해야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너먼트에서 얻은 가장 큰 보상은 ‘왕국 아카데미 입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백작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만 토너먼트까지 우승한 마당에 무턱대고 거절하진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 * *
“안 된다.”
“예?”
“왕국 아카데미. 허락할 수 없다!”
“하지만 토너먼트 4강 안에 들면 왕국 아카데미에 보내주신다고….”
“크흠, 그건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고. 게다가 라울 너는 아직 가문에서 배울 것이 많다. 그간 검술 훈련에 소홀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배워야지.”
믿음이 깨졌다.
아버지인 멜빈 백작은 아무래도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검에 대한 배움은 평생 끝나지 않는다. 평소에 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아닙니까? 그 말씀처럼 가문의 검은 제가 평생 배우고 수련해야 할 과제입니다. 하지만 왕국 아카데미는 입학 연령 제한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가보겠습니까?”
라울의 대답에 놀란 백작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평소의 라울은 말수가 적고 얌전한 아이였다. 그리고 기가 약해서 그런지 말끝을 흐리거나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저렇게 논리정연하고 당당한 대답이라니!
‘언제 이렇게 강단 있게 자랐단 말이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간신히 멈춰 세운 백작이 눈을 부릅뜨고 라울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가슴팍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키.
자신의 팔뚝보다 얇은 허벅지.
그리고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창백한 안색.
아무리 봐도 밖으로 내보내기엔 불안했다.
참고로 백작은 2m가 넘는 거구였고 그의 팔뚝은 웬만한 여성의 허리보다 두꺼웠다.
그리고 라울은 백작과 달리 피부가 하얄 뿐 창백하다고 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안 돼. 너같이 허약한 녀석을 어찌 그 먼 곳까지 보낸단 말이냐?”
그러자 라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도 제가 꼭 가겠다고 한다면요? 그리고 토너먼트까지 우승했는데 허약하다는 말씀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백작과 라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매섭게 부딪쳤다. 둘 다 자신의 의견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잠시 라울의 눈을 뚫어지라 쳐다보던 백작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로 해서 될 일이 아니구나. 정 그렇게 원한다면 어디 한 번 실력으로 나를 설득해 보아라!”
그리고 그날. 라울은 백작의 옷깃도 스치지 못한 채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 * *
달그락, 달그락.
라울은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세 대의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기마병들 사십여 기의 모습이 보였다.
잿빛의 망토를 걸친 기마병들의 가슴에는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곰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애쉬튼 백작가의 문양이었다.
백작과 대련을 벌이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갔다.
그날 이후 라울과 멜빈 백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매일 대련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라울은 이렇게 마차를 타고 영지를 떠나가고 있었다.
‘정말 밑천을 탈탈 털어서 간신히 탈출했군.’
멜빈 백작의 실력은 솔직히 압도적이었다.
괜히 왕국 5대 무가의 가주가 아니라는 듯 그의 검술은 라울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게다가 백작의 육체는 솔직히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괴물 같았다.
그렇기에 백작이 소드 마스터가 아님에도 애쉬튼 백작가가 5대 무가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검가주들에 비해 나이도 젊으니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진짜 괴물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라울의 느낌상 그 시기는 멀지 않아 보였다.
전생에서 멜빈 백작의 이름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커넥트에 진입했을 때 이미 백작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앞으로 등장할 적들을 상대하려면 아버지가 꼭 필요해! 그리고 어떻게 얻은 가족인데. 절대로 허무하게 잃을 순 없어!’
아직은 가족이란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고 아버지란 말도 입에 잘 붙지 않았다.
하지만 백작가에서 생활하며 라울의 가슴속엔 무언가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남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떤 뜨거운 감정이.
결국 백작의 허락을 받아낸 것은 검술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라울은 며칠간의 대련 끝에 검술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고 백작의 앞에서 염동력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피슛!
라울의 롱소드가 처음으로 백작의 뺨을 긁고 지나갔다.
백작이 라울의 검을 피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염동력으로 검의 궤적이 미세하게 바뀐 것이다.
“……!!”
멜빈 백작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지? 마지막의 그 변화는??’
백작은 뺨에 흘러내리는 핏방울을 손으로 닦아내며 라울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그저 어린아이처럼 보이던 라울이 어느새 한 명의 당당한 검사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눈에 서려 있는 강렬한 투쟁심이 그의 심장을 자극했다.
“오냐!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백작이 처음으로 라울을 향해 선공을 취했다. 라울도 그에 질세라 백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날.
라울은 처음으로 백작에게 한 명의 사내이자 검사가 되었음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대련이 끝나고 라울은 염동력과 갑자기 늘어난 검술 실력을 설명하면서 ‘신의 계시’를 통한 각성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써먹었다. 당연히 백작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라울이 원래라면 알고 있을 리 없는 몇 가지 정보와 세계정세까지 언급하자 백작도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애초에 백작도 주변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라울은 백작과 대련을 벌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백작은 라울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최대한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라울은 백작령을 벗어나 왕국 수도로 향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 것이었다.
덜커덩.
마차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한 사내가 창문 앞으로 다가왔다.
“라울 공자님. 이곳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움직이겠습니다.”
사내의 이름은 필립.
일행의 호위를 맡은 책임자이자 애쉬튼 백작가의 제1 기사단인 ‘골든 베어 기사단’의 상급 기사이기도 했다.
100명 정원인 기사단원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굉장한 실력자였다.
“알았어. 내려가지.”
라울은 고개를 끄덕이곤 마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눈에 마나를 집중해 필립의 정보를 살펴봤다.
*이름 : 필립(42세)
*레벨 : 92
*직업 : 상급 기사(소드 엑스퍼트 상급)
*소속 : 애쉬튼 백작가, 골든 베어 기사단
*칭호 : 소드 브레이커
*스탯 : 잠재능력(S등급)
[근력 82] [민첩 76] [체력 81] [지력 68] [정신력 77] [마력 76] [감각 73]*고유 특성
오우거의 괴력(A+), 타고난 지휘관(A), 검술 집착(A-)
‘역시 굉장하군.’
알려진 실력 이상으로 준수한 스탯과 특성이었다.
일반적인 소드 엑스퍼트급 기사들의 스탯은 70대였다. 하지만 그의 근력과 체력은 이미 80을 넘긴 상황.
S등급이라는 높은 잠재능력을 생각해본다면 언제 소드 마스터의 벽을 깰지 모르는 인재였다.
필립에게서 눈을 떼고 어느새 준비된 간이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이 줄줄이 그의 곁에 자리 잡았다.
라울의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인원은 총 50명.
그중 필립을 포함한 정규 기사가 세 명, 수습 기사가 6명이었다.
거기에 기사 수업을 받는 수련생이 15명, 기마병이 20명에 남은 5명은 라울의 시중을 들 시종과 일꾼들이었다.
이 수행원들을 뽑기 위해 라울은 한 달간 굉장히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백작의 허락하에 기사단과 훈련장을 방문해 직접 기사들을 설득했고 병영에 들러 수많은 병사들을 일일이 본인의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시종과 일꾼들은 집사인 이반의 추천 덕에 발품을 덜 팔았지만 결국에는 한 명 한 명 면접까지 보며 선택해야 했다.
누가 보면 굳이 왜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했나 물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울의 목적은 분명했다.
젊고 재능 있는 자, 그리고 그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인물. 그것이 아니라면 일행에 포함시킬 의미가 없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굉장히 뿌듯하군.’
제일 나이가 많은 필립도 42살. 정규 기사 둘은 30대였고 나머지 인원은 20대 아니면 십대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잠재능력 B등급 이상의 준비된 인재들이었다.
이대로 무난히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분야에서든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늦는다.
백작가에 다가올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 모두 빠르게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과하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저 수도에 도착하는 것만을 생각했다면 기사를 포함해 열 명 정도면 충분했을 테니까.
“필립 경.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지?”
“예정대로라면 5일 후에 도착합니다. 속도를 더 올릴까요?”
“아니, 급하게 갈 필요는 없어. 병사들 훈련도 필요하니까 이대로 가자고.”
그 말에 조금 떨어져서 식사하던 몇몇 젊은 병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이번 여정에 참여하기 전까지 말을 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무조건 승마를 배우라는 명령에 마차와 말을 교대로 오가며 훈련 중이었다.
“그런데 굳이 이 많은 인원을 데리고 [자유 도시 미라]로 향할 이유가 있습니까?”
라울의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던 기사 제이크가 물었다.
이미 수행원을 모집할 때 여행 겸 수련이 목적이라고 얘기하긴 했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아 보였다.
“이유는 도착해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번 여정에서는 내 명령을 백작님의 명령처럼 따르겠다고 맹세한 걸 잊지 말고.”
라울의 말에 제이크가 슬쩍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당연하죠. 이 제이크의 맹세는 무거우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진짜로 한 달 넘게 거기서 뭐 합니까?”
“어허, 제이크!”
필립이 한마디 던지자, 제이크가 알았다는 듯 양손을 들며 중얼거렸다.
“거참 빡빡하시네들.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건데….”
제이크가 기사단의 소문난 수다쟁이라는 게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라울은 그저 피식 웃어넘기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가면 고생할 건데 마음이라도 편하게 가는 게 낫지 않겠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