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 [자유 도시 미라].
그곳은 플레이어들이 튜토리얼을 마치고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는 ‘시작점’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말은 그곳에 수많은 퀘스트와 숨겨진 아이템이 있다는 뜻이었다.
라울은 자유 도시 미라에 머물며 영양가 넘치는 퀘스트와 장비, 인재들을 긁어모을 생각이었다.
물론 혼자가 아닌 일행들과 함께!
‘앞으로가 너무 기대되네.’
라울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의 미소는 왠지 모르게 사악해 보였다.
5일 후.
라울의 일행은 별문제 없이 자유 도시 미라의 경계에 도착해 있었다.
‘문제가 좀 생겼어도 괜찮았는데….’
빨리 레벨을 올리고 예전의 실력을 되찾으려면 실전 경험이 필요했다.
든든한 호위까지 대동했는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았다.
라울은 아쉬움을 달래며 검은색 준마 위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넓은 숲을 바라봤다.
그때 제일 앞쪽에서 일행들을 이끌던 필립이 다가왔다.
“라울 님, 이제 저 숲만 지나면 자유 도시 미라의 영역입니다.”
“듣던 대로 숲이 울창하네. 미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 숲을 지나야 한다지?”
라울의 물음에 필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숲을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미라의 경계는 모두 이런 울창한 숲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숲의 나무를 벨 수가 없어서 정해진 길이 아니면 통과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자유 도시 미라. 그곳의 또 다른 별칭은 [신의 영역]이었다. 경계의 숲을 비롯해 미라 곳곳이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베어도 순식간에 다시 자라나고 동물을 사냥해도 어디선가 새로운 동물이 나타났다.
몬스터도 마찬가지. 아무리 죽여도 원래의 개체수를 유지하니 토벌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렇게 베어낸 나무, 채취한 약초, 사냥한 동물 같은 것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마치 신의 물건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허공에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뭐,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니까. 주민들이 함부로 손대는 것도 곤란하겠지.’
주민들이 자원을 채취할 수 있다면,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이곳을 주변 왕국들이 가만 놔둘 리 없었을 것이다.
“이 숲길 주변으로 도적들이 날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놈들이 감히 우리 애쉬튼 백작가를 건들 수 있겠습니까?”
필립이 자부심 어린 말투로 얘기하자 라울이 고개를 끄덕인 후 지시했다.
“그만 출발하지. 오늘 중에 미라에 도착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모두 출발!”
필립이 다시 선두로 향했다. 물끄러미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라울이 문득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기사와 병사들의 갑옷, 망토. 기수들이 들고 있는 깃발. 세 대의 마차와 말들이 입고 있는 마구. 그 모든 곳에 포효하는 황금 곰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래서야 정말 모를 수가 없겠군.’
애쉬튼 백작가는 왕국의 그 어느 가문보다 자부심이 강한 곳이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당당하게 가문의 문장을 드러내고 다녔다.
‘하지만 자부심을 지키려면 그만한 힘이 있어야 하는 법. 그렇게 강하고 당당했다면 가장 먼저 멸문하지는 않았겠지.’
조만간 다가올 가문의 위기는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대략적인 사건과 범인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후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지난 생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번 생엔 가문의 힘도 철저하게 이용해야 했다.
애쉬튼 백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다.
그 위기를 극복하려면 라울도 강해져야 하고 백작가 그 자체도 강해져야만 했다.
라울은 가문의 문장을 다시 한번 눈에 새기고는 숲을 향해 말을 몰았다.
‘벌써 몇 놈이 나타났군.’
숲 사이로 라울 일행을 훔쳐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래도 당장 누군가의 습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필립의 말처럼 어중이떠중이가 덤벼들기에는 가문의 힘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곳을 떠난 후에는 분명 일이 터질 것이다. 놈들이 준비할 시간도 충분할뿐더러 그때면 일행의 수도 줄어 있을 테니까.
‘가급적 많이 끌고 와줬으면 좋겠어. 경험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아마도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드코어 플레이어가 한 달간 사냥터를 독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 * *
예상대로 라울 일행은 아무런 충돌 없이 숲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굉장히 넓은 평원이었다.
평원의 좌우로 작은 크기의 산과 숲에 둘러싸인 호수 같은 것이 보였다. 중간중간에 크고 작은 마을들도 눈에 띄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은데요? 이거 거의 백작령에 맞먹는 거 같은데??”
언제 다가왔는지 수다쟁이 제이크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거야. 도시 하나가 아니라 종속된 마을 십여 개가 포함된 넓은 영역이니까. 자급자족하려면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라울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자 제이크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이것저것 즐길 거리도 많겠군요? 시골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입니다. 하핫.”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땅은 넓지만 실속이 없고 인구도 적으니까. 도시 상황도 그렇게 여유롭진 않다고 하더군.”
하지만 제이크는 라울의 말이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평선 끝에 보이는 자유 도시 미라는 백작가 본성보다 훨씬 커 보였기 때문이다.
“도시가 저렇게 큰데 설마요. 나중에 도착해서 신기한 게 많다고 막 놀라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실상을 알고 나면 많이 실망하겠네. 어차피 놀러 온 게 아니니 상관없긴 하지만.’
라울은 속으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말을 달리고 나서야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문을 받기 위해 성문에 도달한 그 순간 띠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라울의 시야 한 편에 반짝거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새로운 기능 [커넥트 커뮤니티]가 개방되었습니다.
-새로운 기능 [길드] 카테고리가 개방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모험의 출발선], [스킬 수집가]가 등록되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메시지를 확인했던 라울의 두 눈이 번뜩였다.
여태까지 게임 시스템이라고 해봤자 정보창과 인벤토리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혹시 정식 서비스 전까지 다른 기능들은 쓸 수 없는 게 아닌지 걱정했는데….
‘좋았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더 많은 기능이 개방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다른 이들과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이 난 라울이 새로 생긴 기능을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필립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라울 님. 시장이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방문하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일행들은 임시로 숙소를 잡도록 하고 기사들만 나와 함께 간다.”
“알겠습니다.”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도시의 책임자를 만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라울은 준비된 마차에 올라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천지 차이네. 그때는 시장 얼굴 한번 보려고 1년이나 개고생했는데….’
플레이어로선 도시 공헌도를 올리지 않으면 중간 관리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좋은 퀘스트를 받으려면 좋든 싫든 낮은 등급의 퀘스트를 수행하며 공헌도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착하자마자 시장의 초대를 받고 전용 마차까지 타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장은 아마 백작가의 자제가 왔으니 예의상 초대한 것이겠지만 라울은 시장에게 얻어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당신에게도 나쁜 이야긴 아닐 거야. 그러니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라, 레이날도 시장.’
점점 다가오는 관저를 바라보며 라울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 * *
레이날도 하트.
올해 44세인 이 남자는 갈색 머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별 볼 일 없는 학자 같은 그가 바로 자유 도시 미라의 시장이었다.
벌써 8년째 시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굉장히 울적했다.
축 처진 어깨와 납덩이처럼 가라앉아 있는 표정이 그의 심정을 짐작케 했다.
처음 시장이 되었을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나이 드신 아버지는 몸을 사리셨지만 나는 달라. 내가 반드시 미라를 대륙 최고의 도시로 바꿔보겠어!!’
그리고 그는 실제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로운 사업들을 펼치며 도시의 체질을 바꿔보고자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헛짓거리에 불과했다.
신의 영역은 괜히 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듯 개척하는 게 불가능했다. 초빙했던 마법사도, 신관도, 이종족의 사제도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광 도시로 변모를 꾀했지만 자존심 높은 귀족들은 일반 시민들로 가득 찬 도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특산품을 가공해 무역도시로 거듭나려 했지만 부족한 원자재와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대규모 상행을 유치하긴 무리였다.
결국 남은 것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사들과 귀족 자제들의 수련장 또는 휴양지가 되는 것밖에는 없었다.
도시의 진정한 자립을 꿈꾸던 레이날도에게는 좌절과 다름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누가 찾아왔다고??”
레이날도의 목소리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애쉬튼 백작가의 막내아들 라울 공자입니다. 수행원을 50명이나 데리고 방문했다고 합니다.”
비서의 말에 레이날도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아, 그 나약하다고 소문난 셋째 말이군. 수련하러 왔을 리 없으니 요양이라도 하러 왔나? 어쨌든 인원이 많으니 돈은 좀 쓰고 가겠군그래.”
안 그래도 도시 사정이 좋지 않은데 근래에 방문한 귀족 자제들이 하루가 멀다고 사고를 치고 돌아다녀 속을 썩이고 있었다.
라울이란 녀석은 유약하긴 해도 망나니란 소린 없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도착하면 들여보내. 차도 좀 괜찮은 거로 꺼내 놓고. 나름 큰 고객인데 성의는 보여야지.”
지시를 마친 레이날도는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며 살짝 눈을 감았다.
‘언제까지 애새끼들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진짜 신탁의 ‘그날’이라도 왔으면 좋겠군.’
자유 도시가 생긴 이래 하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 속의 신탁.
언젠가 신의 영역을 개척하고 대륙에 큰 변화를 가져올 이방인들이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
그게 진실이라 한들 과연 그의 생에 그런 날이 올지 알 수 없었다. 얼마 전 숨을 거두신 아버지처럼 평생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신탁에 기대야 할 만큼 레이날도 자신도 지쳐가고 있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 있던 바로 그때. 똑똑 소리와 함께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장님, 라울 공자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레이날도는 의자에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지. 애쉬튼 백작가라면 몬스터 부산물로 돈 좀 만지는 가문이니 애송이를 꼬드겨서 투자라도 좀 받아야겠어.’
그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어서 오게, 라울 공자. 자유 도시 미라에 방문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네!”
레이날도의 얼굴엔 환한 접대용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지금까지의 피로에 찌든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