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회의장에 앉아 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 라울이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그러자 버나드가 회의실 전면 마법 스크린에 화면을 띄우고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그럼 영지 현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 퍼스트 길드가 확보한 영지는 총 네 곳입니다. 이곳 본성이 위치한 [칼립스] 영지는….”
라울의 영지는 현재 네 곳.
먼저 [칼립스 영지].
이곳은 라울이 성인이 되면서 백작에게서 받은 곳이었다. 위치는 왕국 서남쪽 끄트머리고, 애쉬튼 백작령 중에선 가장 남쪽이었다.
영지의 크기는 남작령 치고는 큰 편이었다. 총 인구는 3만 정도.
영주성인 칼립스 성을 중심으로 인구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마을 다섯 개가 종속되어 있었다.
서북쪽으론 금역인 몬스터 숲을 마주하고 있고, 남과 북은 강을 낀 평원이, 그리고 동쪽에는 적당한 크기의 야산과 숲이 자리 잡고 있어서 도시가 자리 잡기엔 적합한 지형이었다.
다만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황무지와 사막 지대가 나오고 그 아래에는 야만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놈들은 추수가 끝날 시기가 되면 가끔씩 나타나서 마을을 약탈하고 성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전임 영주도 야만인들과 싸우다 전사했고, 이후 관리만 파견하다가 라울의 영지가 된 것이다.
서북쪽의 몬스터와 남쪽의 야만 부족을 접한 이런 위험한 영지를 백작이 내준 이유는 라울 본인이 원했기 때문이다.
백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택한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이곳이 가장 핫한 장소가 될 테니까.’
금역이 풀리고, 남부 대륙 시나리오가 등장하면 이곳은 교통의 요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채취할 수 있는 특산물과 자원들은 굉장히 이용 가치가 높은 것들이었다.
그래서 처음 영지를 받은 이후로 꾸준히 도시 개발을 진행해 왔고, 이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상태였다.
나머지 세 영지는 게이트 아웃브레이크 사태가 발생하고 큰 피해를 입은 영지를 구매한 것이다.
각각 프랑노아, 루이신, 베이츠 영지였는데, 모두 남작가의 영지였고 왕국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문제는 각 영지들이 이어져 있지 않고 중간에 다른 영지들이 끼어 있어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병력의 운용이나 물자의 이동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라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문제가 생겼을 경우 직접 운용하는 포털을 이용하면 소수 정예의 기사단을 순식간에 동원할 수 있었고, 애초에 주변에 그리 위협적인 영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위협이 생기더라도 몬스터와 던전이 안정화 된 이후에 생길 테지. 그러려면 적어도 1년은 시간이 있을 거니까.’
영지를 정상화하고 병력을 육성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굳이 떨어져 있는 영지들을 어렵게 손에 넣은 이유는 바로 ‘게이트’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은 영지를 황폐하게 만들고 수많은 주민들을 잡아먹은 재앙덩어리였지만, 머지않아 사태가 진정되고 플레이어들이 유입되고 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게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마나석, 몬스터 사체, 각종 자원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파워아머나 마법 물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귀한 재료가 발견되는 게이트는 그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이런 게이트를 두고 영주들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라울은 그런 알짜배기 게이트가 등장하는 영지를 미리 선점해 둔 것이다.
마음 같아선 더 많은 영지를 구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은 무리였다.
“…해서, 현재 칼립스 3만, 프랑누아 1만 2천, 루이신 8천, 베이츠 6천, 총 5만 6,000명의 주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유 도시의 난민들 상황은 어떻지?”
“정확하게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대략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각 지부에서 임시로 마련해 둔 숙영지에 머물고 있지만, 조만간 자리가 부족해질 것 같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식량이나 보급품은 충분한가?”
“미리 준비해 둔 것도 있고, 각 시장의 협조로 원가에 구매하고 있어서 아직까진 여유가 있습니다.”
게이트 사태 이후 거의 절반 가까운 남작령이 몬스터에 무너져 내렸다.
영주성까지 함락된 경우도 허다했고, 그렇지 않더라고 작은 마을들은 거의 전멸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당연히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했고, 큰 성이나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몬스터의 밥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구원받은 이들도 있었으니, 바로 자유 도시 근처 영지민들이었다.
일찌감치 네 곳의 자유 도시에 퍼스트 길드 지부를 설치하고 병력을 모았던 라울은, 수도의 사태가 진정된 이후 각 지부에 기사들과 지휘관을 파견해 주변 영지민들을 구원하도록 했다.
그렇게 5개월 이상이 지났고, 그동안 구해 낸 주민이 10만 명이 넘은 것이다.
난민 중 일부는 자유 도시의 건설현장에 투입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퍼스트 길드의 배급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중이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감수하고 있었다.
“이주민을 받을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되었지?”
“칼립스 성의 외성벽 축조 공사가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충분히 10만 명까지는 거주할 수 있습니다. 프랑노아와 루이신도 보름 정도면 보수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그러면 못해도 3만 정도는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참모부에서는 난민들을 무사히 이주시킬 수 있도록 이주 계획을 작성하도록.”
대략적인 영지 상황에 대한 보고가 마무리 되자 피어스가 기사단과 병력 상황을 설명했다.
“기사단은 300명을 확충하여 현재 총원 500명을 채웠습니다. 엑스퍼트 이상 정규 기사의 수는 180명이고 나머지 320명은 수습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6개월 이내에 전원이 엑스퍼트에 도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5개월간 몬스터와 실전을 치르면서 경험치를 흡수한 수련 기사들이 대거 엑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섰다.
애초에 선발할 때부터 잠재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었고, 애쉬튼 백작가의 명문 검술과 훈련법, 실전 경험이 합쳐졌으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스템의 보조가 있었다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했겠지만, 길드 자리는 제한이 있었기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는 없었다.
‘빨리 대형 길드 업데이트가 떠야 하는데….’
그동안 꾸준히 명성을 쌓고 골드를 처바른 덕분에 길드 등급은 현재 최대 등급인 중형 10LV에 도달했다.
하지만 길드원 수는 500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마음이 급한 라울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런 시스템의 보조 없이도 기사들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
언젠가는 플레이어들에게 따라잡힐 수밖에 없겠지만, 경지가 같다고 해서 실력이 같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적어도 몇 년은 칼밥을 먹고 전장을 구른 기사들을 시스템의 보조를 받으며 편하게 성장한 플레이어가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라울이 무리를 해 가면서도 기사단을 계속 확충해 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가능하면 본격적인 난세가 시작되기 전에 기사단을 1,000명까지 키울 생각이었다.
“기사단 포함 정예 병력이 3,000명, 영지병이 6,000명, 용병 부대가 5,000명으로 총 1만 4,000명이며 이주가 끝나면 추가로 신병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좋아. 병력은 예산이 되는 대로 계속 확충해 나간다. 단 어중이떠중이는 필요 없으니 신병 훈련에 신경 쓰도록 해. 그리고 병력이 확충되는 대로 용병의 수를 줄여서 최종적으론 전원 정규 병력으로 전환한다. 쓸 만한 용병은 미리 회유하고 정착을 유도하도록.”
“알겠습니다.”
병력 문제를 확인한 다음은 예산이었다.
“버나드, 예산 운용에는 문제가 없어?”
“현재로선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영지 규모에 비해 병력이 너무 많습니다. 작년 칼립스 영지의 총 세수익이 20만 골드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현재 지출되는 병력 운용비가 한 달에 35만 골드가 넘습니다. 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예산 지출 구조가 아닙니다.”
버나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일반적인 남작령의 1년 예산은 평균적으로 10~20만 골드 정도.
그런데 한 달에 남작령 1년 예산보다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었으니….
“영지만 놓고 보면 그렇긴 하지. 만약 네 개 영지가 정상화되고 준비 중인 체질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어떨 거 같아?”
“인구 10만을 기준으로 잡고, 마스터가 말씀하신대로 제조업과 유통업이 활성화된다면 어떻게든 유지비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차피 주 수입원은 그쪽이 아니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마스터가 말씀하신 이방인들이 유입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분명히 마나석과 각종 마법재료들의 가격이 폭락할 테니까요.”
“괜찮아. 아직 충분한 여유가 있고, 그때쯤이면 다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현재 이 비정상적인 예산 운용을 유지해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나석을 비롯한 몬스터 부산물 판매 수익이었다.
특히 마나석 같은 경우 각종 마법진과 파워아머를 사용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 물자였다.
일반적으로 마나석 광산에서 채굴이 되고 극히 드물게 몬스터의 사체에서 획득되곤 한다.
하지만 게이트와 던전 내부의 몬스터들은 열 마리 중 하나는 마나석을 품고 있었다.
덕분에 꾸준히 게이트와 던전을 공략해온 라울과 퍼스트 기사단은 엄청난 수의 마나석과 부산물을 확보해 둘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게이트 아웃브레이크가 터져 버리고 만 것이다.
원래도 비싼 마나석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가격이 급등해 버렸고, 라울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라울의 든든한 수입원이 되어 줄 예정이었다.
“예산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해. 만약의 경우엔 나중을 위해 보관해둔 고등급 마나석을 풀어도 상관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지금은 돈이 얼마가 들든 시간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다. 플레이어들이 유입되고 나면 지금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그럼 이제 신탁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하지. 케인.”
“네, 마스터. 바로 어제 입수한 정보입니다. 교황청에서 최고 레벨의 신탁을 공표했습니다.”
케인이 마법 스크린에 신탁의 내용을 띄웠다.
[해가 바뀌고 머나먼 곳에서 대륙을 환난에서 구할 구원자들이 당도할 것이니. 신의 축복이 내린 장소에서 그들을 맞이하라.]마침내 플레이어들이 나타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