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문제는 다음입니다. 교황청에서 공표하지 않고 숨겨둔 신탁을 어렵게 입수했습니다.”
[어둠의 그림자가 강해지면 구원의 빛은 검게 물들지니,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어둠의 그림자라 함은 제국 놈들일까요?”
피어스가 무심한 목소리로 묻자 케인이 대답했다.
“일단 교단 쪽에선 특정 세력이 아닌 게이트를 의심하는 듯합니다. 게이트에서 ‘어둠’과 관련된 무언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요.”
“일리 있는 해석이네. 왕성의 결계에서 악마종과 마족을 봤잖아? 추후에 그런 놈들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르지.”
어느새 나타난 라벨이 신탁의 문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그녀의 존재는 수뇌부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고, 종종 마법이나 몬스터에 관련된 일이 있으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혹시 사라졌다던 흑마법사들이 나타나는 건 아닐까요? 제국이 활동을 시작한다면 그들도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아서요.”
“그럴 수도 있겠네. 역사서에 따르면 제국이 패퇴하면서 황제를 추종하던 흑마법사들이 함께 사라졌다고 하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나키아가 마법사의 관점에서 말했고 라벨도 그 말에 동의했다.
나키아가 합류한 이후 둘은 종종 대화를 나누고 함께 연구를 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라울의 진영에 제대로 된 상급 마법사는 그 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라울이 입을 열었다.
“어둠의 정체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제국 놈들일 수도 있고, 마족일수도, 흑마법사일 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건 구원자라고 등장한 이들이 배신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야. 우리는 그 점에 무게를 두고 앞으로를 대비해야 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필립의 물음에 라울이 어깨를 으쓱했다.
“정해진 답은 없어. 최선은 배신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고, 차선은 배신하더라도 상관없도록 이쪽의 힘을 키워 놓는 것.”
아직까지 등장하지도 않은 이들을 상대로 세세한 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야. 구원자라고 했으니 분명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손 놓고 구경할 생각은 없어. 이 세상의 주인은 바로 우리야. 남의 손으로 얻은 평화가 제대로 지켜질 리가 없지.”
“맞는 말씀이십니다. 구원자가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인진 모르지만, 우리 식솔은 우리가 챙겨야지요!”
제이크가 콧김을 내뿜으며 투지를 불태웠다. 말은 안 했지만 필립과 피어스의 눈빛도 날카롭게 빛났다.
“케인. 16개의 자유 도시에 정보원들을 더 풀어 놓도록. 앞으로 그쪽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자금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까.”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현지 주민들을 위주로 첩보 루트를 늘려 가는 중입니다.”
“필립 경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훈련에 조금 더 신경 써 주고, 가능한 많은 병력을 확보했으면 해.”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달튼. 앞으로 네 역할이 중요할 거야.”
“걱정하지 마. 그간 용병들을 관리하면서 충분히 경험을 쌓았으니까. 이방인이라고 뭐 크게 다를까?”
달튼도 지난 수도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남작의 작위를 수여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템플턴 공작가의 입김이 들어가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달튼은 공작가라는 배경도 있고 라울의 친구이기도 했기에 수뇌부 중 라울에게 말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허용한 이유는 앞으로 달튼이 맡아야 할 일 때문이기도 했다.
라울은 달튼을 퍼스트 길드의 얼굴마담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귀족이면서 사고가 유연하고, 쾌활한 성격에 실력도 뛰어난 젊은 기사. 배경도 튼튼하니 어디서 무시당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영입할 플레이어들을 관리하는 역할과 함께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본인도 고루한 기사단보다는 편한 분위기를 원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방인들이 등장하면 지금보다 더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지게 될 거야. 하지만 흔들림 없이 우리가 갈 길을 걸어가다 보면 영광스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확신해. 모두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렇게 신년을 앞둔 마지막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지난 1년. 게임 속 세상에서 눈을 뜨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 왔다.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정말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라울은 두렵지 않았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를 믿어 주는 든든한 가족과 동료들이 있었다.
지켜야 할 것과 쟁취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그의 앞에 나타날 그 어떤 난관도 이겨 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라울은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 * *
2035년 가을.
하나의 기사가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커넥트. 풀 다이브 가상 현실 게임 개발에 성공하다]-풀 다이브는 무슨. 어차피 기존의 VR기계 조금 손보고 팔다리에 센서 달아서 나올 게 뻔한데.
-학계에서는 이미 불가능하다고 판명난 지 오래됐음. 괜히 설레발칠 필요도 없음.
-학계 웃기고 있네, 윗넘 밥은 먹고 다니냐?
-근데 ㈜커넥트가 무슨 회사야? 난 처음 들어보는데.
-신생 기업인 듯. 다국적 로봇 개발 기업이라고 뜨는데?
-이거 100퍼 주식 가지고 장난질 치려는 찌라시 기사다.
-비상장 기업인데?
-왜 다들 여기서 열폭하고 난리야? 어차피 게임 나오고 판단하면 될 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에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VR게임이 개발된 이래, 고글의 형태가 바뀌고 해상도가 좋아져서 실사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메커니즘은 바뀌지 않았다.
몸 외부에 장비를 장착하고 센서와 감지 기능으로 실제에 가까운 가상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뇌에 직접 링크하는 형태의 장비는 상용화는커녕 개발 소식도 없었다.
그만큼 인간의 뇌란 부분은 민감하고 난해한 연구 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풀 다이브’ 가상 현실 게임이 나온다고 하니 누가 믿겠는가?
그렇게 기사는 조용히 묻혀 버리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후 등장한 PV 영상이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초 풀 다이브 가상 현실 게임 PV 영상 공개.]영상은 상공에서 시작되었다. 하늘을 나는 새의 시야 아래로 거대한 산맥과 울창한 숲들이 휙휙 지나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 순간 작은 점 같은 물체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인다.
날갯소리가 거칠어지고 마침내 점 같던 물체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쿠워어어!”
커다란 날개가 달린 도마뱀. 날개달린 용이라고 불리는 [와이번]이었다.
놈은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주둥이를 벌리며 정면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피요오오~!”
날카로운 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 같은 순간 시야가 급변했다.
다가닥 다가닥.
챙!쾅!
구오오오!
이번에는 말을 탄 기사의 시점이었다.
좌우로 번쩍이는 푸른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고 말을 달린다.
멀리 앞쪽으로 보이는 평원에는 병사들과 몬스터들이 뒤엉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훅, 훅.”
기사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기사단은 전장 속으로 돌진했다.
차락!
퍽!
푸른 검기가 솟구친 검이 휘둘러지고 몬스터들이 갈가리 찢겨 나간다.
하지만 그때 기사의 눈앞에 등장한 것은 4미터가 넘는 지상의 폭군, [오우거]였다.
쉐애액, 퍼벅!
“끄아악!”
오우거가 휘두른 팔에 맞은 말과 기사가 피분수를 흩날리며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기사는 용감하게 오우거의 정면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또다시 시점이 바뀌어 이곳은 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붉은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신비로운 푸른빛 룬 문자로 이뤄진 마법진 위에 서서 일제히 주문을 외운다.
이윽고 완성된 마법이 시전되며 전장 뒤쪽, 몬스터 군단의 진형에 불의 비를 떨어트리기 시작한다.
화르륵, 콰광!
몬스터들의 진형이 붕괴되고 불바다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불길 사이로 나타난 검은색의 불길한 게이트에서 작은 뿔이 달린 악마종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뒤이어 핏빛 정장을 입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두 개의 뿔이 달린 새빨간 눈동자의 사내가 이쪽을 바라보더니 썩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화아악.
악마의 얼굴을 한 검은 연기가 마법사들을 집어삼키며 시야가 암전된다.
이윽고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이 벌판을 가득 채우고 달려 나가는 영상과 함께 자막이 달렸다.
[커넥트의 세상이]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성이 불타올랐다.
[위기에 빠졌다]푸른 망토에 하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성을 포위한 몬스터들을 내려다본다.
[영웅들이여]기사들이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한다.
[세상을 구하라]다시 처음 새의 시야로 돌아와 폐허가 되어 버린 지상의 모습을 비춰 준다.
-뭐야 이거? 영화 예고편 같은데?
-CG가 오지는데 너무 실제 같아서 소름 돋는다.
-뭐, 뻔한 내용이긴 한데 실감나서 눈이 가긴 하네.
-설마 이게 정말 플레이 영상이라고? 그럼 갓겜 인정.
-윗댓 설레발치지 마라. 광고하고 실제 게임 내용 같은 게임 봤냐? 뻔하지 뭐.
-처음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거 매 맞음? 매가 와이번하고 맞짱 뜰 수 있음?
-맞짱은 무슨, 한입 꿀꺽이지.
-어쨌든 게임 PV 영상 중엔 역대급인 듯.
-그래서 언제 출시함?
영화 같은 PV 영상에 사람들은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출시일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공식 발매 일정이 나오자 뉴스와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주)커넥트. 신작 게임 출시 공식 발표] [추첨으로 초기 물량 천대에 한해 3개월간 사용료 전액 무료 프로모션 진행!] [전용 캡슐형 접속기기 공개. 캡슐 렌트비와 게임 월정액 합쳐 한 달 50만 원.] [게임 접속 권한은 신청자들 중 매주 추첨을 통해 선발하기로.]-장난하냐? 무슨 게임기가 월정액 50만 원이나 해?
-근데 가격 보면 정말 뭔가 있는 듯. 그리고 캡슐이라니. 정말 풀 다이브 되는 거 아닐까?
-나는 바로 신청했다. 초기 물량 1,000대라는데 엄청 희소성 있지 않냐? 당첨되고 재미없으면 웃돈 받고 팔아도 될 듯.
-윗님, 기사 잘 보셈. 개인 전용이라 타인이 사용할 수 없다잖아. 그리고 렌트한 걸 양도한다고? 잡혀갈걸.
-뭐 대단한 게임이라고 매주 추첨한다는 거임? 로또도 아니고.
└그래서 신청 안 함?
└이미 했지.
└ㅋㅋㅋ
비싼 가격에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사전 예약 신청자 수는 폭발적이었다.
당첨된 1,000명은 3개월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게임 좀 한다는 이들은 모두가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지를 무시하고 양도 차익을 노리는 얌체 무리까지 달려들자 경쟁률은 미친 듯이 올라갔다.
마침내 접수가 마감되었을 때 경쟁률은 10만 대 1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1억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던 것이다.
그리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침내 천 명의 행운아들이 발표되었고, 소문이 무성하던 캡슐이 전 세계로 배송되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