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와글와글.
‘오랜만이군. 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 달라졌는데?’
라울은 나키아, 제이크와 함께 자유 도시 미라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의 1년 전, 미라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넓기만 하고 황량한 느낌이 가득했던 도시였다.
미라의 구조는 시장 관사와 관청들이 모여 있는 내성이 있고, 그 다음에 바로 외성벽 하나만 지어진 단순한 구조였다.
다만 내성벽과 외성벽의 간격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고, 면적으로 따지면 일반적인 남작성의 수십 배 크기였다.
인구 100만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도시에 10만도 안 되는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으니, 성 내부가 휑해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심지어 도시 절반 이상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필요 없이 너무 긴 외성을 쌓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미라는 정말로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미라 외성 부지의 거의 1/3 이상을 구매한 라울은 구획을 나누어 대규모 토목 공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히야, 1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 겁니까? 뭔가 단순해 보이긴 해도 규모만 보면 투리엄 못지않아 보이는데요?”
“저도 보면서 놀랐어요.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건물이 몇 채씩 새로 완성되고 있었으니까요. 다 마스터와 퍼스트 길드 덕분이에요.”
나키아는 그간 미라에 머물러 있었던 만큼 도시의 변화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마음먹고 돈과 인력을 투자하면 얼마나 빠르게 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라울은 크게 구역을 세 개로 나눠 공사를 진행했다.
첫 번째는 상업 지역.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각종 상점과 식당, 술집이 들어설 수 있도록 구획을 나눠 건설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래 있던 중심가 외에 네 곳의 상업 중심지가 들어섰고, 무기점, 방어구 상점, 잡화점, 식료품점 외에 수많은 편의 시설과 상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물론 아직 수요가 충분하지 못했기에 실제 영업을 개시한 곳은 가장 접근성이 좋은 번화가 한 곳뿐이었지만,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 그에 맞춰 추가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땅, 땅.
무기 상점 뒤편에 따로 마련된 거대한 대장간에서 망치를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울이 대장간에 들어서자, 최고참 대장장이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고생이 많군. 일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가?”
“물론입니다. 고로부터 풀무까지 이렇게 고급품으로 채워진 대장간은 아마 왕실 직속 대장간을 제외하곤 없을 겁니다. 마법진의 도움으로 자잘한 부분은 해결이 되니 생산량도 몇 배는 늘어났습니다.”
“다행이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길드에 요청하도록 해. 도제들의 실력은 어떤가?”
“어디서 이런 인재들만 골라 오셨는지, 정말 실력이 쑥쑥 늘어 가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한 6개월 정도 지나면 한 사람 몫은 충분히 할 겁니다.”
대장간에는 나이가 지긋한 숙련된 대장장이들 10여 명과 파릇파릇한 견습 수십 명이 함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장인 하나하나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해진다.
병사를 계속해서 늘려 나갈 생각인 만큼 병장기의 보급을 담당할 장인들의 확보도 중요했다.
“생산 실적은 신경 쓰지 말고 실력 향상에 더 힘써 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전에도 말했다시피 자네를 비롯한 몇몇 숙련공들은 조만간 ‘그것’을 만드는 데 동원될 테니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고.”
“물론입니다. 마스터가 넘겨주신 샘플을 가지고 밤낮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샘플은 확보되는 데로 계속 보내줄 테니 너무 아끼지 말고 확실하게 연구하도록 해. 그리고 보안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제가 책임지고 철저하게 관리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
라울은 조만간 직접 ‘파워아머’를 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이었다.
지금까지는 몇몇 마탑만 독점적으로 생산해 오고 있었는데,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금역이 풀리면 재료의 공급은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이미 재료 조달을 위한 준비는 마치고 있었으니 남은 숙제는 숙련된 장인들과 마법사들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장인들 같은 경우는 이번 게이트 아웃브레이크 사태를 이용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로 수도에 도주한 영주들은 영지를 되찾기 위해 라울을 찾았고, 라울은 약간의 금전적 보상과 직공들을 대가로 요구했다.
평상시라면 숙련된 직공들은 결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었겠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영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히려 돈이 아닌 사람을 받아 가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영주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10여 곳의 의뢰를 해결하며 확보한 여러 직종의 숙련공들 수가 수백이 넘었으니, 제조업과 상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제는 마법산데…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 같기도 하네.’
아직은 국내에 묶여 있어서 뒤로 미뤄지고 있지만, 마법사 문제는 마탑이 즐비한 레슬리 왕국에 방문하면 어떻게든 해결책이 생겨날 것 같았다.
대장간을 나와 가죽 공방, 액세서리 공방, 목공소 등 각종 생산 시설과 상점을 들러 점검을 마친 라울 일행은 다음 구역으로 향했다.
광장을 기준으로 술집과 식당 구역 맞은편에는 숙박 시설과 거주 지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뭐랄까, 조금 답답해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병영보다는 낫긴 하지만, 돈 주고 이곳에 머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제이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거주 구역에는 거의 비슷하게 생긴 4층 건물이 자로 잰 듯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들어와서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간단히 말해서 4층짜리 건물은 원룸이나 고시원에 가까운 구조였다.
침대 하나에 책상 하나가 겨우 들어갈 작은 방들이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제이크 입장에서는 여관도 아니고 이런 자그마한 방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현대인은 이런 구조에 익숙했다.
어차피 플레이어는 좋은 숙소가 필요 없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라울이 생각이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숙소는 그저 현실로 돌아갔을 때 안전하게 잠만 잘 수 있으면 될 테니까.
그나마 이 정도 숙소도 나중에는 자리가 없어서 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유 도시의 토지는 제한되어 있는 반면 플레이어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갈 테니.
오히려 조금 좁더라도 이렇게 수용량을 늘려 놓는 편이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도 이득이었다.
‘이 정도로 준비해 뒀으니 이번에는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들은 줄어들겠지.’
그리고 월세를 받는 라울의 주머니도 두둑해질 것이다.
거주 구역에 4층 원룸만 지어 놓은 것은 아니었다.
내성과 가까운 지역으로 넘어가자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고급 주택단지가 등장했다.
개인 정원에 널찍한 마당까지 딸려 있는 운치 있는 주택들이 담벼락을 경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전쟁을 피해 도피할 귀족들이나 돈 많은 플레이어 길드의 아지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곳이었다.
임대료가 조금 비싸긴 해도 수량이 제한된 만큼 서로 들어오려고 난리를 칠만큼 고풍스럽고 럭셔리하게 인테리어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고급 주택 단지를 지나 완전 도심지로 향하니 멀리서도 눈에 딱 들어오는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퍼스트 호텔]시장의 특별 허가를 받아서 지은 15층짜리 빌딩 건물이었다.
건축 공법이 아직 현대 수준에 못 미치는 커넥트 세상이었기에 마법사들을 초빙하여 마법진을 덕지덕지 발라가며 만든 야심 찬 물건이었다.
건물 내부는 현대 지구의 최고급 호텔 이상으로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몄고, 객실 내부는 각종 마법진을 활용하여 현대식 편의 시설을 모두 갖추어 두었다.
이곳은 특별한 신분을 가진 손님들만 받을 예정이었으며, 퍼스트 길드와 라울의 위상을 높여 줄 랜드마크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이미 완공을 마치고 영업을 개시한 상태였고, 게이트 사태 이후 미라로 몸을 피한 귀족 일부가 객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시장 레이날도를 위해 최고층의 객실 하나를 제공했더니, 요즘은 시청 집무실이 아닌 이곳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더 많았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레이날도 시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호텔 지배인이 라울을 맞이했다. 시장과 만날 약속을 잡았더니 대뜸 이곳에서 보자고 하기에 나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부유 마법진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올라 레이날도 시장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시장이 양팔을 벌리며 환한 미소로 라울을 환영했다.
“이야, 이게 얼마만입니까, 라울 자작님! 좀 자주자주 찾아오시지요.”
레이날도 시장은 라울이 공식적으로 자작 위를 받고 나자 당연하다는 듯 존댓말을 사용했다.
라울도 당연하다는 듯 편하게 말을 받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레이날도 시장님. 소식은 종종 전해 들었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
“하하하, 내가 요즘 아주 자작님 때문에 살맛이 납니다. 그 콧대 높던 귀족들이 고개를 그렇게 숙여 댈 줄이야!”
레이날도는 그간 뻣뻣하게 잘난 척을 하며 이런저런 것들을 요구하던 주변 영주들이 헐레벌떡 도망쳐 와서 도와달라고 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연신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잠시 맞장구를 쳐 주며 그의 기분을 맞춰 주던 라울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 드렸지만, 조만간 대규모의 이방인들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혹시 말씀드렸던 것들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물론입니다. 내가 자작님의 말을 듣고 아주 확실하게 준비를 해 뒀지요. 이방인의 적응을 돕기 위한 안내인, 교습소, 편의 시설까지. 아마 눈이 휘둥그레질 겁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것도 모두 경쟁입니다.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들을 유치해야 우리의 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 잊으시면 안 됩니다. 부하 직원들에게도 꼭 명심시켜 주세요.”
자유 도시의 개수는 총 16개. 처음 접속하는 이들은 랜덤으로 배치가 되지만, 이후 들어올 플레이어들은 시작 지점을 선택할 수 있었다.
라울은 초반에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을 최대한 많이 미라를 비롯한 루벤 왕국의 자유 도시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왕국 내의 자유 도시들뿐이었고, 특히 미라는 영지와도 가깝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단 말이지.’
㈜커넥트에서는 추첨을 통해 플레이어를 선발했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왜냐하면 가장 먼저 커넥트에 발을 들인 1,000명의 플레이어 중 상당수가 오랫동안 랭커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먼저 접속할수록 유리하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커넥트는 일반적인 게임과는 달랐다.
레벨보다 중요한 것이 고유 특성과 스킬 숙련도 그리고 동화율이었다.
‘최초 접속자들의 동화율이 남달리 뛰어났다는 게 나중에야 밝혀졌지.’
그리고 전생에서 배도현이 바로 그 첫 당첨의 기회를 잡은 이들 중 하나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