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시장과의 대화를 마친 라울은 호텔에서 나와 도시 외곽 쪽에 있는 또 하나의 섹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도에 있는 애쉬튼 백작가의 저택보다도 커다란 대저택이 들어서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퍼스트 길드 미라 지부였다.
높은 담장과 감시탑이 갖춰진 넓은 부지 안에는 오로지 길드원들만을 위해 지어진 수십 채의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영장, 목욕탕, 와인바, 전용 호프집 등의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었고, 넓은 연무장과 더불어 아카데미에 설치된 것과 같은 훈련용 환상 마법진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택 내부에 인공 호수까지 조성했고, 기병 훈련도 가능한 모의 전장까지 만들었으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이거 솔직히 말해서 백작가 본성에 있는 훈련 시설보다 훨씬 나은데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 큰 시설을 칼립스 성도 아니고 미라에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이방인들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야. 그들을 영입하면 칼립스가 아닌 이곳에 자리 잡도록 해야 하니까.”
제이크가 라울의 말을 듣고는 대번에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었다.
“아,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괜히 이방인들을 칼립스 성에 끌어들였다가 배신이라도 당하면 골치 아프죠. 쩝, 그래도 시설은 너무 부럽네요.”
칼립스 쪽은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훈련장이나 복지 시설 쪽으론 아직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그런 점이 아쉬웠던 모양이다.
“공사가 진척되면 본성 쪽도 신경을 쓸 거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미라의 시설은 우리 퍼스트 길드의 간판이야.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만들어 둬야 한단 얘기지. 제이크의 모습을 보니 생각대로 된 것 같네.”
“그런 의도였다고 하시면 완전 성공인 것 같네요. 저 휴가 때는 꼭 이곳으로 보내 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제이크와 함께 말을 타고 길드 지부를 돌아본 라울이 저택으로 돌아오자 지부장인 팔머가 그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구경은 잘 하셨습니까?”
“음. 지부장이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야. 시설이 아주 마음에 드는군.”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마스터가 지시하신 대로 따르기만 했을 뿐인데요. 빵빵한 자금, 충분한 인력에 설계까지 다 해 주셨는데 이 정도도 못한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겁니다.”
괜한 공치사에 라울이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팔머의 어깨를 두드렸다.
퍼스트 길드 미라 지부장을 맡은 팔머는 라울이 본가를 떠나며 데려왔던 사용인 중 한 명이었다.
버나드와 마찬가지로 행정과 회계에 능했으며 바위를 다루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본가에서 기사 이외의 인력을 뽑을 때 그런 재능을 보고 선발했고, 그때 데려왔던 다른 사용인 세 명도 각기 자유 도시 지부장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제 이방인들이 도착하기까지 며칠 남지 않았어. 길드원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 사항을 꼭 지키도록 당부해 줘.”
“물론입니다. 걱정하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잘 챙기겠습니다.”
“그리고 전해 준 명단의 인물들이 나타나면 유의 깊게 살펴보고.”
지부장들에게는 라울이 따로 명단을 보내 놓은 상태였다.
그 안에는 영입 후보 리스트와 감시 대상이 기재되어 있었다.
물론 당장 접근하거나 영입할 생각은 없지만,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를 대비해 미리 정보를 수집해 둬야 했다.
‘후우, 큰 변화가 없었으면 좋겠는데….’
솔직히 이번 생이 전생과 똑같이 흘러갈 거란 확신은 없었다.
당장 이번 생의 지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보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물론 어떤 변화가 생기든 크게 두려운 건 없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해 두었으니까.
다만 그를 방해하고 목숨까지 빼앗았던 그놈들만큼은 꼭 커넥트에 접속하기를 바랐다.
‘아주 작살을 내 주마.’
어떤 식으로 놈들을 엿 먹이고 빚을 갚을 건지 계획을 점검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새해를 앞두고 있었다.
* * *
일우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계를 힐끔 쳐다봤다.
이제 몇 분만 지나면 드디어 눈앞의 물건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나한테 이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좋은 일이라곤 거의 없던 25년 인생에서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푸쉬익.
버튼을 누르자 침대만 한 크기의 새하얀 유선형 캡슐의 뚜껑이 스르륵 열린다.
“후읍.”
심호흡을 내쉰 일우가 조심스럽게 캡슐 안으로 몸을 뉘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시험 조작을 해봤지만,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진짜 캡슐이라니….’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물건이 실제로 나타났고, 그걸 자신이 사용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었다.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가짜 캡슐이다,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훈련용 모듈이다, 인체 실험용 장치가 유출된 것이다, 등등의 영양가 없는 소문들만 퍼져 나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캡슐을 받은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이 캡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잡한 물건이 절대 아니었다.
정말로 몇 세대는 뛰어넘은 것 같은 새로운 기술들로 무장한 오버 테크놀로지의 산물이었다.
‘시험 가동만 해 봐도 놀라운데, 실제 게임을 구동하면 어떨까?’
캡슐 당첨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는 이런 기대감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우 또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마침내 초침이 새해를 가리켰고, 일우는 기다렸다는 듯 버튼을 누르고 가상 현실 속으로 풀 다이브를 시작했다.
-커넥트 시스템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인사말이 나오고 그의 눈앞에 새로운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었다.
떨리는 가슴으로 ‘커넥트 접속’이라는 아이콘을 터치하자, 간단한 조작 방법에 대한 설명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과정이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커넥트의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눈을 뜬 일우의 앞에는 완전한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도무지 게임 속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현실감과 생동감,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아…!’
몸속에 알 수 없는 힘이 넘쳐나고 있었다. 마치 새로 태어난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일우는 알지 못했지만, 그건 인간이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마나’를 받아들이면서 오는 새로운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은 동화율이 높을수록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일우는 굉장히 높은 동화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감각과 느낌을 만끽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일우와 마찬가지로 신기한 듯 몸을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는… 광장인가?’
황금 매의 조각상이 세워진 분수가 멋들어진 커다란 광장이었다.
그리고 광장 내에는 다양한 중세풍의 복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새로운 환경에 들뜬 것도 잠시, 계속 광장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음, 튜토리얼은 따로 없나? 그러면 일단 촌장을 찾아가는 게 국룰이긴 한데….’
딱 봐도 거대한 도시에서 촌장 같은 안내인을 찾기가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그때 광장 저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10여 명의 기사가 수십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광장으로 진입했다.
“뭐, 뭐야?”
“와, 위압감 장난 아닌데?”
플레이어들이 이런저런 품평을 하는 사이 그들은 광장을 둘러싸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자세를 잡고 대기했다.
‘뭐지? 들어오자마자 무슨 이벤튼가?’
일우가 살짝 긴장하며 기사와 병사들을 관찰하는 사이, 일단의 무리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이방인 여러분. 저는 자유 도시 미라의 시장 레이날도 하트입니다. 저와 자유 도시 미라는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레이날도가 두 팔을 펼치며 몰래 신호를 주자 어느새 광장 주변에 모여든 주민들이 꽃가루를 뿌려 댔고, 일부 병사들이 환영한다는 뜻을 적은 대형 플래카드를 사방에서 펼쳤다.
‘뭐야 저게?’
‘이건 또 뭔 신박한 오프닝이지?’
‘뭔가 확 깨는 느낌인데….’
떨떠름한 표정의 플레이어들을 앞에 두고 레이날도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커넥트 대륙이 크나큰 위기를 맞이한 이때, 용감한….”
딱 봐도 중요한 인물이 나와서 연설을 하니 플레이어들은 어쩔 수 없이 서 있기는 했지만, 지루했는지 하품을 내뱉는 이들이 속출했다.
다행히 눈치 빠른 비서가 레이날도의 연설을 커트해 줬기에 망정이지, 까딱하면 접속하고 30분 만에 게임 접는 이들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크흠. 처음 방문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간단한 요깃거리와 설명회를 준비했습니다. 참가하신 분들께는 소정의 선물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시장의 연설이 끝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민들이 다가와 작은 주머니를 전달했다.
주머니 안에는 간단한 간식거리와 미라의 지도 및 안내 책자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앞으로 나서며 플레이어들을 인도했다.
“여러분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각 협회와 신전에서 마련한 합동 설명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분들에겐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선생님을 따라가는 학생들처럼 플레이어들이 자신도 모르게 기사들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뭔가 이상한데?’
그가 생각했던 게임의 시작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분명 판타지 배경 세계관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마치 오리엔테이션 같지 않은가?
어쨌든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며 일우는 조용히 기사들의 뒤를 따라갔다.
설명회는 매우 훌륭했다.
커넥트라는 세상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전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라 주변에 서식하는 각종 몬스터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또한 플레이어들의 고유 특성에 따라 각 직업 협회를 중심으로 훈련 방향과 스킬에 대한 상담도 이어졌다.
그리고 설명회의 백미는 바로 전투 시연이었다.
‘퍼스트 길드’ 소속의 기사들이 연무장에서 화려한 마나 블레이드를 뽑아내 실전 같은 대련을 펼치자 플레이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윽고 병사들까지 포함된 소규모 집단전의 시연이 이어졌고, 마법사들이 나와 마법을 이용한 격파 시범까지 보여주자 플레이어들의 환호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미리 생포해 둔 몬스터들을 직접 보여 주고 약점과 상대하는 요령 등을 알려 주었으니 그 누구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자유 도시 미라와 퍼스트 길드에 대한 홍보가 섞여 나갔지만, 위화감을 느끼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피피엘 광고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플레이어들은 간단한 신상 명세를 기록한 뒤 미라의 주민으로 정식 등록되었다.
그리고 시장과 퍼스트 길드의 후원하에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일주일간 식사와 숙소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또한 원하는 이들은 플레이어들을 위해 마련된 임시 교습소에서 각 협회와 길드의 교관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플레이어들도 미라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에 만족하며 무사히 첫날밤을 넘겼다.
그렇게 첫날 게임을 마친 플레이어들의 후기로 인해 게임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