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사막의 악몽이라 불리는 녀석을 사냥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녀석이 아무리 사막의 지배자라고 해봤자 결국은 투뿔 단계에 다다르지 못한 플러스 단계. 자기한테 유리한 사막도 아닌 지하에서 덤벼봤자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냥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사체도 거의 온전한 상태에서 손을 넣었다.
난 이 사체를 아메드 국왕에게 주기로 했다. 친구라면 친구비를 줘야지. 이것이 더 크게 돌아올 수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왠지 사체를 보는 용용이 눈이 심상치 않은 거 같은데.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설마 먹고 싶은 거냐?”
[아, 아냐!]“진짜냐?”
[응, 진짜로!]그런 것치고 미련이 뚝뚝 묻어나오는 거 같던데.
녀석이 잘 먹던 게 떠올랐지만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고고한 신수께서 식도락에 빠진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
내가 아메드 국왕에게 사체를 준 것은 그다지 필요 없어서다.
드라쿨레아 사체를 얻은 와중에 저걸 가지고 갈 필요를 느낄 필요가 없지. 이것이 석유 판매 비즈니스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기도 하고.
게다가 투뿔이 아니면서 플러스 단계에 가까운 마물의 사체는 우리나라에 흔한 거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귀중한 소재로 쓰일 것이다.
이 친구비가 더 큰 호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건 알겠다.
이세희와 어울리다 보니 나도 이런 비즈니스 감각이 생겨났다.
[이게 비즈니스……?]비즈니스에 ‘비’자도 모르는 용용이의 태클이 있었지만 사뿐하게 무시했다.
그럼 이게 비즈니스가 아니고 뭐겠냐.
그 증거가 아메드 국왕의 극진한 대우였다.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습니다. 내 친우와 평생 우정을 위하여.”
아메드 국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사막의 악몽이 사라진 걸 선포하며 대대적인 축제를 열었다.
사막의 악몽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모든 국가를 축제 분위기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아라비아 반도에 속한 모든 국가가 사막의 악몽을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로 알리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단다.
플러스 단계가 등장할 때도, 플러스 플러스 단계가 등장할 때도 말이다.
하지만 마물의 등장 이후 세계의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그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친우의 깊은 은혜는 평생에 걸쳐 갚아도 모자람이 없지.”
“감사합니다. 그럼 몇 가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 듣겠습니다.”
사막의 악몽이라는 녀석이 탄생한 이유는 아라비아 사막 전체를 독점한 것에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거대한 영지를 손에 넣으니 영양을 쪽쪽 빨아들여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지.
이번에 사냥했지만 제2의, 제3의 사막의 악몽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환경이 혹독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사냥에 나서야 합니다. 지속적인 소탕 작전을 통해 마물이 자리 잡는 걸 방지하면 같은 상황을 겪지 않게 될 겁니다.”
“아아, 그런 이유가. 우리뿐만 아니라 주변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회에 모두 힘을 합쳐 절대 위험한 녀석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막겠습니다.”
결연하기까지 한 아메드 국왕의 표정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사막의 악몽으로 인해 겪은 고초가 만만치 않으니 앞으로 잘하겠지.
사냥터 독점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이었다. 사실상 이런 환경이 투뿔 마물이 등장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걸 알려주는 격이군.
“그리고 내 친우를 위해 선물을 주고 싶은데.”
“괜찮습니다. 친구 사이에 계산이 밝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번에 보여준 호의만으로 충분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은인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지. 부디 내가 할 수 있는 걸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친우여.”
“그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까요?”
난 기름왕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즈니스 작업에 착수했다.
*
* *
아메드 국왕의 호의가 있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를 선호했다.
당연하게도 일방적으로 이익을 볼 생각이 없다. 어차피 돈이나 이런 건 내게 큰 필요가 없고. 좋게좋게 가려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나와 함께 온 정부 인사들이다. 비싼 고급 인력을 가만히 놀려둘 이유가 없지.
그들에게 주문한 것은 석유의 수입이었다. 아메드 국왕은 내가 원하는 만큼 석유를 판매하기로 했고, 그 가격은 원가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불만이 누적되기 마련이지. 협상단은 이걸 구매하는 것이 돈이 아닌 빅뱅 시리즈를 비롯하여 사우디아라비아가 필요로 하는 물건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난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거래를 추구했다. 그래야 좋은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지.
이런 내 주문을 정부 관계자는 완벽하게 충족했다. 애초에 아메드 국왕도 나한테 호의를 가지고 있고, 이쪽도 무리하지 않으니 협상 단계가 수월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인사들도 며칠 만에 이렇게 깔끔하게 조율을 끝낸 건 처음이라고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난 이해관계를 완벽하게 조율해낸 정부 인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국익을 위해 당연한 일입니다. 이 보고가 전해지면 대통령께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외교부 이홍규 차관은 겸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이번 유럽행부터 시작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서도 조용히 제 몫을 다 한 인물이다.
일 잘하고 처신 좋은 사람을 내가 또 좋아하지.
“그런데 석유를 운반하실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초인님의 비행기 탑승과 관련된 것입니까?”
“맞습니다.”
이번 정부 인사들이 가장 경악했던 게 루마니아로 향할 때 비행 마물의 습격을 받지 않고 다이렉트로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던 거지.
내가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몇 번이나 물어보곤 했었다. 나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에 꽤 실망을 했었지.
근데 용용이랑 관련된 거라 나밖에 할 수 없는 거다.
“그럼 정유 운반선도 초인님이 아니고서는 움직일 수 없겠군요.”
“실험을 해봐야겠지만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수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초인님 덕분에 우리나라가 더욱 나아지겠군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거니 괜찮습니다.”
말 그대로 석유 문제는 아메드 국왕과 비즈니스로 엮이면서 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봐서 나선 것이다.
이세희나 진세정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회에서 날 배척하지 못하게 만들려면 내 영향력 강화가 필수처럼 느껴졌다. 기회가 온 걸 난 잘 붙잡은 것이고.
나로 인해 기름값이 좀 내려갈 수 있겠군.
힘만 내세우던 내가 이런 방향으로 머리를 굴릴 수 있게 발전하다니, 이런 걸 장족의 발전이라고 하는 거다.
[너 잘났다, 잘났어!]용용이 감탄을 들어보면 확신이 굳어지는군.
나는 그러다 이번 일에 내 수족처럼 움직였던 이홍규 차관을 보고 물었다.
“근데 차관님은 절 안 싫어하나 봅니다?”
“제가 초인님을 싫어할 이유가 있습니까? 오히려 초인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관료 집단이 저를요?”
전혀 매칭이 안 되는 사실인데?
“기간이 짧다고 해도 초인님은 결국 공무원 출신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제 선택 중 가장 좋았던 게 국가수호국에 들어갔던 거였습니다. 거기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고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공무원 헌터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은행 강도를 제압할 때 정다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 인생의 궤도가 많이 뒤틀렸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수호국에 들어가 정주호의 도움을 받아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지.
돌아가면 정다현과 정주호를 좀 더 신경 써줘야겠다.
“전부 같지 않지만 공무원 출신이라는 동질감이 큽니다.”
“저는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으니 많이 미숙했던 거네요.”
“아닙니다. 저희가 일방적으로 호의를 갖는 것뿐입니다.”
하긴, 그동안 날 호의적으로 생각한 저들의 존재에 대해 난 의식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부분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사실 저희들은 하라는 일만 하는 쪽이라 그 과정이 진행될 때 답답함을 많이 느낍니다. 그 점에서 초인님의 행보에 속 시원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가 큽니다.”
날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더니 상당히 의외였다. 하긴, 이곳까지 오면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걸 보면 날 싫어하지 않는 건 확실했다.
관료 집단에서 싫어하지 않는다는 건 괜찮은 신호로군.
“그건 그렇고, 저 때문에 예정보다 오래 머물게 되었으니 선물을 드려야겠네요.”
“괜찮습니다.”
“전문가의 힘을 빌렸으면 대가를 줘야죠. 제가 아는 사람이 전문가를 공짜로 쓰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보답하고 싶은데요.”
“저희는 공무원입니다.”
아, 뇌물같은 그런 건가? 하긴, 난 호의로 주는 거지만 이게 안 좋은 방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군.
하지만 내 생각도 확고했다. 전문가를 썼으면 그 비용은 치러야지.
대신 방법을 달리할 필요는 있겠다. 이 부분이 아직 내가 요령이 부족하다. 미숙하다 보니 세련된 방법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모자랐고.
“알겠습니다.”
“저희는 정말 괜찮습니다. 초인님을 옆에서 보좌해서 영광입니다.”
난 다른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
* *
이홍규 차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나도 내가 마음먹은 건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메드 국왕을 통한 것이다. 내가 주는 게 걸린다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호의를 통하면 되는 것이지.
아무리 프로정신으로 무장했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 주는 선물을 거절할 리 없었다.
그리고 내 의도는 대성공을 거뒀다. 나를 잘 보좌했다면서 성의를 표시하며 선물을 주니,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정치적인 수완이 참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나쁜 놈이면 머리부터 부숴버리고 죽일 놈, 안 죽일 놈만 구분했는데 말이다.
이게 제정신의 힘인 거겠지.
[거기서 제정신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네.]용용이가 꿍얼거렸지만 사실인 걸 바꿀 수 있을 리 없다. 이홍규 차관도 아메드 국왕의 선물 뒤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순수한 성의를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기로 했다.
아메드 국왕은 미련이 뚝뚝 묻어나오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시간이 되면 다시 방문해주길.”
“재밌었습니다. 다음에는 한국으로 한 번 오면 좋겠습니다.”
“아아, 시간을 내서라도 방문하겠습니다.”
“그때를 기다리겠습니다. 국왕 전하를 위한 재밌는 훈련 과정도 만들어드리죠.”
버서커를 이용하면 좀 더 타이트하게 잡아놓을 수 있을 듯했다.
나더러 친구라고 하는데 어디 가서 얕보일 수준이면 곤란하잖아?
돌아가면 버서커 녀석 상태도 점검해봐야겠군.
내 친구라고 하면 어디 가서 맞는 꼴은 못 본다. 용용이도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녀석은 아니고.
[당연하지, 에헴!]으스대는 것치고 현아한테 받는 취급이 좋지 못한 것 같지만.
[아니거든. 완전 존중 받거든?]그런 거로 치자.
그럼 다음에 현아를 본 자리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이던가.
[…….]귀신같이 잠수를 타는 용용이였다.
“응?”
그런데 날 보는 아메드 국왕의 눈이 떨떠름했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왜 저러는 거지?
“시간을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럼 무사히 돌아가길.”
어째 서둘러 보내려고 하는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
* *
리야드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평온했다. 돌아가는 것 없이 직행으로 인천에 도착한 일행은 짧은 환영 행사를 마친 뒤 각자 복귀했다.
“초인님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이홍규 차관은 그리 말한 뒤 먼저 돌아갔다. 유럽에서 거둔 성과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둔 성과로 내일부터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란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군.
나도 곧장 집으로 복귀했다. 윤희는 원정 사냥을 나가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TV 4대를 보면서 잠시 TV를 볼까 하다가 그냥 쉬기로 했다.
샤워하고 푹 자고 일어나니 원래 그랬던 것처럼 소파에 윤희가 늘어져 있었다.
“언제 왔냐?”
“방금.”
“안 자고?”
“지금 자면 수면 패턴 꼬여. 밤까지 버티고 자려고. 근데.”
나를 본 윤희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큰 사고를 친 사람이 태연하셔?”
“큰 사고?”
내가 무슨 사고라도 쳤나? 그냥 정상적으로 유럽에 다녀왔다가 사우디를 들른 게 전부인데?
물론 그 과정에서 키어런 우들리나 해리 칼슨을 곤죽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잠결에 누구 목을 비틀기라도 했나? 그런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아니, 사우디 왕하고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고. 완전 물고 빨고 장난 아니던데?”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지금 나라를 뒤집어놓고 뭐 하자는 건지, 이거 봐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윤희가 TV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화면 오른쪽에 내 얼굴을 고정해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석유가 이 정도 파급력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