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174
174
174화 그란델
에렌은 마왕의 태도에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혈맹을 건드리고도 말이다.
‘실력은 상위권이었어.’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두고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유린한 것이다.
만약 에렌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도, 마왕이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이만.”
마왕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마물 사냥을 떠나려고 했다. 에렌은 당황해서 그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음?”
“저..저기 전리품은 어쩌고요?”
주위에는 마왕에게 당해서 사망한 혈맹원이 많았다. 그들이 남기고간 장비는 무척이나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땅바닥에 돈다발이 떨어져 있는데, 무시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난 필요 없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다 가져가도록.”
에렌은 입을 쩍 벌렸다. 더불어 그녀의 동료들도 서로 수군거렸다.
“말로만 듣던 갑부 아들인가?”
“현금으로 바꾸면 수백만원은 족히 나올 것 같은데.”
허나 마왕에게 있어서 수 백만원이란 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마왕이 허리를 숙여서 그것을 줍는다면,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었다.
어쨌든 에렌을 비롯한 파티원은 횡재를 했다. 땅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쓸어담았다.
.
.
.
어쩌다보니 에렌과 마왕은 같은 던전에 입실하고 말았다. 마왕이야 지그라드를 잡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
“지그라드를 잡을 예정이다. 만약 그 마물을 발견해서 나에게 알려주면, 1000골드를 주도록 하지.”
1000골드.
현금으로 따지면 천만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에렌은 가만히 있었지만, 그녀의 동료가 손을 들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아니 제발 시켜주세요.”
자본주의 사회에 이미 뼈까지 물들여진 자들이었다. 어쨌든 마왕은 그들 덕분에 지그라드를 찾을 수가 있었다.
“전방에 300m에서 지그라드를 목격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마왕은 대검을 꽉 쥐며 말했다. 이로서 새로운 컬렉션이 추가될 것이다. 에렌과 나머지 파티원들도 장비를 검정한다. 그 모습을 본 마왕은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너희들은 뒤로 물러나라.”
“네?”
지그라드는 무척이나 강한 마물이었다. 에렌을 비롯한 파티원이 힘을 합쳐도 잡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강했다.
“나 혼자 놈을 사냥하고 싶다. 이의가 있는가?”
“아니요. 그럴리가요.”
천만원이나 해당하는 돈을 받았다. 게다가 지그라드는 적어도 40인 파티가 덤벼야 사냥할 수 있는 존재였다.
만약 마왕 옆에서 싸운다고 할지라도, 도움이 안 될뿐더러 재수 없으면 이곳에서 사망할 것 같았다.
“캬오오오…..”
마물의 울음소리.
에렌을 비롯한 파티원들은 소름이 돋았다.
‘이런 놈을 혼자서 사냥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불가능한데…..’
반면에 에렌은 호기심이 강한 눈빛으로 마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그라드 1인 사냥은 전혀 듣도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가까이서 사냥 현장을 녹화해야지.’
그녀는 이미 마왕의 게임 실력에 매료된 상태였다.
.
.
.
장장 2시간에 가까운 혈투가 이어졌다.
하지만 대지에 굳게 서 있는 존재는 마왕이었다. 지그라드의 거대한 동체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꽤 힘들군.’
40인이서 상대해야 할 마물을 혼자서 사냥했다. 사실 불가능한 업적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마왕은 오히려 그렇기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쩔그럭….
부서진 마갑이 그의 행동을 방해한다. 마왕은 입고 있던 상반부 마갑을 해체해서 바닥에 버려버렸다.
“후우…..”
화염 브레스 공격에 몸의 절반이 거슬렸고, 군데군데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지금 그의 HP는 고작 10%에 불과했다.
게다가 온갖 디버프를 받은 상태라 절대 안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대…대단하네요.”
에렌은 뒤늦게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지그라드를 사냥하던 마왕의 실력은 말그대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괜찮다면 녹화한 것을 인터넷에 올려도 될까요?”
그녀의 질문.
만약 마왕이 거절한다면, 둘도 볼 것 없이 영상을 삭제할 생각이었다.
“상관 없다.”
마왕의 실재 얼굴과 게임상 캐릭터의 얼굴은 판이하게 다르다. 본인 얼굴이 나가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인터넷에 떠돌아도 상관은 없었다.
“고..고마워요.”
마왕은 지그라드의 이빨을 뽑아내었다. 그것은 마왕의 컬렉션에 추가될 것이었다.
할 일을 마친 그는 던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드디어 도둑놈새끼를 찾았군.”
놀랍게도 던전 밖에는 많은 수의 유저들이 대거포진하고 있었다.
“아…..”
에렌은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자 특유의 문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에렌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거대 클랜인 크라운이었다.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
에렌은 그야말로 기가 질리고 말았다. 크라운은 이곳 일대의 혈맹원을 모두 모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 숫자가 무려 200명에 가까웠다.
‘이건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이곳의 생사여탈권은 이미 크라운이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길드 크라운의 멤버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형님, 저 놈들이 원흉입니다.”
낯 익은 사람이 보였다. 바로 마왕에게 덤볐다가 박살이 난 크래쉬였다.
그는 후퇴하고 난 이후, 길드 마스터에게 달려가서 이 사실을 모두 고자질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길드 마스터는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여기었다.
‘그렇지 않아도 혈맹에서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했는데, 차라리 잘 되었어.’
가끔은 혈맹원을 한 자리에 모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혈맹이 가진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하면 등급이 낮은 혈맹들도 불만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속해 있는 혈맹의 힘이 강해야, 그들도 불만없이 상납금을 바치니까.’
마왕을 처단하는 것은 일종의 이벤트였다.
“제법 요란하게 사냥을 했는가본데?”
크라운 길드의 마스터 그란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왕의 겉모습은 살짝 건드려도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디 용건만 간단히…..”
마왕의 말에 그란델은 인상을 쓴다.
‘멍청한 놈인가?’
200명에 가까운 혈맹에 포위된 것은 마왕이었다. 살려달라고 빌어도 시원찮은 판국에…..
그란델은 결국 강압적으로 말했다.
“네 놈은 우리 구역을 침범했을뿐더러, 우리 혈맹원을 살해했다. 그러고도 너의 죄를 모르겠나?”
“침범? 살해? 이해가 가지 않는군.”
마왕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여기는 사유지가 아니다. 침범이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아. 그리고 난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다. 하루살이 같은 네놈들이 덤비지 않았다면, 굳이 내 검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었겠지.”
마왕의 말은 논리정연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 모두가 납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보 같은 말을 하는군. 그것이 너의 유언인가?”
힘을 가진 자가 곧 정의다.
그란델은 그것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자신의 권위를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란델은 그에게 한 가지 제의를 했다.
“척살조를 통해서 너를 매번 사냥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번만은 자비를 베풀도록 하지. 기어서 내 가랑이 밑으로 지나간다면, 지난 번의 과오는 용서해주겠다. 아 물론 한 번은 죽어야겠지만.”
마왕이 가진 장비를 보던 그의 눈에 탐욕이 가득했다. 난생 처음 보는 장비템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마왕은 적어도 한 번은 죽어줘야 했다.
200명에 가까운 시선이 마왕에게 집중되었다. 과연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관심이 모여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에렌은 두 손을 마주잡고 있었다.
‘그가 굴복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욕심이지만, 에렌은 마왕이 끝까지 당당한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불성설이었다.
마왕의 컨디션이 100%라고 할지라도, 절대 불리한 싸움이었다. 하물며 지그라드와 혈전을 벌이느라, 지금 마왕의 몸 상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전투가 벌어지면, 마왕은 1분도 버티지 못 하리라.
“크크……”
마왕은 웃었다. 갑작스런 그의 실소에 주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렸나?’
그런 생각을 할 때, 마왕이 그에게 말했다.
“고작 이딴 걸로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뭐라…..”
“너희들의 소꿉장난을 보고 있으려니, 가소로워서 그렇다.”
소꿉장난?
그란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비록 게임일지는 몰라도, 그는 이것에 많은 것을 투자했다. 더불어서 그의 혈맹원은 진하게 이 게임에 응하고 있었다.
마왕은 그런 자신과 혈맹원을 광대 취급을 한 것이었다.
“크윽… 곧 죽을 놈이 입은 살았군.”
그란델은 칼을 빼들었다. 더 이상 말은 필요가 없었다. 이제 저 오만한 작자에게 적당한 벌을 내릴 시간이었다.
“24시간 척살조가 운영될 것이다. 네 놈이 게임을 접을 때까지!”
그의 선고가 내려졌다.
인력이 많이 소모되겠지만, 그것은 상관없다. 혈맹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지침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간 큰 놈을 도륙해라!”
혈맹 내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랭커가 먼저 나섰다. 이번 기회에 혈맹원들에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텅!
터덩!
그들의 매서운 칼날은 마왕의 옷자락을 건드리지도 못 했다. 반면에 마왕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어떻게?”
푸른 막이 마왕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버..버그라도 악용하는 것이냐?‘
이상한 현상에 랭커 유저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 말 대답은 마왕이 아니라 다른 이가 말했다.
“버그라니. 말이 심하네.”
몸이 반투명한 존재.
언뜻 보면 어린 여자 아이의 형태를 한 존재가 있었다.
“허….. 우..운영자!”
혈맹원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새로운 게임 업데이트 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던 존재가 바로 눈 앞에 있지 않은가?
“그래. 내가 운영자다.”
엘리스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녀는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번 일이 일어날 때부터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마왕의 게임에 방해가 되는 것이기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지만, 더는 아니었다. 마왕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왜 이제 와서……”
여태까지 길드 크라운은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 다녔다. 그럴 때에는 별 이야기 없다가, 갑자기 운영자가 나타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인간들이 아웅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놔두고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 그란델이 가진 감투는 보잘 것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란델과 그의 혈맹원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 보잘 것 없는 권위에 취해서 이런저런 패악을 부리는 모습이 너무나 웃겨보였다.
마치 햄스터가 쳇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바로 마왕은 건드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