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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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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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마왕에게 쏠린다. 그의 말 한 마디에 자신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다.”
대놓고 멸시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말이다.
그리고 마왕은 기대했다. 이들 중 몇몇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것이라고 여기었다.
하지만……
“…….”
별 말 없이 마왕을 올려다 본다. 쓰레기라는 말을 듣는 것에 아무런 불쾌함이 없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요.’
‘인간 쓰레기라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라 아무 데미지가 없어보였다.
“……..”
한 때 마족이었던, 그는 인간을 탐탁치않게 여기었다. 용사를 탄생시키는 종족으로, 늘 마족의 걸림돌이 되어 왔었다.
비록 인간을 싫어했지만, 그 잠재력만은 인정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서 인간의 자존심을 건들이면, 반발할 것이라고 여기었다.
자신은 쓰레기가 아니라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그런 반응이 나오면, 마왕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생각이었다.
“사..사장님. 이놈들은 모두 구제불능입니다.”
보고 있던 지사장이 다가와서 귀뜸한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몸이 건강하다. 그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사회의 역군으로 자생이 가능하다.
허나 이곳에 모인 군상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마왕의 돈을 빌린 이유가 단지 유흥비 마련, 도박, 마지막으로 일을 하기 싫어서였다.
이곳에 모인 채무자의 공통점은 전혀 ‘의지’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군. 설마 이정도일줄은 생각도 못 했다.”
“말만 해주십시오. 놈들 정신을 아주 개조시켜 놓겠습니다.”
본래 지사장은 유명한 깡패였다. 지금이야 마왕에게 걸려서 충실한 종노릇을 자처하고 있지만 말이다.
‘괜히 나한테 불똥을 튀기 전에, 이 미련한 놈들을 내 손으로 박살내야지.’
마왕의 허락 하에 채무자를 교육(?)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기회에 트라우마까지 치료할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 없다.”
어중간한 공포는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극악 처방을 하려면,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마왕은 지금 사태를 대비해서 플랜 B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딱!
마왕은 손가락을 튕겨서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출구가 하나씩 닫히기 시작했다. 더불어 유리창은 검은 천으로 가려진다.
텅! 텅! 텅!
“뭐…뭐야?”
“설마 우리를 묻으려고?”
채무자 사이에 두려움이 퍼졌다. 뭔가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너희들에게 ‘의지’가 없다면, 그 자리에 ‘공포’를 채워야겠지?”
마왕의 말이 끝나자 이변이 생겼다.
스스슥…. 스스슥……
지하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저 듣는 것만으로 등허리가 서늘하다. 분명 위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히이익!”
“젠장! 여기서 내보내줘!”
공포에 질린 채무자는 공장 입구를 두드린다. 하지만 굳게 닫힌 입구는 열릴 줄 모른다.
키이이익!
케케켁!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크리갈리드 mk.2
오버플로우의 주 원료를 만드는 키메라이자, 난폭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소개하지. 나의 권속인 크리갈리드다. 좋아하는 것은 고기려나?”
나름 농담이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키이이익!
크리갈리드는 수천마리가 달려든다. 마치 모 게임의 저X링처럼 말이다.
“으아아아!”
“살려줘!”
“밀지 마. 시바! 밀지 말라고!”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건 헛수고에 불과했다. 곧 이어 크리갈리드가 채무자를 덮쳤다.
찌지직!
찌직!
크리갈리드는 날카로운 턱으로 그들을 공격했다. 다만 상처를 입는 자는 없었다. 그저 옷을 물어뜯는 수준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덜덜덜…..
지사장의 몸이 절로 떨린다. 크리갈리드의 목표가 되지 않았지만,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 탓이다.
‘식물 괴물도 무서웠는데, 이제는 진드기 괴물이냐?’
지사장은 진심으로 채무자의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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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
공장 한 켠에 몰린 채무자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눈물 콧물 모두 쏟아낸 그들은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너희들에게 약간의 교훈이 된 것 같군.”
옷이 찢겨지고, 생채기를 입은 자는 있지만 중상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겪을 채무자는 있겠지만.
“죄..송합니다. 흐흑. 제발…. 살려주세요.”
“다..다시는 안 그럴게요. 열심히 일 해서 돈 갚을게요.”
“열심히 살겠습니다. 저..정말입니다. 이번엔 진심이라구요!”
간절했다.
크리갈리드가 멀지 않은 곳에서 노려보고 있다. 그것만 치워준다면, 무슨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왕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약서를 나눠주어라.”
지사장은 그들에게 한 장씩 고용 계약서를 준다.
“너희들의 빚은 노동력으로 메꿀 것이다. 임금은 시간당 만 오천원이다. 성실하게 빚을 다 갚으면, 정규직 채용도 고려해주마.”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마왕은 최저임금보다 무려 두 배 이상을 제공한 것이다.
“꾀 부리지 않겠습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일할게요!”
너나 할 것 없이 충성을 외친다. 물론 입으로만 그렇게 외치는 이가 있으리라.
마왕은 그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을 손아귀에 쥐고 컨트롤할 자신은 있었다.
“나머지는 너에게 맡기지.”
“맡겨주십시오.”
지사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마왕과 시간을 보낼수록, 그에 대한 경외와 공포심이 더욱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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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채무자가 글러먹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몸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어서.
너무 늙었거나 혹은 어려서.
고용하는 곳이 없어서.
부양해야 할 가족이 많아서.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많았다.
마왕이 만난 첫 번째 그룹은 인성이 글러먹은 자들이라면, 두 번째 그룹은 사회 약자 계층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억압하는 것은 옳지 못했다.
허나 세상의 인식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반환 능력이 없습니다. 손해를 줄이려면 고강도의 추심으로 최대한 긁어내야 합니다.”
변호사는 딱딱한 말로 보고했다. 냉정한 사업가라면, 빚 변제를 위해서 그들을 압박했으리라.
“알고 있다. 그저 넌 시키대로만 해라. 불필요한 조언이다.”
“….알겠습니다.”
변호사는 시선을 내리깐다. 법적인 면에서 그는 전문가다. 따라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언을 했지만, 마왕은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힘든 분이다. 나 같은 범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