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57
57
57화 아르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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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고건일은 비장한 얼굴로 필리페를 만났다. 통역가로서 니푸가 나섰다.
“어제 잠자리는 괜찮았냐고 묻는데?”
“….. 잘 지냈다고 말해줘.”
고건일은 이를 갈며 말했다. 총을 든 카르텔이 여기저기 있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돌아다니겠는가?
하루 종일 방에만 갖혀 있었다.
“그래도 자네가 좋아하는 아르고는 실컷 먹지 않았나?”
그렇다.
바로 근처 밭에서 나오는 과일이라서 그런가?
매 끼니마다 그 아르고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잡담은 그만 되었고,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롯떼사장 이진규로부터 승인이 떨어졌다. 그들이 원하는 1억 달라를 주기로 한 것이다.
“하하하……”
필리페와 그의 패거리는 자기들끼리 웃는다. 고건일은 왜 그렇게 웃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뭐라는건가?”
“아니. 조그만 반도 사람들이 통은 크다고 놀라고 있거든.”
애초에 그만큼 가격을 부른 쪽은 카르텔이 아닌가?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단, 이쪽도 조건이 있다.”
200억은 선지급한다.
허나 본국까지 첫 번째 화물이 도착할 때까지 나머지 800억은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통역이 오가고.
고건일은 침을 삼켰다. 헌데 필리페는 너무 쿨하게 승낙했다.
“그렇게 하겠다는군.”
협상은 타결되었다.
“첫 화물은 바로 보내주지. 마왕 컴퍼니에 갈 것을 자네 회사에 보내주면 되니까.”
“듣던 중 다행이군.”
남미에서 한국까지 화물선이 도착하는데, 시간은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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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한 척의 화물선이 태평양을 건너서, 한국에 도착했다.
그 소식을 들은 이진규는 직접 인천항에 들렀다.
“곧 있으면 물건이 들어올 겁니다.”
“그렇군.”
이진규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남미에서 직접 수입한 아르고 수 백톤이 곧 있으면, 자신의 손 안에 들어온다.
그것만 있다면, 마왕 컴퍼니에게 커다란 일격을 가할 수 있다.
‘후후….. 놈이 분해하는 표정이 저절로 그려지는군.’
상상만 해도 통쾌했다.
아르고는 열대과일이다. 무더운 남미에서만 자라는 것만 보면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남미와 거리가 너무 멀다. 동남아에 재배지를 새로 만들어야 겠어.’
최대한 규모를 늘릴 생각이다.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이정도는 기본이다.
“배가 들어옵니다.”
얼마 있지 않아서 배가 정박했다.
수행원을 따라서 화물선 위에 오른다.
“물건부터 보겠다.”
“알겠습니다.”
굳게 닫혀 있던, 컨테이너 문이 열린다.
촤르르륵…..
쏟아지는 마고니 열매들.
이진규는 자신의 발밑까지 굴러온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아작…..
맛있다.
오버플로우의 그 맛이 분명했다. 이건 딱히 연구실로 갈 필요도 없었다.
“훌륭하군.”
이진규는 기쁨을 표현했다. 이것이라면 무너진 롯떼음료를 다시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잘 했다.”
협상을 훌륭하게 진행한 고건일을 칭찬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시킨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모든 공을 이진규에게 돌렸다.
겉으로는 겸양을 떨었지만, 고건일은 내심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번 일로 사장의 신임이 훨씬 커지게 되었다. 두둑한 보너스는 저절로 따라 올 것이다.
“물건을 확인했으니, 계산은 마쳐야지.”
이진규는 냉철한 사업가이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편이었다.
“곧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사내보유금이 제법 까졌다. 총 1119억이라는 돈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플에게 순순히 당하고만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우리가 공격할 차례이니까.”
롯떼음료가 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가 가드 불능의 무기를 휘두른 것이다.
허나 그것도 오늘까지의 이야기다.
같은 무기를 가지게 된 지금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다.
규모의 경제.
생산주체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이익이 증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덩치로 따지면 롯떼는 마왕 컴퍼니보다 곱절이나 크다.
롯떼는 바로 규모의 경제로 마왕 컴퍼니를 압사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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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달러.
롯떼에게 받은 거금이다. 허나 이대로 먹는 것은 어렵다.
돈을 세탁하는 자들이 나섰다. 수수료가 싼 것은 아니지만, 재주는 뛰어난 자들이었다.
1119억은 갈가리 찢겨졌다가 합쳐지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돈의 원주인이 모호해졌다.
제 아무리 재주 좋은 금융 전문가라도, 돈을 추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돈은 마왕의 비자금으로 축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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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날쌘돌이 백주강 도착이요.”
남미에서 돌아온 백주강이다.
그는 새까맣게 살을 태우고 돌아왔다. 분명 남미의 해변가에서 지내며, 정열적인 여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 것이 분명했다.
“이진규가 돈을 보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눈이 번쩍 떠지는 소리다.
이번 기획은 모두 백강주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있었기에, 마왕은 그것을 승인했던 것이다.
“네 계좌에 56억원은 입금되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백주강은 평생 먹고 살 돈이 마련되었다. 불과 1년 전이라면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 재미있는 걸 또 포기하라고?’
사기를 치는 동안 백강주는 활력을 느꼈다. 그에게 있어서 1억 달라의 그것은 즐거운 게임처럼 느껴진 것이다.
“흐흐. 그나저나 놈들이 지랄발광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그것도 그렇군.”
이번 일은 아주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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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르고 열매를 가공하기 위해서 롯떼음료 직원이 창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윽…..”
이게 무슨 냄새인가? 상한 과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뭔가 일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낀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물컹…..
어제만 하더라도 과육 껍질이 단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질퍽거리며 썩은 물이 흘러나왔다.
뚝뚝…..
냄새만 맡았건만, 토가 올라올 것 같았다.
도저히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었다. 쓰레기 수백톤이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직원의 머릿속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어서 상부에 알려야 한다. 이건 감출 수 있는 사안이 절대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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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릉…..
고급 세단차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다.
차 안에 탄 사람은 이진규.
질겅질겅…..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초조하면 그는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었다.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해서 오래전에 고쳤건만, 다시 재발한 것이다.
‘말도 안 돼. 내 눈으로 보기 전 까지는……’
끼이익.
차가 선다.
음료 공장에 도착한 것이다. 이진규와 수행원은 곧바로 창고로 직행했다.
위이이잉….
문을 열어놨던 덕분일까?
외부에 있던 온갖 벌레가 창고 안으로 침입했다. 그것은 썩은 아르고 열매에 달라붙어 있었다. 덕분에 더욱 비위생적으로 보였다.
“이…이런…..”
보고는 거짓이 아니었다.
조금의 여지도 없이, 수백톤의 쓰레기를 떠안은 것이었다.
“사…사장님!”
고건일이 뒤늦게 도착했다. 그 역시 지금의 사태를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설마?
이진규는 고건일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농장으로 전화해!”
남미의 아르고 농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전화 연결이 되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이는 롯떼 직원이 아니었다. 포르투갈 어를 하는 현지인이었다.
당연히 대화가 통할 리가 없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것이지?’
고건일은 피가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현지에 남겨둔 샐러리맨이 전화를 받았다.
“크..큰 일 났습니다. 카..르텔이 저희를 겁..겁박했습니다.”
“뭐라고?”
“대..대체 그 이유는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밖에서는 한참 시끄러운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왔다.
어떤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화르르륵…..
무언가가 불에 타오르는 소리.
예감이 좋지 않았다. 고건일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야?”
“바..방금… 농장을 지키던 카르텔이…. 불을 지르고 있습니다. 아고라를 전..부 태워버릴 생각이에요!”
청천벽력이었다.
이윽고 수화기를 바꿔든다.
“여기 필리페요. 당신네 직원들은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유창한 영어솜씨다. 예전에 협상할 때에는 영어를 못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속임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대체 지금 무슨 짓입니까?”
“그저 비즈니스요. 속은 당신들이 잘못한 것이지.”
그걸로 끝이었다.
필리페는 그만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
이진규와 그의 측근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명확해졌다.
“으으….”
사기극은 처음부터 준비된 것이었다. 이진규는 그것도 모르고 덫에 빠진 것이다.
“이….이…. 쓰레기들아! 으아아! 이 쓰레기들아!”
이진규는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 늘 승리했었다.
쉽지 않은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게 좌절한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오늘 처음으로 패배했다.
이진규는 그 사실을 참기가 어려웠다.
쾅! 쾅쾅!
그는 창고 문을 연달아 발로 찼다. 하지만 그의 화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후… 후우…. 후…..”
어깨가 크게 들썩거린다.
걱정이 된 김실장이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사…사장님.”
“이번 한 번이다.”
“네?”
“이번 한 번은 내가 졌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놈을 짓밟겠다.”
이진규의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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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키메라를 제조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런 그가 기존의 열대 과일을 변환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에 더해 아고라 열매에 크리갈리드 진액을 주입시켰다.
상대가 완벽하게 속아 넘기기 위해서, 약간의 수고를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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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이진규가 복수에 불타오르고 있어도, 마왕은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더 있습니까?”
진예리가 서서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네?”
“이진규가 뭐라고 하던가?”
화들짝.
이진규라면, 롯떼음료의 사장이 아닌가?
“무..무슨 이야기이신지?”
진예리는 모른척했다. 허나 그 목소리는 이미 흔들렸다.
“내가 바보로 보이나?”
“……”
“네가 이진규의 끄나풀인 것은 알고 있다.”
망했다.
진예리는 낯빛이 새하애졌다.
“사장님. 저는 정말로 그럴 의도가 없었……”
마왕은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구분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마왕의 몰락시키기 위해서 잠입한 스파이였다.
그런 그녀를 고이 놓아주기에는, 마왕의 삶이 너무 굴곡져있었다.
따악…..
손가락을 튕겨서 소리를 낸다. 그에 발맞추어, 관상식물로 위장하고 있던 포그렌이 움직였다.
촤르르륵….
단번에 그녀를 포박한다. 비명을 지르고 싶지만, 이미 단단한 식물 줄기가 입까지 봉해버린 것이다.
“읍… 읍….”
마왕은 과연 그녀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