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mon King conquers the world with his business! RAW novel - Chapter 56
56
56화 아르고
고건일은 푸른 바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를 비롯한 샐러리맨들은 교섭단체였다.
박상수는 김영일을 꼬드겨서, 고급정보를 챙길 수 있었다. 결정적인 제보에 따라서, 그는 아름다운 해변의 남미에 도착한 것이다.
“형씨들,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알았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그들을 맞이한다. 그는 아시아인이었지만, 현지인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만나서 반갑소.”
“니푸라고 불러주시오. 이곳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거든.”
특이한 이름이다.
그의 국적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김영일이 연결시켜준 인물로서, 이번 협상에서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다.
“바쁘니까 이동하면서 이야기합시다.”
튼튼한 짚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이 올라타자, 니푸는 포루투갈어로 말했다.
“출발해.”
부르릉….
차가 움직인다.
“여기 섬은 생각보다 커요. 한참 들어가야 하니까, 그리 알고 계시오.”
이동하는 중에도 니푸는 수시로 씹는 담배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은 츄라고 하는데, 꿀과 섞어서 굉장히 맛있는 편이다. 반면에 니코틴은 일반 담배에 비해서 7~11배나 많다.
천천히 흡수되는 단점이 있지만, 만족감과 어지러움이 훨씬 오래 지속된다.
질겅질겅…..
간접흡연의 피해는 없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특히 수시로 침을 뱉는 모습이 그렇다.
퉤!
고건일을 그를 징그럽게 쳐다보았다. 반면에 니푸는 어깨를 으슥거리며 말했다.
“왜? 당신도 줄까?”
“괜찮습니다.”
고건일은 사양했다. 반면에 니푸는 그러거나 말거나 콧노래나 흥얼거린다.
몇 시간이나 달렸을까?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울창한 정글만 보이다가, 탁 트인 농경지를 본 것이다.
“저 나무가 오플의 주원료요.”
니푸가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고건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과연…… 역시 해답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있었구나.’
한국은 좁은 나라다.
그런 곳에서 오플의 비밀을 지키기는 어려웠으리라.
남미.
그것도 유명하지 않은 섬나라에서 재배되는 나무 열매가 오플의 주원료다. 내부자를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 비밀을 알지 못 했으리라.
니푸는 운전자에게 포루투갈어로 말했다. 그러자 자동차가 선다.
“따라오슈.”
일행은 차에서 내린다.
주렁주렁 노란색 열매가 달려 있었다. 고건일은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열매를 따려고 하는데…..
“Estao ali porra. ei voces ai! Parado filho da puta!”
어느새 나타난 경비병.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포루투갈어로 소리치는 바람에 고건일은 그 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Hey….. calm down.”
영어로 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들고 있던 소총으로 고건일을 겨눈다.
일촉즉발의 사태였다. 분위기가 엄청나게 험악해진 것이다.
꿀꺽……
고건일의 심장은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먼 타지에서 인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Bota essa arma no chao agora!”
위기의 순간.
니푸가 고건일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경비병에게 말했다.
“……”
그제야 경비병이 총을 내린다. 그리고는 어눌한 목소리로 니푸와 몇 마디를 나눈다.
“뭐..뭐라고 합니까?”
고건일은 기가 질린 얼굴로 말했다. 군대는 이미 다녀왔지만, 총구가 자신을 가리킨 적은 없었다.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엿 같은 기분일지 몰랐다.
“쏠 생각은 없었데요. 시체 치우는 것도 영 귀찮거든요.”
나름 농담인지 몰라도, 니푸는 그 말을 하고 낄낄 웃었다.
“그게 재미있습니까?”
고건일은 진심으로 짜증이 나서 소리쳤다. 반면에 니푸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다.
“이곳 농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다 카르텔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당신은 철저한 외부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죠. 당연히 몸은 사리셔야죠.”
카르텔.
범죄조직의 한 갈래로서, 마피아와 비슷한 기업형 조직이다.
특히 남미에서는 카르텔이 매우 기승을 부린다. 콜롬비아 같은 경우는 아예 정글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의 주 수입원은 마약이다. 미국도 이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지금 있는 지역도 치외법권이었다.
“저 사람들 열 안 받게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성당가면 다 독실한 신자들인데, 사람을 그리 잘 죽이더라구요.”
고건일은 침을 삼켰다.
벌서부터 이곳이 싫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교섭건으로 온 것이다.
“알겠소. 어차피 나도 말썽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별장이었다. 하지만 무장한 카르텔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함부로 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도둑인줄 알고 쏠 수도 있으니까.”
이미 한 번 겪어봐서 잘 안다.
고건일은 고개를 끄덕인다.
끼이익….
낡은 경첩때문일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TV를 켜놓고 축구방송을 보고 있던 조직원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탁자위에는 열대과일도 있지만, 장전이 된 권총도 보였다.
니푸는 그들을 보고, 브라질어로 물었다.
“보스는 어디 계시나?”
“위층에 계신다.”
위층에 올라간다.
“헤이 아밍고!”
콧수염을 기른 자가 니푸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격의 없이 포옹을 나눈다. 그리고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고건일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자리에 앉아요.”
고건일은 일단 니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서 니푸에게 보낸 금액은 무려 2억원에 달한다.
그저 거래를 잘 성사시켜주기를 빌어야 했다.
“콧수염이 멋진 이 분의 이름은 필리페입니다. 이곳 카르텔의 수장이라고 보면 되지요.”
“그렇군요.”
“실례지만, 오플의 주원료를 직접 보고 싶은데요.”
니푸는 고개를 끄덕인다. 필리페에게 몇 마디를 건네었다.
필리페는 쿨하게 허락했다.
얼마 있지 않아서, 메이드가 쟁반에 과일을 들고 왔다.
“맛을 보세요.”
언뜻보면 레몬과 비슷해보이는 과일이었다.
츄릅…..
고건일은 한 입 베어 물었다. 풍부한 과즙이 입 안을 즐겁게 했다.
‘이…이건 오플의 그 맛이다.’
국내에서 정말 많이 마셨다. 매번 주원료를 알아보려고 했지만, 난항에 부딪혔다.
남미의 외딴 섬에 이렇게 손 쉽게 재배되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물건은 확실하군요.”
“물론이지. 마왕 컴퍼니의 비밀도 알아보니 별 것 없지?”
니푸의 말에 고건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일 이름은 뭡니까?”
“아르고. 이곳의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라고.”
“이만한 제품이 여태까지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그의 질문은 타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니푸는 거침없이 답변했다.
“아마존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던 식물이었거든. 그걸 발견한 원주민이 이곳 섬에서 개량한 것이야. 김민철은 운 좋게도 그걸 수입해서, 음료수를 만든 것이지.”
“그렇군요.”
고건일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찝찝한 것은 농장을 점령한 이가 카르텔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본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물건은 확실하니까, 바로 거래로 넘어가죠.”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니푸는 필리페에게 당초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바로 농장을 매입하고 싶다는 것이다.
허나 필리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합니까?”
“아무래도 어렵겠다는데. 김민철이 여기에 돈을 투자 많이 했거든.”
일이 쉽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고건일은 곧이어 금액을 제시했다.
“천만 달러. 어떻습니까?”
고건일은 처음부터 베팅을 크게 했다. 100억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필리페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너무 적다는데?”
“…….”
“천 오백만 달러는요?”
고건일은 조금씩 베팅액을 올렸다. 하지만 조건을 듣는 족족 필리페는 거절했다.
답답한 고건일은 따지듯이 말했다.
“대체 얼마를 원하는 겁니까?
곧이어 니푸도 놀란 얼굴로 통역해주었다.
“1억 달라가 아니면, 생각도 하지 말란다.”
아무리 일을 맡겼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고건일의 손을 떠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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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고건일은 본국에 연락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식을 들은 이진규 사장은 고심을 했다.
재벌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조차도 1000억원은 무척이나 큰돈이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진규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실장의 생각을 묻는다.
“저는 반대합니다. 그들은 카르텔입니다. 믿을 수가 없어요.”
김실장은 반대했다. 범죄자를 어떻게 믿겠는가? 여러모로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
“하지만 물건은 확실해.”
포기하기엔 그 열매가 너무 달다.
마왕의 오플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중국과 한국에서만 유통하지만.
전세계로 그것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그 이익을 계산하기도 힘들다.
70억 인구는 기꺼이 그 아르고의 추출물을 마시기 위해서 돈을 내놓을 것이다.
“잘하면 롯떼음료는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걸 위해서 1000억쯤이야. 푼돈에 가깝지.”
점점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장고가 있었지만,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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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니푸도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스카이프(화상통화)를 통해서 누군가와 연결했다.
“헤이. 보스.”
스카이프로 연결된 사람은 바로 마왕이었다.
“듣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데, 조금은 반가운 척 해주죠.”
“백강주. 난 시간이 많이 없다. 본론만 이야기해라.”
그렇다.
사실 니푸의 정체는 바로 백강주였다.
그는 사기를 치기 위해서 먼 바다를 건너 남미까지 온 것이다.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일이 잘 되고 있어서 말이죠. 잘하면 내일 1억 달라가 입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
“그게 다입니까? 좀 더 칭찬해주면 안 되요?”
“돈으로 주지. 얼마면 될까?”
순간 백강주의 눈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10%?”
허나 마왕은 단번에 반으로 깎았다.
“5% 주지.”
1억 달라는 대략 1119억이다. 거기서 5프로면 55억이 넘는 돈이다. 엄청난 돈이지만, 백강주는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쫀쫀하게. 좀 더 쓰시지.”
“싫으면 말고.”
“아닙니다. 감사히 받아먹겠습니다.”
굽신거리는 백강주.
그의 모습이 떡 줄 생각은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았다. 아직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왕 입장에서, 이진규가 덫에 걸리든 말든 크게 상관없었다. 허나 마왕은 거의 80% 이상으로 성공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의 한 가지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