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16)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16화
루카 모드리치를 따라하라면 흉내야 낼 수 있지만, 감독이 나에게 루카 모드리치의 플레이 그 자체를 원하는 건 아닐 거다.
어느 정도 결은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팀에서 루카 모드리치와 같은 영향력을 보여달라는 거겠지.
“긴장 안 되냐?”
나란히 줄 서 있는데 조동호가 나에게 물었다.
긴장?
“먹는 건가요, 그거?”
“하긴, 챔스 데뷔전에 해트트릭 박는 놈한테 긴장은 무슨.”
“공간이 보이면 달려가세요. 어떻게든 찔러줄 테니.”
“알겠다. 믿을게?”
조동호의 말에 씨익 웃었다.
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기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 흠칫한다.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박민규가 보였다.
이 자식, 카메라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는데 정작 선수들끼리 있으면 표정 짓는 꼴을 못 봤다.
그 표정 없는 얼굴이 가끔 흠칫할 정도로 소름 돋긴 한다.
애써 무시하고 시선을 돌리려는데 박민규가 말을 걸어왔다.
“나도 뛰면 되냐?”
“…네?”
“나도 뛰면 되냐고. 공간 보이면.”
그 순간 느꼈다.
이 사람은 애국심이나 사명감이 투철한 선수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이 지는 걸 원치 않다.
지면 원하는 걸 아무것도 얻지 못하니까.
목표가 같다면, 적대적인 사이라도 일단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법.
“언제든지 뛰어드세요.”
이기기 위해서라면 그깟 패스 못해줄 이유가 없지.
* * *
[1대0으로 뒤지는 가운데 경기 시작합니다. 아, 대한민국 선수교체가 있었습니다. 박대완 선수가 빠지고 윤태양 선수가 투입됩니다!] [오늘 경기장을 찾은 교민 여러분들이 윤태양 선수를 보고 열렬히 반기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만 17세! 하지만 그 실력만큼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윤태양 떴냐? 떳다!
-키야 축태양 잘생겼네
-국대 유니폼도 잘 어울리네
-축태양 파르켄 스타디움 정복 가나요?
-세자 저하 ㅠㅠㅠㅠ 화이팅
-우리 아버지 어린놈이 뭘 할 수 있냐고 저런 애를 내보냐고 그러신다 ㅋㅋㅋㅋㅋㅋ
-아버지 FC 코리아 팬이심?
-국대 빼곤 축구의 축자도 안 봄 ㅋㅋㅋ
-보고 말씀하시라 그래 ㅋㅋㅋ
-이야,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분위기 보소 ㅋㅋㅋㅋ
경기장에 태양이 들어서는 순간 모두의 이목이 윤태양을 향했다.
관중석에 앉은 교민은 물론이고, 덴마크 사람들, 그리고 필드 위에 선 덴마크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윤.”
“윤이 나왔네.”
“얼굴만 보고 애라고 방심하지 마.”
“상대는 윤이야.”
덴마크 선수들이 제각각 윤태양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들도 프리미어 리그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의 활약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브로리크였다.
어린 나이에 아스날의 퍼스트 골키퍼 자리를 차지한 덴마크의 자랑은 윤태양을 두 번이나 상대하면서 네 골을 먹혔다.
그렇기 때문에 태양을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태양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다들 긴장하라고. 태양을 절대 시야에서 놓치지 마.”
그는 수비라인에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하도 말을 많이 해서 기가 찬 수비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정도야?”
“그는 악마야. 웃으면서 너희와 나를 희롱할 거라고.”
“그래, 그건 알겠는데, 너무 긴장하지 마. 그러다가 안 먹힐 골도 먹힐 것 같은데.”
브로리크는 고개를 저었다.
“저놈이 못 넣을 골은 거의 없어. 어떻게든 슈팅 발을 죽여서 슈팅 자체를 못하게 해야해.”
“그게 쉽냐…….”
선수들이 그리 생각하며 윤태양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팀의 주장인 피터센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래 봤자 한 명이야! 축구 혼자 하는 거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었잖아?”
피터센의 말에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상대는 고작 한 명이다.
그저그런 선수들 사이에 쟤 한 명 있다고 뭐가 그리 달라지겠는가?
덴마크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는 사이에 후반전이 시작됐다.
처음에 술렁이긴 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덴마크 선수들은 침착하게 대한민국을 상대했다.
사실, 유럽에서 A매치를 치른다는 건 매 경기마다 월드클래스, 스타플레이어 선수들을 마주하는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이야 워낙 잘나가는 태양을 보고 술렁이긴 했지만, 그걸 경기까지 끌어갈 정도는 아닌 거다.
막말로 팀 전원이 월드클래스 괴물들로 득시글한 팀들 하고도 상대하는데 윤태양 하나쯤이야.
[덴마크 선수들 간격을 유지한 채 전진합니다.] [대한민국, 라인을 내리고 압박에 들어갑니다!]덴마크가 차분함을 유지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뒤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기세가 올라 있었다.
단순히 기세만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3열로 덴마크를 상대했을 때와 다르게 윤태양이 미드필더로 가세하면서 4열로 촘촘하게 지역방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앞뒤로 간격을 좁히고 풀백이 기존의 단순한 클래식한 역할이 아니라 자유롭게 중원과 후방을 오가기 시작하자 압박이 원활해졌다.
전반에 미쳐 날뛰던 프레드릭 얀센은 공간이 좁아지자 전반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기 어려워졌다.
그는 패스와 중거리 슛, 넓은 시야를 통한 쓰루패스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볼 간수 능력이나 드리블 기술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좁은 공간에서 앞을 막은 선수를 벗겨내야 뭔가를 할 텐데 그게 안 되니 전반과 같은 활약은 힘들어졌다.
그건 피터센도 마찬가지다.
클래식한 윙어로 롤을 소화하던 그는 대한민국이 442 포지션일 때는 익숙하게 크로스를 올리며 공격진에 공을 전달하며 경기를 풀어갔지만, 상황에 따라 세 명, 네 명이 골대 앞 중앙에 단단히 밀집해 있자 크로스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돌파가 쉬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덴마크의 공격루트를 압박해서 야금야금 갉아먹던 가운데, 김호가 프레드릭 얀센의 공을 가로채는 데 성공했다.
“형! 패스!”
그 순간 윤태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호는 망설이지 않고 윤태양에게 공을 패스했다.
태양이 공을 받고 몸을 돌리며 앞을 바라보자 덴마크가 미처 공수를 전환하지 못해 넓디넓은 공간들이 사방에서 보여진다.
태양은 자신이 공을 가지고 달려서 시간을 잡아먹는 것보다는 패스를 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리고 곧 바로 공을 찔러넣었다.
위치는 상대편 레프트 백의 뒤, 박민규가 공을 가지고 가기 좋은 위치였다.
박민규는 태양의 발에 공이 떠나기 무섭게 레프트 백의 뒤를 돌아 파고들었고, 빠르게 뻗어온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태양의 패스를 받는 순간 태양의 패스 수준을 체감할 수 있었다.
레프트 백의 뒷공간을 노리는 스루패스, 그 공을 받는 순간 자신의 앞에는 넓은 공간이 생겨났다.
달리든 크로스를 올리든 원하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패스였다.
박민규는 고민할 틈도 없이 공을 가지고 하프 스페이스를 노리고 달렸다.
[박민규 선수 달립니다! 코자가 길을 막아서는데, 그대로 제치면서 페널티 박스 라인을 타고 들어가요! 네, 거기서 감아차기!] [아! 브로리크!! 말도 안 되는 선방! 이걸 막나요?!]“쳇.”
박민규는 혀를 찼다.
리베리의 플레이를 그대로 빼닮은 감아차기를 시도했는데, 그게 막힐 줄이야.
그 가운데 브로리크는 잡은 공을 곧바로 전방으로 킥했다.
하프라인 즈음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두 선수가 달려들었다.
덴마크의 떠오르는 신성 얀센과 윤태양이었다.
얀센이 한발 더 빠르게 공에게 달려가 가슴으로 공을 받아 밑으로 떨군다.
[윤태양, 예측한 듯 기다렸다가 가로채네요! 역시 영리합니다!] [공을 가진 윤태양이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방금 역습 상황에서 돌아온 수비수들이 그대로 지키고 있는 골문을 향해 태양이 빠른 속도로 공을 몰아갔다.
‘온다!’
이 순간 덴마크 선수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 가운데 태양은 가장 앞에서 막아선 상대 미드필더를 상대로 시저스 드리블을 선보였다.
어디로 갈 것인가?
왼쪽? 오른쪽?
쉬이 판단하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에 태양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드필더는 본능적으로 태양의 다리 사이에 공을 향해 발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태양이 눈앞에서 공과 함께 사라졌다.
그야말로 팬텀 드리블이라 불릴 만한 완벽한 라 크로케타였다.
이어서 달려온 건 센터백.
태양은 그 센터백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 코앞에서 프리플랩으로 벗겨내고 골대를 향해 그대로 달려갔다.
태양은 드리블 스킬을 사용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다급하게 또 다른 센터백이 태양의 옆에 붙었지만, 태양은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상대가 어깨를 들이밀자 마주 어깨를 들이밀어 밀어내고는 급제동하며 센터백이 역동작에 걸리게 한 뒤, 그 뒤로 급가속해서 파고들어 제쳐 버렸다.
남은 건 골키퍼 브로리크.
브로리크는 너무나도 익숙한 상황에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 빌어먹을.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공간만 생기면 몇 명을 가뿐하게 제치던 놈이다.
덴마크 국대 세 명쯤이야 이렇게 넓은데 못 제칠 리가 없지.
이제 남은 건 자기 하나다.
어떻게 해야하나?
나가야 하나? 나가면 로빙슛을 시도할 텐데.
심할 경우 드리블로 제쳐 버리고 골을 넣을 수도 있다.
그럼 골대 앞에서 지키고 서야하나?
그게 나으려나?
그래, 이게 낫겠다.
마음을 먹고 자세를 잡은 브로리크는 다시 공황에 빠졌다.
어느 발로 슈팅할 거지?
왼발? 오른발?
감아차려나? 무회전 슈팅? 아니면 낮게 깔린 슛?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머리가 복잡해진 가운데 태양은 오른발을 휘둘렀다.
정직하게 골대 오른쪽으로 향하는 단순한 슈팅이었지만, 빨랐다.
반대로 오만 가지 생각에 빠진 브로리크는 미세하게 늦게 반응하며 공이 들어가는 걸 그대로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
주심의 득점 인정과 함께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일제히 환호한 그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골! 골입니다! 동점고오오올! 윤태야아아앙!] [A매치 데뷔전 데뷔골입니다!! 17세 하고도 187일된 어린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득점까지 해냅니다! 이 기록은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입니다!] [캐스터님이 이날을 위해 최연소 기록을 조사하시더니, 윤태양 선수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기록을 만들어내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득점을 한 뒤 태양은 유유히 관중석을 둘러보고는 공을 챙겨서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저 모습을 보십시오! 무엇을 의미하는 거 같습니까?] [글쎄요, 골을 넣어도 기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요?] [아니죠, 개인의 득점보다는 승리를 바라는 모습입니다. 이제 겨우 동점이라 이거죠! 윤태양 선수는 동점에 만족하지 않는 겁니다!] [그게 맞는 것 같군요! 서둘러 하프라인으로 돌아가며 선배, 형들에게 얼른 자리 잡으라고 외치는 게 보입니다! 어리지만, 리더십이 있는데요? 하하.]태양의 득점은 모두를 들뜨게 만들었다.
아무리 국가 간 친선경기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편애 없이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해설들이 태양을 찬양하기 바빴다.
하지만 아무도 해설을 욕할 수 없었다.
혼자 힘으로 단숨에 세 명을 제치고 득점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언제던가?
모처럼 시원하게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본 국민들은 서서히 국뽕에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모를 부르기에는 아직 이르다.
적어도 윤태양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