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21)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21화
파르크 데 프랭스는 오래된 경기장이다.
대부분 유럽의 클럽 역사가 100여 년이 넘어가면서 경기장을 가진 구단들이 하나같이 경기장을 새로 짓는 가운데 PSG는 아직도 이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
물론, 매년 수리를 하고 리모델링을 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막강한 자금을 가진 구단주가 팀을 샀으니 이곳을 허물고 새롭게 경기장을 지을 법도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게 이 경기장은 엄연히 PSG의 것이 아닌 프랑스 파리 소유의 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사면 되지 않냐고?
그 생각을 못한 게 아니다.
팔지 않는데 어떻게 사겠는가.
그래서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경기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파리에서 경기장을 지을 정도의 부지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것도 어느 정도 해결이 돼서 이제 조만간 경기장을 새로 짓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맞이할 경기장은 이곳 파르크 데 프랭스였다.
태양은 이 낡은 경기장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거,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완전 썩어서는 쯧……!”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생각하면 비싼 선수들이 이 구린 경기장에 불만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다.
막말로 요즘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는 터치 형식의 스크린 전술판조차 없다.
전기 문제로 설치할 수가 없는 거다. 그 탓에 홈팀도 불편하겠지만, 원정팀도 어쩔 수 없이 장비를 준비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걸 신경 쓰는 사람은 윤태양밖에 없었다.
대부분 선수들이 긴장감에 이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야, 다들 왜들 그리 죽상이야?”
오늘도 어김없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라커룸 안으로 들어온 실바가 선수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선수들의 시선이 실바를 향했다.
“뭐야, 경기 시작도 하기 전에 쫄은 거야?”
실바는 선수들의 얼굴을 살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으로 뛴 메넨데즈나 세리에 A 득점왕 일리뉴 정도를 빼면 모두가 긴장한 것 같다.
아, 윤태양도 빼고.
어려서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PSG를 PSG ‘따위’로 여기는 건지.
“쫄 필요가 뭐 있어, 이것들아. 걔들도 똑같이 두 발로 공 굴리는 놈들인데.”
아, 똑같진 않구나.
“몸값 평균은 우리보다 한참 더 비싸기는 하네.”
그 말에 어느새 바나나를 입에 물고 있던 태양이 입을 열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왜 우리는 비싼 선수들을 안 산 걸까요?”
“안 산 게 아니라 못 산 거지. 망할 맨체스터 시티 때문에.”
비싼 선수를 마구 사들여 혼란하게 만드는 것보다 근본을 차근차근 다져가며 팀을 키우려고 했던 생각도 있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뉴캐슬도 한때 돈으로 선수들을 사오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편법까지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FFP 징계를 받은 이후 프리미어 리그가 철저하게 구단을 감시하다 보니 무작정 비싼 선수들을 사들일 수가 없었다.
“지랄 맞지. 맨시티 놈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그 이후 팀은 얄짤 없이 강등시킨다고 감시를 하니.”
“파리는 어떻게 저런 애들을 사고도 걸리는 게 없을까요?”
“그거야 모르지.”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뒤에서 알게 모르게 로비를 한 걸지도 모르지.
실바가 뒷말로 그리 중얼거리다가 슬쩍 다른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뭐, 우리도 돈 쓸 때가 오긴 했지. 오늘 같은 큰 경기에서 못 뛰는 애들은 방출 명단에 끼지 않으려나?”
그 말에 몇몇 선수들이 움찔한다.
담이 작은 녀석들 몇몇이 그 말에 반응한 거다.
“반대로 잘하면 재계약 들어가겠죠? 주급도 오르고?”
햐, 태양이 이 자식 눈치 하나는 죽여주는구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태양의 말에 실바가 그렇지, 라고 대답하는 사이.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
아르텔리가 라커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다고 한들 상대가 너무 강해서 긴장되고 두려워지는 것도 이해한다네.”
아르텔리는 그리 말하며 자신의 수염을 쓸었다.
“왜 긴장되고 두려워질까? 그건 패배가 두려운 거겠지. 전혀 두려워할 필요 없네. 져도 좋으니 네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하게. 수많은 선수들 중에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뛰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나?”
대략 100명 남짓한 소수의 인원만이 뛸 수 있는 무대였다.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영광스러운 자리일세. 그러니 지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싸우게. 지나고 나면 두려운 것보다 그때 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 후회만이 남을 테니까.”
감독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겨줬다.
누군가는 이미 후회해 본 적이 있을 테고, 이제는 패배보다 못한 것 때문에 후회하는 게 더 두려워진 선수들도 있을 거고.
아르텔리 감독은 태양을 바라봤다.
각자 생각에 잠긴 가운데, 태양은 시큰둥한 얼굴로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우리의 어린왕자, MI SOL은 한결 같았다.
퉁명스러운 저 사춘기 소년 같은 표정을 보라.
저 표정으로 오늘도 미친 활약을 보여주겠지.
* * *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파리 생제르맹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 날이 밝았습니다.] [뉴캐슬은 4시즌 만에 맞이하는 8강입니다. 지난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탈락할 거란 예측을 뒤엎고 올라온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예측을 뒤엎는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파리 생제르맹이니까요. 챔피언스 리그의 절대 강자로 꼽히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이 팀은 방심을 하지 않습니다. 생제르맹의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축구를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거든요?] [천하의 파리 생제르맹이 자존심을 버리는 축구를 한다? 듣기만 해도 뭔가 섬뜩해지는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아, 경기 시작 전에 자존심을 버린다는 파리 생제르맹, 절대적 우세의 팀을 이기고 올라온 뉴캐슬의 라인업 보고 가시겠습니다.]PSG
FW 그라디나루/칠리기리스
MF 카싸마
주드/마옐레
DF 멘데스/알론소/왈모르/달리왈
GK 돈나룸마
뉴캐슬
FW 레델리/일리뉴/윤태양
MF 박스올/메넨데즈/고메즈
DF 린데만/무리시/아놀드/산체스
GK 리첼라
양 팀 모두 핵심 선수 모두가 투입된 경기였다.
PSG는 포지션별로 국가대표 주전이 아닌 선수가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건 역시 공격라인을 이루는 그라디나루와 칠리기리스, 카싸마로 이어지는 역삼각 편대였다.
이들은 모두 발롱도르를 한 번씩 탄 선수들이었다.
음바페와 홀란드의 전성기 이후 발롱도르를 두고 전국시대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며 매년 다른 사람들이 최종 후보로 선택되고, 여섯 명이 나눠서 발롱도르를 탔는데, 그중에 세 명이나 한 팀에 있는 거다.
PSG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메시, 음바페, 네이마르가 같이 뛰던 시절 이후 가장 강력한 공격진이라고 평가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메시가 황혼기였음을 감안하면 지금이 역대 최고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잠재력으로 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빈약한 편인 뉴캐슬의 수비라인으로서는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그걸 의식한 듯 뉴캐슬은 킥오프하자마자 PSG가 공을 가지고 진격하자 라인을 내린 채 거북이처럼 웅크려 수비적으로 나왔다.
우세인 팀을 상대로 그것도 원정 경기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PSG가 서서히 템포를 올리며 공을 앞으로 전개하려 합니다. 파리의 미드필더 셋이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진에게 공을 보낼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PSG 미드필드 셋이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달리왈이 측면 라인을 타고 올라오자 마옐레는 달리왈에게 공을 패스했다.
달리왈은 그 특유의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원에 가세해서 머릿수를 보태던 린데만이 막아서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고, 뉴캐슬의 선택은 수비진영에 머릿수를 채우는 것이었다.
뉴캐슬의 선수들이 중앙에 밀집해 있자 크로스는 어렵다고 판단한 달리왈은 중앙으로 공을 몰아 들어왔다.
그는 보기 드문 PSG 유스 출신 선수로 원래 윙어, 혹은 윙포워드로 뛰던 선수였다.
성인팀에 들어오고 난 뒤에 PSG에서 자신이 윙어로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무섭게 풀백으로 전환해 주전자리를 꿰찬 인물이었다.
워낙에 기라성 같은 선수가 많아 밀려나긴 했어도, 그의 발재간은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적어도 앞에 있는 린데만을 한, 두 번쯤은 속이고 제칠 수 있다 이거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 달리왈이 린데만을 제칩니다! 뉴캐슬의 두 센터백이 위치를 조정하며 무리시가 달리왈까지 견제하… 아! 달리왈 한발 빠르게 벌어진 공간으로 스루!] [칠리기리스! 슈티이이잉!] [리첼라가 잡아냅니다!] [칠리기리스, 이번 슈팅은 너무 정직했어요!] [뉴캐슬 역습 들어갑니다!]편하게 공을 잡은 리첼라가 바로 전방으로 킥했다.
쭉 뻗어나가는 공을 향해 양 팀의 선수들이 분주하게 달려 나갔다.
공을 향해 가장 가까이 다가간 건 레델리와 일리뉴, PSG의 왈모르였다.
그 셋 사이에서 가장 높이 뛴 건 역시나 일리뉴였다.
일리뉴는 머리로 공을 땅에 떨궜고, 레델리가 왈모르보다 한발 빠르게 공을 차지해 전진하다 알론소를 보고 옆으로 공을 찔렀다.
달려온 태양이 레델리가 찔러준 공을 잡고 골대를 향해 다이렉트로 슈팅했다.
페널티 박스 라인에서 찬 슈팅은 곡선을 그리며 골대 구석으로 어김없이 빨려 들어갔다.
[골! 골입니다! 뉴캐슬의 예리한 역습입니다!] [뉴캐슬의 역습은 무섭습니다. PSG도 역습에 당하는군요!] [어? 윤태양 선수?]드문 일이 벌어졌다.
시큰한 표정으로 기껏해야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던 게 전부였던 태양이 득점을 하고 난 뒤에 주먹을 불끈 쥔 거다.
[하하, 저건 세리머니인가요?] [윤태양 선수에게도 PSG를 상대로 득점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인 모양입니다.]작게 세리머니한 태양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곧 바로 킥오프.
[비록 실점을 당하긴 했지만, PSG 침착합니다. 차분하게 빌드업해 나갑니다.]실점은 자존심이 상하지만, 더 많은 골을 넣으면 그만이다.
PSG는 한, 두 골 가지고 멘탈이 흔들릴 팀이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을 다시 뒤집기 위해서 PSG의 중원은 공을 주고받으며 점유율을 높이려 들었다.
그 순간.
[메넨데즈!!]카싸마를 견제하기 위해서 후방으로 내려와 있던 메넨데즈가 어느새 앞으로 전진해 카싸마에게 오던 공을 가로챘다.
그리고 곧 바로 패스.
레이저처럼 뻗어나간 공이 선수들 사이를 가르고 순식간에 태양의 발 앞에 다다랐다.
태양은 멘데스와 알론소 앞에서 공을 받고서 그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곧바로 태양의 길목을 차단하는 멘데스를 라 크로케타로 제쳤다.
그 순간 알론소가 태양 앞에 바짝 붙어서 공간을 없애며 태양이 소유한 공을 향해 발을 들이밀었다.
태양은 알론소의 발을 피해 공을 뒤로 빼면서 알론소를 축으로 몸을 빙글 돌리며 턴했다.
단숨에 두 명을 제치자 보이는 건 골대.
태양은 망설일 것 없이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골키퍼는 잔디 위를 쓸듯이 뻗어가는 빠른 슈팅에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점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
모두의 예상을 깨고 뉴캐슬이 두 골을 먼저 넣자 원정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 이상하게 쉬운데?”
태양은 손쉽게 들어간 두 골에 오히려 경각심을 가졌다.
두 골이나 주고 가만히 있을 PSG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태양은 벌써부터 이긴 듯 흥분한 선수들에게 외쳤다.
“내가 넣은 거지 너네가 넣은 거 아니잖아! 좋아하지 마! 마라고 자식들아! 집중해! 방심하지 마!”
상대는 PSG였다.
언제든지 동점, 역전이 가능한 괴물들이 있는 곳이었다.
태양은 그걸 상기시키며 자신의 마음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