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3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34화
생각해 보면 펠리시아노만큼 축구에 미친놈은 없다.
매일같이 태양을 태그하고 집착하며 SNS나 하는 미친놈 같지만, 사실 그는 SNS 외에는 취미나 여가 생활이라고 할 게 단 하나도 없는 놈이기도 했다.
그는 축구 스타라면 몇 대씩이나 가지고 있는 비싼 슈퍼카도 한 대 없었다.
술도 담배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사치라면 집이다. 그의 집에는 축구 필드, 풋살장, 온갖 트레이닝 시스템이 다 있었다.
그는 자기가 번 돈을 온통 축구를 잘하는 데 투자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에서는 그를 ‘축구 신을 모시는 수도승’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런 놈이니만큼 한 골 가지고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발롱도르 수상 경력이 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한 골 정도 못 넣는 게 이상한 일이다.
-와, 오늘 폼 발딱 섯네
-저 무빙은 뭐냐 진짜 미쳤네;;
-오늘 태양이랑 붙는다고 도핑이라도 했나?
-ㄹㅇ 약빨앗나봐;;;
-미친놈이 점프했다 착지해서 달려가서 슈팅 ;; 강백ㅎ 본 줄;;;;
-쩐다
그런 놈인데 오늘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올드 트래포트의 붉은 악마들이 그런 펠리시아노를 위한 응원가를 미친 듯이 불러 젖혔다.
[펠리시아노의 미친 골로 전반 1분도 안 돼서 앞서가는 맨 유나이티드!] [이 기세를 가지고 그대로 킥오프합니다! 맨 유나이티드가 거세게 뉴캐슬을 압박하네요!] [이 기세를 이어가며 서둘러 추가 득점을 노립니다!]맨유는 오늘 경기에서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펠리시아노, 에거튼, 문티누, 브라이언 네 사람이 최전방에서 포백라인처럼 라인을 유지하며 뉴캐슬의 수비라인을 압박한다.
간격을 모두 점유한 상태로 압박하니 공을 앞으로 전개하기 어렵다.
고민하던 무리시는 멀리서 번쩍 손을 드는 일리뉴를 바라봤다.
브라질 최고의 스트라이커… 이지만, 알고 보면 동네 바보.
저 바보를 믿고 롱패스를 보내도 될까?
그래, 바보지만, 축구 하나만큼은 잘하니까.
무리시는 그를 믿고서 공을 뻥, 하고 차버렸다.
이런……!
방향을 잘못 잡았나?
일리뉴가 있는 방향으로 뻗어가야 할 공이 왼쪽으로 휘어 들어간다.
이러면…….
[아! 태양이 공을 향해 달려 나갑니다!]오히려 좋네?
조금은 높이 뜬 공을 향해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는 태양의 앞에 맨유의 골키퍼 스토일리코비치가 마주 달려온다.
태양은 떨어지는 공을 한 번 확인했다. 스토일리코비치의 시선도 공을 향한다.
짧다.
부랴부랴 달려 나간 태양보다 간발의 차이로 뒤로 떨어지는 공.
그 공을 향해 태양이 발을 뒤로 내밀었다.
힐을 맞고 튕겨 오른 공이 달려오던 스토일리코비치의 머리를 넘겨 그대로 골대 안으로 떨어졌다.
[…고, 골! 골입니다!] [뭡니까! 이 말도 안 되는 원더골은?] [역시 윤태양입니다! 이번 시즌 리그 40번째 골을 원더골로 장식하는 윤태양!]-미쳤다
-리그 40골 ㄷㄷㄷ
-홀란드 이후 역대 두 번째 아니냐?
-ㅇㅇ
-참고로 뉴캐슬 리그 한 시즌 최다골 기록 경신 ㅇㅇ
-전 세계 최연소 한 시즌 최다골 기록
-40번째 골도 ㄹㅇ 쩌는 걸로 장식하네
-ㅋㅋㅋㅋ 이제 고2 아니냐? ㅅㅂ 미친 거 같다 ㅋㅋㅋ
-대/한/민/국 최고 공격수 윤태양
-키야 주모
-취한다ㅏㅏㅏ
-주모!! 국뽕 한 사발 말아주쇼!
-국뽕에 취한다
-이 좋은 걸 두고 마약이 웬 말이냐
-소녀에게 우리 저하가 마약이에유ㅠㅠ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40골을 넣은 선수는 오로지 단 한 사람, 엘링 홀란드밖에 없었다.
경기가 훨씬 더 많았던 프리미어 리그 발족 전 대회에서도 리그 한 시즌에 40골을 넣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캐슬의 전설이자 프리미어 리그 최다골의 주인공인 엘런 시어러도 한 시즌에 리그 40골은 넣지 못했다.
그걸 17살 소년이 넘어섰으니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그 40골을 축하하며 원정석의 툰들이 우렁차게 프린스 태양을 부르짖는다.
펠리시아노는 그런 태양을 멀찍이서 바라봤다.
자신이 넣은 골 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골을 넣은 소년은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하프라인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태양보다 신난 동료들이 몰려들어 태양에게 박수를 보내고 툰들을 독려한다.
그 모습이 마치 왕과 신하의 모습과 그 자체였다.
펠리시아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승부욕이 마구 불타올랐다.
[경기 재개됩니다. 시작부터 원더골을 주고받으며 올드 트래포트를 뜨겁게 달군 양 팀인데요. 네, 킥오프하자마자 맨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아가는군요.] [이번에는 뉴캐슬의 압박이 거셉니다. 하지만, 맨 유나이티드, 좁은 공간에서 패스가 끊기지 않습니다.]맨유는 공격 시 중원의 다섯 명과 풀백 둘까지 가세해 일곱 명의 선수들이 중원을 차지하고 공을 앞으로 전개하려 했다.
뉴캐슬과 비교했을 때 숫자로 앞서니 당연히 패스가 끊길 이유가 없었다.
맨유의 공세를 막기 위해서는 뉴캐슬도 머릿수를 채울 필요가 있었다.
무리시와 아놀드 사이로 메넨데즈가 내려가 쓰리백을 구성해 최후방을 지키고 린데만과 산체스가 중원으로 올라와 박스올, 고메즈와 함께 네 명이서 중원을 수비했다.
여기서 태양은 측면에 있을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내려오지 않지만, 본인이 공격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면 최전방 스트라이커보다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라인을 조금 더 내려와 미드필더의 머릿수를 채워준다.
태양이 후방으로 내려와 공을 가로채 역습의 시작점이 되거나, 본인이 혼자 돌파해 득점하는 상황이 이번 시즌 몇 번이나 나왔던가?
이제는 뉴캐슬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알고 있었다.
맨유는 태양이 움직이는 동선을 피해 공을 패스해 나갔다.
의도한 건 아니고, 알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견제하게 된 탓이다.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뉴캐슬에서는 태양 말고도 상황을 보고 귀신같이 공을 가로채는 선수가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이다.
[메넨데즈! 공 가로챕니다! 이거죠! 후방에서 쓰리백을 구성하던 선수가 귀신같이 올라와 가로챕니다! 이건 알고도 저지 못해요!] [말씀드리는 순간, 메넨데즈 전방을 공 보냅니다!]-나왔다
-뉴캐슬 필승패턴 나왔다
-뉴캐슬 달린다ㅏㅏㅏㅏ
뉴캐슬의 툰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는 역습 패턴이 나왔다.
대지를 가르는 메넨데즈의 패스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세 명의 공격수.
그중에 공을 받은 건 샬렛이었다.
샬렛은 가뿐하게 공을 받아내고 자신의 앞에 있는 선수를 제치기 위해 옆으로 한 번 접은 다음에 곧 바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채찍 같은 크로스가 일리뉴에게 닿았다.
일리뉴는 수비수 한 명을 부수다시피 하며 슈팅을 노렸다.
하지만 왼발 원툴인 일리뉴에게는 골을 넣을 각이 보이지 않았다.
맨유가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일리뉴는 힘껏 다리를 휘두르는… 척했다.
바보지만, 축구 지능만큼은 여우 그 자체인 일리뉴였다.
슈팅모션을 바꾸며 귀신같이 공을 옆으로 패스한다.
감쪽같이 속은 수비수들이 놀라 그곳을 바라보니 태양이 공을 차지하고 있었다.
윤태양이 마무리라면 위험하다.
들어갈 확률이 높다.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그런데, 누가?
저 괴물은 수비수들 사이에서 기어코 닿을 수 없는 위치로 파고 들어가 공을 차지하는 중인데?
모두가 암담한 얼굴을 할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타나 태양이 차지하려는 공을 바깥으로 걷어냈다.
[펠리시아노! 이 선수가 왜 여기 있습니까?!]공을 가로채 걷어낸 펠리시아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태양을 바라봤다.
“후후후후, 너를 이기기 위해 너를 수백, 수천 번 보면서 연구했지.”
태양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너… 스트라이커야, 인마.”
“후후후후…….”
축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미쳐 버린 게 분명하다.
태양은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공을 걷어내긴 했지만, 아직 공을 가지고 있는 건 뉴캐슬입니다. 린데만이 스로인을 준비합니다.]린데만의 스로인이 박스올에게 연결됐다.
박스올은 자신의 뒤에서 공을 가로채기 위해 들러붙은 맨유 선수들을 등으로 막아내며 다시 린데만에게 공을 패스했다.
린데만은 공을 가지고 전진하다 샬렛에게 전달, 샬렛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달렸다.
다시 한번 채찍같이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간다.
일리뉴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 옆에 펠리시아노가 더 높이 뛰어올라 공을 걷어냈다.
“아니, 너 공격수라고!!”
태양이 어이가 없어 그리 소리치면서도 공을 쫓았지만, 맨유의 센터백 세겔이 공을 바깥으로 걷어냈다.
“미친놈 아냐, 저거?”
태양은 한국어로 중얼거리며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산체스의 스로인.
산체스가 일리뉴에게 곧 바로 스로인을 보내고 일리뉴는 본인의 피지컬로 버텨내며 돌파하려 들었다.
그때 펠리시아노가 일리뉴와 어깨를 부딪치며 공을 가로챘다.
“아니, 야!!”
도대체 저놈은 왜 저기서 미친 수비를 보여준단 말인가.
공격수로서 정체성을 잃은 듯 미친 수비를 보여준 펠리시아노는 자신이 공을 가지고 그대로 뉴캐슬 진영으로 돌진했다.
공간이 보이는 곳을 골라 빠르게 전진하던 펠리시아노는 에거튼에게 공을 패스하고 중앙으로 짓쳐들어 갔다.
에거튼은 린데만을 제친 뒤, 무리시가 자신을 막기 위해 움직이면서 벌어진 공간으로 공을 찔러넣었다.
아놀드가 그 공을 걷어내려는 순간, 펠리시아노가 한발 더 빨리 움직여 공을 차지하고는 왼쪽으로 접고 들어가려는 듯한 움직임으로 아놀드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슈팅했다.
또다시 무회전 슈팅이 나왔다.
무회전 슈팅만 연습한 것처럼 말이다.
그 무회전 슈팅이 쭉 뻗어나가다 미친 듯이 흔들리더니 공이 뚝하고 떨어진다.
아무리 리첼라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뚝 떨어지는 공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대로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펠리시아노의 두 번째 득점이 나왔다.
“우오오오오!”
포효하는 그를 바라보며 모두가 벙 찐 얼굴을 한다.
[펠리시아노, 대단합니다!] [오늘은 그의 날인가요? 올드 트래포트에서 펠리시아노가 팬들을 환호하게 만듭니다!]펠리시아노는 포효하며 태양을 바라봤다.
봤나? 나도 이 정도는 한다고.
그리 말하는 펠리시아노의 모습에 태양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숙였다.
자신의 시선을 피해 고개 숙인 태양의 모습에 펠리시아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태양이…….
고개 숙인 채 그 특유의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다는 건 모른 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