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16)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16화
대장고와 경기는 후반 10분을 남겨두고 나와 주전급 아이들이 대거 교체된 이후 필사적으로 막은 끝에 4대3으로 승리를 거뒀다.
학원 축구 최강이라 불리는 대장고를 15세 한 명을 제외한 전원 14세로 구성된 U-15 대표팀이 이긴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어서 그런지 인터넷 뉴스에 작게나마 우리가 승리했다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는 그 기세를 이어 고등학교 두 곳을 더 격파하고 대한민국 여자 A매치 국가대표팀을 상대로도 신승을 거두며 연습 경기 전승을 달성했다.
이정후 감독은 굉장히 만족해했다.
그건 축협도 마찬가지였는지, 뉴스와 신문 기사에 우리들의 활약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들 개개인의 얼굴이 알려지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슈퍼스타라도 된 것처럼 굴었다.
그러다 이정후 감독에게 혼났지만, 뭐 어쨌든 분위기는 좋다.
동아시아 그 어느 나라든 붙으면 해볼 만하다 그런 자신감이 생긴 거다.
그렇다고 가서 잘 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정식경기는 연습경기랑 다르고, 국내 경기는 국제 경기는 또 다르거든.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열리게 된 동아시아 교류전의 첫 개최지가 바로 일본이다.
홈에서 경기를 한다는 이점은 절대 무시할 수 없지.
그게 설령 어린아이들의 대회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아닌 척 하면서 꽤나 열성적이라 경기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아 홈 버프를 많이 받을 수도 있겠다.
왜 관심이 많냐고?
이번에 출전하는 아이들이 플래티넘 제너레이션, 그러니까 백금 세대라고 불리는 일본이 자랑하는 역대 최고의 세대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게 이번 대표팀에 유럽파만 여덟 명이라니?
그중에 과거 일본 최고 재능이라 불리던 쿠보 타케후사 그 이상이라 불리는 애들이 세 명이나 된단다.
일본은 이런 부분에서는 천년에 한번, 만년에 한 번 운운하면서 호들갑을 많이 떠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서도, 적어도 저중에 내가 아는 이름이 둘은 있다.
호들갑을 떨긴 했지만, 그래도 그중에 건진 게 있단 소리다.
뭐, 어쨌든 그건 나중 이야기다.
지금, 유소년 입장에서는 찬란하게 빛나고 앞서가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걸 이겨야 한다.
솔직히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 말이다.
물론, 동료들이 도와줘야겠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디웨이 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데 스튜어디스의 안내 소리가 들린다.
짧은 비행이 끝나가고 있다.
그나저나 아무리 짧은 거리고 유소년 대표라고 해도 저가 항공으로 이동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축협이 이리 돈을 아꼈던가?
내가 한참 뛰던 미래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사이 비행기가 착륙하며 기체가 짧게 흔들린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서둘러 유심칩을 갈아 끼우고 데이터를 켜자마자 요란하게 깨톡 알림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가을 : 오빠 도착해써?
-엄마 : 아들 일본 공기는 어떠니
-아빠 : 아들아 일본한테 지면 안 된다
-엄마 : 형 나 여르미 어마 폰 모래
-엄마 : 미안 아들 여름이가 엄마 핸드폰을 몰래 하네?
-나 : 여름이가 깨톡도 할 줄 알아? 대단하네 ㅋㅋㅋㅋ
-아빠 : 태양아 잘 지내고 있어라 아빠가 엄마랑 동생들 데리고 한일전에는 꼭 보러 갈게 ^^
가족들의 깨톡이었다.
절로 흐뭇하게 웃음이 지어진다.
올 수 없을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어떻게 잘 이야기해서 월차를 내신 모양이다.
한일전은 절대 지면 안 되겠네.
“여기가… 일본인가.”
결의를 다지는데 옆에서 최지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큭큭…….”
뒤이은 괴상한 웃음소리도.
솔직히 이런 중2병을 만든 게 일본 놈들 아닌가?
그 생각하니 빡치네.
반드시 이겨야겠다.
결의를 다지고 또 다지며 후쿠오카 공항을 나서자 공항 앞에 우리를 위한 버스를 타고 인근에 있는 호텔에 도착한다.
이번 교류전이 열리는 경기장이 공항 바로 옆이라고 할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어 호텔도 이 근처에 잡은 거였다.
호텔은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 3인실이었다.
나는 이성호와 공세환과 함께 머물게 됐다.
“아… 하카다나 텐진 못 가나.”
공세환이 짐을 풀면서 구시렁거린다.
“거기는 왜?”
“피규어 사야 해.”
“그… 혹시 최지우랑 같이 가냐?”
“어? 어떻게 알았어?”
역시 그냥 단순한 중2병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공세환이 피규어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대회 끝나고 복귀는 자유라고 하지 않았나? 그때 가면 되잖아?”
“우리 엄마 아빠 바빠서 못 온대.”
그거 참 안타깝구만.
“아, 너희 집에 꼽사리 끼면 안 되냐?”
“당연히 안 되지.”
따지고 보면 우리 가족 처음으로 다 같이 모이는 해외여행인데 절대 안 된다.
“아, 왜?”
“놉. 절대 안 됨.”
“야… 백만 원 줘도 안 됨?”
“놉, 놉. 일억 정도면 고려할게.”
“와, 쪼잔한 놈.”
가족끼리 있는 자리에 끼려는 네가 뻔뻔한 거지.
칭얼거리는 세환을 뒤로하고 이성호를 바라보니 이성호는 감독이 나눠준 파일을 살펴보고 있었다.
역시 모범생답군.
“거기 뭐라고 적혀있냐?”
“응? 아, 대진표.”
“그으래요오? 그래서 우리 첫 번째 상대가 중국이던가?”
“그래.”
중국이라.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돈을 주고 유럽에 내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오만하게 망발을 쏟아내고 진출했다가 망신을 당하고 돌아오는 게 일수였다.
축구 스타일도 변함이 없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감독을 큰돈을 주고 데려오지만, 언제나 듣는 소리는 중국 축구를 향한 폭언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부상 조심해야겠네.”
거친 수준을 넘은 비겁한 반칙 플레이다.
발로 차는 건 기본이고 아예 사람을 담그려고 하거든.
유소년은 그럴 리 없다고?
그건 중국을 얕잡아 보는 소리다.
중국은 중국이다.
“그러니까.”
이성호는 그리 말하고 몸을 뉘이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뭐하냐?”
“시차적응.”
“…운동 정말 열심히 했구나.”
“갑자기 왜? 아무튼, 대화는 이제 그만하자. 너도 얼른 쉬어둬. 시차적응 해야지.”
세상에…….
* * *
이번 동아시아 교류전은 전 경기 모두 후쿠오카 현에 위치한 도스 스타디움에 치러진다.
교류전의 스타트는 일본과 대만이 끊었다.
평일이고 유소년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2만 4천 명 정도 수용 가능한 도스 스타디움에는 생각보다 많은 8천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개최국 버프도 있었지만, 일본 특유의 깊이 파고드는 매니아들뿐 아니라, 일본이 자랑하는 플래티넘 제너레이션을 구경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9대0.
대만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일본이 대승을 거뒀다.
두 번째 경기는 당일 오후 북한과 홍콩의 경기였다.
아시아의 다크호스, 도깨비팀으로 통하는 북한은 홍콩을 4대0으로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찾아온 다음 날 오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다가왔다.
“이야, 사람 많다?”
몸을 풀기 위해 필드 위에 선 아이들을 둘러보다 관중석을 본 이정후는 혀를 내둘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어느 나라 사람이 많은지 알겠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는 분명 중국이리라.
멀리서 온 건지, 아니면 여기서 사는 사람들인지 몰라도 중국인들이 자기들 국기를 휘날리며 짜요를 외치고 있었다.
“아니, 왜 저리 많이 온 거야?”
“중국에도 천재가 있다던데요? 걔 때문에 모인 거 같습니다.”
“뭐야, 제2의 리웨이 같은 건가.”
리웨이는 5년 전 중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다.
유럽 진출하면 메시와 호날두의 기록을 넘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는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 첫 시즌 데뷔전에서 공 대신 사람 턱을 차버리고 퇴출당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중국의 천재다.
“왜 다들 천재니 백금 세대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 들이지?”
이정후는 시선을 돌려 윤태양을 바라봤다.
“진짜 천재한테 쥐어터지고 난 뒤에 얼마나 쪽 팔리려고.”
이정후가 보기에는 다 가짜다.
저기 시큰둥하게 공을 튀기는 윤태양이야말로 진짜 천재였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자, 다 들어와라!”
이정후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라커룸으로 들어가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
한국은 어웨이 유니폼인 흰색 유니폼을, 중국은 홈 유니폼인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중국 아이들이 한국 대표팀을 바라보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선다.
“저 새끼들 뭐 저리 띠껍게 쳐다보냐?”
중국은 참 희한한 나라다.
한국을 이긴 게 손에 꼽을 정도인 주제에 희한할 정도로 한국을 깔고 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상할 정도로 여론이 한국을 해볼 만한 상대, 한 수 아래 상대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쟤들은?”
“중국이 근거 있이 뭘 하는 거 봤냐? 무지성이지.”
“줘패면 정신 차릴 겨.”
“처맞고 정신 차릴 애들이면 50년 전부터 정신 차렸을 듯.”
어수선한 아이들을 보고 배상현이 박수치며 말했다.
“자, 자, 급식들아 각자 자리로 가라.”
“아따, 성은 급식 아닌가?”
“긍께, 성도 급식이잖아요?”
“닥쳐, 내가 다니는 학교는 급식 없어 자식들아.”
배상현은 기어오르는 동생들을 제압하고 시선을 돌렸다.
맨 앞에서 발목을 돌리는 윤태양와 이성호가 보였다.
그리고 울리는 휘슬.
공을 가진 이성호가 윤태양에게 패스하고 윤태양이 공을 뒤로 돌리며 경기가 시작됐다.
이정후는 수비를 굳건하게 하고 상대를 끌어들여 압박해 공을 뺏어 역습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굳이 한 가지 전술에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에 따라서 어느 정도 팔색조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감독이었다.
이번 중국을 상대로 그는 라인을 올리고 빠른 패스로 중국을 몰아붙였다.
반칙을 좋아하는 중국을 상대로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공을 갖고 있는 건 좋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하지만 꼭 감독의 지시를 못 따라주거나 안 따라주는 친구가 꼭 있다.
“야, 태양아! 패스해야지!”
하지만 그게 윤태양일 줄이야.
이정후가 당황한 얼굴로 윤태양에게 소리친다.
윤태양은 공을 툭툭 차다가 가속하더니 공간을 찾아가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니, 야! 태양아!”
이정후가 다시 한번 소리칠 때 태양은 라 크로케타를 선보이며 한 명을 제쳤다.
“야…….”
라 크로케타의 또 다른 명칭, 팬텀 드리블이라른 이름 그대로 귀신같이 상대 선수를 제친 덕분에 이정후가 힘 빠진 목소리로 태양을 부를 때, 태양은 또 한 번 라 크로케타로 중국 선수를 벗겨냈다.
“야! 옆에!!”
이번엔 이정후가 놀라서 소리친다.
옆에서 중국 선수의 슬라이딩 태클이 들어오고 있었다.
행여 부상당할까 놀라 소리친 이정후와 다르게 태양은 발등으로 공을 띄우고 훌쩍 뛰어올라 태클을 피해 넘어섰다.
“휴우…….”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태양의 앞으로 또 다른 중국 선수가 길을 막고 선다.
태양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공을 등진 채 중국 선수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러고 백힐로 공을 차올리며 선수를 지나친다.
환상적인 레인보우 플릭.
“…….”
이정후의 입이 헤, 하고 벌어지는 순간 윤태양은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끌고 플리플랩으로 마지막 남은 센터백을 제치고 골키퍼를 마주했다.
이쯤 되면 안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연습경기에서 홀로 여덟 골을 넣은 순도 높은 결정력의 윤태양이 아니던가.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태양은 스나이퍼처럼 정확하게 골대 안에 골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근데 태양이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골키퍼를 들이박을 기세로 달려든다.
“아니, 왜?”
저게 미쳤나?
이정후가 의아한 얼굴로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라인 가까이 서서 태양을 부르짖으려는 순간.
태양이 골키퍼를 상대로 몸을 빙글 돌린다.
마르세유 광장을 누비던 지네딘 지단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마르세유 턴이었다.
그렇게 골키퍼마저 제치고 비어버린 골대에 태양은 톡하고 공을 차 골라인을 넘겼다.
“와아…….”
“미, 미쳤네.”
코치와 이정후가 동시에 감탄하는 사이.
“우우우우우우우우!”
관중석을 채웠던 중국인들에게서 야유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중국인을 바라보며 윤태양은 필드 위를 산책하듯 뒷짐 지고 그들을 바라보며 유유히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윤태양의 광역 도발에 도스 스타디움이 중국인들의 분노로 뜨겁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