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34)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34화
“쉬어, 무조건 쉬어.”
디오스는 자신의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선수들에게 최고의 휴식을 제공했다.
의료진은 물론이고 전문 마사지사, 그리고 유럽에서 회복을 위한 기계를 세 대나 들여서 선수들의 회복을 지원했다.
“자, 쉬면서 봐라.”
디오스는 전술회의 당시 찍어둔 영상을 재생했다.
디오스의 동료들은 몸은 편해질지 몰라도 매일같이 이런 패턴이 계속되자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 지치는 기분이었다.
“이게 쉬는 거 맞아?”
“몸은 쉬잖아. 육체적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 거지.”
“빌어먹을, 스트레스 때문에 잘하던 것도 못할 것 같다고.”
“그런 정신머리로는 윤태양을 이길 수 없어.”
디오스의 말에 그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던 사수올로의 미드필더 파블로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놈이 아무리 난다긴다 하더라도 그 스쿼드로 우릴 어떻게 이…….”
“이길 수 있는 놈이야!”
디오스는 파블로의 말을 끊고 버럭 소리쳤다.
“그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라니까?”
“아니… 걔 동료들이…….”
그래, 윤태양 말고 다른 선수들도 꽤나 선전한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스페인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디오스가 걱정하는 것과 달리 스페인은 절대 방심하지 않고 한국의 선수단을 면밀히 살피고 한국 선수에 관한 자료를 선수들에게 주입시켰다.
K리그라는 아시아 리그에서조차 아직 주전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한국의 올림픽 대표와 세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라리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의 수준이 차이가 안 날 수가 없다.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이 도전하고 수도 없이 실패하는 곳이 이곳인데, 고작 주전 자리도 못 차지한 선수들쯤이야.
방심하지 않았지만, 선수단은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팀의 에이스인 디오스만 빼고 말이다.
디오스는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너넨 몰라.”
“응?”
“그놈은… 축구를 혼자 하는 놈이야.”
디오스는 떠올렸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태양의 모습을.
그건 인간이 아니다.
* * *
오후 세 시.
일본과 브라질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렸다.
결과는 브라질이 일본을 상대로 4대1로 대승을 거두며 동메달을 따게 됐다.
일본은 준결승까지 올라왔지만,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하고 쓸쓸하게 돌아갈 처지가 됐다.
이제 남은 건 결승전.
“아이고, 우리 아들 얼굴이 반쪽이 된 것 같은데?”
결승전을 앞두고 온 가족이 결승전 경기장에 모였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양 볼을 붙잡고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응? 그럼 젖살이 빠지나?”
“그건 좀…….”
내가 나이가 몇인데 젖살이라뇨.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뭔가 얼굴에 있던 포동포동함이 깎여 나가는 것 같긴 하다.
이제 나도 진짜 남자가 되어가는 건가.
지난 삶에서는 워낙 힘들게 커서 어려서부터 겉늙어 보였는데 말이지.
“밥은 잘 나오는 거 맞니?”
“네, 협회에서 밥은 잘 줘요. 오죽하면 뉴캐슬 사람들이 보고 그냥 갔겠어요?”
뉴캐슬은 나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면 협회를 돈으로 사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나를 위한 전용 마사지사는 물론이고 트레이너와 의료진을 투입한 양반들이다.
이런 상황을 축협이 가만히 내버려 두냐고?
그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다.
나라는 선수는 축협 차원에서도 관리해도 모자랄 판이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축협이 뉴캐슬 심기를 어떻게 건드리냐?
막말로 축협의 실질적인 주인이나 다를 바 없는 대기업도 뉴캐슬의 주인과 조금이라도 관계를 만드는 게 절실할 판인데?
이 세상은 아직도 석유를 보유한 사람이 갑인 세상이다.
아무튼, 말이 길었는데 축협의 전폭적인 묵인(?) 아래 나를 수시로 캐어하는 뉴캐슬에서도 축협의 식사를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죽었다 깨어나도 조국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다른 나라 요리사가 따라할 수 없는 법이지.
아, 영국 요리 빼고.
영국 요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해도 그것보단 맛있을 거다.
“오늘 결승 잘하고. 엄마는 져도 좋으니까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안 다치고 이기는 게 최고죠. 차선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악물고 이기는 게 최고고.”
“그렇지. 이왕 하는 거 금메달이지. 그지, 아들?”
아버지의 말에 나는 그저 씨익 웃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옆구리를 쿡하고 찔렀다.
“애 승부욕 불 지피지 마!”
“아, 왜? 선수가 이 정도는 돼야지!”
“선수 이전에 당신 아들이야!”
“이제 더 이상… 나만의 아들이 아닐걸? 국민 아들이잖아, 요즘.”
“흥! 어딜 감히! 내 배 아파서 낳았는데?”
“그건 그래.”
부모님의 만담을 바라보며 나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다 됐다.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 해요.”
“그래, 우린 걱정 말고.”
“경호원들 보이지? 뉴캐슬에서 걱정된다고 경호원을 몇 개 소대로 보냈지 뭐냐.”
아버지의 말대로 주변에 경호원만 수십 명이 살피고 있었다.
과보호도 이런 과보호가 없네.
올림픽 중이어서 모르는데 여기도 치안이 굉장히 안 좋은 모양이다.
후, 그나저나 진짜 들어가야 하네.
나는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족들을 바라봤다.
부모님과 할아버지들, 그리고 가을이 여름이 겨울이 보미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들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몸을 돌렸다.
뒤도는 순간 내 표정은 차게 굳었다.
솔직히 말할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보다 더 진지하다.
군 면제가 달렸다.
내 축구 커리어를 결정짓는 순간이란 말이다.
그리고 오천만 국민이 금메달을 간절하게 원하며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기대가 중압감으로 다가왔…기는 개뿔.
“짜릿해.”
아무래도 나는 관종인 모양이다.
보여주고 싶었다.
말도 안 되는 확률을 깨부수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말이다.
* * *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제 잠시 후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축구 결승전이 열리게 됩니다!] [필드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주장 윤태양 아래 일심동체가 되어 결승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런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미련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네요.]-ㅋㅋㅋㅋ 은메달이 어디냐
-당사자들은 은메달 따면 운다
-아 맞다 ㅋㅋㅋ 바껴서 은메달은 두 개 따야 면제지
-근데… 태양이는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지금 18살이잖아?
-어 그러네?
-ㅋㅋㅋㅋ 아니 ㅅㅂㅋㅋㅋㅋ 올림픽 혼자 멱살 잡고 캐리하는데 알고 보니 목숨이 하나 더 있었네? ㅋㅋ
-그 이후에는 와카로 나올 수도 있음
-얘들아… 아시안 게임도 있다. 잊지 마라
-그러네 ㅋㅋㅋ 그거 생각하면 저렇게 악착같이 할 필요가 있나?
-원코인에 끝내려나 봄 ㅋㅋ
-근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ㅠ 스페인이 너무 개빡
-라인업 뜬다
[오늘의 라인업 보겠습니다.]방성환/윤태양/이성호
김정훈/노영근/박재호
윤진용/배상현/김정환/이지훈
신호성
[아, 한국은 이현석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결승에 나오지 못하는군요.] [중원에서 와일드카드인 이현석 선수의 부재는 큽니다. 부디 젊은 선수들이 잘 헤쳐 나가길 바랍니다.] [네… 이어서 스페인입니다.]카르멜로/디오스
메넨데즈
안토니오/파블로/페르난데즈
코르테스/갈레고/히달고/산티아고
제수스
[반대로 스페인은 베스트 11이 모두 출전하네요. 이름 하나, 하나가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선수들만으로 A매치를 나가도 될 정도입니다.] [확실히 어려운 상대군요.]-ㅅㅂ ㄹㅇ 스쿼드 이 정도면 스페인 2군 수준 아니냐?
-스페인 어린 애들이 ㄹㅇ 황금세대네
-이걸 어케 이기냐 ㄷ
-비벼볼 만한 게 윤태양밖에 없누 ㅠ
-디오스나 메넨데즈만 없어도 해볼 만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둘이 너무 개빡이야
-메넨데즈 ㅅㅂ ㅠㅠㅠ 적으로 만나니 무섭네
필드 위에 양 팀이 섰다.
오늘 한국은 하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스페인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디오스의 시선 끝에는 예전에 한 번 도입한 이후 이번에 다시 도입된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하얀 유니폼들 사이에서 주장 완장을 고쳐 차는 윤태양이 있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보다보니 윤태양과 시선이 마주친다.
윤태양은 디오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띄웠다.
스페인에서조차 여성들에게 천사의 미소라며 인기를 끌어모으는 매력적인 미소였지만, 정작 경기장 안에서 그 미소를 마주하는 사람에겐 그 웃음이 묘하게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
마치 깔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다.
그 웃음을 마주한 디오스도 마찬가지였다.
디오스는 그것에 반발이라도 하듯 오히려 눈에 불을 켜고 노려봤다.
“윤태양……!”
“진정해.”
그런 디오스의 뒤에서 메넨데즈가 말한다.
디오스는 뒤돌아 메넨데즈를 바라봤다.
“저 웃음에 넘어가 봤자 네 멘탈만 흔들린다. 진정하고 네 할 일이나 해.”
“마리오…….”
“냉정해지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그렇지. 그래, 고맙다.”
디오스가 다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걸 보며 메넨데즈는 속으로 생각했다.
‘냉정해도 이기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다르다.
아무리 윤태양이라고 하더라도 저 스쿼드로 스페인을 이기긴 힘들겠지.
“자, 이기자!”
“오!”
스페인 선수들의 함성과 동시에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경기 시작됩니다! 대한민국의 선축입니다! 공을 뒤로 물리고 전진하는 윤태양!]스페인은 대한민국을 압박하면서도 사방에서 윤태양을 견제했다.
일사분란한 그 모습이 이게 과연 올림픽을 위해 급조된 팀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게 스페인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선수가 세 명에 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 한 명이 있었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이 유소년 대표 때부터 꾸준히 같이 뛴 경력을 생각하면 이들한테는 오히려 한국이 오합지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 우리나라 선수들 압박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요!] [스페인이 처음부터 거세게 압박하네요.] [아무래도 윤태양이라는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공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상황을 보다 못한 태양은 공격진을 이끌고 라인을 내려 압박에 저항했다.
원래라면 이현석이 해줘야 하는 걸 태양이 대신하고, 스페인이 태양을 견제하는 탓에 대한민국이 안정되는 것 같았지만, 문제는…….
“어디다 줘야 하나…….”
전진패스할 곳이 없다.
태양은 직감했다.
앞으로 경기 내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걸.
오늘 경기는 역대급으로 혼자 다 짊어지고 축구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났지만, 그래, 애초에 전원 수비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골만 막아달라 하지 않았던가.
살짝 꺾일 뻔했지만, 태양은 멘탈을 수습하고 공을 몰아 달렸다.
[윤태양 달립니다!] [아, 스페인 선수 네 명이나 포위하고 윤태양을 압박해 들어갑니다!] [극단적인데요 너무?] [윤태양만 막으면 다른 우리나라 선수는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요?!]그래, 막아봐라.
계속 뚫고 뚫어주마.
태양은 차분하게 공을 몰아 가장 먼저 달려드는 페르난데즈를 라 크로케타로 제쳤다.
“일단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