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3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39화
카싸마가 포르투갈 사람보다는 프랑스 사람 같듯이, 파세리니는 이탈리아 사람 같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인싸 그 자체와 같은 외모와 달리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친구들을 만나 늦은 새벽까지 와인과 저녁 식사를 하는 것 보다는 집에서 혼자 미국식 피자를 시켜서 맥주를 즐기고 커피보다는 제로 콜라를 마시는 걸 마다하지 않는 도저히 이탈리아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그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가난은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도 부정하게 만든다.
어릴 때 맛본 자극적인 음식이 커서도 입에 맞을 수밖에.
그리고 그의 집은 아직도 가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일하다 다쳐서 아픈 아버지와 파세리니, 그리고 동생 다섯을 데리고 어머니 혼자 먹여살리다 보니 집에 빚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빌어먹을 빚도 끝이지.”
이번 이적으로 그는 집안에 모든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게다가 뉴캐슬은 온 가족이 지낼 수 있는 집도 얻어주었다.
이 정도로 후하게 퍼주는 구단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밀란에서 있을 때 보다 무려 세배에 달하는 주급을 받으며 으리으리한 집에 살게 되니 그는 욕심이 났다
이곳에서 뼈를 묻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잘하면 잘할수록 주급이 오르겠지?
어쩌면 리첼라의 뒤를 이어서 이곳의 주장이 될지도 몰라.
뉴캐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가 되어주겠어.
큰 포부를 마음에 품은 그에게 떠나가는 리첼라는 말했다.
“너에게는 큰돈일 수도 있지만, 너의 몸값이나 주급이나 이곳에서는 푼돈에 지나지 않아. 미래보다 현실에 충실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네가 조금만 삐끗해도 너를 대체할 사람을 찾을지도 모르니까.”
그래.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주인을 가진 이 팀은 자신을 쫓아내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닐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있어.”
“…그게 뭐죠?”
“절대 킹을 거스르지 마.”
킹.
뉴캐슬의 왕.
윤태양……!
모를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두 골이나 넣은 건 둘째 치고, 윤태양을 모르는 축구 선수가 전 세계에 존재나 할까?
그는 뉴캐슬에서 가장 짬밥이 오래된 리첼라조차 거스를 수 없는 존재였나 보다.
아직 어른도 되지 않은 선수가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거스르지 말라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혹시 이 클럽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서 폭군처럼 살아가는 걸까?
내성적인 그로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거기에 불을 지피는 사람이 있었다.
“킹? 윤태양 그 빌어먹을 꼬맹이는 폭군이야. 아마 널 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겠지.”
그는 마테오 실바.
미스터 툰이라 불리던 앨런 시어러를 제외한다면 은퇴한 선수 중에 가장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지, 진짜요?”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지, 내가 이 나이에, 코치나 되는 양반이 거짓말을 하겠냐?”
“그, 그런…….”
아무래도 팀을 잘못 구한 건가?
옛날부터 한 선수가 권력을 장악한 구단은 오래가지 못했다.
뉴캐슬도 그렇게 되는 걸까?
“게다가 그 자식,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싸움도 엄청 잘한다고. 일리뉴 있지? 그 일리뉴가 한 방에 골로 갔다니깐?”
“세상에……!”
일리뉴라면 일찍이 세리에A에서도 Bestia(야수)라고 불리던 괴물 아니던가.
그런 선수가 한 방에 갔다고?
“그뿐인 줄 알아? 드미트리는 그의 충복이나 다름없어. 태양이가 손쓰기 전에 대드는 놈들은 드미트리가 먼저 나서서 손을 본단 말이지.”
“맙소사……!”
드미트리가 누구인가.
전 세계에서 피지컬이 가장 좋은 괴물로 불리는 선수가 아니던가.
그런 선수마저 충복으로 두고 있다니.
이건 그냥 왕이 아니라 폭군, 아니, 마왕이 아닌가?
파세리니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기에 동조하는 선수도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서 건너온 자신과 똑같은 이번 시즌 이적생인 데스포토비치였다.
“이봐 친구, 그 사실 들었어? 태양이…….”
“나도 들었어.”
“그런 무서운 선수일 줄이야.”
“음…….”
두려움에 떨면서 파세리니는 데스포토비치를 게슴츠레 바라봤다.
데스포토비치, 이 친구.
생긴 건 세르비아 뒷골목 마피아같이 생겨서 얘도 은근히 겁쟁이구나 싶다.
“아… 걱정되네.”
그렇게 두 사람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마침내 태양이 복귀했다.
그는 파세리니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슈퍼카에서 내리더니 위풍당당하게 주차장을 가로질렀다.
무수히도 많은 뉴캐슬의 스탭들이 그런 그를 마치 진짜 왕이라도 온 것마냥 마중 나가 영접한다.
“킹! 드디어 돌아왔군!”
“금메달 축하해!”
“난 자네가 혼자 금메달을 따낼 줄 알았지!”
자신을 칭송하는 백성(?)들에게 그는 자비롭게 웃으며 포옹을 하고 핸드셰이크를 한다.
글쎄, 지금까지 본 모습은 실바가 말해준 모습과는 다른 것 같은데.
파세리니는 숨죽이며 그를 피해 서둘러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여어, 출근했네?”
그런 그를 일단의 무리가 불러 세운다.
샬렛과 소비올라, 린데만이었다.
이 팀의 근본 그 자체, 유스팀에서 올라온 선수들.
“어디가? 설마 벌써 훈련장 가려고?”
“어? 으응, 그게…….”
“그대로 가면 섭섭하지. 아침은 먹어야지. 혹시 아침 안 먹는 타입?”
“그건 아닌…….”
“그럼 가자!”
셋이서 파세리니를 끌고 식당으로 인도했다.
그러고 보니 내성적인 그는 구단에 합류한 일주일 동안 식당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
식당에 들어선 그는 기함했다.
식당의 음식 구성은 밀란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일단 이탈리아 놈들은 자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인지 몰라도 이탈리아 음식 위주로 식단이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해외 음식들도 이탈리아 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탈리안이지만 이탈리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로서는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쉐프는 세계 각국에서 불러온 듯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었고, 음식들도 훨씬 많고 다양하게 있었다.
그리고 이 요리의 기원이 어디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인지 음식 앞에는 해당 국가의 국기가 스티커 형태로 붙어 있었다.
그런데 가만…….
“이건 한국인가……?”
여러 국가의 전통 음식들이 있지만, 한국 음식이 유난히 많았다.
아무래도 윤태양을 위한 것 같았다.
“맛있나……?”
“저기 저 갈비나 불고기를 먹어봐. 엄청 맛있어.”
샬렛의 추천에 파세리니는 조심스럽게 고기를 담았다. 근데 이상하다. 왜 한국 음식들 옆에 바나나가 산처럼 쌓여있는 거지?
과일은 다른 곳에 진열되어 있는데? 잘못 둔 건가?
“아, 그건 정량배식이야.”
“응?”
“우리 팀의 암묵적인 규칙이지. 바나나는 한 사람당 하나씩.”
“…어째서?”
“그게 킹의 주식이기 때문이야.”
“바나나가… 주식?!!”
파세리니는 화들짝 놀랐다.
아시안은 쌀이 주식 아니었나?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물론, 바나나를 좋아하는 태양을 놀리기 위해 장난처럼 생긴 규칙이지만, 그걸 알 길이 없는 파세리니는 바나나는 쳐다도 보지 않기로 했다.
바나나를 피하고 음식을 적당히 다양하게 퍼서 먹기 시작한다.
엄청나게 맛있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엄마가 해준 밥보다 맛있어 파세리니는 정신을 놓고 음식에 심취했다.
“아… 잘 먹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고 자신도 모르게 잘 먹었다 소리 내어 말하며 앞을 바라본 파세리니는 이내 흠칫 놀랐다.
그의 맞은편에 윤태양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갑네.”
“어? 어어…….”
파세리니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빠르게 태양을 훑었다.
주식이란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인지 그는 그 어떤 음식도 가져오지 않은 채 바나나만 먹고 있었다.
“어떻게 뉴캐슬 생활은 만족하시나?”
“그… 뭐, 그렇지.”
태양은 흐음, 하고 소리를 내며 유심히 파세리니를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야, 너네들 얘 괴롭혔냐?”
“우리가?”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지? 여기가 무슨 학교도 아니고 괴롭히긴 누굴 괴롭혀?”
태양은 그 말을 듣고 흐음, 하고 다시 소리를 내더니 파세리니를 보며 말했다.
“누가 괴롭히면 말해. 내가 해결해 줄게. 혹시 이곳 생활 불편하거나 한 거 있어?”
태양은 실바가 말한 것과 달리 굉장히 친절하고 주장다운 사람이었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어른스러웠고 말 한 마디에 모든 걸 배려하고 생각해 주는 게 느껴졌다.
파세리니는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응? 으응, 아니, 딱히 없어. 아니, 아니, 좋아. 밀란에서 생활 보다 더 좋아. 날씨 빼고.”
“다행이네.”
태양은 그리 말하고 자리에서 스윽 일어났다.
그러다가 멈칫하고서 엄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말인데…….”
“응?”
뭔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양의 모습에 파세리니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뉴캐슬의 망령이 하나 있거든? 마테오 실바라고. 혹시 만났냐?”
“응? 아무래도 코치님이니까…….”
태양은 대번 얼굴을 구기고는 말했다.
“그 양반이 하는 말은 반, 아니, 축구와 관련된 것 빼고는 전부 다 거짓말이고 장난이야. 심지어 축구 관련된 것도 30%는 장난이지. 혹시 만나서 이상한 소리를 하면 무시해.”
아, 그랬던 건가.
그래, 이렇게 친절한 태양이 마왕일 리 없지.
“안 그래도 전에…….”
“했구나, 개소리. 데스포토비치한테도 했는데 너한테 안 했을 리가 없지!!!”
태양의 얼굴이 대번 흉신악살같이 변한다.
“마티, 이 망할 영감!!”
태양은 바나나를 몽둥이처럼 들고서 어디론가 맹렬하게 달려갔다.
그런 태양을 보고 사과를 한입 베어물던 소비올라가 말했다.
“명심해, 태양은 안 건드리면 더 없이 좋은 녀석이지만, 건드리면 저 바나나 몽둥이에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아니, 아무리 그래도 코치이자 전설인데…….”
막말로 황금 동상까지 세워진 뉴캐슬 최고의 전설 아닌가?
파세리니의 말에 세 사람이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한다.
“괜찮아. 둘이 제일 친해. 정신연령은 실바가 더 낮을걸?”
“실바는 맞아도 싸.”
“전설이긴 한데… 태양이 황금동상 없애자 그러면 툰들이 앞장서서 부수러 올걸? 신경 쓰지 마.”
이 구단은… 왕이 레전드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인가, 아니면 레전드 대우가 생각보다 박한 곳인가?
혼란해지는 파세리니였다.
한편, 파세리니와 데스포토비치 이적 후에 뉴캐슬의 이적시장은 마감됐다.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건 프리미어 리그의 새로운 시즌이었다.
윤태양까지 합류해 새로운 감독의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며 훈련하길 며칠 뒤.
마침내 프리미어 리그가 개막했다.
뉴캐슬의 이번 시즌 첫 상대는 아스톤빌라였다.
지난 시즌 리그 13위로 중하위권으로 마무리한 이 팀은 이번 시즌도 큰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올림픽 5경기 출전 18골, 프리시즌에 오히려 더 괴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뉴캐슬의 왕이 아스톤빌라를 어떻게 정복하느냐였다.
그리고 그와 계속 붙어보기 위해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 온 그의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라이벌, 디오스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과연 라리가에서와 같은 활약을 보일 수 있느냐였다.
마치 라리가의 메시와 호날두 시대처럼, 프리미어 리그의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둘이 함께하는 첫 시즌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마침내 개막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