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시간이 흘러 판테이온의 순서가 돌아오고 무대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정말 뜨거운 호응을 보여 주었다. 판테이온 멤버들은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업되어 있고 사방에서 물이 튀길 줄은 몰랐는지 처음에는 조금 놀란 듯하다가 금방 적응하여 페스티벌에 걸맞는 텐션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 Marine Marine!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물결을……
“보… 콜록! 켁!”
그러던 중 노래를 부르던 도유다가 갑자기 사레들린 것처럼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고음 파트를 소화하느라 다른 파트보다 좀 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사이 누군가 입을 향해 물을 쏴서 기도로 잘못 넘어간 것 같았다.
그러자 무대 앞의 사람들은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기침을 하는 도유다가 무슨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웃음을 터트리며 물총을 더 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물 먹었나 봐, 어떡해. 하하!”
“야, 저기 조준해서 쏴 봐. 어떻게 하나 보자.”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거의 괴롭힘 수준 아니야?’
물줄기의 주된 표적은 도유다였다.
대중에게 유난히 유쾌한 이미지로 각인된 도유다라면 본인들의 장난을 받아 줄 것 같고, 도를 넘는 장난을 치면 친한 것 같은 착각이 드니 하는 행동인 것 같았다. 비록 그것이 난생처음 보는 연예인일지라도 말이다.
“에헤이, 누가 노래 부르는데 얼굴에 쏴요! 우리 얼굴에는 쏘지 말아요. 입에 물 들어가면 노래를 못 해요! 여러분 무대는 보고 싶잖아요 그쵸? 몸에는 얼마든지 쏴도 괜챃아요.”
어찌저찌 [Marine Marine!> 무대를 마친 후,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는지 도유다는 부러 장난스레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입을 댓 발 내밀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대다수의 관중들은 ‘네에!’ 하고 목소리를 한데 모아 대답하고, 도유다는 엄지를 척 들며 분위기는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곡이 시작되고, 한두 명이 도유다의 목 근처에 물을 뿌리자 다시 물줄기가 얼굴을 향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보다는 얼굴을 향하는 양이 확연히 줄긴 했다만, 유난히 물발이 강한 물총을 든 몇몇이 끈질기게 눈이나 코, 입을 향해 물총을 쏘아 댔다.
나는 키득거리며 물총을 쏘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손을 들어 도유다의 얼굴에 쏟아지는 강한 물을 막았다.
– 반드시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
지금부터 너의 시간이 찾아올 거거든
그리고 내 파트의 라이브를 문제없이 소화하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방금 도유다를 향해 물을 쏜 사람을 손으로 지목했다. 또 고개를 단호하게 가로로 저으며 입모양으로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후, 동선에 따라 다른 멤버에게 센터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카메라를 통해 스크린에 송출된 내 제스처가 관객 중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관중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지목한 당사자는 마치 그게 본인이 아닌 것처럼 함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만 있었다.
그 옆에 연인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기 말하는 거 아니냐’며 말을 해 주는 듯했지만, 그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더욱 아랗곳하지 않고 폼을 잡으며 ‘지들이 불만이면 뭐 어쩔 건데. 쫓아낼 거야? 쏘라고 만든 워터페 꾸역꾸역 나왔으면서 존X 예민 떠네.’라고 떠들어 댔다.
그러더니 본인이 기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더 열심히 물을 뿌렸다.
이번에는 나를 위주로 노리면서 말이다.
나는 남자의 물총 안에 있는 물이 완전히 동날 때까지 상대가 열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물줄기를 막아 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들고 일부러 콕 집어 남자를 지목했다.
“흰색 헤어밴드에 빨간 반바지 수영복 입은 남성분, 멤버들 눈에 물총 쏘는 거 하지 마세요.”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주변에 있던 관객 모두가 그 사람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던 탓이었다. 아까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이 다시 살아난 탓인지 전보다 훨씬 끈질기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었다.
“뭐야? 누구야?”
“아니, 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누가 자꾸 뇌절해?”
내가 가리킨 곳의 근처에 설명과 일치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금방 범인을 찾아 집중되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를 말하는 것이냐는 듯 제 얼굴에 손가락질을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누가 봐도 억울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자 도유다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와 지목당한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다 내 소매 끝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기며 ‘형, 저는 괜찮아요.’라고 웅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손을 잡아 아래로 부드럽게 내려놓고, 여전히 그를 응시한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네, 선생님이요. 다 봤으니까 그만하세요. 재미없고 불쾌합니다.”
나는 이렇게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을 이미 염두에 두고, 여러번 확인 끝에 그를 지목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래요?’ 하고 애매하게 물러서 버리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몰아간 성격파탄자처럼 몰릴 수도 있었다.
“저 진짜로 안 했어요.”
특히나 저렇게 다 봤다는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뻔뻔함을 유지하는 놈들의 앞에서는 더욱.
게다가 내가 당했다면 그냥 참을 수 있었겠지만, 멤버들이 당한 이상 리더로서 절대로 그냥 두고볼 수는 없었다.
남자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자 뮤즈 공식 굿즈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던 사람이 그를 돌아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뿌렸잖아요. 제가 옆에서 다 봤는데. 적당히 좀 하세요. 하나도 재미없는데 혼자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물 쏘면서 웃고.”
그리고 몇몇 사람이 아까 저 남자가 도유다에게 물총을 쐈을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몰래 그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 시작했다.
“야, 이 또라이 새끼가 그걸 왜 찍어! 하하하!”
“아, 있어 봐아. ‘워터페 민폐 관객’이라고 너튜브에 올리면 조회수 개꿀임. 다 패고 싶어서 들어올걸? 나도 오늘부터 백만 너튜버 간다.”
여러 개의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물총을 쏘던 남자는 새빻갛게 변한 얼굴만큼은 숨기지 못한 채 연인의 손을 이끌고 관객석 밖으로 빠져나갔다.
* * *
무대를 끝내고 가수 대기 공간으로 넘어오자 검은 바지에 어깨와 소매만 남아 있는 것 같은, 가죽 소재의 옷을 입고 있는 이치세가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였다. 메이크업 담당자는 놈의 등판에 촉촉해 보이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를 벅벅 발라 주고 있었고 말이다.
‘…스트레스 받는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고 어깨에 두르고 있던 거대한 타올을 머리에 둘렀다. 가족처럼 가까운 멤버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노린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건 또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남이훤의 키스 신을 보는 것보다는 덜 힘겹긴 했지만.
백 스테이지에는 수많은 연예인이 대기를 하고 있었지만, 주변 스태프들의 동경과 감탄이 섞인 눈빛이 미묘하게 이치세가 서 있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다들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 노력은 하고 있었으나,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러고 있어서야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와, 저기 봐.”
“대박…….”
급기야는 목소리를 낮추어 쑥덕거리는 소리까지 들렸지만, 이치세는 익숙한 일인 듯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겉옷을 안 입고 돌아다니는 거냐?’
알고 있다.
이치세는 원래 나와 다르게 몸에 열이 많아 이런 계절에 여러겹을 겹겹이 껴입는 것을 못 견디는 편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는데 왜 이렇게 열받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곧장 침착하게 몸을 돌려 그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려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귀신같이 나를 발견한 이치세가 내 팔을 덥썩 붙잡았다.
“승범이 안녕? 우리 애들 저기 있는데 잠깐 같이 놀래?”
그리고 내 반응은 살피지도 않은 채 막무가내로 나를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눈치가 부족한 놈은 아니니 아마 일부러 저러는 것일 테지.
“…선배님들 무대는요.”
“으응, 우리 차례 오려면 아직 멀었어.”
“…….”
그러시겠죠. 우리 ‘대선배님’ 프리즘 놈들은 네임 밸류에 맞게 가장 마지막 순서로 등장하시니까요. 이런 망할. 아니, 사람들 반응은 신경도 안 쓸 정도로 집중해서 일하다가 나는 왜 잡아가는 건가.
‘제발 나를 가만히 좀 내버려 둬라.’
결국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역시나 프리즘 멤버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아.”
길쭉길쭉한 놈들이 몸도 우락부락해져서 훌러덩 발가벗고 서 있으니 이… 시각적인 압박감이 엄청났다. 내가 저중에 가장 컸을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판테이온 애들도 나름 큰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비교도 안 되네.’
불행 중에 다행이었던 점은 노골적으로 노린 듯한 의상을 입은 건 이치세뿐이었고, 나머지는 수영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패션이었다. 굳이 꼽자면 남이훤이 입고 있는 나시의 노출도가 상당했다는 것 정도일까.
‘아, 맙소사.’
나는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른 후, 머릿속에 떠오른 수많은 물음표 중 그나마 무난한 것을 골라 입에 담았다.
“그건 도대체 무슨 의상입니까.”
그러자 이치세는 기억이 안 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답했다.
“뭔 볼이라고 했는데.”
“스포츠 볼레로.”
결국 지가 입은 게 뭔지도 모르는 이치세를 대신하여 옆에 있던 유제이가 대답을 해 주었다. 그에 이치세는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을 자연스레 입에 담았다.
“어, 그래, 그거. 지연이는 매번 그렇게 신박한 거 들고 오더라. 나 그 친구 캐리어만 보면 좀 긴장돼. ‘저건 도대체 어디에서 사 온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만 거기 한가득 들어 있잖아.”
“그런데 그거 형이 아니라 운 형이 입기로 한 거 아니었어?”
“아니 운 형이 제비뽑기 걸린 거 맞는데 너무 부끄러워해서 내가 대신 입었지.”
“내가 언제 부끄럽다고 했어!”
“계속 초조해하고 흘끌흘끔 쳐다보면서 한숨 쉬었잖아. 아침부터 계속 낯빛도 창백했고.”
“그건 그냥 춤 출 때 불편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남는 부분 없이 몸에 완전히 밀착되는 반팔 차림으로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차운이 빽 날카로운 소리를 뱉었다. 그러자 이치세는 파하학 웃음을 터트리더니 눈을 게슴츠레 뜨고 차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알았어, 알았어. 우리 형님이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지.”
미묘하게 애를 달래는 듯한 말투에 차운은 입을 꾹 다문 채 쯧 혀를 찼다. 일단 기분이 나쁘긴 한데 뭐라고 하기는 또 애매해 저러는 것이었다.
결국 녀석은 괜히 무겁다는 말을 하며 이치세의 팔을 찰싹 때리곤 다른 멤버들의 인원 체크를 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인찬이 어디 있어?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는데.”
“나 여기 있어.”
그러자 뒤에서 조인찬이 불쑥 나타나며 대답을 했다.
그에 조금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시선이 딱 마주쳤다.
“…….”
“…….”
조인찬은 그런 나를 잠시 내려보다가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 승범 씨 왔네. 어서와요.”
조인찬은 캡 모자를 쓰고, 긴팔 래시 가드에 발목까지 전부 가려지는 레깅스, 반바지 수영복까지 입고 있어 드러나는 피부가 거의 없었다. 기껏 멤버들과 함께 열심히 운동한 몸을 지나칠 정도로 꽁꽁 싸매고 있는 모습에 의아했던 나는 녀석의 차림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조인찬은 조금 머뭇거리다가 은근슬쩍 내 시선을 피해 버렸다. 최근에 들어서 깨달은 것인데, 조인찬은 내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을 때마다 저렇게 시선을 피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았다.
그에 찝찝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았던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조인찬을 바라보고만 있자 녀석은 내 눈치를 보다가 거의 등 떠밀리듯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냥, 멤버들로도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녀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이훤이 한숨을 쉬며 그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특유의 시니컬한 목소리로 툭 뱉었다.
“흉터 때문에 싫대.”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멍해졌다.
‘…무릎? 다른 상처? 아니면 둘 다?’
그리고 내 몸이 다쳤을 때보다 더 예리한 통증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직시하는 것은 내게 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미어지는 가슴을 견디느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중 문득, 제 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거둔 강혁우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계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