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55)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55화
분명 지난 삶에서 디오스는 대단한 놈이었다.
본격적으로 포텐이 터진 21살 즈음부터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득점왕을 놓친 적이 없었고, 발롱도르만 9번, 아니, 10번이었나?
국대에서는 때마침 또래 세대와 아랫세대에서 인재가 줄줄이 나와서 무적함대의 위명을 되찾고 은퇴할 때까지 월드컵 우승만 세 번을 했다.
메시는 물론이고, 그 메시마저 넘볼 수 없던 펠레의 월드컵 우승 커리어까지 모두 따라잡으면서 그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19살 때 그는 이제 막 성인팀에 올라 이따금 출전하며 찬란한 재능을 보여주며 기대를 모으던 초특급 유망주에 불과했다는 거다.
이번 생에는 달라졌다.
무려 2년이나 빨리 성인 무대에 올랐고, 그 해에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으며, 19살인 지금 지난 삶의 전성기의 시작이었던 21살 때 보다 더 미친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삶, 포텐을 터뜨린 21살의 디오스도 그 해 시즌에 리그 시작 후에 11경기 22골을 박아넣진 못했거든.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애써 나란 존재를 제외하고 생각하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존재를 빼고 지금의 디오스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지난 삶에서 디오스는 그야말로 유아독존이었다.
하늘 아래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단 말이지.
그런 그의 경쟁상대는 이미 지나간 선수들이다.
펠레, 마라도나, 메시와 같은 선수들 말이다.
여기서 그의 리미트가 정해진 걸지도 모른다.
메시보다 골을 잘 넣었으니까. 펠레만큼 월드컵 우승을 했으니까, 마라도나만큼 화제성을 낳았으니까 거기서 만족했거나 딱 그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으로 내 한계는 여기까지야, 하고 만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여전히 커리어는 메시나 펠레 같은 선수들이 버젓이 있지만, 당장 매 시즌 그들의 기록을 빼앗는 내가 있다.
그에게 좋은, 아니, 엄청난 자극제가 생겨난 거다.
그게 그가 스스로 정한 리미트를 풀고 더 미쳐 날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뇌피셜이 아니라 이 정도면 거의 팩트 아니냐?
아무튼, 그의 존재는 나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고 있었다.
-봤냐? 너랑 득점 공동 1위다
심지어 그는 실시간으로 메시지로 나를 자극해 주고 있다.
-응 나보다 한 경기 더 많아, 너 2등임
-응 나 이번 시즌이 프리미어 리그 데뷔 시즌 ㅇ
-ㅇㅇ 난 두 살 어릴 때 데뷔 시즌 50골 찍음 ㅅㄱ
-내가 따라잡을 예정
-따라잡아도 최연소는 나임 ㅅㄱ
-이번 시즌 내가 너 이김
-경기나 제대로 한 번 이기고 그 소리 해라
-아 개새끼
이런 식이다.
아무튼, 거슬리기 시작했으니 찍어 눌러야 하지 않겠냐?
챔피언스 리그에서 레버쿠젠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들어갔다.
[윤태양, 레버쿠젠 상대로 다섯 골.] [태양왕, 독일을 정복하다.] [무력하게 패배한 레버쿠젠.]챔스에서 다섯 골을 꽂아주고 디오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봤냐?
-흥
-아 미안 너 챔스 못 나가지;
-어케 우리가 우승해서 요번 시즌 다섯 팀이 출전하는데도 못 나감? ㅋㅋ
-유로파는 할 만하디?
-ㅋㅋㅋㅋㅋ
디오스는 답이 없었다.
유로파 딱이가 할 말이 뭐 있겠어.
당장 챔스 나가고 싶었으면 리버풀 말고 다른 곳으로 갔어야지.
하긴, 리버풀만큼 돈 많이 주는 팀도 없긴 할 거다.
응?
메시지 씹은 줄 알았더니 메시지가 온다.
-12라운드에서 내가 너 보다 골 많이 넣을 거다
-ㅋㅋㅋㅋ 그러시든가
보자, 리버풀 12라운드 상대가 누구더라?
사우스햄튼이네?
반 이완 감독 친정팀이네.
뭐, 반 이완이 떠나고 아직도 수습이 안 되는 팀인지라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겠네.
골도 더 많이 넣을 수 있겠고.
쓰읍… 디가놈 어깨를 제대로 찍어 누르려면 12라운드에서 골을 더 많이 넣어줘야 하는데.
우리 팀 상대가 누구지?
“이런……!”
맨시티네?
피곤하게 됐다.
맨시티는 스타 선수는 많이 줄었지만, 알짜배기 선수들을 제대로 영입하고 유스팀에서 좋은 선수들이 배출되어서 예전 왕조시절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스쿼드가 많이 좋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티모시 베르거의 전술이 완전히 녹아들었다.
티모시 베르거는 선수 입장에서 과거 펩 과르디올라만큼이나 전술이 복잡하고 어렵기로 소문난 감독이었다.
오죽하면 뮌헨에서 건너온 짭펩(대충 펩 하위호환이라는 뜻)이라는 소리까지 하겠는가.
뭐, 어쨌든 열심히 가르친 보람이 있는지 이번 시즌은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쉽지는 않은 팀이라 이거지.
그래서 그런 걸까?
[티모시 베르거, 베이트호벤과 대결을 기다려 왔다.] [언젠가 한 번 붙어보고 싶던 감독.] [나는 그를 나의 진정한 라이벌이라 생각한다.]그는 평소와 다르게 열심히 입을 놀리고 있었다.
뭐지? 독일식 유머인가?
짭펩 주제에 이 시대 최고의 명장과 뭐? 라이벌?
물론, 티모시 베르거가 나쁜 감독은 아니고 오히려 명장이라 부를만한 감독이지만, 베이트호벤이랑 비벼볼 만한 감독은 아니다.
당장 앞으로 프리미어 리그 우승 커리어가 ‘없을 예정’이니까.
뉴스 기사마다 댓글 반응도 그다지 좋진 않았다.
-뭐지 왜 저래;;;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약이라도 빠시나?
-스트레스 받아서 미쳤나?
-미친 건 모르겠고 머리는 많이 빠졌던데 짭펩
-두타스테리드 꾸준히 복용해야지 ; 유럽은 아직도 두타스테리드 불법인가?
-위에 분ㅋㅋㅋㅋㅋㅋ 탈모약 잘 아시네요?
-…내가 두타스테리드 유저이기 때문이지
-ㅋㅋㅋㅋㅋㅋ
-자라나라머리머리
-니넨 안 빠질 거 같냐? 삼십대만 돼봐라 이제 걱정될걸?
-ㅋㅋㅋ머머리쉑ㅋㅋㅋ
음…….
미친 게 아니냐는 의견보다 머리가 많이 빠져보인다는 의견이 더 많군.
그렇게 까탈스럽게 전술 연구를 하니 머리가 안 빠지고 배기겠냐.
그러고 보면 펩도…….
하, 나는 감독하면 안 되겠다.
그 가운데 리버풀이 우리보다 먼저 12라운드를 치렀다.
-[디오스의 해트트릭 세리머니(사진)]
-봤냐? 님 맨시티 상대로 가능?
그 가운데 디가놈이 나에게 메시지로 도발한다.
뭐? 맨시티 상대로 가능하냐고?
하, 참나.
사람을 뭘로 보고.
-쌉가능
* * *
요즘 보미의 관심사는 TV였다.
“뽀롱! 뽀롱!”
수십 년이 지나도 아이들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뽀로롱을 시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영상을 TV로 섭렵하고 있었다.
“오늘은 뽀로롱 그만.”
“히잉.”
“히잉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세상에 어느 부모가 다 그렇듯이 TV를 너무 오랫동안 보면 엄마의 제지가 들어온다.
보미는 들이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눈치가 아주 기가 막힌 막내였기 때문에 엄마의 모성을 유발할 행동을 살짝 해봤다가 씨알도 먹히지 않자 바로 미련 없이 물러섰다.
그렇다고 TV에서 물러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미는 이내 엄마에게 리모컨을 내밀면서 말했다.
“오빠! 오빠!!”
보미가 뽀로롱이나 만화영화 보다 더 좋아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TV에서 큰오빠를 보는 것.
오빠는 TV를 틀면 심심하면 나온다.
아빠가 수염을 깎는 데 쓰는 물건을 들고도 나타나고, 멋진 옷을 입고도 나타났으며 이상하게 생긴 신발(축구화)를 신고서 뛰는 모습도 나온다.
할아버지들이 보는 어려운 영상(뉴스)에서도 심심하면 나온다.
다른 가족들은 유튜브 영상(엄마 유튜브 채널)을 틀어야만 나오지만, 오빠는 그 어떤 채널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오빠 보여달라고? 어머, 그러고 보니 이제 곧 경기 시작이구나? 여보!! 자기야?! 뭐해, 태양이 경기 봐야지!”
“어? 벌써 그렇게 됐나?”
보통 홈경기, 그것도 큰 경기에는 온 가족이 태양이를 보기 위해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고는 했지만, 오늘은 겨울이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두 분 할아버지만 간 상황이었다.
“이제 오빠 보여줄게.”
“오빠!!”
보미가 오빠란 말에 활짝 웃으며 만세를 하는 사이, 지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TV 채널을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TV 너머에는 주장 완장을 달고서 선수들을 불러 모으는 태양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 오빠! 저기 오빠!!”
“그래, 오빠 나왔네.”
보미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그걸 본 여름이 보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형아 멋지지? 두고 봐라. 이 작은 오빠도 커서 저렇게 TV로 나올 거니까.”
“자근 오빠도?”
“응.”
“에이.”
“뭐야, 못 믿는 거야? 이씨, 두고 봐! 오빠도 TV 나갈 거야!”
“에이이이!”
생긴 것부터가 북극여우 같아서 여우짓이란 여우짓은 혼자 다 하는 보미는 작은 오빠 머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여름은 모르지만, 작은 보미가 여름이를 놀려먹고 있는 중이었다.
“자, 애들아 경기 시작됐다.”
“…형 이겨라!”
“이겨라!!”
투닥거리는 것도 잠시.
두 남매는 경기가 시작되자 동시에 필드 위에 윤태양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쫓았다.
* * *
티모시 베르거의 전술 철학은 어디까지나 펩에게서 시작된 것에서부터 나왔다.
그래서 그런 걸까?
가끔 그는 상상 밖에 전술을 들고 오기는 한다.
심지어 그것도 똑같았다.
뭐가 똑같냐고?
-짭펩 저 ㅅㅋ는 왜 꼭 중요한 경기에 첨 보는 전술을 들고 나오는 거냐?
-그것도 ㅈㄴ 엉뚱한 전술
-아니 잘하던 거 해야지 왜 강팀 상대로 중요한 경기에서 개뜬금없는 전술이냐고 ;;;;;
-짭펩 이미지에 과몰입했나? ;;
-본인이 짭펩이라 불리는 걸 알기는 함?ㅋㅋㅋㅋ
-외국에서 비꼬는 의미로 펩 JR이라 부르는데 정작 본인은 ㅈㄴ 자랑스러워함 ㅋㅋㅋ
-펩 주니어ㅋㅋㅋㅋㅋㅋ
-본인 비꼬는 걸 몰라?
-비꽈도 펩이랑 비교하니 좋다 이거지 ㅋㅋㅋ 이 ㅅㅋ 레알 펩빠임 ㅋㅋ
그랬다.
마치 챔스 결승에 몇 번이나 올라가서 뜬금없는 전술을 들고 왔던 펩처럼, 그 역시 중요한 빅매치에서 뜬금없는 전술을 들이민다는 거다.
오늘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었다.
공격수라고는 단 한 번도 뛰어본 적 없는 전형적인 미드필더 원툴인 헨리 도멩게를 최전방에 보내며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펄스나인 임무를 부여하고, 중원에서 최전방으로 올라가는 패스를 자른다고 도멩게가 설 자리에 수비수인 에제크웸을 둔 것 빼고는 말이다.
아, 포메이션도 평소랑 조금 달랐다.
433, 정확히는 4231에 가까운 포메이션에서 361 포메이션을 들고 온 것 정도?
뭐, 수비에서 한 명 빠지고 공격진에 좀 빠지고 중원에 여섯 명을 몰아준 것밖에 안 되니 약간의 변화라고 치자.
그리고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수비라인과 중원을 장악하고 압박해서 뉴캐슬의 최전방으로 공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축구는 단순한 수싸움이 아니다.
중원에서 볼이 배급되지 않으면 최전방 공격수들이 내려가면 되고, 수비라인이 압박을 받아서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하면 미드필더가 지원을 가면 된다.
그리고 뉴캐슬은 라인 간에 합동이 굉장히 잘되는 팀이었다.
단순히 의도 때문에 급조한 전술과 포메이션으로 뭘 해볼 팀이 아니라는 거다.
“악수 중에 악수군.”
이게 과연 라이벌이라 칭하는 사람의 전술인가?
베이트호벤은 흘끔 티모시 베르거를 바라봤다.
방금 실점 위기를 겪었음에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티모시 베르거를 보며 베이트호벤은 고개를 갸웃했다.
따로 의도한 게 있나?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이 득점합니다!!!!]그 순간 윤태양이 일리뉴가 실패한 슈팅을 수습해 득점으로 만들어냈다.
티모시 베르거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베이트호벤은 때마침 그 표정을 봤다.
“저딴 게… 라이벌?”
라이벌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