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63)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63화
북한과 대결은 포백라인을 제외하면 전원 국내파로 구성됐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럴 거면 나를 왜 불렀나?
물론, 축알못이던 지난 삶, 젊은 시절의 내 생각이다.
지금은 이 순간도 소중하다.
선수 하나, 하나를 파악할 수 있거든.
이 팀은 이러나저러나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팀이다 보니 선수들을 모두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
필드 위에서는 내가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세환이는 확실히 잘하네.”
지금이야 우태현 백업 취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면 우태현 그 이상을 해줄 것 같았다.
주입식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비트 윙백의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세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바로 방성환이었다.
방성환은 오늘 북한과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넣었다.
기본적인 능력은 그대로지만, 축구 지능이 많이 늘었다.
시야도 넓어졌고 판단력도 좋다.
저런 수준이면 이성호 백업, 세컨드 스트라이커 취급이 아니라 주전이 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았다.
“이성호, 준비해.”
방성환을 확인한 감독은 이성호를 내보냈다.
시간을 보니 남은 시간은 20분.
감독은 이성호에게 경험을 늘려주려 하고 있었다.
사실, 이성호의 발탁은 말이 많다.
도르트문트 1군도 아닌 2군이 주무대인 아직 어린 선수를 도대체 왜 국대로 뽑는지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다.
무지성으로 욕하거나 의문을 던지는 것도 아니다.
아직 이성호는 발전이 덜 된 선수가 맞거든.
이성호가 포텐을 터뜨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삶에서 2038년 월드컵 이후부터다.
월드컵에서 경험이 그를 부쩍 성장하게 만들었거든.
감독은 이성호의 포텐을 알아보고 터지는 시점을 조금 당겨볼 생각인 것 같다.
뭐, 그래도 북한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도르트문트 유스 시스템이 좋긴 해.
그나저나 북한 정말 못하네.
아니, 못하는 거 보다 후반 막바지되니까 지쳐서 뭘 하질 못하는데?
평소에 먹질 못하니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도 없는 모양이다.
“음… 윤태양.”
그 가운데 감독이 나를 부른다.
“네?”
“출전하겠나?”
원래는 출전을 시키려고 한 것 같은데, 북한 선수들을 본 감독은 내 출전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북한 선수들을 바라봤다.
“한… 5분 정도는… 나가볼까요?”
지난 삶에서 희한하게 북한이랑 붙어본 적이 없다.
한 번쯤은 뛰어보고 싶었다.
“알겠다. 준비하도록.”
* * *
[후반 40분, 김태훈 선수가 나가고 윤태양 선수가 들어갑니다.]-아아;;;;
-북한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살다살다 주적이 불쌍해 보이긴 처음이다 ;
-북한 이번에 처맞고 국제대회 절대 안 나오는 거 아니냐? ;
-닭 잡는 데 소칼도 아니고 단두대를 들고 나오면 어쩌누 ;;;
-이비카 감독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잔인하시네 ;
-피도 눈물도 없는 동유럽 남자 답누 ㅋㅋㅋ
후반 종료를 5분, 인저리 타임까지 고려해도 10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윤태양이 들어왔다.
북한 선수들의 시선이 온통 윤태양을 향했다.
사람들은 북한이 고립적이고 외딴섬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십 년 전부터 볼 건 다 본다.
특히 축구 선수로 해외까지 나올 정도의 신분이면 중국을 통한 경로로 DVD 형태로써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째 축구한다는 아새끼가 저래 곱네?”
“잘 먹으니 고운 거 아니겠습네까?”
“글티.”
실제로 본 윤태양에 대한 소감은 기생 오래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들의 사고로는 땡볕에서 축구를 하는 선수가 흰 피부에 고운 얼굴을 하는 것 자체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남한의 배우나 가수 같지 않은가.
[후반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여전히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며 점유율은 87%나 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강하게 나가지 않아서 그렇지 경기 내용만 보면 5대0, 6대0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예요.] [한때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불린 북한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시절의 북한은 없는 듯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윤태양 선수가 공 잡습니다!]태양은 공을 잡고 앞을 바라봤다.
사방이 확 트였다.
골대까지 마치 고속도로가 깔린 것 같았다.
태양은 슬슬 뛰어 골대를 향해 달려간다.
그 어떤 북한 선수도 태양에게 달려오지 않았다.
뭐랄까 골을 먹히는 거 보다 태양을 막다가 제쳐지는 걸 더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 수비 실책의 범인으로 지목되면 큰일 나서 두려워하는 걸까?
그렇다고 아예 수비가 안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를 코앞에 둔 시점, 북한의 수비수들이 일제히 태양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면 무조건 득점 찬스인데, 지쳐 버린 북한 선수들의 판단력이 흐려져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태양은 골대 구석을 향해 공을 찼다.
[골! 골입니다! 투입 후 34초 만에 득점하는 윤태양 선수!]-아… 살살하지;;;
-시작부터 골 넣네 ㅎㅎ
-진짜 국내파랑도 수준 차이가 저 정도로 나는데 윤태양은 ;;;; 치트키지 ㄹㅇ
-근데 진짜 북한 너무한다
-밥 좀 먹이고 축구 시켜라
-어휴 국제망신
-돼지 놈은 나날이 살이 찌던데 국민들은 갈수록 야위네 ㅉㅉ
팬들은 윤태양의 득점에 환호하기보다는 북한 선수들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던졌다.
실력을 떠나서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태양도 별다른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태양이도 살살 하려나?
-신나게 뛰다가 전의 잃은 듯
-표정이 없네 ;
-원래 세리머니가 없는 애이긴 한데…….
[5대0, 경기 다시 재개됩니다.] [북한 선수들이 공을 돌립니다.] [아, 윤태양! 윤태양 선수가 달려가 공을 빼앗습니다! 그대로 달려 나갑니다!] [한 명! 두 명! 제치고 그대로 중거리 슈우우웃! 골!] [윤태양, 골입니다!]-…봐주긴 개뿔
-윤태양 :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
-사자왕 ㄷㄷㄷ
-기어이 닭에게 단두대를 휘두르는 ㄷ
윤태양은 가차 없었다.
아무리 북한이라 하더라도,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필드 위에서 시간을 허투로 낭비하는 법이 없었다.
두 번째 득점을 넣은 윤태양은 다시 하프라인 위에 섰다.
또다시 재개된 경기, 북한은 윤태양이 투입되고 고작 1분 만에 두 골을 넣은 것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이판사판으로 한국의 진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습적인 공격은 효과를 보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현석이 공 가로챕니다! 그대로 수비 뒷공간으로 길게 패스! 윤태양이 달려 따라잡습니다! 윤태양, 공 한 번 접으며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골키퍼를 마주합니다.]윤태양은 달려오는 골키퍼를 향해 마주 달려가다 시저스 페인팅 이후 왼쪽으로 접고 들어가 그대로 골대를 향해 슈팅했다.
[골! 골입니다! 해트트릭! 윤태양, 투입 후 고작 1분 20초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지렸다;;;
-대표팀 85분 동안 네 골 만들었는데 태양이는 1분 만에 세 골을 만드네 ;;;
-아무리 그래도 해트트릭을 뭐 저리 쉽게 넣냐 ;;;
-이 정도면 세계 신기록 아님?
-내가 알기론 세계 신기록 맞음
-북한 상대로 세계 신기록이 무슨 의미임?
-위에 ㅂㅅ은 해트트릭이 ㅈ으로 보이나?
-ㄹㅇㅋㅋㅋㅋ 북한은커녕 동남아 상대로도 해트트릭 못하는 애들이 수두룩한 판에 ㅋㅋㅋ
윤태양의 해트트릭으로 스코어는 순식간에 7대0이 됐고 그렇게 경기가 종료됐다.
한때 청소년 대표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북한은 이제 더는 없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격차를 느낀 그들은 초라한 얼굴로 필드에 망연히 서있었다.
태양은 그런 선수들 중에서 눈에 익은 선수를 발견했다.
식당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던 선수였다.
“10번… 리창수.”
북한에서도 10번은 에이스나 받을 수 있는 등번호였다.
태양은 그에게 다가가 유니폼을 건넸다.
“좋은 경기였어요.”
“아…….”
리창수는 태양의 유니폼을 보고 희색이 만연해졌다가 이내 흠칫하고는 벤치를 바라봤다.
태양의 시선도 벤치를 향했다.
감독의 옆에 있던 사람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저 사람이 감독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허락을 얻은 리창수는 유니폼을 벗어서 윤태양에게 건넸다.
북한의 지령으로 인해 리창수는 입을 열지 않았고, 태양도 굳이 말을 더 걸지 않았지만, 많은 의미를 시사하는 모습이었다.
* * *
북한과 7대0으로 승리를 거두고 3일 뒤, 우리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다시 경기장을 찾았다.
베이징 국가 체육관.
이름도 공산스러운 이곳에 오성홍기가 휘날린다.
아니, 막말로 경기장을 향하는 길목에도 수많은 중국인들이 몰려와 오성홍기를 흔들며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내 욕을 하고 있었다.
첸하오위인지 뭐시기인지 무시한 게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첸하오위를 띄워줄 수는 없잖아?
K리그에서도 뛰지 못할 수준이던데.
경기장에 도착하고서는 더욱더 가관이었다.
첸하오위…….
첸하오위……!
“와… 목청이 얼마나 크길래 라커룸 안에서도 첸하오위 이름이 다 들리냐?”
“10만 관중이 일제히 외치니까 그렇지.”
그랬다.
경기장에 찾아온 모든 중국의 관중들이 일제히 첸하오위를 외치고 있었다.
살다살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아니, 도대체 첸하오위가 뭔데?
우레이 정도 되는 선수도 아니고 고작 중국 리그에서 뛰는 23살 애송이잖아?
그러고 보니 지난 삶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런데 있잖아요…….”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데 이성호가 입을 연다.
“왜?”
형들을 대신해서 내가 대답하자 이성호가 입을 열었다.
“아까 중국 애들 포스터 봤는데… 첸하오위 이름이 한자 세 글자던데 왜 첸하오위야?”
“…….”
잠시 모두가 얼었다가 이내 이성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각자 떠들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니 쟤들 목소리가 큰 것도 큰 건데, 경기장을 부실공사로 지어서 다 들리는 거 아닐까?”
“쉿, 조용. 네 말대로라면 우리 이야기를 옆에서 다 듣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려나?”
그럴지도.
갑자기 무서워진다.
라커룸이 거의 반지하인데, 진짜 무너지는 거 아니지?
문득, 지난 삶에서 본 대나무 철근이 생각난다.
“자, 아까 몸은 잘 풀어뒀나?”
감독이 입을 열자 모두가 감독을 바라본다.
“충분히 풀어뒀습니다.”
주장인 내가 대표로 이야기하자 이비카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몇 번이나 경기 영상을 봤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중국의 플레이는 거칠다. 오늘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들은 몸조심하고, 거친 플레이에 멘탈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해라.”
중국의 거친 플레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자기 화를 못 이기고 저지르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것과 별개로 전략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부상이 두려워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거친 플레이를 당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저들의 페이스에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거든.
이렇게 생각하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대다.
“그렇다고 우리가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공한증이라고 하지? 다시 한번 똑똑히 각인시키고 와라.”
감독이 연구를 제대로 한 모양이다.
공한증.
한국만 만나면 이기지 못하는 중국에서 나온 말이었다.
지금은 그 말이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의 역대 전적은 24승 13무 2패.
공한증이 완전히 끝났다고 우기기에는 중국 입장에서 너무나도 초라한 전적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한증을 재발시키고 오겠습니다.”
아주 중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