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8)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28화
상대편을 도발하기 위해 선덜랜드의 재정을 비웃기는 했지만, 사실 선덜랜드의 유스는 무시할 수 없었다.
뉴캐슬과 비교하면 손색이 있지만, 유스 아카데미 1등급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인 문제로 스카우트 네트워크를 영국을 최대로 상정해서 선수층이 두텁지 못할 뿐이지 주전 선수, 특히 공격진은 다른 팀도 무시 못할 수준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모든 연령별 유스 리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U-18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1위를 유지 중이다.
U-16도 지금 리그 3위.
중요한 건 지금 우리 팀이 나의 가세로 연승을 이어가며 리그 4위라는 거다.
이놈들을 이기면 리그 3위를 탈환하고 경우에 따라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 탓에 우리는 라인을 올리고 무차별 공격을 가했고, 오히려 이건 선덜랜드에게 기회가 됐다.
한 명의 선수가 공을 빼앗는다.
하필이면 그 선수가 팀에서 가장 킥이 좋은 선수였고, 그의 킥이 라인을 올린 뉴캐슬의 뒷공간을 노린다.
그리고 선덜랜드 최전방의 선수는 누구보다도 발이 빠른 선수.
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온다.
툰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의 눈에는 어린 검은 고양이(선덜랜드의 상징)도 그저 검은 고양이일 뿐이다.
어쨌든 스코어는 1대1.
“기죽지 말고 물러서지 마! 더 많이 뽑아내라!”
그 가운데 에이든 감독이 목소리를 드높인다.
열기 가득한 그의 목소리는 분명 툰 그 자체였다.
“말 잘한다, 감독!”
“그래! 물러나지 마라 애들아!”
“더 많이 넣어서 크게 이겨라!”
“툰은 지지 않는다!”
우아아아악!
괴성 같은 함성 아래 아이들의 사기가 올랐다.
이게 홈경기의 이점이지.
반대로 선덜랜드 아이들은 골을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춤하는 게 보인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관중의 기세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골을 먹혔지만, 우리가 기가 살아 더욱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샬렛을 비롯한 우리 팀 윙포워드들이 라인을 넓혔다 좁혔다 하며 계속해서 공간을 만들려고 애쓴다.
하지만 한 번 골을 먹힌 선덜랜드는 쉽사리 공간을 열어주지 않았다.
굳이 라인을 벌려서 나나 윙포워드가 중앙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단단히 걸어잠갔다.
측면에서 백날 크로스를 올려도 내가 포스트 플레이를 못할 거라는 판단이 서서 그런 거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것도 모자라 왜소하니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보기에 나는 포스트 플레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르는 게 하나 있다.
포스트 플레이는 피지컬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공이 오른쪽 윙포워드에게 가고, 윙포워드는 중앙이 아닌 사이드라인을 타고 올라가다 중앙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샬렛과 우리 팀 미드필더가 공이 떨어지는 쪽을 향해 달렸다.
그 둘이 어그로를 끌며 선덜랜드 선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는 가운데, 내 옆에는 고작 한 명의 선수밖에 없었다.
나는 가까운 쪽에 위치해 있다가 힘에 뒤로 밀려나며 수비수에게 앞을 내준 척했다.
그리고 공은 나와 수비수를 지나치고 있다.
수비수가 뒤를 돌아보는 사이.
나는 나를 견제하던 수비수를 떠나 공을 쫓았다.
공은 샬렛이 있는 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샬렛을 마크하던 두 명의 선수 중에 키가 큰 센터백이 제공권을 장악하며 공을 머리로 따낸다.
그대로 골대 반대쪽으로 벗어나려는 공, 그 공을 향해 내가 다리를 들었다.
발등으로 공을 튕겨 내 쪽으로 끌어오며 몸을 돌렸다.
다시 한번 발을 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위로 떠올랐던 공이 곡사포처럼 포물선처럼 그리며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아아아아!
다시 한번 뉴캐슬의 응원가 로컬 히어로가 울려 퍼진다.
* * *
“굉장하군.”
선덜랜드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포스트 플레이가 약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걸 이용해 오히려 자유롭게 움직여 공을 따내고 골을 만들어내다니.
자신이 불리한 부분을 오히려 역이용해 영리하게 축구를 한다.
“한참 나이 많은 애들을 가지고 노네요.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저러죠?”
스탭의 물음에 선덜랜드 감독은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도도하게 걸어가는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보통 저런 친구를 천재라고 하지.”
돈을 무자비하게 써가면서 전세계에서 유망주를 긁어모은다더니 아시아에서 저런 애를 구해올 줄이야.
그렇게 다시 앞서가면서 기세를 탄 뉴캐슬이 계속해서 선덜랜드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추가 득점 없이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선덜랜드 감독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가만히 보니 뉴캐슬의 코어이자 심장은 저 소년뿐이야. 저 소년을 고립시키고 경기를 이어가면 우리가 승산이 있을 것 같군.”
감독의 판단은 틀린 게 아니었다.
대대적인 투자로 강해진 뉴캐슬 U-18과 달리 U-16은 샬렛과 태양 빼고는 선덜랜드와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파벌까지 형성되어 싸우는 판국이라 태양이 오기 전에는 선덜랜드보다 한참 밑에서 놀던 팀이었으니 말이다.
선덜랜드 감독이 태양을 압박할 묘안을 궁리하는 가운데 뉴캐슬 라커룸의 분위기는 이기고 있는 팀답지 않게 담담했다.
“고작 1점 차이야. 이런 상황에서 벌써 신나면 그 경기는 지게 되어 있어. 끝까지 방심하지 마라.”
에이든은 선수들을 들뜨지 않게 다독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주면 된다. 골 먹히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골을 넣어라. 오늘은 더비니까. 어린 너희들을 보러 온 관중을 즐겁게 해줘라. 알았지?”
“네!!”
선수들을 독려한 에이든은 윤태양을 따로 불렀다.
“써니.”
“…네, 감독님.”
왠지 모르게 표정이 안 좋은 태양을 보고 에이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그러니? 표정이 좋지 않구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아요.”
“그래, 아무튼, 후반에 선덜랜드는 너를 어떻게든 고립시키려 할 거다.”
“예상하고 있었어요.”
“그래, 쉽지 않을 거다. 선덜랜드 유스팀은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수준이 높거든.”
“잘 해볼게요.”
“아니, 아니, 내 말은 무리하지 말라는 거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교체할 거다. 네가 다치는 건 나도 클럽에서도 원치 않으니 말이다.”
그 말에 태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전 다치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다.”
“음, 그럼 제가 상황이 좋지 않은 거 같으면 그때 교체해 주세요. 일단은 충분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당연하지.”
태양은 에이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아마 교체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구나.”
그 말에 태양은 히죽 웃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에이든은 선수를 엄하게 꾸짖었다.
자만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해야 했다.
자만은 모든 불행을 불러오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태양에겐 그게 안 됐다. 저리 웃으면 사람을 기대하게 만든다.
자만이 아니라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자, 나가라!”
다시 시작된 후반.
예상대로 선덜랜드는 윤태양을 에워싸며 고립시켰다.
그에게 공이 가지 않게 하고, 공이 가더라도 패스를 하지 못하게 모든 코스를 차단시키려 했다.
패스가 원활하지 않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럴 때에는 미드필더에서 태양이 만큼 패스를 해줄 선수가 있었으면 하네.”
에이든의 말에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뉴캐슬 U-16의 미드필더는 풍부한 활동량과 그걸 바탕으로 뛰어난 빌드업과 압박을 보여주거나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플레이메이커 같은 선수가 없었다.
그 탓에 태양이 최전방보다 2선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뭐해! 움직여라! 움직여!”
에이든은 태양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선수들을 독촉했다.
그런데 오히려 태양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양을 향해 프리델 마이어는 태양이 뉴캐슬의 메시가 되어줄 거라 했지만, 태양은 메시와 다르게 활동량이 많았다.
저 어린 게 어디서 그런 체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
그게 상대팀에게는 부담이 된다.
고립을 시키려고 하는데 계속해서 움직이니 팀의 포지셔닝이 무너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포지셔닝 훈련을 철저히 한 모양인지 크게 일그러지기 않았지만,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태양은 기어이 공을 받고 몸을 돌렸다.
효과적으로 태양을 고립시킨 선덜랜드 선수들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태양을 에워싸고 있다.
득의양양할 수밖에 없었다.
사각으로 좁혀오고 그 너머에는 수비수들이 단단하게 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뚫을 것인가?
그런 모습에 태양은 더 환하게 웃었다.
마치 이름 그대로 햇살 같은 웃음과 함께 태양이 달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
호기롭게 달려가는 소년을 향해 관중들의 응원과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 가운데 가뿐하게 드리블만으로 한 명을 제치고 나간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선수가 태양의 앞을 막아선다.
태양은 그 선수를 스쳐 지나갔다.
귀신같은 움직임, 그야말로 완벽한 팬텀 드리블.
그 뒤를 시야 밖에 숨었던 선수가 가로막자 태양은 마르세이유 턴으로 그 선수를 지나쳤다.
와아아아아!!
단숨에 세 명을 뚫어버리자 관중석이 요동쳤다.
선덜랜드 선수들이 어떻게든 태양을 막기 위해 모두 다 내려오는 사이 태양은 센터백을 마주했다.
주춤주춤 간격을 유지하며 길목을 막아서는 센터백을 피해 태양은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센터백이 게걸음을 치며 코스를 막아가는 순간 태양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 센터백에게 달려들었다.
어린아이라 믿어지지 않는 순간속도로 순식간에 센터백 코앞에 다다른다.
그대로 프리플랩.
센터백이 속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자 이번에는 왼발로 다시 한번 프리플랩을 시도한다.
이번에도 넘어가지 않자 태양은 다시 한번 오른발로 프리플랩을 시도해 센터백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넣는다.
센터백이 이를 막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태양은 한 번 더 프리플랩하며 이번에는 공을 오른쪽으로 밀어냈다.
센터백은 오므렸던 다리를 급하게 쭉 뻗었지만, 균형을 잃으며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설명이 길었지만, 찰나 같은 순간이었고 그 짧은 시간에 3연속 프리플랩을 선보인 태양은 페널티 에어리어를 코앞에 뒀다.
하나 남은 센터백이 태양의 정면이 아닌 옆으로 붙으며 팔을 뻗어 어떻게든 태양이 앞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고 늘어진다.
여기서 좀만 더 심하면 반칙을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센터백의 간절한 움직임을 읽은 골키퍼가 앞으로 나서며 태양과 거리를 좁힌다.
이건 막을 수 있다.
평소 발밑이 좋고 센터백 못지않게 수비력이 좋은 골키퍼는 확신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태양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리를 들었다.
한 발로 상대 선수를 상대하느라 몸이 옆으로 기울어진다.
그 가운데에도 태양은 들어올린 발로 침착하게 공 밑을 차올렸다.
공이 떠오르고, 태양은 센터백이 미는 방향으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태양은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태양을 밀어낸 센터백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곧바로 벌떡 일어나며 골대를 바라봤다.
믿었던 골키퍼가 허무한 표정으로 골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이 차올린 칩슛이 골키퍼를 넘기고 골대를 두드린 거다.
골키퍼까지 여섯 명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며 환상적인 해트트릭을 달성한 거다.
우오오오오!
“써니!!”
“써니이이이!”
사방에서 태양의 별명을 부르짖었다.
태양은 그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잔디를 털어내고 도도하게 하프라인으로 걸어갔다.
이것마저 별것 아니라는 모습에 선덜랜드 선수들은 질린 표정으로 태양을 바라봤다.
“졌군, 졌어.”
그걸 지켜본 선덜랜드 감독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유스팀은 기세가 꺾이면 역전은 일어나는 일이 드물었다.
오히려 대량득점이 안 일어나면 다행이었다.
그것을 알기라도 하듯 툰들은 응원가를 부르짖었고, 감독은 혹시 모를 부상을 대비해 태양을 교체한 뒤로, 선덜랜드는 그 뒤에 두 골을 더 먹히며 경기가 종료됐다.
어린 선수들의 타인-위어 더비가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