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293)
축구가 간절하다 293화
어느 순간부터 축구팬들 사이에서 뉴캐슬과 맨유의 경기를 유나이티드 더비라고 불렀다.
상대전적은 뉴캐슬이 압도적이었지만,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단 축구 클럽 중에서 가장 강한 두 팀이기도 했고 양 팀을 대표하는 윤태양과 펠리시아노가 서로 자기들이 진짜 유나이티드라고 말한 일도 있어서 새로운 더비가 생겨난 셈이다.
모르긴 몰라도 전통의 더비 말고 현대에 들어서 생긴 더비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더비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근본 없는 더비라고 욕먹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 진짜 유나이티드임을 주장하며 상대팀을 가짜라 말하는 이유가 묘하게 근본이 있어서였다.
-노동자들을 위한 스포츠에서 노동자들이 뭉쳐서 탄생한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디드가 진정한 근본이다!
-축구 클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우리야말로 팀 이름 뒤에 유나이티드가 붙여질 수 있는 유일한 팀이 아닌가?
둘의 주장을 들어보면 둘 다 유나이티드의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다만 서로의 근본을 부정할 뿐.
여기에 더비를 불태울 만한 장작들은 수두룩했다.
-유나이티드 하면 어느 팀을 생각함? 10명이면 10명 모두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생각할 걸?
-그건 너희가 퍼거슨 시절 유난히 강했으니 그렇게 된 거고. 이젠 그렇지 않잖아?
-오일머니가 들어가기 전에는 감히 비벼보지도 못하던 쓰레기들이 입만 살았네
-그래서 우리가 윤태양을 돈으로 데려왔나? 정작 쓸데없이 돈을 떡칠해도 망한 팀이 할 말은 아닐 텐데?
-…윤태양 없었으면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들
-맞아 그는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우리를 지배하는 위대한 왕이야 그가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아니야 너넨 퍼거슨 없는 너희 팀이 상상이나 되냐?
-퍼기 경이랑 윤태양이 같냐? 그는 위대한 감독이야
-퍼기 경도 윤태양 봤으면 위대한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걸, 느그 레전드 감독도 인정할 만한 걸 곧 죽어도 인정 못하는 속 좁은 비료 새끼들
툰과 붉은 악마들이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경기날이 찾아왔다.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까치(뉴캐슬의 유니폼으로 인해 붙은 애칭 중 하나) 떼와 붉은 악마들이 모인다.
툰들은 경기장을 방문하는 붉은 악마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줬다.
[너희 그 찌린내 나는 경기장이랑은 딴판이라 부럽지?] [우리는 너희가 파는 쓰레기 같은 음식 같은 건 팔지도 않지 실컷 먹고 가!] [너희 그 오줌맛 나는 맥주는 화장실에서 만드냐? 우리 브라운 에일 맛보고 가! 왕이 직접 만들지!] [우린 비가 와도 걱정 없어! 줄줄 비가 새는 너희 경기장이랑 다르지!]툰들의 조롱 섞인 노래에 맨유의 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니, 자기들끼리 서로 욕했다.
“빌어먹을 세상이 바뀌고 구단주가 바뀌는 마당에 올드 트래포드는 왜 맨날 그 모양이지?”
“전통을 지키는 것에 막힌 변기를 뚫지 말라는 전통은 없을 텐데.”
“적어도 빗물 새는 건 막아줘야지. 이러니까 놀림거리가 되는 거 아냐.”
실제로 올드 트래포드는 아직도 제대로 리모델링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 어떤 구단주들도 죽어라 증축해 관객만 늘릴 생각을 하지, 팬들을 위한 시설 개선에는 아무도 제대로 된 관심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물론, 시늉은 한다.
그때뿐이어서 문제지.
오래된 올드 트래포드는 시늉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작정하고 뒤집어엎든가 새로 짓든가 둘 중 하나를 해야할 판이었다.
그걸 역대 구단주들이 올드 트래포드, 이 전통의 꿈의 구장을 다시 만들거나 완전히 리모델링할 수 없다는 핑계로 버티고 있었다.
100년 넘은 전통을, 혁신을 입에 담고 당당하게 새로 짓고 고치는 뉴캐슬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우승 트로피 하나 없는 근본 없는 구단이라 그래.”
맨유 팬 누군가는 이런 핑계로 스스로 위안했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Fuck!! 이거 뭔데 맛있어?”
“뉴캐슬은 이런 걸 이 가격에 팔아도 되는 거야?”
맨유의 형편없는 구장 음식과 달리 뉴캐슬의 구장 음식은 수준이 달랐다.
아니, 뉴캐슬은 영국 음식 수준인 처참한 다른 클럽의 음식과도 궤를 달리했다.
어디 유명 쉐프라도 데려와서 만드는가 싶은 다양한 음식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그런 뉴캐슬의 시그니처 음식은 킹의 크레페, 그리고 킹 세트였다.
왕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인 바나나로 만든 크레페가 왕의 크레페였고, B세트는 왕을 낳은 나라,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불고기로 만든 버거와 김치볶음, 감자튀김, 브라운에일이 세트로 뛰어난 맛을 자랑했다.
이 음식들 때문에 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관중이 넘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참고로 브라운 에일은 최근 윤태양 할아버지가 만든 킹스 브라운 에일이 선정됐는데(인맥빨이 아닌 투표로 선정), 너나 할 거 없이 툰들이 브라운 에일을 들고 있는 걸 본 할아버지들은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모처럼 경기장에 방문한 보람이 있달까?
“사돈, 맥주 한잔혀.”
“어어. 사돈도.”
둘은 정답게 잔을 부딪치며 시원하게 에일을 들이켰다.
“우리 손자 나온다!”
“이이, 저 나오네. 어이구, 잘생겼다.”
그 가운데 윤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광판에는 한 마리 까치가 날아오르고 그 자리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왕관과 함께 숫자 7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화면에 툰들이 일제히 외친다.
No.7!!
Our king!!
Your majesty, 윤태양!!!
와아아아아!
윤태양은 자신을 부르짖는 소리에 당연하다는 듯 도도한 걸음으로 필드에 선다.
관중의 함성, 오연한 윤태양의 모습은 상대팀을 기죽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윤태양 등장 이후로 뉴캐슬의 홈경기를 죽음의 원정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의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어디 가서 기세에 눌리지 않을 양반들이 억지로 목소리를 부르짖었다.
근본 없는 구단!
근본 없는 왕!
엉터리 뉴카슬!!
어거지로 튀어나온 붉은 악마들의 외침에 툰들은 비웃으며 응수했다.
너희가 과거를 그리워할 때 우리는 현실의 영광에 살지!!
너희가 과거의 역사를 찾을 때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지!
우리는 과거의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위대한 왕이 함께하지!
…다소 오글거리긴 하지만, 뉴캐슬의 툰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가는 팀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 * *
확실히 유나이티드 더비라고 뜨겁긴 뜨겁네.
경기 시작 전부터 열기 넘치는 관중석을 보니 나도 무릎이 떨렸다.
겁나서 떠냐고?
아니, 얼른 뛰고 싶어서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축구의 미친놈이었고, 툰이다.
“다들 모여봐.”
경기 시작을 앞두고 모처럼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더비가 확실히 정립되긴 했나봐. 툰들이 지금 미친 듯이 응원하는 거 보이지?”
평소에도 미친놈들처럼 응원하긴 하지만, 모두가 더비로 인정하는 만큼 팬들이 평소보다 더 불타오르고 있다.
다른 선수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가자. 가서 팬들이 좋아할 만큼 확실히 이기고 오자.”
“오오.”
좋아.
애들도 오늘 경기를 더비로 제대로 인식한 모양이군.
만족하고 해산하려고 하는데, 메넨데즈가 입을 열었다.
“야, 이왕 모인 김에 뭔가 구호라도 외쳐야 하는 거 아냐?”
“구호?”
“뭐 없어?”
글쎄, 뭐가 좋으려나.
아, 그게 좋겠다.
“내가 ‘우리가’라고 하면 너희가 ‘진짜 유나이티드’라고 외쳐.”
“오, 그거 괜찮네.”
“우리가!!”
“진짜 유나이티드!!”
우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툰들이 그걸 듣고는 환호성을 지르며 진짜 유나이티드를 부르짖었다.
그렇게 각자 위치로 향하고 주심이 휘슬을 불면서 경기가 시작됐다.
공을 뒤로 돌리며 앞으로 향하면서 펠리시아노와 스치듯 지나간다.
펠가놈이 기분 나쁘게 웃는다.
“뭘 쪼개.”
“응? 뭐?”
한국말로 해서 못 알아들은 펠리시아노를 뒤로 하고 전방으로 향한다.
1선에서 조금 쳐진 위치, 언제든지 일리뉴나 오늘 출전한 샬렛에게 공을 주기 좋은 위치에 섰다.
“안녕?”
그러자 비엥베뉴가 내 앞에 선다.
“벌크업하냐?”
“좀 됐지.”
확실히 눈앞에서 보니 덩치가 많이 커졌다. 그렇다고 둔해 보이진 않는다.
트레이너를 두고 심혈을 기울여 키운 것 같다.
“이 몸으로 너를 부술 생각이야.”
그걸 도발이라고 하냐.
나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무시하며 뒤를 돌아봤다.
우리 팀 공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데 비엥베뉴가 나를 졸졸 따라온다.
“좀 꺼져.”
“그럴 수야 있나.”
오늘 맨유의 전술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폼이 좋은 비엥베뉴를 나에게 전담시키면서 나를 최대한 죽이겠다는 전략인 거 같은데.
그게 될까?
나는 느긋하게 공이 오기를 기다리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갔다.
역시나 비엥베뉴가 쫓아온다.
일단, 간단한 거부터 해보자고.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하는 공, 나는 비엥베뉴를 등진 채로 공을 잡는다.
그 순간 비엥베뉴가 내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뒤에 바짝 붙어서 나를 누른다.
확실히 힘이 느껴지지만, 어림도 없다.
천하의 드미트리도 무너뜨리지 못한 내 몸을 비엥베뉴가 무너뜨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나는 비엥베뉴의 무게를 역이용해 힘을 뺐다가 밀어붙이며 오히려 그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몸을 돌렸다.
길이 보인다.
이대로 달려가면 되겠지만, 금방 균형을 찾은 비엥베뉴가 구차하게 들러붙는다.
그래, 애초에 이번 판에는 작정하고 돌파해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대로 공을 차올린다.
내 발을 떠난 공이 떠오르며 최전방을 향해 단숨에 나아간다.
나라는 선수를 묶어둠으로써 강력한 주포인 공격수 하나가 최전방에서 떨어져 나간 것 같지만, 우리 편 입장에서 보면 비엥베뉴라는 수비라인을 지키는 장벽 하나를 걷어낸 상황.
이런 상황에서 내가 공을 잡으면 우리가 훨씬 유리해진다.
내 패스는 정확하게 수비들이 생각하지 못한 공간으로 향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리뉴는 그걸 놓칠 정도로 어수룩한 공격수가 아니다.
이탈리아를 정복하고 나라는 선수 때문에 다소 가려진 느낌이 있지만, 프리미어 리그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만한 스트라이커였다.
오른발로 공을 잡은 일리뉴가 차기 좋게 위치를 잡고서 그대로 왼발을 휘두른다.
강력한 그의 왼발 슈팅이 쭉 뻗어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골라인을 넘어 골망을 뒤흔들었다.
나는 멍하니 골대를 바라보는 비엥베뉴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날 붙잡고 있으면 골이 안 들어가냐? 너네 수비 엄청 허술해.”
“우리… 수비가 허술하다고?”
물론, 맨유가 비엥베뉴 없다고 우습게 볼 수비라인은 절대 아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뭐, 도발하는 의미도 있고.
동공이 흔들리는 비엥베뉴를 보면 도발한 값을 하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비엥베뉴는 애써 침착한 척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네가 골을 못 넣는 건 바뀌지 않아. 네 득점을 막으면 뉴캐슬의 공격력이 반으로 떨어진 거나 다름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내가 골을 못 넣을 것 같아?”
“그렇게 만들 거다.”
“어디 뭐, 열심히 해봐.”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