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5)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5화
이놈을 어떻게 하지?
한 대 치고 볼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부모 없는 고아가 아니었다.
그때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절대 굽히지 않고 주먹부터 날아갔는데 말이지.
그래, 나도 그때는 뒤가 없었다.
고아원에서 그렇게 보고 컸으니까 그게 당연한 줄 알았거든.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다.
막말로 아다리가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운이 없었다면 진즉에 선수 생활을 접었어야 했을 텐데, 나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고아원 형들한테 배운 그대로 후환이 없도록 잘못했다 빌 때까지 두들겨 팼다.
얘는 내가 누구한테 이르면 더 팰 자식이다, 저항하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주면 오히려 남한테 이르지 못하고 숙이고 들어온다.
그래서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이게 잘못된 거라는 걸 알게 된 건 좋은 어른들을 만나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힘을 쓰는 게 잘못된 걸 아는 나는 일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절대 주먹을 쓰지 않는다.
그저 핸드폰을 들고 멀뚱히 쳐다보자 선배라는 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여간 초딩들 빠져가지고. 너네 이따 밤에 다 집합해서 숙소에 있어라, 알았냐?”
허, 집합까지?
어린놈이지만, 하는 걸 보면 정말 꿀밤 마렵다.
하지만 참는다.
참은 걸 폭발시키는 타이밍은 따로 있다.
조봉수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모인 시간.
지금이다.
-하여간 초딩들 빠져가지고. 너네 이따 밤에 다 집합해서 숙소에 있어라, 알았냐?
“그게… 뭐냐?”
감독을 보자마자 아까 핸드폰을 만지는 척 하면서 녹음해 둔 선배의 말을 재생한다.
“어떤 형이 우리 1학년 집합하라던데요?”
조봉수 감독의 인상이 지옥의 야차처럼 일그러지며 선배들을 바라본다.
“어떤 자식이?”
“저 형이요!”
나를 갈궜던 놈을 가리키자 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넌 당장 짐 싸서 나가.”
오우, 조봉수 감독 화끈하네.
“가, 감독님……!”
우는 얼굴을 했지만, 조봉수 감독은 단호했다.
“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녀석은 호랑이 같은 포효에 터덜터덜 운동장을 벗어났다.
조봉수 감독은 콧김을 내뿜으며 다른 선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희 개인시간 보장해 주는 대신에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라고 했는데 너흰 그걸 어겼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철저하게 통제한다. 알았나?”
“…네!!”
자, 이렇게 내가 주먹을 쓰지 않아도 손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다.
여기서 그냥 묻어버리고 조용히 끝나면 모르지만, 일을 크게 벌리면 저놈은 다시는 축구할 일이 없어진다.
이것만큼 확실한 보복이 어디 있어?
고자질한 놈으로 찍혀서 보복당하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고민하겠지만, 그건 진짜 14살들이나 하는 걱정이고.
이미 한 번 살다온 나는 후환이 두렵기는커녕, 이미 내 또래 애들을 나 혼자 왕따시키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선배들이 죽일 듯이 노려봐도 괜찮다.
이렇게 한 번 뒤집어 주면 쫓겨난 그 선배 꼴 나기 싫어서라도 건들지 않을 테니까.
“쯧, 입학식 날부터 잡음이 있었지만, 신입생들아 잘 봐라.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해결해 줄 테니 이 감독이나 코치한테 얘기하도록.”
“네!”
호랑이보다 무서운 얼굴을 하던 조봉수 감독은 이내 사람 좋은 얼굴로 돌아갔다.
그는 허허롭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수많은 감독을 만나본 내가 평가하자면, 괜찮은 감독이다.
상황에 따라 엄해야 할 때와 다독이며 어울려야 할 때를 아는 감독이니까.
“가볍게 워밍업하고 오늘은 2,3학년 대 1학년으로 시합을 하고 끝낼 거다. 주장!”
“네!”
“애들 인솔해서 워밍업 시작해!”
“알겠습니다!”
주장은 키가 작지만, 몸이 단단한 애였다.
기억에는 없는 걸 보니 최소 국가대표까지는 오르지 못한 것 같다.
신기하게 위 학년 선배 중에 눈에 익은 사람이 없네.
서울쯤 되면 유소년 때부터 큰 엘리트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때였다.
“야, 너 대단하더라.”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옆에 나와 함께 달리는 놈이었다.
“뭐가?”
“그걸 이를 생각을 하네. 나라면 쫄아서 절대 못 이를 텐데.”
“쫄 일이 뭐 있다고.”
“그런가? 그래도 대단해. 보복하면 어쩌려고?”
“이제 축구팀 선배도 아닌데 줘패야지.”
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그는 오, 하고 탄성을 지른다.
가만, 이렇게 보니 얼굴이 낯이 익은데?
“반갑다. 나는 공세환이야.”
공세환.
그래, 그러고 보니 네가 서울 출신이었구나.
이 친구를 잊고 있었다.
잊을 수가 없는 친구인데 말이다.
공세환은 국가대표팀에서 포지션 경쟁자이기도 했고, 영혼의 파트너이기도 했다.
같은 미드필더, 주로 후방에서 뛰던 나와 이 녀석은 감독의 성향에 따라서 우리를 둘 다 기용하거나 둘 중 하나를 기용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수비가 좋고 활동량이 많은 타입이었고, 나는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은 나와 이 녀석을 피를로와 가투소의 재림이니 뭐니 하며 불렀다.
“나는 윤태양.”
“이름 특이하네.”
“너는 노티 나.”
“야,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야!”
“나도 그런데?”
“아… 탈룰라는 내가 먼저 했네.”
바보같이 씨익 웃는 놈을 보니 반가운 마음에 나도 웃음이 나왔다.
“조용히 하고 뛰자!”
그때 대열 옆에서 뛰던 주장이 우리 둘을 보고 소리친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따갑다.
그래, 그놈이 그렇게 활개 치는 건 팀의 리더가 눈감아 줬거나 공범이어서 가능한 일이었겠지.
내가 마음에 안 들 법도 하다.
“주장이 우리 마음에 안 드나봐.”
“그럴 만하지.”
주동자라면 마음에 드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가볍게 뛰어서 몸을 달군 다음에 동그랗게 모여서 스트레칭을 한다.
“자, 다들 준비가 된 것 같구나. 2학년 중에 승환이, 정수, 희성이는 1학년이랑 같이 뛴다.”
“네!”
가만 보니까 1학년은 고작 8명밖에 되지 않았다. 숫자를 맞추려면 2학년을 끌어오는 게 맞겠지.
이건 1학년과 2, 3학년의 격차를 시험하는 거니까 저 선배 셋은 후보 선수일 거다.
“포지션은 내가 정해준 대로 한다.”
감독이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적기 시작한다.
입학생 이름을 벌써부터 외워둔 모양인지 스쿼드를 짜는 게 막힘이 없었다.
“너는 공격수야?”
공세환이 나에게 물었다.
“어.”
“나는 미드필더야. 내가 패스 찔러줄게. 골 넣어.”
공세환이 생색내듯이 말한다.
이 자식, 패스 쥐뿔도 못하는 놈이 뭘 패스를 찔러줘.
“그냥 열심히 뛰기나 해. 골은 내가 알아서 넣을 거니까.”
아직 쌀쌀한 날씨인데도 몸은 벌써 달궈져 적당히 땀이 나고 있었다.
어린 몸인 만큼 컨디션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이 쌩쌩하다.
“어필해야지.”
1학년이 주전으로 뛰려면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유스팀에는 별다를 게 없다.
얼마나 골을 많이 넣나.
그거면 충분하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라고 하더라도 골을 많이 넣는 선수를 뺄 수는 없으니까.
특히 실적 위주인 한국 축구에서는 말이다.
“자, 하프라인 앞에 나란히 서라!”
코치의 말에 나는 나와 함께 뛸 선수들과 함께 하프라인을 앞에 두고 섰다.
나를 바라보는 선배들의 시선이 따갑다.
나는 그런 선배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 * *
“허, 저거 난 놈이네.”
조봉수는 윤태양을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음… 트러블을 많이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코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조봉수가 고리눈을 뜨고 말했다.
“무슨 트러블? 선배의 괴롭힘을 신고하는 게 트러블이냐?”
“아, 그게 아니라…….”
“팀 화합을 핑계로 폭력과 괴롭힘을 눈 감으라는 소리를 하는 거면 너도 아까 그 애처럼 짐 싸고 나가.”
“…죄송합니다.”
코치를 혼낸 조봉수는 시선을 돌려 필드를 바라봤다.
선배들이 무섭게 노려보는데도 좋다고 웃는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축구 선수라면 저 정도 배포는 가지고 있어야지.
겁이 많은 공격수는 골을 넣을 수 없는 법이다.
깡으로 들이박는 애들이 골을 더 잘 넣거든.
게다가 선배의 폭력에 참는 건 병이 되고, 싸우자니 본인에게 이득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고자질로 상황을 해결하는 거 보면 영리하기까지 하다.
과연 경기에서는 어떨까?
저번에 봤던 그 퍼포먼스를 형들 앞에서도 할 수 있을까?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사이에 코치가 휘슬을 불어 경기 시작을 알렸다.
선축은 2, 3학년 팀이었다.
가르친 대로 후방으로 공을 옮겨와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기 시작한다.
“막아!”
“거기로 가야지!”
1학년 팀에서 2학년 선배들이 분주하게 지시하고 있었지만, 빌드업하는 2, 3학년을 막는 건 역부족이었다.
“확실히 어설프긴 하네요. 하하.”
코치가 1학년을 귀여운 듯 바라보는 가운데 한 놈이 필드를 가르는 공을 가로챈다.
“쟤는!”
“공세환이. 쟤 잘하지.”
공세환은 드림 오브 서울에서 올라온 아이가 아니라 일반 축구부에서 활약하는 걸 보고 영입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전국대회에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인재였다.
과연 데려올 만했다.
만족하는 가운데 공세환이 공을 앞으로 길게 패스했다.
“아…….”
공세환의 수비력에 감탄하던 코치가 그의 패스에 안색을 흐렸다.
확실히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아이였다.
후방에서 공을 뺏는 건 좋지만, 그걸 앞으로 전개하기에는 롱패스 수준이 처참하다.
물론, 차츰 가르치면 고쳐질 부분이긴 하다만.
지금 이 순간에는 저게 패착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정확하게 뻗어가는 공을 향해 선배팀 선수 한 명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오!”
코치의 탄성과 동시에 선배보다 먼저 공을 차지한 선수가 보였다.
태양이었다.
가슴으로 트래핑해서 발 앞으로 공을 떨궈 간수한 그를 보며 조봉수는 자세를 고쳐 유심히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공을 받으려다 뺏기고 달려드는 선배를 등진 상태로 맞이하더니, 그대로 공을 앞으로 돌려 손쉽게 선배를 벗겨냈다.
이제 여기가 관건이다.
남들과 제대로 된 경기를 해보지 못했던 태양은 일전에 상대 선수를 모두 제쳐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달랐다.
자신을 막고 있는 건 어린 태양과 비교하면 축구에 이골이 난 선배들이었다.
게다가 최전방에서 2선으로 내려와 공을 받는 바람에 태양의 앞에는 수비수 네 명이 버젓이 있었다.
이 상황에서 태양은 과연 패스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무리하게 돌파하려 할 것인가?
미리 배워왔다면 감탄할 일이고, 배우지 않았다면 조봉수에게 가르친다는 재미를 줄 것이다.
조봉수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태양이 달리기 시작했다.
“저런.”
조봉수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태양의 모습에 허허,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와아아!”
태양이 고속의 프리플랩으로 지척으로 다가온 수비수 하나를 벗겨냈다.
필드에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