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dest son is eager for soccer RAW novel - Chapter (79)
장남은 축구가 간절하다 79화
지난 삶에서 디오스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23살 나이에 발롱도르를 타면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 인터넷에서 누가 세계 최고냐 물으면 10명이면 10명 모두가 “디오스 미만 잡”이라고 말했다.
그럼 디오스 미만 중에 누가 가장 잘했을까?
제법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알베르토 지노다.
다시 나타난 판타지스타라고 불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향한 수식어는 바뀌게 된다.
게으른 천재로 말이다.
이 녀석의 전성기는 딱 18살부터 24살까지다.
그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 간 이후로는 전설적인 주급 도둑인 베일과 아자르와 같은 포지션이 된다.
아무튼, 중요한 건 놈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거다.
득점과 어시스트 기록만 보면 이놈이 그렇게 대단해?
뭐, 19살 치고는 꽤 하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경기를 직접 보면 밀란의 승리는 지노가 다 했다라는 말을 하게 될 거다.
그만큼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아버지는 지노의 플레이를 보고 델피에로나 로베르토 바조같은 전설적인 선수보다는 호나우지뉴가 생각난다고 했다.
흠, 뭐, 좋은 상황은 아니네.
지노같은 예측하지 못할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지금 우리 팀 수비라인에게 있어서 쥐약 같거든.
치명적이라는 소리다.
감독도 그게 우려된 건지 수비 훈련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에는 사람 좋게 웃으며 뒷짐 지고 코치들이 훈련시키는 걸 구경하다가 조율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직접 나서서 하는 걸 보니 강도가 빡세다.
왕년에는 호랑이 코치 같은 소리 좀 들었을 것 같았다.
다만, 나를 향해서는 한없이 자애로웠다.
“태양, 오늘은 패스 연습을 해보는 게 어떤가?”
이런 식으로 내 의중을 묻고.
“그럴까요?”
“그래, 열심히 하게.”
내가 하겠다고 하면 하라는 식이다. 다른 걸 하고 싶다고 하면 곧 바로 다른 걸 하라고 하고.
나만 자유로운 영혼인 셈이다.
아, 한 사람 더.
“아저씨는 훈련 안 해요?”
마테오 실바는 내 옆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며 내 공에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난 가만히 있는 게 나아. 훈련하다가 부상당함.”
“그럼 저기 저 그늘 밑에 가서 쉬는 게 어때요?”
“그럼 심심하잖아.”
“그렇다고 남 훈련하는 걸 방해해요?”
실바는 코를 후비며 말했다.
“뭐 너도 설렁설렁하면서 뭘.”
“그래도 훈련은 하고 있거든요?”
“그냥 하지 마. 그거 한다고 뭐 하루아침 만에 달라져?”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마티랑 다르게 난 눈치라는 게 있어요.”
“오! 몰랐던 사실이네. 눈치 같은 거 안 챙기는 줄 알았더만.”
“아, 쫌.”
진짜, 노친네만 아니면 한 대 팼을 텐데.
어휴, 진짜.
그렇게 마테오 실바의 방해 속에서 간신히 할당량을 끝내자 드디어 훈련이 종료됐다.
라커룸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바나나를 입에 무는 사이 마테오 실바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윤태양이랑 지노랑 싸운다고 요즘 언론에서 말 많은 거 다들 알지?”
아니, 갑자기 그건 왜?
“그 지노라는 친구가 태양이랑 비교될 정도로 잘하나요?”
축구화를 갈아신던 이젤이 실바에게 묻자 실바는 리첼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A매치에서 걔랑 같이 뛴 적 있지 않냐? 어떻디?”
“잘해.”
“잘한다는데?”
“그… 태양이랑 비교하면요?”
“글쎄? 걔랑은 한 번밖에 안 뛰어봐서. 그래도 태양이한테 한 표를 주고 싶군.”
그래, 그렇지.
“그러니까. 말이 더럽게 많아.”
실바는 고개를 저으며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갔다.
저 양반 갑자기 왜 저러지?
의아했는데, 답은 다음 날 알 수 있었다.
“우리 손주, 이 신문 기사 봤니?”
외할아버지가 나에게 신문을 건넸다.
“응?”
영국 유명 일간지.
뭐든 읽는 걸 좋아하는 외할아버지가 즐겨보는 일간지였다.
그 일간지 한켠에는 실바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알베르토 지노? 비교할 걸 비교해라. 윤태양은 이름 그대로 떠오르는 태양이고, 그는 한낱 반딧불에 불과하다.]이 미친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혹시 싶어서 핸드폰으로 영국의 인터넷 기사들을 살폈다.
[지노와 비교하자 태양이 어이없어 하더라.] [태양은 챔피언스 리그 최연소 해트트릭, 지노는 뭐했나?] [밀란? 실버타운 아닌가? 지노는 실버타운에서 자원봉사하는 꼬맹이고.]어디서 어떻게 만난 건지 몰라도 실바는 온갖 곳에 짧게나마 인터뷰를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니, 이렇게 되면 못하면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거 아냐?
그것도 지가 아닌 내가.
이 양반이 진짜…….
머리가 어질해진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한숨을 내쉬었다.
* * *
“자네, 어그로를 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산 시로.
밀란의 홈 경기장에서 경기를 준비하던 실바를 바라보며 아르텔리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실바는 흘끔 아르텔리를 보고 히죽 웃었다.
“제가 입 좀 잘 텁니다. 왕년에는 주둥이만 산 실바라 불렸죠.”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그런 장난을 해도 될까?”
아르텔리의 물음에 실바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놈은 그 정도 자극이 없으면 대충 뛸 놈이에요.”
실바는 태양이 전력을 다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최선을 다해 간절하게 뛰는 걸 본 적이 없다.
실바는 그게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승부욕이라도 있다면 최선을 다 할 텐데, 이놈은 경기 중에 뒤늦게 불타오르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평소에는 승부욕 자체가 없었다.
실바는 은퇴 전에 보고 싶었다.
세계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아이가 그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는 것을 말이다.
알베르토 지노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어그로를 끌어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상황까지 주어진다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후반에 보여줬던 그 말도 안 되는 해트트릭 퍼포먼스를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을까?
“흐음, 그래. 자극이 없으면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는 무슨 그러니까요예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 실바의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 태양이었다.
“여어, 다 들은 거야?”
“그렇게 안 해도 알아서 잘하는 사람을 왜 긁어놓습니까?”
“더 잘하라고.”
그 말에 태양은 바나나 하나를 까먹으면서 말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돈을 준다고 하지. 그러면 엄청 잘할 수 있는데.”
“돈?”
“네.”
“어허, 어린놈이 벌써부터 돈을 밝히면 안 되지!”
“동생이 네 명이나 돼봐요. 돈이 안 간절해지나.”
“동생이 네 명이나 됐어?”
“이제 태어날 막내까지요.”
그 말에 실바는 입맛을 다셨다.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실바도 스페인의 굉장히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자신도 돈을 위해서 축구를 시작했지.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했고.
워낙 애가 귀티가 나서 몰랐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다.
저런 사정이면 구단에서 득점마다 보너스를 준다고 하면 열을 올리고 골을 넣었을 텐데.
“괜히 어그로를 끌었나?”
괜히 애 하나 욕먹게 만들었나 싶다.
* * *
경기 시작을 앞두고 알베르토 지노는 흘끔 옆을 바라봤다.
뉴캐슬의 7번.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연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명성을 드높인 어린놈이 옆에 있었다.
‘어린애 맞아?’
자신보다 한 뼘 가까이 커 보인다.
체격도 자기보다 크고.
‘이런 놈이 그런 플레이를 했다 이 말이지?’
지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서 자신과 태양의 대결구도를 잡은 이후부터 그의 플레이를 찾아봤다.
확실히 잘했다.
저걸 왜 못 막지 싶은데, 아무도 막지 못했다.
축구를 참 쉽게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붙어서 이길 수 있을까?
당연하지.
지노는 장담했다.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동양인이다. 한계가 명확했다.
세리에 A의 수비를 맛보면 꼼짝 못할 거다.
어느새 거만해진 표정으로 지노는 당당하게 필드로 입성했다.
알베르토오오오 지노오오오오!
지노!
와아아아!
필드에 들어가기 무섭게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환호한다.
그래, 여기는 이탈리아의 자존심 산 시로다.
감히 검은 머리 동양인이 나댈 수 없는 곳이다.
꺼져라 빌어먹을 칭챙총!
노란 원숭이가 산 시로에 들어왔다!
죽어!
관중들도 같은 생각인지 사방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터져 나온다.
“음, 이건 좀…….”
아무리 동양인을 무시한다 하더라도 인종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지노가 조금은 걱정스럽게 태양을 바라봤다.
태양은 그런 관중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웃어……?”
웃을 일인가 저게?
그런데 묘하게 웃음이 스산하다.
그 가운데 인종차별 발언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인지 홍염이 피어오른다.
산 시로의 열정을 상징하듯 붉은 불꽃이 새하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른다.
오늘도 밀란의 팬들은 열정적이군… 이 아니라.
“어?”
저거 불법인데……?
* * *
[여기는 산 시로입니다! 경기 시작 전에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홍염으로 인해 경기가 잠시 지체됐지만, 어떻게든 경기가 시작되네요.] [밀란은 벌금은 물론이고, 인종차별 발언과 홍염을 사용한 사람들을 찾아 엄중하게 처리해야 할 겁니다.] [어린 윤태양 선수가 이 사건으로 인해 위축되거나 상심하진 않았을까 걱정되네요.] [잘 이겨내길 바라야죠. 아, 경기 시작됩니다! 밀란의 선축입니다.]밀란은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밀란의 빌드업은 후방 미드필더 두 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수비라인은 후방 미드필더와 간격을 유지하지만, 공격에는 관여하지 않고 수비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수비로 유명한 세리에 A에서도 밀란은 수비가 탄탄해 실점이 가장 적은 팀으로 유명했다.
실제로 최근 다섯 경기에 5연승을 거두는데 단 하나의 실점도 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런 밀란을 상대로 뉴캐슬은 후방에 메넨데즈와 아놀드, 제나스로 쓰리백을 형성하고 그 앞에 박스올과 고메즈, 그리고 풀백과 세 명의 공격수가 밀란의 후방 미드필더와 수비를 압박하는 형태를 취했다.
태양의 위치는 한동안 뛰던 위치가 아닌 본래 가장 많이 뛰던 오른쪽 포워드였다.
그는 후방 미드필더 중 한 명인 페르난데즈와 풀백인 제후니, 센터백인 피에르마티 사이에 있었다.
아니, 있기로 했다.
페르난데즈가 자신의 파트너인 토마리와 공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공을 보내려는 순간.
페르난데즈의 뒤에 있어야 할 윤태양이 슬그머니 그의 뒤에 다가와 공을 가로챘다.
[아! 윤태양 공을 가로챕니다! 그대로 턴! 골대를 향해 달려 나갑니다!]그런 태양을 지켜보고 있던 제후니가 태양의 스탭에 맞춰 사선으로 달리며 간격을 좁혀갔다.
[제후니가 태양과 거리를 좁힙니다! 세리에 A 최고의 레프트백 제후니!] [사이드 스탭으로 태양이 들어가려는 각을 좁히는 제후니!]게걸음으로 빠르게 태양이 치고 들어가려는 자리를 막아서는 제후니.
그를 상대로 태양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제후니가 다리를 벌려 간격을 좁힌다.
태양은 그 즉시 반대 방향으로 급전환하며 치고 들어갔다.
역동작이 걸린 제후니는 억지로 버티며 뒤를 돌아봤다.
보이는 건 태양의 등.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는 피에르마티였다.
태양은 피에르마티를 앞에 두고 공을 감아찼다.
피에르마티의 머리 옆을 스치듯 지나간 공이 크게 휘며 골대 구석 하단에 꽂혔다.
[골!!!!] [윤태양! 원더골입니다!] [전반 32초! 윤태양이 고작 32초 만에 득점하며 뉴캐슬이 앞서갑니다!]득점에 성공한 윤태양은 서둘러 뛰어가 공을 챙기고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너넨 뒤졌다.”
모처럼 인종차별을 당한 뉴캐슬의 어린 왕자는 화가 잔뜩 난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