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01)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1001화
김운산은 격정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냐!”
앞장서서 도끼로 적들의 머리를 쪼개 버리고 있는 딸의 뒤를 따르며, 기기묘묘한 술법을 펼쳐서 적들을 농락한다.
-화염폭발!
적이 날린 불의 구체가 서둔에게 날아들자 곧바로 부적 하나를 뽑아 들어 날렸다.
-불씨의 포식자!
그러자 불의 구체가 부적에 빨려 들어간다.
“다 됐군.”
김운산이 다시 부적을 잡아채자 부적이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화염늑대 무리!
몇 번이나 화염주문을 삼키며 불의 힘을 축적한 부적에서 술법이 발동한다.
불 그 자체로 이루어진 늑대 스무 마리로 이루어진 무리가 단죄자들을 덮쳤다.
“크아악!”
비명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서둔이 허우적거리는 적들 사이로 돌진, 신성한 힘을 휘감은 도끼를 휘둘렀다.
-엑슬러의 일격!
도끼의 일격이 수십 배로 확장된 듯 반월형의 빛이 날카롭게 퍼져 나가며 단죄자 일곱 명을 쪼개놓았다.
전사이며 신관인 딸, 그리고 술법사인 아비의 연계 앞에 단죄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싸우는 것은 그들 부녀만이 아니었다.
“감히 온누리의 강역을 더럽히다니!”
“이 땅만큼은 네놈들의 뜻대로 하게 두지 않겠다!”
온누리 출신의 용족들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프록스를 비롯한 인간들도 싸우고 있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다시 밟은 고향 땅에서 단죄자들을 만나게 된 용족들의 분노 앞에서 그들의 활약은 빛이 바랬다.
오오, 오오오오오……!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 순식간이군.”
김운산이 하늘을 올려다보자, 주시자 군주가 저주의 재를 흩뿌리며 추락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이 전투에서 추락하는 세 번째 주시자 군주였다.
첫 주시자 군주를 격파하고 전투를 치르는 사이 지원군을 실은 주시자 군주 둘이 추가로 합류했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모르드 일행에게 격침당한 것이다.
‘보인다.’
이제는 그도 인지할 수 있었다. 이 전장에서 죽은 단죄자들의 영혼이 모르드 일행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리온만이 아니라 케엘, 파르웰, 에리우, 달시 역시 변질된 세계 파편을 통해 영혼 인도자의 권능을 빌리고 있다.
‘지원군을 합쳐서 1,500 정도… 하지만 영혼은 400명도 안 될 것 같군.’
총 병력 중에 만생 포식자 같은 괴물들과 보통 인간 출신의 단죄자 비중이 크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보통 인간 출신의 단죄자 중에 영혼을 가져서 자아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고, 그들 대부분의 영혼은 정화의 열매를 만들기 위한 나무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놈들 안에서는 영구적 손실이라는 공포가 번져가기 시작할 것이다. 과연 죽음의 공포가 우리들만의 것인지 아니면 놈들에게도 똑같은 부담이 되는지 궁금하군.’
주시자 군주가 추락하며 진동하는 대지 위에서, 김운산은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 * *
전투가 끝나자 모르드는 온누리 출신인 이들을 모아서 물었다.
“이 근처에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나?”
“근처에는 딱히 없을 겁니다.”
“아, 표현을 좀 잘못했군. 반경 500킬로미터 내에는?”
“…….”
근처라고 하기에는 너무 범위가 넓었다.
온누리 출신자들의 거리 감각은 결코 작지 않았다. 새벽 반도의 면적은 한반도의 4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남쪽 바다에는 고대에는 섬나라였던 형제섬, 한볕섬과 둘볕섬이 자리했고, 동쪽 바다에는 역시 독수리 군도의 세 왕국이 그들에게 조공을 바치는 제후국이기에 온누리가 제국을 칭하는 게 우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온누리 출신들이 보기에도 모르드가 이야기하는 거리 감각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범위라면… 그나마 가까운 곳에 가포가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북쪽에 있는 항구지요.”
“가포가 함락되지 않았다면 수군이 지키는 요충지일 것이고, 만약 놈들에게 함락되었다면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요충지로 활용되고 있을 겁니다.”
“물론 그동안 사정이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온누리 출신자들은 다들 마지막으로 이 땅을 밟은 지 수십 년이 지난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자신이 생각지 못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군.”
모르드는 그 부분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행보를 정하기 위한 참고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음…….”
문득 파르웰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케엘이 물었다.
“왜 그래?”
“전투 중에 우릴 엿보는 시선을 발견했거든요. 단죄자는 아니고 아마 온누리 측이었던 것 같아서 연락하라고 정보 주소를 알려줬는데… 결정권자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동쪽으로 물러가고 있네요.”
김 아르센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파르웰은 이미 그들의 위치를 파악해서 추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둔 상태였다.
리온이 물었다.
“왜 바로 접촉하지 않은 건데? 그냥 우리가 찾아가는 게 낫지 않아?”
“여태까지 우리가 구한 사람들만큼 아쉬운 처지가 아닐 테니까요.”
“음?”
“여긴 그들의 땅입니다. 외부에서 온 우리가 갑자기 찾아가서 협력하자고 한들 제대로 된 반응을 얻을 수 없을 거예요. 우리가 단죄자들을 쓰러뜨리는 걸 본 저쪽이 애가 닳아서 도와달라고 찾아와야 좋은 그림이 될 겁니다.”
굳이 이쪽에서 찾아가서 ‘세상이 멸망할 것 같으니 우리와 힘을 합치자! 우리를 못 믿는 건 이해해! 그러니까 너희들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할게! 제발 도와주게 해주세요!’ 하는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저기 단죄자를 쳐부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저 사람들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테니까요. 그중에서 생각과 의지가 앞서가는 사람을 협력자로 골라야겠죠.”
“과연.”
리온은 납득했다.
곧 모르드 일행은 저주의 재가 어지럽게 흩날리는 그곳을 떠나서 가포로 향했다.
* * *
용하.
온누리 제국 서남도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 앞으로는 도시 전체가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호수, 용눈물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에는 과거 흑룡이 그 목숨으로 빚어낸 강력한 결계가 있어서 서남도를 차근차근 점령해 가고 있는 단죄자 세력도 좀처럼 접근해 오지 못했다.
용하의 결계가 단순히 호수와 도시를 감싸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 산들에 방대한 술법의 안개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소수의 단죄자 부대가 방위결계 안으로 침입해서 용하를 염탐하고자 했지만 모두 술법의 안개에 발목이 잡힌 채로 격파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언제까지고 계속되진 않을 것이다.
단죄자들의 점령지역이 늘어나면서 점점 더 용하로 피난 오는 백성들의 수는 많아졌는데, 유입되는 물자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었으니까.
용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런 자들이 있었단 말인가?”
그런 용하의 심처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
아직 젊은 용족 남성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흑발을 위로 틀어 올려 상투를 만든 다음 은은한 푸른 빛깔을 띤 구름철로 만든 관을 씌웠다. 머리 양옆으로 회백색의 뿔이 작은 나뭇가지 같은 모양으로 자라나 있었고, 눈동자는 시리도록 푸르렀다.
용모는 수려할 뿐만 아니라 귀티가 흘러서 누구나 귀하게 자랐음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정중하게 보고를 올리고 있는 것은 파르웰에게 정보 주소를 받은 용족 마법사, 김 아르센이었다.
“놀랍군. 내 직접 그들과 대화를 해보고 싶구나. 당장 연락할 수 있겠느냐?”
“예? 하오나… 아직 그들의 정체조차 모릅니다.”
“단죄자들의 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지.”
“북누리에서 보낸 이들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화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행동해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청년이 그렇게 말할 때였다.
“급보입니다!”
병사 하나가 달려 들어왔다.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으나 아무도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급보로 분류된 보고를 할 때는 절차와 예의를 무시해도 좋다는 지침이 내려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가포가 불타고 있습니다!”
“뭐?”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
항구도시 가포.
새벽 반도의 서쪽은 완만하게 안쪽으로 파인 곡선을 그린다. 남북이 같은 비율은 아니고 북쪽이 7할, 남쪽이 3할 정도의 비율이다. 가포는 가장 깊게 들어간 부분에 위치한 항구도시였다.
예전에는 좀 더 북쪽에 있는 또 다른 항구도시와 함께 대륙과의 핵심 교역항 역할을 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죄자에게 점령되어 온누리 제국령 침공의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단죄자들은 한 번 무자비하게 짓밟았던 가포의 시설을, 본래 그곳의 주민이었던 단죄자들로 하여금 재건하게 하면서 침공을 위한 병력과 물자를 내륙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가포에는 엄청난 수의 단죄자들이 모여 있었다.
계속해서 배와 주시자 군주로 단죄자와 괴물을 상륙시키고, 그들을 일정 숫자씩 묶어서 각지의 전장으로 보낸다.
쿠과앙……!
그 가포의 한편에서 폭발이 일었다.
“뭐지?”
단죄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폭발이 일었음에도 그들은 전혀 비상사태라는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다.
어디서 단죄자끼리 싸움이라도 났으려니, 혹은 어디 공방에서 사고라도 터졌으려니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당연했다. 바다는 수십 척의 군함에 의해, 하늘은 주시자 군주들에 의해 경계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심판의 화살비!
-광세의 파괴자!
-화염정령 군단의 격노!
-벼락정령 군단의 격노!
-지옥불의 아홉 마수……!
도시 곳곳에 궁극주문이 쏟아져 대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적이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디서?”
다들 경악하면서도 적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달리는 단죄자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저놈인 것 같군.”
단죄자들이 남자를 노려보았다.
2미터에 이르는 근육질 거구에 은발, 그리고 양쪽의 색이 서로 다른 눈동자를 가진 남자.
단죄자들 속이 아니더라도 어딜 가나 강렬하게 눈에 띌 그는 모르드였다.
“음.”
모르드는 동료를 불러 자신을 에워싸는 단죄자들을 무시한 채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정도 규모로 일을 벌여도 권능 범위에 들어오니 참 일이 편하군.’
지금의 그는 신혈 개방 3단계 상태. 그럼에도 영혼 인도자는 반경 5킬로미터 범위를 감싸 안고 있었다.
또한 각각 3개씩의 변질된 세계 파편을 통해 이 권능을 빌려 가는 케엘, 리온, 파르웰, 에리우, 달시 역시 반경 400미터에 이르는 영혼을 인도한다.
이렇게 되자 일이 굉장히 편해졌다.
서로 최대한 넓게 흩어진 상태에서 막강한 화력을 쏟아부으면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포 곳곳에서 빛이, 불꽃이, 뇌전이, 오러가 폭발하면서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태양정령의 검광(劍光)!
상공에서는 리온이 권능 무력체로 주시자 군주의 방어막에 구멍을 뚫었다. 그 구멍으로 돌격한 케엘이, 100미터 넘게 뻗어 나간 거대한 빛의 검으로 주시자 군주의 거체를 관통해 버리고 있었다.
오오, 오오오오오……!
몸이 두 동강 난 거대한 고래의 형상이 속절없이 추락한다.
그리고 아무리 부피 대비 가볍다 하더라도 400미터의 거체가 수백 미터 상공에서 추락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상의 존재들에게 재앙이다.
“주시자 군주가 추락한다!”
“도망쳐! 모두 피해!”
단죄자들이 정신없이 달려서 추락 예정 지점에서 도망친다.
그러나 그들이 도망치는 곳에서는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룡노호!
골목길 저편에서 새하얀 충격파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얼려 버렸다.
[이런 바보 같은……!] [용신통 백룡노호! 란팔로제 혈통의 용신통이 이렇게 강력하다니? 대체 정체가 뭐냐!]그 공격의 정체를 알아본 용족 언데드들은, 모르는 자들과는 다른 의미로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백룡노호의 냉기 파동으로 얼어붙어 추락하는 일을 피할 수 없었다.
몸만이 아니라 그들이 두른 술법의 힘조차 얼어붙었기에, 다시 움직이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회복하기 전에 전부 쓰러뜨려!”
“공격!”
그렇게 얼어붙은 적들에게 생존자 전투병력들이 공격을 가해 끝장을 낸다.
[아, 이런…….]너무나 무력하게 당해버린 그들은 자신들의 영혼이 어딘가로 끌려들어 가는 것 감각에 사로잡혔다.
에리우는 자잘한 적들은 그들에게 맡기고 한가락 하는 지휘관급 적들에게 뛰어들어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적들을 쓰러뜨린 그녀가, 새하얗게 얼어붙은 풍경에서 일어오르는 냉기 속을 질주한다.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 아래로 시리도록 푸른 눈을 가진 그녀가, 냉기 저편에서 집결하는 적들을 발견했다.
-신통 봉쇄!
물론 적들도 바보가 아니다.
에리우가 날뛰는 동안 어떻게든 대응책을 마련했다. 세 명의 신통 봉쇄자들이 에리우에게 신통 봉쇄를 걸었다.
파아아아아아아!
그러나 그 정도로는 에리우의 용신통에 약간의 부하를 걸 수 있을 뿐.
또다시 냉기가 폭발하며 모든 것을 새하얗게 채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