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4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43화
그 빛은 영주의 성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안 돼…….”
영주의 칠감이 그 빛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
콰과아아아앙!
그런 그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폭음이 울렸다.
리온에게 맞은 단죄자가 벽에 처박히며 울린 소리였다.
“어째 다들 좀 고만고만하네. 에이, 모르드하고 겹쳐서 저쪽으론 가 보지도 못하고…….”
영혼 구하기 권능을 발휘하느라 적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쳐 죽인 리온이 투덜거렸다.
그는 시가지를 중전차처럼 돌파해서 영주성까지 왔다. 그리고 성문을 부수고, 가로막는 모든 적들을 쓰러뜨린 후 영주 앞까지 당도했다.
영주가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는 거냐!”
“인류의 재앙을 죽이고 가엾은 영혼들을 구했지.”
“개소리를 하다니!”
왈왈!
영주는 흠칫했다.
리온의 뒤를 따라오던 라그나스가 짖었기 때문이다.
그가 받은 종언의 권능은 오직 그가 단죄자를 쓰러뜨릴 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다수의 적들을 상대할 때 마법사의 지원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였기에 라그나스가 지원 역할로 따라붙었다.
리온이 쿡쿡 웃었다.
“우리 중에 개소리를 하는 친구가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개소리를 비하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왕!
라그나스가 동의한다는 듯 짖었다.
영주가 짜증을 냈다.
“그게 대체 뭔 소리야! 개새끼를 데려와서 나를 능멸하는 거냐!”
“에휴, 네가 뭘 알겠냐? 라그나스, 불쌍한 놈이니까 참아.”
왕!
라그나스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리온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영주에게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영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끔찍하게 큰 놈이군.’
이미 리온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싸우는 모습을 봤다. 영주도 남들을 압도하는 188센티의 근육질 거구였지만 리온 앞에서는 어른 앞에 선 애처럼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리온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신혈 개방 4단계에 도달했다. 투신 베르나스처럼 수염이 자라고 신기루 같은 은색의 불길이 몸을 휘감고 있는 그의 모습은 위압감을 한층 더 배가시켰다.
‘그래 봤자 인간이지. 그래, 더 큰 놈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단죄자들이 부리는 괴물 중에는 리온보다 덩치가 큰 놈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제까짓 게 단단해 봤자 오러로 쑤시면 다 들어가게 되어 있지. 이곳이 섬인 이상 내가 무조건 유리해!’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섬의 여신 아라피나의 신혈인 그는 다른 곳에 있을 때에 비해 섬에 있을 때 월등히 강해진다.
후우우우우!
그가 영격을 개방하자 재의 기류가 휘몰아쳤다.
“어휴, 이제야 뭘 해보겠다고 참…….”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리온이 성큼 다가왔다.
느긋하게 한 걸음 내딛는 것 같았는데, 단 한 걸음 만에 20여 미터의 거리가 사라졌다.
“제기랄!”
영주는 기겁해서 뒤로 뛰면서 검을 휘둘렀다.
투웅!
하지만 채찍처럼 뻗어 나간 오러의 가속기가 리온의 대흉근에 흠집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
“아니?!”
신혈 개방 4단계의 리온과, 막 영격을 개방해서 변신한 영주와의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꽈광!
그래도 영주는 제법 실력이 있는 전사였다. 리온이 심드렁하게 내지른 주먹을 막아내고 튕겨 나갔다.
“크억…….”
초진동 오러를 휘감은 리온의 일권을 막는 것만으로도 검은 부러지고, 갑옷이 박살 나면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마치 공성추에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네놈들… 그, 그분을 해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벽에 처박힌 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리온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누구?”
“네놈들이 해친 푸루사 님께서는… 존귀한 수확자의 따님 되시는 분이다. 이제 분명 그분의 권속들이 이 세상 끝까지 너희들을…….”
“음? 너 아직 몰랐냐? 우리가 얼마 전에 수확자를 하나 죽였거든?”
“어?”
영주는 말문이 막혔다.
“그만 가라.”
“자, 잠깐…….”
영주는 당황해서 손을 들었지만 리온은 무시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폭음이 울리며 영주의 숨통이 끊어졌다,
* * *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지원군은 이번에도 늦었다.
모르드 일행이 베날린 섬의 기지를 완전히 박살 내고 온갖 물자를 노획한 후에야 북쪽에서 접근해 오는 주시자 군주가 보였다.
“확실히 바다는 놈들에게도 제약이 많은 공간인가 보군.”
다가오는 주시자 군주는 둘이었다.
배는 설령 마법의 힘을 빌린다 해도 이동속도가 느린 이동수단이다. 이 시대의 선박은 더더욱 그렇고.
단죄자들이 긴급하게 지원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주시자 군주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주시자 군주조차 다 끝난 다음에 도착한다는 것은 단죄자들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음?”
문득 모르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주시자 군주들이 접근해 오다 말고 기수를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주 바보는 아니네.”
달시가 피식 웃었다.
하긴 이만큼 당했으면 저 정도 병력으로 부딪쳐 봐야 몰살당할 뿐이라는 사실을 학습할 때도 되었다. 게다가 저들은 실시간 통신기술이 있으니 각지에서 발생한 일의 정보를 취합하기도 쉬울 것이고.
“그렇다고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주시자 군주는 하나라도 더 수를 줄여놓는 게 세상을 위하는 일이었다.
“가자.”
파르웰과 케엘, 라그나스는 이 자리에 없었다. 베날린 섬은 지난번 섬보다 훨씬 크면서 환경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김운산뿐만 아니라 다른 술법사들과 마법사들까지 데리고 섬을 탐색하고 있었다.
달시, 리온, 에리우, 세데아, 서둔, 니스카가 모르드와 함께 날아올랐다.
* * *
주시자 군주 호위 책임자는 이를 갈았다.
“젠장. 한심한 작자들 같으니. 우리가 올 때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몰살당하다니…….”
긴급 지원 요청을 받고 그나마 가까운 기지에 있던 주시자 군주에 병력을 있는 대로 태우고 날아왔다.
그런데 주요 기항지라고 불리는, 그만큼 강하고 많은 병력이 주둔해있는 곳이 그새를 못 버티고 전멸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모르드라는 놈, 상부에서 그렇게 경계할 만도 하군. 하긴 영혼을 강탈한다고 하니…….”
쿠우웅!
그의 투덜거림을 자르고 머리 위에서 굉음이 울렸다.
“어?”
놀란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는 기겁했다.
쾅! 콰광! 콰아아앙!
방어막 위에 달라붙은 모르드가 무심하게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시자 군주를 뒤덮은 타원형의 방어막이 무슨 유리창처럼 깨져 나간다. 단죄자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광경은 공포를 안겨주었다.
‘어떻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기수를 돌린 것은 섬에서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이었다.
밤이라고는 해도 주시자 군주가 워낙 크고, 상대는 칠감의 소유자니 접근을 파악당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기수를 돌려서 전속으로 후퇴하고 있었는데, 섬에서부터 직접 날아와서 따라잡았다고?
“뭐, 뭘 보고만 있는 거야! 쏴라!”
호위 책임자는 자신부터 공격을 가하면서 외쳤다.
섬광과 뇌격이 모르드가 있는 자리를 꿰뚫었다.
콰과과과광……!
그러나 모르드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쿠우우웅!
“어느새?”
꼬리 쪽으로 가서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적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위에 불과했다.
-백룡노호!
모르드가 있던 자리 위에서 낙하하던 에리우가 용신통을 전개,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이 폭발한다. 주시자 군주의 방어막 바깥층이 얼음으로 변해버린다.
꽈아아아앙!
모르드의 권능 무력체로 깨져 나간 부분은, 그만큼 얇아져 있었다. 용신강림 상태의 에리우가 별방망이를 내려치자 버티지 못하고 구멍이 뚫려 버렸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모르드와 에리우, 달시, 서둔, 니스카가 내려섰다.
‘저쪽은?’
호위 책임자는 다른 주시자 군주 쪽을 살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후퇴했기 때문에 거리가 3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공격당하고 있군.’
저쪽에서도 폭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들은 몰랐지만 리온과 세데아가 저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세데아의 지원을 받는 리온이 결계를 깨부수고 있는 중이었다.
호위 책임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놈들에게 당하면… 영혼을 빼앗긴다.’
상층부에서는 모르드가 영혼을 강탈하는 능력이 있다는 정보를 통제하고 싶어 했다.
그 정보가 단죄자들에게 지금까지 없던 공포를 안겨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판단을 내리고 정보 통제를 시작한 시점이 너무 늦었다. 실시간 통신 기술 때문에, 이미 대륙 전역의 단죄자들 사이에 영혼 강탈자의 악명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다시는 살아날 수 없어. 구원받을 수 없다…….’
단죄자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역사상 흔해 빠진 광신도의 그것과도 비슷했지만 좀 더 많이 미쳐 있었다.
‘죽음은, 수확자의 권능에 의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
‘모든 인류를 단죄하고 나면, 단죄자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낙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모르드 일행은 단죄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이 전제조건을 뒤흔들고 있었다.
‘…어떡해야 하지?’
만약 그가 인간이었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항복하겠다. 협력할 테니 목숨만 살려달라.’
매우 당연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닌 단죄자였다. 생명체라면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공포,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각종 선택지를 잊고 지낸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무엇보다 단죄자가 목숨이 아까워서 인간에게 항복한다?
아예 고려 대상이 될 수가 없는 선택지였다.
그런 여러 문제들이 호위 책임자의 뇌리에서 부딪치며 그를 패닉에 빠뜨렸다.
그리고 모르드 일행은 그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상관하지 않았다.
“서둔 양! 뒤를 조심해!”
“네!”
니스카와 서둔이 단죄자들을 덮쳐 격전을 벌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군…….”
세데아가 소환한 정령을 타고 근방에 대기 중이었던 프록스 일행도 난입했다.
적들은 완전한 패닉 상태.
그에 비해 아군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로 돌진했다.
강화주문과 강화술법, 신관의 축복을 건다. 신혈 개방으로 변신하고, 고대 엘프의 신성을 개방하고, 용혼강림을 전개한다.
이러한 ‘준비’는 일반인과의 전투 준비와는 차원이 다른 격차를 낳는다. 당황해서 영격 개방조차 제대로 못 한 단죄자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은 필연이었다.
이쯤 되면 모르드 일행은 생존자들이 전공을 세울 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할 뿐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었으니까.
‘익숙한 일이지.’
리온의 신성을 키우기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것과 똑같았다. 이런 일에 대해서 모르드 일행은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리온의 통신이 들려왔다.
어지간한 강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리온 혼자서도 다 쓸어버리고도 남았으리라.
하지만 일부러 생존자들에게 전공을 세울 기회를 주기 위해서 적당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리온이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도 열심히 맞고 있는 중일 것이다. 저편에서 빛이 계속 번쩍이고 폭음이 들려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리온의 신성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적들에게는 리온이라는 중전차의 장갑을 어쩔 수 있는 공격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