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48)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48화
그사이 몇몇 인어족들이 산호로 장식된, 커다란 조개 모양의 의자를 가져와서 모르드 일행을 받친 가오리 위에 올려놓았다.
모르드 일행이 모두 착석하자 왕이 말했다.
[나의 아들, 브린탄을 통해 우리의 뜻을 전달받았는가?]“그렇다. 단죄자들의 대군주 백경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에 협력을 요청하더군.”
[그렇다. 도와줄 수 있겠는가? 브린탄의 말에 따르면 그대들 중에는 대단한 마법사와 정령술사가 있다고 하더군. 브린탄은 바다 엘프 최강의 정령술사인 레우더보다도 더 뛰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바다 엘프?”
모르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바다에도 엘프가 있었나?”
세독마에는 나온 적 없는 종족이었다.
[우리보다도 더 깊은 곳에 살고 있으니 육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을 만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반쯤은 뭍에서 사는 것처럼 살아가니…….]“무슨 뜻인가?”
[그들은 우리처럼 언제나 물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육지처럼 공기로 가득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지.]“심해에 일종의 지하도시를 만들고 살아간단 말인가?”
[그렇다. 이해가 빠르군.]“놀랍군…….”
모르드는 살짝 들뜬 미소를 지었다. 그런 종족이 있는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뒤쪽에서 파르웰의 흥분한 기척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여기서 말할 기회를 줬다가는 폭주해 버릴 게 뻔했으니까.
[바다 엘프가 그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일곱 산호 연합의 하나인 비늘엘프족은 우리와 비슷한 용모를 지녔지.]상반신은 엘프,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자들이었다.
바다의 백성들이지만 정령 신화 세계관의 존재들이다. 다만 지금의 그들은 황금수와 고대 엘프를 섬기는 게 아니라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 페세이타를 섬기며 그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바다는 워낙 광활했고, 지역과 수심에 따라서 환경이 크게 달라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육지와 달리 바다의 얕은 곳부터 심해까지를 모두 어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세력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바다에서는 육지보다 훨씬 다양한 지성체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군. 서로 단죄자와 싸워 이 세상을 지키겠다는 뜻은 같다. 협력하기로 하지. 다만 마법사와 정령술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가하고 싶은데?”
[뜻은 고맙지만 그건 좀 곤란하군.]왕이 난색을 표했다.
[대군주 백경을 파괴하는 작전은 우리의 영역보다 훨씬 더 깊은 바다에서 벌어질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그대들이 그곳에서도 숨 쉬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고는 하나, 전투 중에는 그런 지원이 끊길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한마디로 일일이 챙겨주며 싸울 수 없다는 뜻이다.
[마법사와 정령술사는 배에 탄 채로도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전사들은 그럴 수가 없지 않은가?]“음? 당신들도 배를 쓰나?”
[그야 우리 중에도 배의 여신 세레스의 혈손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모르드가 알기로 배의 여신 세레스는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였다.
‘아니, 신화에야 다들 문란하게 살아서 인어 자손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긴 하지.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다.’
그래도 실제로 인어족을 앞에 두고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들의 배라면, 물 위를 돌아다니는 배가 아니라 잠수함이겠군.”
[그러하다. 우리의 전함에는 마법사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기능도 들어있지.]“호오. 구경시켜 줄 수 있겠나?”
[협력해 준다면야 얼마든지. 대신 전사들의 참전은 참아줄 수 있겠는가? 바다의 여신께서 그대를 부르신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작전은 철저하게 우리에게 맞춰서 구성된 것이다. 마법사와 정령술사는 무리 없이 협력이 가능하겠지만 그 외의 존재가 끼어들면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니 양해해 줬으면 좋겠군.]왕은 어떻게든 최대한 모르드가 불쾌하지 않게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수행하는 작전에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명분까지 들고나오자 모르드도 더 이상 강하게 나가기 어려웠다.
‘역시 신의 뜻을 빌리는 수밖에 없나?’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들이 과연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나서지 않는다면 단죄자들의 영혼을 구할 수 없으니까.
이들은 대군주 백경을 격파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모르드는 그럴 수 없다.
“알겠다. 파르웰, 케엘, 두 사람이 작전에 참가해 줄 수 있겠나?”
모르드가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파르웰이 메시지 주문으로 따지고 들었다.
일행의 대마법사인 파르웰과 세데아, 둘 중 한 명은 남아줘야 한다.
그런데 세데아와 케엘의 조합으로 남길 경우, 일행에는 정령술사가 없어져 버려서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문제를 고려하면 파르웰과 케엘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파르웰은 모르드가 의도한 바를 파악하고는 고집을 접었다. 하지만 불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파르웰을 설득한 모르드가 다시 왕을 바라보았다.
“파르웰은 대마법사다. 그리고 케엘은 아주 강력한 정령술사지.”
[대마법사?] [젊은 인간으로 보이는데…….]인어족들이 술렁였다. 특히 마법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모르드가 눈짓하자 파르웰이 앞으로 나서며 자신을 소개했다.
“파르웰 네이어라고 합니다. 위대한 학문의 신 브레디아스의 자손이며, 그분의 성자이기도 합니다. 과분하게도 투신 베르나스께서도 제게 성자의 칭호를 내려주셨지요.”
[성자?] [한 신도 아니고 두 신의 성자라고?]인어족들이 다시금 경악했다. 누가 들어도 놀랄 수밖에 없는 자기소개였다.
케엘이 나섰다.
“일데르바 일족의 전혼사 케엘입니다. 바다의 백성들을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군요.”
인어족은 일데르바 일족도, 전혼사도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화사하게 웃는 케엘의 신성에서 비롯되는 존재감에 모두들 숨을 죽였다.
모르드가 말했다.
“이들 두 사람이라면 충분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물론이다. 뛰어난 마법사일 줄은 알았지만 설마 대마법사일 줄이야.]“일곱 산호 연합에는 대마법사가 몇 명 있지?”
[한 명뿐이다.]“그렇군.”
모르드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 명은 있나…….’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푸른 지느러미 왕국의 도시는 깊숙한 바다 밑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는 했지만 순수하게 규모로만 따지면 그렇게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 도시에 사는 인어족 인구가 5만 명은 넘을지 의문이었으니까.
일곱 산호 연합을 구성하는 다른 세력도 비슷한 규모라고 가정하면 오히려 100만도 안 되는 인구 중에 대마법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것이다.
‘인간과 달리 전원이 이능의 혈통이라고 할 수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군. 혹은 여기 와서 본 게 다가 아닌 거겠지.’
모르드는 그 원인을 그렇게 추측했다.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께서 우리를 보우하시는 것 같군. 대마법사를 보내주시다니…….]어쨌든 일곱 산호 연합 입장에서는 마법사 전력이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기분일 것이다.
“그럼 잘 부탁하지. 그리고 부탁할 게 있는데…….”
모르드는 파르웰을 달래기 위해 약속한 대로 그의 호기심을 채워줄, 학문적 지식이 풍부한 인어족을 붙여줄 것을 요구했고 왕은 기꺼이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 * *
왕과의 회담이 끝나고 나자 모르드 일행은 둘로 나뉘었다.
작전에 참가하기로 한 파르웰과 케엘은 브린탄을 따라서 숙소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은 페세이타의 대신관장 와르더와 함께 신전으로 향한 것이다.
브린탄이 직접 안내한 숙소는 뭍의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창문이 없긴 하지만.’
한쪽 벽이 뻥 뚫려서 밖이 보이는 방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꽤 큰 불안감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물은 마법의 힘으로 막혀 있어서 생생하게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을 바깥에 구경거리로 만들려는 심산은 아니었는지, 바깥과 연결된 공간 말고 안쪽으로는 적당히 벽으로 가려진 방들이 존재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숙소를 안내받은 케엘이 브린탄에게 물었다.
[네.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이 도시의 규모는 원래부터 이 정도였나요?”
[네?]“그러니까… 사람이, 아니, 인어족이 너무 많아 보여서요.”
[사람이라고 하셔도 됩니다. 저희도 저희끼리는 사람이라고 하니까요.]“아, 그렇군요.”
[그리고 사람이 많아 보인다고 하신 것은… 음. 눈썰미가 예리하시군요.]브린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언급하고 싶지 않은 아픈 진실을 찔린 것 같은 기색이었다.
그의 말대로 케엘의 눈썰미는 예리했다. 관찰한 시간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 놀라운 해저도시가 본래 설정된 수용인구보다 훨씬 많은 인어족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까.
케엘이 통로 바깥으로 드러난 도시의 풍경을 보며 말했다.
“전쟁 중이라면 외부에 나가 있는 인원이 많을 것 같은데, 도시가 비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이 많아 보이더군요.”
[정확합니다. 상당수의 인원이 바깥에 나가 있죠.]일곱 산호 연합에서 인어족은 각지를 정찰하고, 연락망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해상과 해저 양쪽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능력은 그들이 제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황은 말씀드린 것보다 더욱 나쁩니다.]브린탄은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 감추고 있던 진실 하나를 털어놓았다.
[본래 우리 왕국의 영토는 이 왕도 비세그린만이 아니라 여섯 개의 도시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지금은 비세그린과 두 개의 도시가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네 개의 도시가 단죄자들에게 파괴당했기 때문이다.
‘영토의 절반 이상이 함락당한 상황이었나.’
케엘은 내심 신음했다.
이들이 외부세력을 끌어들여서라도 결전을 벌이려는 절박함이 이해되었다.
브린탄이 말을 이었다.
[지금의 저는 차기 왕이지만, 본래는 왕위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저 자신도 왕위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고요.]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셋째 왕자일 뿐이었다.
다들 첫째 왕녀가 왕위를 이어 훌륭한 여왕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죄자들의 반격이 시작된 후, 첫 번째 도시가 발각되어 파괴당할 당시에 시민들을 피신시키고 목숨을 잃었다.
그 뒤를 이어 차기 왕으로 지목된 왕족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제 운명 또한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브린탄은 자신 또한 언제든지 먼저 가버린 형제들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싸울 겁니다.]절망이 바다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 현실 앞에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힘을 다해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설령 산산이 부서진다고 하더라도.
[형님들과 누님들에게 안식을 드리기 위해서라도…….]백성들을 위해 희생한 자들의 죽음에 존엄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브린탄이 고개 숙여 부탁하자 파르웰과 케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참았다.
‘동쪽은 왜 바다 밑까지도 이렇게나 절망적이란 말인가…….’
육지보다는 상황이 낫다지만 절망적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케엘이 말했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이미 도와드리기로 한 거니까요. 그리고… 설령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우리가 여기에 왔을 거예요.”
바다 밑의 세상보다는 온누리에 가는 것을 우선시했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바다 밑에도 왔을 것이다. 페세이타를 만나려면 그래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바다의 백성들의 사정도 알게 됐을 테니까.
“놈들이 더 우쭐거리기 전에 박살을 내주자고요.”
케엘은 씩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브린탄은 잠시 멍하니 그 주먹을 바라보다가, 자신 또한 주먹을 내밀어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