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52)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52화
그렇게 파르웰과 케엘을 제외한 모르드 일행이 페세이타의 시련 제1관문에 도전했다.
시련은 던전의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 안으로 진입한 모르드가 처음 본 것은 수평선이었다.
“음?”
모르드는 처음에는 바다인 줄 알았으나 이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수인가.”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거대한 호수였다. 아마도 바다 엘프가 아직 호수 엘프였던 시절에 거주했던 지역이리라.
‘이건… 오면서 봤던 그 배로군.’
50미터를 넘는 철갑선이 해변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호수에서 하나둘씩 나오는 호수 엘프들이 그 배에 올라타고 있었다.
아무래도 파괴되어 심해에 가라앉은 그 배는 호수 엘프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하기까지 썼던 신성한 유물인 모양이다.
‘외모는 바다 엘프들일 때랑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군. 물에 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해도 민물과 지상을 오가며 사는 것과 심해와 해저공동을 오가며 사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텐데…….’
이것이 본래 정령 신화 세계관의 존재였던 이들이 인류의 신화 세계관에 편입되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민물고기가 바닷물고기가 되는 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신화의 일이니 현실성을 따져봐야 의미가 없지. 아무튼 이들이 바다로 나갈 때까지 보호하면 되는 거겠군.’
주변을 둘러본 모르드가 세데아에게 말했다.
“바다까지 얼마나 되는 것 같나?”
마법으로 바다 방향을 탐지해 본 세데아가 말했다.
“100킬로미터는 넘는 것 같아요. 멀리 보기가 닿을 거리는 아니라서 구체적인 지형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멀군. 그래서 비행정을 쓰는 건가.”
모르드는 바다 엘프들이 타는 철갑선이 권능의 힘으로 날아서 이동하는 배임을 알아보았다.
“이봐! 뭘 멍하니 있어! 놈들이 온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뒤를 돌아보자 푸른 안광을 발하는 신족이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안처럼 길게 이어진 호숫가 저편의 숲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밀려오는 게 보였다.
리온이 말했다.
“많기도 하다. 저거 죄다 신성 있는 놈들이잖아?”
“그 정도가 아니라 고대 엘프도 여섯이나 있군요.”
세데아가 말했다.
수백의 황금 엘프가 신성을 개방하여 황금빛을 발하며 날아오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고대 엘프로 분류되는 황금 엘프 신성 완성자들도 여섯이나 있었다.
모르드가 말했다.
“신화 중기… 그것도 꽤 전이다 보니 고대 엘프가 흔해 빠졌군. 하긴 신족이 흔해 빠졌으면 고대 엘프도 흔해 빠진 게 당연하지.”
“아브호마 시절보다 더 전일까?”
리온의 물음에 모르드는 고개를 저었다.
“느낌상 그 정돈 아닌 것 같다.”
날아오는 황금 엘프들은 500명은 넘었고, 온통 진금 무구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정도 거리가 줄어들자 전투를 위해 정령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색색의 정령들이 빠르게 불어나서 순식간에 수천에 이르렀다.
“젠장. 하여튼 황금독충들, 벌레 떼마냥 정령을 소환해대는군. 이봐! 고대 엘프 놈들은 우리가 막을 거니까 너희는 여기까지 오는 놈들을 어떻게든 막아라!”
신족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력을 전개했다.
쿠구구구구구……!
‘강하다.’
모르드는 흠칫했다. 이 신족의 마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는 그만이 아니라 50여 명 정도의 병력이 존재했다.
‘신족은 두 명, 반신이 열 명, 나머지는 신혈인가? 이 두 신족이 강대하다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전력 차가 크군.’
도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이 시련에서 호수 엘프를 지켜낼 수 없으리라. 아군 병력에게 기대어서 최대한 많은 호수 엘프를 살리는 게 이 시련의 목적.
하지만 모르드는 그렇게 수동적으로 시련을 통과할 생각이 없었다.
“거절하지.”
“뭐?”
신족이 눈을 치켜뜨고 모르드를 노려보았다.
후욱.
그 앞에서 모르드의 모습이 변한다.
“어?”
한순간에 신혈 개방 2단계까지 변한 것에 그가 놀라는 사이, 모르드는 동료들에게 말했다.
“가자. 세데아, 상태는?”
“완전히 자유롭답니다.”
이 시련 속에서 세데아는 아무런 제약 없이 전력을 쓸 수 있었다.
일데르바를 계승함으로써 마녀 시절보다 더욱더 강해진 세데아-일데르바의 힘을!
“그럼 과연 어느 시점에서 시련이 끝나는지 시험해 봐야겠군. 세데아, 달시, 에리우는 나와 같이 간다. 리온, 라그나스… 아.”
모르드는 라그나스를 심상 세계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왕!
밖으로 나온 라그나스가 탁 트인 풍경을 보며 껑충껑충 뛰었다.
배 안이나 해저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어마어마하군요. 저런 신성이라니…….”
니스카가 다가오는 황금 엘프들을 보며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날아오는 건 무조건 막을게요.”
서둔도 의욕을 불태웠다.
“그럼 여기는 맡기겠다.”
모르드는 씩 웃으며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후우우우우우!
동시에 빛이 폭발하며 신혈 개방 3단계로 변신하고…….
데에에에에엥!
직후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종언의 신성이 개방되었다.
황금 엘프들도, 모르드도 서로를 향해 고속으로 달려들었기에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가라, 라흐팅.”
1킬로미터까지 거리가 줄어드는 순간, 모르드가 도끼를 집어 던졌다.
은빛 뇌광을 휘감은 라흐팅이 쏜살같이 날아가 선두의 황금 엘프를 후려쳤다.
꽈아아아앙!
[컥……?]선두로 날아오든 황금 엘프는 고대 엘프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반신에 불과한 모르드가 던진 도끼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어째, 서……?]은빛 뇌광을 휘감은 채 불규칙한 궤도를 그리며 날아온다고는 하나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속도였다.
그런데 그 궤도를 읽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버렸다.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진금 갑옷이 아니었다면 그 일격으로 죽었으리라.
“역시 이 시절의 갑옷이라 그런지 꽤나 단단하군.”
하지만 그런 그의 옆에 어느새 공간을 뛰어넘은 모르드가 접근해 있었다.
치지직… 치지지지직!
순간 적들이 보이는 풍경이 일그러진다.
오러의 7단계
오러의 공명권역(共鳴圈域)
그 권역 속에서 황금 엘프들이 자랑하는, 강력한 마법이 걸린 진금 장비들이 무력화되기 시작했다.
-천둥치기!
그리고 모르드가 내려친 주먹이 고대 엘프의 머리통을 투구째로 박살 내버렸다.
콰아아아아아!
그것으로 여섯 고대 엘프 중 하나가 죽었다.
[말도 안 돼!] [은색 해충 따위가?!]모르드는 경악하는 황금 엘프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꽈광!
접근하여 내지른 일권이 황금 엘프 하나의 몸통을 폭발시킨다.
뿐만 아니다. 몸에 구멍이 뚫린 채 튕겨 날아간 황금 엘프가 동료와 충돌하고…….
-오러 전파(傳播)!
접촉을 통해서 오러가 확산되며 폭발한다.
퍼엉! 퍼퍼퍼퍼퍼퍼펑……!
가까이 있던 황금 엘프들과 정령들이 오러의 격류에 휘말려들어 폭발했다.
[이놈……!]고대 엘프 하나가 그런 모르드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오러 전이였다.
‘어째서?’
고대 엘프는 혼란에 빠졌다.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맞기 전까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신성 완성자인 그의 칠감을 감쪽같이 속여 넘겼단 말인가?
물론 답은 간단했다.
일대에 전개된 종언의 권능이 그의 칠감을 고장 내버린 것뿐이다.
-산 부수기!
그리고 쉽게 틈을 만든 모르드가 날린 일권이 그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칠감이 고장 난 상태에서 일정 거리 안으로 접근하는 순간 마법 무구들까지 힘을 잃는다.
황금 엘프들은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무력감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말도 안 돼! 저놈은 뭐야?”
뒤늦게 따라서 돌진하던 신족들은 경악했다.
고대 엘프 여섯을 상대로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모르드는 너무나 쉽게 저들을 학살하고 있지 않은가?
‘역시 꽤나 오래전이다.’
모르드는 황금 엘프들의 전투 기술을 보며 그 사실을 파악했다.
‘이놈들 중에는 제대로 된 마투술을 쓰는 놈이 없어.’
하지만 이 시대의 황금 엘프들이 약하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 중 고대 엘프들인 자들은 신족과 대등한 신성을 지녔으며, 타고난 정령술사니까. 오히려 마투술이 없는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더욱 강하다.
물론 그것은 이 시대의 사정이다. 먼 미래에서 온 모르드에게 있어서 이들의 전투 기술은 원시적일 뿐.
그러나 그것조차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정령 융합!
뇌광이 폭발했다.
[크, 윽……?]그러나 강대한 힘을 폭발시킨 황금 엘프는 당황했다.
대충해도 언제나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듯 완벽하게 이루어지던 정령 융합이,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칠감이 고장 나면 아무것도 못 하는 놈들.’
모르드는 코웃음을 쳤다.
신화의 존재일수록 칠감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또한 종언의 신성은 보다 신화적인 존재와 맞닥뜨릴 때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니, 지금 모르드는 현세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해일의 창!
그리고 그때 강맹한 물의 소용돌이를 휘감은 진은의 창 한 자루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 창이 정령 융합을 하다가 어긋남을 느낀 황금 엘프를 일격에 꿰뚫는다.
콰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부위로부터 거대한 물의 소용돌이가 폭발하며 주변을 휩쓸었다.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반경 500미터를 휩쓸어버리는 물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황금 엘프들이 갈가리 찢겨 나간다.
뿐만 아니다. 이 물의 소용돌이는 처음 발생해서 폭발할 때는 모르드 일행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강하군. 하긴 마왕급이었으니까.’
모르드는 흘끔 뒤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했던 말은 취소하지.”
눈부신 은빛을 휘감은 신족 남자가, 진은의 원반에 탄 채로 하늘에 떠 있었다.
“반신이라고 너무 얕봤군. 최고였다.”
그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런 그의 손에 해일을 일으켰던 창이 되돌아온다.
“근데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저놈들 맥을 못 추는데?”
“놈들의 무구를 고장 내고, 신성을 좀 헝클어줬을 뿐이다.”
“뭐?”
“그냥 내 권능이라고만 알아둬라.”
모르드는 씩 웃으며 어느새 손에 돌아와 있던 라흐팅을 다시 집어 던졌다.
꽈르릉… 꽈과과과광!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군. 너는 혹시 천공신의 혈손인가?”
“그렇다.”
“하, 위대한 핏줄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저질렀군. 다시 한번 사과하지. 나는 파도와 해일의 신 너울의 아들 파운이다.”
파도와 해일의 신 너울.
바다의 여신의 딸로서 만신전에 이름을 새긴 신이었다. 신화 초기에 이미 만신전에 이름을 새기고 있었던 신.
어지간한 도전자는 이 신의 아들에게 굴러다니는 돌 취급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모르드는 천공신의 피를 이은 자. 이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신화의 만인에게 존중받을 귀한 존재였다.
신화의 시련을 매우 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반칙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모르드가 물었다.
“혹시 호수 엘프들의 승선은 언제 끝나지?”
“음? 아마 슬슬 막바지가 아닐까?”
“수가 얼마 안 되나?”
50미터에 달하는 철갑선은 분명 큰 배였다. 하지만 현대 지구의 여객선처럼 갑판 위에 탑승할 만한 공간을 만든 것도 아닌데 짐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타고 있는 호수 엘프를 과연 몇이나 태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파운은 어이없어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벌써 500명 넘게 탔구만. 뭐, 천공신의 핏줄인 네가 보기에는 얼마 안 되는 숫자일 수도 있겠지만…….”
“아, 그렇게 된 건가.”
모르드는 피식 웃었다.
잘 보니 호수 엘프들을 태우고 있는 저 배에 공간을 왜곡시키는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겉보기보다 안쪽 공간이 훨씬 넓은 신화의 배인 것이다.
‘배를 크게 만들기는 힘들지만 안쪽 공간을 넓게 만들기는 쉽다 이건가? 신화답군.’
저기 타는 것이 호수 엘프 전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 시련의 목적은 저 배에 최대한 많은 이들을 태우고, 최대한 많이 살려서 바다로 데려가는 것이리라.
“일단 이놈들을 전멸시키고 생각해 봐야겠군.”
“음? 허를 찌른 건 좋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
-백룡노호!
안쪽 깊숙이 침투한 에리우가 극초음속의 냉기 파동을 폭발시켰다.
“…다?”
파운이 눈을 휘둥그레 뜨는 순간이었다.
-태양정령의 위광!
새하얗게 얼어붙은 엘프들을 눈부신 빛이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아아!
종언의 신성 때문에 칠감이 고장 난 상태에서, 모르드와 파운의 공격까지 받은 그들에게는 에리우와 세데아의 연계 공격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
입을 쩍 벌린 파운 앞에서 모르드가 턱을 쓰다듬었다.
“이대로 본진까지 노려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진행하는 쪽으로 가지.”
모르드는 다시 배 앞으로 돌아왔다.
전투가 벌어지자 호수 엘프들은 더욱 승선을 서둘렀고, 몰려왔던 황금 엘프들이 몰살당한 지 5분쯤 지난 시점에서 승선을 완료할 수 있었다.
“쳇. 벌써 또 오다니.”
파운이 짜증을 냈다.
숲 저편에서 아까 전보다 더 많은 황금 엘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빠르게 바다로 간다.”
“따라잡힐 거다.”
“내 권능이라면 안 따라잡힌다.”
“음?”
-하늘의 손아귀!
모르드는 곧바로 공간왜곡장을 펼치고 배의 뒤쪽을 붙잡고 밀었다. 허공을 미끄러진 배가 공간왜곡장을 통과해서 10킬로미터 바깥에 나타났다.
“어, 어어?”
파운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다들 빨리 들어가라. 바로 다음 지점에서 또 할 거니까.”
모르드 일행이 배를 따라서 공간왜곡장으로 뛰어드는 것을 본 파운과 다른 아군들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으로 공간왜곡장을 통과한 모르드가 한 번 더 공간왜곡장을 열고 또 10킬로미터를 순식간에 이동한다.
아무리 황금 엘프들이 용을 쓰고 비행속도를 높여도 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점점 멀어지면서 모르드 일행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을 잡아먹게 되고, 그럴 때마다 점점 더 거리가 벌어졌다.
‘아, 물길을 통하지 않은 건 저래서이기도 했나.’
모르드는 그 과정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물줄기들을 황금 엘프들이 틀어막았거나, 혹은 신족들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수 엘프들을 바다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저곳의 황금 엘프들과 싸워서 붙잡아두면서 육로로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으리라.
배에 탄 호수 엘프들은 채 600명도 안 되는 인원이었지만, 이들을 두고 다투는 병력은 수천 단위였던 것이다.
어쨌든 모르드의 권능 덕분에 그들은 원래 역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안전하고 바다에 도달했고…….
[와, 이건 좀… 예상 밖인데.]어이없어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시련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