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3)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93화
주변을 가득 메웠던 신성한 빛이 산산이 흩어져 간다.
리온은 그 너머에 자리한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모르드였다.
“축하한다.”
“현세 최초는 맞댑니까?”
파르웰이 냉큼 물었다.
사실 그사이에 베르나스 대공이 신성을 완성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기에 모두가 궁금해했던 사항이었다.
“그렇다고 하시더라.”
“오, 더욱 축하할 일이군요. 그런데 느낌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는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일행 중에는 이미 다수의 신성 완성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데아도, 케엘도, 에리우도, 달시도 신족은 아니었다.
그나마 달시가 인류의 신화 세계관에 속한 존재지만, 그녀도 신혈이 신격을 단계적으로 높여서 신성을 완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리온의 모습은 딱히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혈로서의 위엄을 드러내던 요소들, 몸을 감싼 빛이나 은회색의 불길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의 모습은 굉장히 강렬한 존재감을 발했다.
그 거대하고 완벽한 근육질의 몸만으로도 그렇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선을 끄는 느낌이 있다.
“음. 편안해졌어. 하나도 부담이 없네.”
리온은 신혈이 신성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핏속에 흐르는 신성을 개방한 뒤 단계적으로 그 격을 높여가는 과정이 불필요하다.
신혈을 개방하는 변신 상태는 인간의 몸으로 신의 힘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대신 그만한 부담을 지우는 법.
그러나 리온은 이제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지금의 상태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구구구구구구!
그 상태에서 작정하고 마력을 끌어올려 보자 주변이 뒤흔들린다.
“…의심의 여지 없는 마왕급이군요.”
파르웰이 감탄했다.
신성을 완성하기 전에도 리온은 실로 강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격이 다른 수준에 올랐다.
‘투신 베르나스라는 강대한 신격의 후손으로서 신성을 완성했기 때문이겠지만… 리온은 그 이상이지.’
지금까지 온갖 신화적 경험을 통해 신성을 성장시켜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완성 직전과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이 격차에는 파르웰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겠군.’
달에 가장 가까운 다섯 별 중 하나로 불리는 학문의 신 브레디아스 또한 거대한 위상을 자랑하는 신이었으니까.
문득 모르드가 피식 웃었다.
“엘테인이 널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군.”
“그건 나도 좀 궁금한데. 아, 그렇지. 나도 성자 됐어.”
“음?”
“투신께서 나도 성자 하라고 하시더니 이 장갑을 성물로 만들어주시더라.”
“성물이라고?”
다들 놀라서 리온을 왼손을 바라보았다.
“이제 투신의 장갑이라고 부르라고 하셨어.”
리온이 씩 웃으며 베르나스와 만나 겪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과연. 동쪽의 베르나스도 고난의 세월을 보내셨군…….”
모르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모든 신들에게 고난의 시대였다. 하지만 동쪽의 베르나스에게는 지난 500년이 통째로 그런 시대였으리라.
“바다에 신전을 건설해 달라고 하길 다행이다. 자손으로서 좀 더 힘을 써봐야겠군.”
그의 핏줄이라는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모르드는 베르나스가 좋았다. 그가 동쪽의 천상에서 겪었을 굴욕과 수모를 생각하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의욕이 솟아났다.
“근데 이러면…….”
문득 모르드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 표정을 본 리온이 어색하게 웃었다. 모르드가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스토르나를 우선적으로 찾아갈 이유가 사라졌지?”
“그렇지.”
“…….”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래도 과업을 받은 입장이니 찾아가긴 하겠지만.”
“뭐, 찾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애써 이유를 부여하는 모르드의 말에 리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달시가 물었다.
“근데 리온, 그럼 이제 너도 축복을 줄 수 있어?”
“음? 축복?”
리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면에서 답이 떠오르길 기다리면서.
“…될 것 같은데? 근데 이게 쉽진 않아. 투신께서 이쪽에서는 워낙 위세가 약하시다 보니 나한테 내려오는 축복의 힘도 그리 많지 않네.”
리온이 머리를 긁적였다.
파르웰이 감탄했다.
“그게 그렇게 연결되는군요? 하긴 신의 위세와 현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밀접한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케엘이 말했다.
“그럼 이제 리온도 마법 익혀야겠네?”
“음? 아, 그렇지. 나도 마법 쓸 수 있는 거지, 이제?”
“그건 시간 날 때마다 저랑 세데아랑 케엘이 도와드리는 걸로 하죠. 일단 실전에서 도움이 될 만한 주문들을 우선적으로 익혀보자고요.”
“기대되네. 하지만 그건 일단 나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리온이 양 주먹을 부딪치며 의욕을 드러냈다.
“일단 남은 놈들을 다 처리하자고. 아직 굵직한 놈이 남아 있긴 하겠지?”
그들은 마왕이 죽은 뒤 남은, 잔당이라기에는 너무 많지만 그럼에도 잔당에 불과한 적들의 소탕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작업으로 인해 한 사람의 대마법사가 행복해졌다. 아주 많이.
* * *
마계화 던전 공략은 정말로 가혹한 전투 경험이었다.
현세를 침식하려는 마족들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그들에게 유리한 영역으로 쳐들어가서 자신들을 압도하는 대군과 싸워야 하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거였군.’
김운산은 신음했다.
그는 결코 순탄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도 혹독한 삶을, 투쟁으로 가득한 삶을 이어왔다.
그래서일 것이다. 그는 모르드와 리온이, 파르웰이 들려준 투신 베르나스의 교리에 공감하였고, 싸움에 임할 때 베르나스에게 가호를 청하는 기도를 올리기도 하였다.
‘이것이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싸움인가.’
그럼에도 마계화 던전 공략은 김운산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싸움이었다.
단죄자들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투쟁과는 전혀 다른 싸움.
딸과 함께 그 싸움을 경험한 김운산은 생각했다.
‘단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는 온누리를 지키기 위해 이런 싸움을 했을까?’
무릇 온누리 제국에서 명가로 손꼽히는 용족 가문의 아들이라면, 그 자식이 무사나 술법사를 자청한다면 마족과의 전투 경험 정도는 있어야 어깨에 힘을 줄 수 있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김운산이 온누리 제국에서 무탈하게 성장하여 술과 시험에 합격했더라면, 그는 분명 마족과의 싸움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다니… 단죄자가 없는 세상도 순탄하지만은 않았군.’
김운산은 지식으로만 알던 사실을 몸으로 체감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딸을 잘 둔 덕분에 되찾은 젊음과 함께, 젊은 시절에 했어야 할 경험까지 하게 되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좀 쉬어줘야 할 것 같군요.”
이 공략팀을 이끄는 니스카가 말했다.
니스카 팀이 백작급 던전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세 명의 중상자와 다섯 명의 경상자가 발생했다.
경상자는 물약 먹고 쉬면 낫겠지만 중상자는 며칠은 치료받으며 요양해야 할 것이다.
“전사자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상당한 격전이었음에도 죽은 이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니스카는 부상자들을 보며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싸우는 편이 좋았을까?’
만약 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웠다면 부상자가 아예 안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전투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 마계 백작을 상대할 때 말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적당히 팀원들에게 맡기고 지휘에 전념했더니 이만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일단 물러납시다.”
전투를 끝낸 후로는 후방에 마련된 휴식처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곳으로 가 보자 프록스 팀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니스카 팀보다 먼저 공략을 끝내고 새로운 마계화 던전으로 진입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
그곳에 있는 모르드 일행을 본 니스카는 눈을 크게 떴다.
“…리온 님, 혹시 신성을 완성하신 겁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휴식처에 왔음에도 리온의 머리칼이 은발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놀람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신족이 되시다니…….”
“투신의 혈손들은 싸움의 위업을 통해 신성을 성장시킨다고 하셨고, 그만한 싸움을 하셨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놀랍군요.”
김운산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설마 자신의 눈으로 신혈이 신족이 된 것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케엘이 일행을 살피더니 말했다.
“부상자가 있군요.”
“예. 다들 응급처치는 했습니다. 혹시 프록스 팀은 어땠는지 아십니까?”
“그쪽은 자작급 던전 하나를 공략하고 또 자작급 던전에 들어갔는데, 첫 번째 공략에서 부상자가 꽤 나왔다는군요. 다행히 전사자는 안 나왔는데, 프록스 씨랑 몇몇 분들이 예전에 좀 경험이 있었던 덕분인 것 같아요.”
마계화 던전 공략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모르드 일행이 참으로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여러분들은 어떠셨습니까?”
“음. 일단 오늘치는 끝났어요. 가장 위험했던 대공급이랑 마왕급까지 끝냈으니 내일이랑 모레까지 이틀 정도 쉬엄쉬엄하면 될 것 같네요. 여러분들은 피로도가 높으면 그냥 쉬셔도 됩니다.”
“네?”
“부상자도 나왔고 하니까 쉬시는 게 나을 것 같…….”
“아니, 그게 아니라…….”
니스카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손을 내저었다.
“대공급이랑 마왕급을 공략하셨단 말씀입니까?”
“네.”
“저희가 백작급 하나 공략하는 동안에요?”
“아, 그야 저희는 모르드의 권능 덕분에 공략 순서가 전혀 다르니까요.”
케엘이 겸양했다.
사실 모르드 일행과 동급의 전력을 가졌다 해도 마왕급 던전 공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 입구부터 몰려오는 대군을 차례차례 격파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모르드 일행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마족들을 닭 쫓던 개로 만들어버리고 단번에 최심부를 공략하기에 월등히 쉽게 처리하고 있을 뿐이다.
“마왕급 하나, 대공급 하나, 후작급 셋, 백작급 둘 공략을 끝냈어요.”
“…….”
“그냥 쉬셔도 되지만 혹시 내일도 참가하시려면 자작급 이하를 처리하시면 될 거예요.”
“…….”
자랑하는 기색조차 없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케엘의 말에, 모두들 죽은 듯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 * *
모르드 일행은 심해의 전장에서 사흘간 싸웠다.
첫날 빡세게 달려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들을 끝내버렸기 때문에, 이틀째부터는 널널한 분위기였다.
[아무리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께서 선택하신 조력자분들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진짜…….] [이런 게 가능하다니… 진짜 내가 모르는 새 시간이 한 3천 년쯤 과거로 되돌아간 게 아닐까?] [혹시 이거 다 꿈인 거 아냐?]물론 널널한 분위기인 것은 모르드 일행뿐이다.
지금까지 심해의 전장에서 목숨 걸고 치열하게 싸워온 심해 종족들은 모두 경악과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사실 모르드 일행 덕분에 간만에, 그야말로 수십 년 만에 꿀 같은 휴식을 확보해서 더 그랬을 것이다. 원래 사람, 아니, 지성체는 여유가 생기면 딴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더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모르드는 그런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지상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여기까지만 해야겠군요. 다음에 다시 도와드리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 그런 말씀 마십시오.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페세이타의 교황, 거대한 크라켄족 르뤼케조차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지난 사흘간 모르드 일행이 그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위대한 바다의 어머니께서 여러분들을 부르시고 계십니다.] [또 뵙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모든 바다가 여러분의 앞길을 도울 것입니다.]교황 르뤼케의 인사를 끝으로, 일행은 심해의 전장을 떠나 다시금 성지로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