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4)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94화
제298장 생존자들의 섬
[너희들은 언제나 내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구나. 참으로 훌륭하도다.]페세이타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로 모르드 일행의 공로를 치하했다.
[염치없는 부탁이다만 언제고 지상의 일에 여유가 생기면 한 번쯤 다시 돌아와 도와줬으면 좋겠구나.]“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르드는 심해 종족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잘 봤기에, 꼭 다시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고맙다. 그래, 이번 일의 포상으로 바라는 것을 말해보겠니?]신들에게 포상받는 일이 너무 잦다 보니 이제는 페세이타도 대충 편하게 원하는 걸 묻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화에 이름을 남긴 이들조차 이 광경을 보면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하리라.
“신성무구를 좀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효과를 더하고 싶습니다만…….”
[그 힘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담을 지기로 하긴 했지만, 그래도 네 신성이 아무런 부담도 안 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노라.]“압니다. 다만 저희끼리 논의해 본 결과 이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설명해 보거라.]“신성무구를 기둥으로 써서 결계영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능동적으로 전장에서 발동하기만 하는 것보다 그쪽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과연. 성물이나 제기(祭器)의 사용법을 따르겠다는 것이로구나.]일반적으로 성물은 들고 다니면서 쓰는 물건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한 장소, 신을 위한 제단에 모셔놓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물을 모신 제단을 중심으로 성스러운 결계영역이 형성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방법을 달리해 보는 게 좋겠구나. 단죄자와 싸우는 동안 네 권능을 우리가 빌리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느냐?]“제 권능을 빌린다고요? 그게 가능합니까?”
[신성무구를 기둥으로 삼아 결계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결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가 하되 너는 신성무구를 통해서 네 권능 ‘영혼 인도자’를 빌려주는 것이지. 이런 방식이라면 네 부담도 적을 것이다.]“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해야 할 것은 우리이니라. 아직 신성을 완성하지도 못한 네게 이런 부담을 지운다니, 천상의 신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그것은 현세의 영웅에게 중요한 사명을 맡기고 지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아직 신조차 되지 못한 이에게 신들이 권능을 구걸하며 부담을 지우는 형국이었으니까.
천상의 신, 그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세 명 중 하나로 꼽히는 페세이타 입장에서는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바다의 백성들의 권역에 형성해야겠구나.]“예. 원래는 피난처로 쓸 만한 영역, 그리고 단죄자들이 쳐들어왔을 때 전장으로 삼을 만한 일정 권역을 생각했습니다만…….”
[도시 전체를 둘러싸는 형태로 결계를 구축하는 것도 문제없으리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종들이 수고하게 되겠지. 다만 그만큼 많은 신성무구가 필요하게 되겠구나.]“그릇은 넘치도록 많습니다.”
모르드는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진은제 무구들을 우르르 쏟아내며 미소 지었다.
* * *
모르드는 이번 일의 포상으로 페세이타에게 200개가 넘는 신성무구를 만들어 받았다.
다른 포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것으로도 한참 부족할 것이다.
케엘도 자신의 몫을 신성무구 제작으로 돌렸다. 200개라는 숫자는 둘의 포상을 합친 결과물이었다.
리온은 천공신 아리타, 대지 여신 멜티스, 태양신 라타스를 해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받았다. 그것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였다.
파르웰은 넥타르 1병, 황금사과 4개, 용성주 1병을 받았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전략적으로 이 물자들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에리우도 똑같이 넥타르 1병, 황금사과 4개, 용성주 1병을 받았다.
달시는 세계 파편의 정보를 받았다. 해저에 1개, 그리고 해상에 3개.
라그나스는 축복을 받았다.
그리고 모르드 일행 외에도 마계화 공략에 참가한 다른 모든 이들은 축복을 받았다.
모르드 일행에 비하면 그들의 공적은 소소한 편이라서 그 이상을 바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조차도 엄청난 포상으로 느껴졌다.
* * *
페세이타에게 포상을 받은 뒤, 모르드 일행은 떠나왔던 바다의 백성들의 영역을 한 번씩 들렀다.
이번 포상으로 200개가 넘는 신성무구를 만들었고, 그것을 도시 곳곳에 설치하여 ‘영혼 인도자’ 효과가 적용되는 결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그 작업을 일일이 함께 할 필요는 없었다. 신들이 신관들에게 계시를 내려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종족의 권역에 찾아가 신성무구를 나눠주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하루를 투자해서, 이번에 새로 얻은 정보에 따라 심해의 세계 파편 1개를 확보하고…….
“우와, 진짜 얼마 만에 보는 태양이야?”
케엘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마침내 바다 밑에서의 일을 끝낸 일행은 로텐다르를 타고 수면 위로 부상했다.
동대륙 해안에서 3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부상했기 때문일까? 하늘은 제법 깨끗해 보였다.
“남대륙으로 가는 항로에서는 벗어난 지역일 텐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저주의 여파가 있군. 정말 지긋지긋하네.”
그럼에도 일부 구름은 저주의 재에 오염되어 있었다. 먹구름과는 다른, 깨끗한 구름에 먼지가 달라붙어 불결해진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좀 더 멀리 나가면 완전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다들 해수면 위로 부상한 로텐다르의 등 위로 올라와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특히 일데르바 일족인 세데아, 케엘, 니스카는 온몸으로 햇빛을 받는 이 시간에 행복감을 느꼈다.
“그럼 가 볼까?”
한동안 해바라기를 즐긴 일행은 다시금 로텐다르를 몰고 움직였다.
이제 로텐다르는 바다 위에서라면 비행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행은 바다 밑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아무리 그래도 적들에게 행적이 발각당할 가능성은 최소화하는 게 옳았으니까.
* * *
란츠는 눈을 껌뻑였다. 꽤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라서 리온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와…….]그는 기가 막히다는 듯 리온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와, 진짜, 와…….]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살다 살다, 아니, 살아 있는 몸은 아니지만 아무튼! 별일을 다 보네, 진짜.]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제자, 리온을 바라보았다.
스승된 자로서 제자의 성장은 기뻐할 일이었다.
그도 자기가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가며 가르친 리온이 쑥쑥 크는 것에 스승으로서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 좀 많이.
[이건 좀 질투 나는데? 나는 진짜 별의별 싸움을 다 했는데도 신혈 개방 5단계도 못 되고 죽었는데…….]역사상 최초로 신성을 완성하여 베르나스 신족이 된 리온을 마주한 란츠는 실로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경이롭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고, 질투가 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나도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래서 모르드 녀석을 만났더라면…….’
이미 죽은 자로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우.]하지만 그는 그런 감정을 오래 끌어안고 있지 않았다. 리온의 심상 세계에 자리 잡고 지내는 동안 죽은 자로서 산 자들을 보며 느끼는 온갖 감정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축하한다, 리온. 내 제자가 이런 위업을 이루어낼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군. 죽어서나마 이런 일을 마주할 수 있다니, 정말 축복받은 일이야.]한숨 한 번으로 감정을 털어낸 란츠가 리온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네가 여전히 나와 마주하고 있다는 건, 아마도 천상에 오르는 것을 거부했다는 뜻이겠지.]“그랬습니다.”
[이유를 묻진 않겠다. 너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스승님이라도 그러셨을 겁니다.”
[건방진 소리 하긴.]란츠가 씩 웃으며 주먹으로 리온의 가슴을 툭툭 쳤다.
[신족이 되어보니 어떠냐? 많은 게 달라졌겠지?]“모든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느낍니다.”
신혈일 때는 힘을 끌어올릴 때, 집중력은 물론이고 전신에 부하가 걸릴 것을 상정해서 모든 근육에 힘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집중력 소모조차 없이 거대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구구구구구구…….
주변 공간이 진동하는 것을 본 란츠가 감탄했다.
[그렇군. 이것이 모든 신혈이 마땅히 지향해야 할 ‘완성된 상태’인가.]심지어 그렇게 힘을 끌어올린 상태조차 부하를 느끼지 않는다.
물론 이 상태에서 보다 힘을 한계까지 끌어낸다면 부하를 느끼겠지만, 지금 상태만 해도 적수가 별로 없으리라.
[좋아. 그럼 어디 붙어보자.]“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리온이 씩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지금이라면…….’
이제 마력과 신체능력 모두 리온이 란츠보다 월등하다.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날 쉽게 두들겨 패시진 못할 거다!’
* * *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았다.
“쿨럭, 컥…….”
리온은 엎어진 채로 피가 섞인 가래를 토했다.
쿠구구구구…….
주변에서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심상 세계이긴 하지만 주변 지형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산봉우리가 몇 개나 날아가고, 강의 물줄기가 바뀌고, 호수가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범람했다.
쿠르르릉…….
뒤늦게 산사태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가뜩이나 단단한 놈이 신족이 되니까 장난 아니군. 내가 이 정도까지 몰릴 줄이야…….]란츠가 거칠어진 호흡을 정돈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리온을 쓰러뜨리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원래부터 무지막지하게 단단했던 육체가 베르나스 신족이 되자 전설의 갑옷이 우스워 보이는 수준이 되었다. 란츠가 정타를 꽂아도 좀 휘청거리고 말 정도였으니까.
물론 리온을 그렇게 만든 것은 란츠의 가르침이었다.
리온이 지닌 튼튼함이라는 재능을 극한의 내구도와 방어력으로 승화시켰으니까.
적어도 리온은 그 점에 있어서는 누구와도 비교를 불허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감각적이고 기교적인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기는 힘들지만 저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완성도가 높아졌던 것이다.
‘내가 가르치면서도 이렇게까지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는데, 신성을 완성하니 목표치를 가뿐하게 상회해 버리는군. 예전이었으면 스승의 위엄을 지키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어…….’
만약 모르드와 만났던 그 당시였다면, 그러니까 생전의 실력 그대로였다면 지금의 리온을 상대로 체면을 구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질 일이야 없었겠지만 제자 상대로 아등바등 밑바닥 보여 가면서 싸우면 이미 막장이지.’
리온은 마투술사로서는 오러의 6단계 수행자.
하지만 그 경험과 방어능력은 다른 동급 마투술사와는 격을 달리한다.
‘공명권역과 오러화의 기술조차 방어할 수 있으니까.’
오러의 6단계 수행자라 하더라도 그 윗단계에 대해서는 감조차 못 잡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 상태에서 윗단계 수행자를 적으로 만난다면?
정보가 전혀 없다는 허점을 찔려서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리온은 공명권역과 오러화, 양쪽 모두를 지긋지긋할 정도로 보고 겪었다.
이만큼 축복받은 환경에서 수행하는 존재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어쨌든 란츠는 리온이 윗단계 수행자를 적으로 만난다 해도 충분히 싸울 수 있도록 단련시켰다. 그걸 위한 방어기술도 몇 개나 창조하고, 개선하여 가르쳤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얼마나 강력한지 몸소 체감한 참이었다.
[멋지군. 정말 훌륭해. 하지만…….]란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베르나스의 후예가 이런 실력으로 신족이 되었다는 건… 정말 운빨이 너무 심하게 좋았던 거다. 알고 있지, 리온?]“…네.”
리온은 힘겹게 몸을 뒤집어 누우며 대답했다.
“친구를 잘 두지 않았으면 절대 불가능했죠.”
베르나스의 후예가 신격을 높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쟁의 위업을 쌓을 기회를 얻는다 한들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패배해서 죽을 뿐이니까.
아무리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안전을 확보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일정 수준을 넘어간 전투는 절대 안전하게 치를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모르드 일행은 그 상식을 가뿐하게 깨부쉈다.
그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온갖 신화적 투쟁의 위업을 이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며, 거의 떠먹여 주다시피 한 말도 안 되는 지원을 받았다.
그래서 리온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의 리온이 지닌 강함은 순서가 거꾸로 뒤집힌 강함이었다.
강하기 때문에 신격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신격을 높였기 때문에 강해졌다.
순수한 기량으로 따지면 리온은 절대 베르나스 신족이 될 만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란츠는 그 사실을 냉정하게 지적했고, 리온은 깨끗하게 인정했다.
“사실 예전에는 좀 양심에 찔리는 기분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런 말을 했더니 모르드가 그러더라고요.”
[뭐라고 그랬는데?]“모로 가도 목적지에만 가면 된다고.”
[음?]“어쨌거나 강해져서 그 힘을 좋은 일에 쓰면 좋은 거 아니냐? 어디 흑마법사들처럼 비인도적인 수단을 쓴 것도 아닌데 떳떳하지 못할 게 어디 있냐?”
[…하여튼 뻔뻔한 녀석이구만.]란츠는 피식 웃었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사실 너한테 양심의 가책 느끼라고 한 소리도 아니었는데 뭘.]“네?”
[다른 놈들이 널 보고 베르나스 신족은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니냐? 베르나스의 후예로서 그런 빡침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역사상 최초로 베르나스 신족이 된 이상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게 너의 의무다. 걱정 마라. 싫어도 그렇게 만들어주는 게 스승인 내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리온은 지옥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