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9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99화
제299장 새벽 반도
“…이상하군.”
북누리의 용황제, 이레티샤 하음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분명히 꺼졌어야 할 운명의 불씨가 살아나다니.”
그는 황궁에 자리한 거대한 탑, 별을 보기 위한 천문대 ‘별바라기’의 꼭대기에서 밤하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력한 예지능력자인 그는 별을 보고 운명을 읽는 점성술사이기도 했다. 자신의 예지능력을 점성술을 통해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확정적인 운명으로 보였는데…….”
“황제 폐하, 부르심을 받아 왔습니다.”
그때 별바라기의 꼭대기에 누군가 올라와서 그를 불렀다.
온누리 제국의 황제가 가진 위상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음은 놀라지 않았다.
“…란팔로제.”
상대가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자, 란팔로제였으니까.
공석에서는 온누리의 진룡장군으로서 이레티샤 하음에게 깍듯하게 예를 표하는 그녀였지만, 보는 눈이 없는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진룡 이레티샤의 화신인 이레티샤 하음과, 진룡 란팔로제의 화신인 에리우 란팔로제는 동격의 존재다.
란팔로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무방비한 것 아닌가? 놈들이 암살자라도 보내면 어떡하려고.”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보는 눈이 전혀 없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황제에 대한 예를 차리지 않고 말했다.
하음이 대꾸했다.
“경비는 충분히 강화해 두었다. 이 안에서까지 이목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나.”
별바라기 자체가 강력한 결계의 보호를 받는 시설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암살자라 하더라도 이 안으로 소리 없이 침투하는 건 불가능하다.
란팔로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놈들을 얕보는 건 좋지 않다. 이홍화부터 시작해서 무신경의 달인만 몇인데…….”
“얕보지 않는다. 그보다 란팔로제 공, 피로는 좀 회복되었나?”
“다행스럽게도. 곧바로 복귀할 생각이다. 내가 없는 동안 분명 큰 출혈을 감당해야 했을 테니.”
란팔로제는 땅과 바다를 오가며 연이어 격전을 치르느라 지쳐 있었다.
슬슬 피로도가 한계에 달할 지경이라 황궁에서 그녀를 불러들였다. 이 황궁에는 신성을 지닌 용족을 회복시키기 위한 신화의 회복 시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하음이 말했다.
“오늘 부른 것은, 장인들이 그대를 위한 새로운 무구를 완성해서다.”
“신룡아면 충분하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 그래서 신룡아와 결합하여 강화하는 형태로 만들었다는군. 공방에 들러서 받아가도록.”
“그렇다면야 고맙게 받도록 하지. 하여튼 드워프 장인들은 포기를 모르는군. 그런 점이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지만.”
“그들은 용족이다.”
하음이 딱 잘라 말했다.
황궁에서 일하고 있는 장인들은 과거에 드워프였던, 하지만 용족화 시술을 받고 용족이 된 이들이었다.
그들을 용족으로 대하지 않는 것은, 용족 사회에서는 부조리한 차별로 여겨져 비난받는 행위였다.
“그래그래. 하지만 다른 녀석들과 달리 드워프라고 불러주면 좋아하는 녀석들이지.”
코웃음을 친 란팔로제가 물었다.
“그보다 조금 전에 중얼거린 말은 또 무슨 뜻이지? 운명의 궤도가 크게 비틀리는 일이 벌어졌나?”
“그렇다.”
“그 수확자 예언자 놈의 예지에 밀린 건가?”
단죄자 측에는 몇 명의 강력한 예지능력자가 존재한다.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재들을, 그것도 수십 년에 걸쳐 태어나고 자라난 모든 이들을 빨아들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 중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예지능력자는 한 명, 수확자 타루넴이었다.
용황제 이레티샤 하음과 예지의 힘을 겨루며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자.
“유감스럽게도 항상 그러고 있었지. 놈이 변덕쟁이가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없었을지도 몰라.”
하음은 다른 이들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음이 예지능력자로서 타루넴에게 뒤처지기 때문이 아니었다.
손에 쥔 패가 너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열 명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카드패로 도박을 벌인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중 아홉 명이 한패거리고, 그들의 자금이 이쪽의 자금을 만 배 이상 상회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쪽이 이길 수 있을까?
하음이 하고 있는 싸움은 그런 것이었다.
란팔로제가 고개를 갸웃했다.
“변덕이라……. 그러고 보니 몇 번 그런 이야길 했었지. 그게 무슨 뜻이지?”
“그걸 이제야 묻는 건가?”
“점쟁이들이 하는 말에 일일이 궁금증을 가져봐야 설명한답시고 자기들만 아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해대니까. 설마 그런 말을 상대가 기분 좋게 들어줄 만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
뚱한 란팔로제의 말에 하음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나와 타루넴은 예지자로서의 성향이 정 반대다.”
사석이었기에 하음은 스스로를 ‘짐’으로 칭하지 않고 ‘나’라고 칭했다.
란팔로제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지하는 놈들의 성향이 정반대일 수가 있나? 어차피 여러 가지 운명의 가능성을 보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방향을 성취하려고 하는 것이지 않으냐?”
“그럼에도 정반대일 수가 있지.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최대한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가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곧 북누리의 목적이기도 하기에 국가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놈은 그렇지가 않아. 자주 한눈을 판다.”
“중요한 목적을 위해 노력하다가도 그럴싸한 운명의 가능성이 보이면 거기에 홀려서 딴짓을 한다, 그런 의미가 맞느냐?”
“그렇다. 특히 자신이 지금까지 예지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이 출현하면 거기에 정신이 팔리는 것 같더군.”
“그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원하는 미래를 거머쥐는 대신 그 가능성이 어디로 튈지 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버린단 말인가?”
“정확하다.”
“그건 우리 입장에서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모른다.”
“…….”
“확언할 수 없다는 쪽이 옳겠군. 놈이 충동적이 되어버리면 나도 놈의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이 경우에는 우리 쪽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지.”
“아무 생각 없이 주사위를 던져놓고 결과가 잘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 하여튼 점쟁이들이란.”
혀를 찬 란팔로제가 말했다.
“그래서 그놈의 변덕 덕분에 네가 확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예지가 변수가 되었다는 뜻인가?”
“우리에게 나쁜 변수는 아니긴 하지만…….”
하음이 별바라기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거대한 천문대의 천장은 돔 형태로 되어 있었으며, 사용자들이 원하면 열리면서 밤하늘을 드러내는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낮에는 돔 천장에 하늘의 영상을 투영한다. 낮에도, 혹은 먹구름이 잔뜩 낀 날에도 태양의 빛을 지우고 맑은 날의 밤하늘처럼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 별바라기의 기능이었다.
란팔로제가 물었다.
“혹시 남부전선의 일인가?”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 암사자가 있으니까.”
“그녀는 제법 활약해 주고 있긴 하다. 덕분에 남부전선은 숨통이 좀 트였지. 안 그랬으면 하르그티온 예림과 이연우는 내내 남부전선에 발목이 붙잡혀 있었을 텐데…….”
“머릿수가 꽤 많아졌다고 들었다. 아무리 동맹을 맺었다지만 너무 방관하는 거 아닌가?”
“상관없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지원자만을 세력으로 들이겠다는 약속도 확실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이 땅에 남겨질 존재들이다.”
“흠…….”
란팔로제는 석연치 않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음은 화제를 돌렸다.
“아까 했던 이야기는 바다의 일이다. 대륙의 남쪽 바다는 죽음으로 향해갈 운명이었다. 완전히 놈들의 손에 장악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이었지. 이유는 너도 짐작하겠지?”
“대군주 백경.”
란팔로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진룡장군으로서 지고병기 푸른 거북 호를 운용하는 그녀는 지금까지 바다를 누비면서 대군주들과 몇 번이나 마주했다.
그녀가 멀리서나마 직접 맞닥뜨렸던 대군주는 셋.
“무서운 놈이었지. 다른 놈들과는 움직임의 차원이 달랐다.”
다른 대군주들은 덩치가 크고,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지만 푸른 거북 호의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다. 그들이 내세운 병력을 격파한 뒤 이탈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군주 백경만은 예외였다. 충분히 먼 권역에서 포착하고 이탈하는데도 마치 수족처럼 조종되는 수많은 병력들 때문에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었다.
“그래. 그런데… 봐라.”
하음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둥근 천장에 비친 밤하늘의 형상에 변화가 일었다. 쏟아지는 별빛들 중에 유난히 밝게 타오르는 빛이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이 아니라 점성술사들이 예지의 힘으로 포착하는 운명의 불빛이었다. 별바라기라는 시설이 그것을 시각화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게 백경이다.”
그리고 백경과 그를 둘러싼 빛이 빠르게 꺼져가고, 그 주변에 까맣게 죽었던 영역에서 무수한 빛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백경을 격파했다는 건가?”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예지해 봐야겠지만… 놀랍게도 여기 관여한 존재 중 하나는 그대도 아는 인물이다. 우리와 매우 가까운 운명의 소유자이기에 알아보기 쉬웠지.”
“설마…….”
란팔로제의 표정이 굳었다.
“…에리우라고?”
“그래.”
“하, 기어이 끝없는 폭풍을 넘어왔단 말인가?”
반역의 용군단이 최정예를 이끌고 끝없는 폭풍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푸른 거북 호와 붉은 거북 호라는 지고병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수단 없이 끝없는 폭풍을 넘어오다니…….
“물론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자들이었지. 그럼에도 놀람을 금할 수 없구나. 대체 어떻게 대군주 백경을 처치했단 말인가? 놈들에게도 지고병기와 동급의 무언가가 있었나?”
“즐거운가?”
“뭐?”
“그런 얼굴은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
그제야 란팔로제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그녀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어진다. 서대륙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모르드 일행에게 죽어간 이들의 면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음은 그녀의 표정을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심장… 그래, 그 ‘에리우’가 이 땅에 온 이상 또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대와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저쪽은 별방망이를 갖고 있지.”
“…과연. 그래서 신룡아의 강화에 열을 올린 것인가?”
“그렇다.”
“황제 폐하의 성은에 감읍하나이다. 진심이야.”
“엎드려 절받기는 되었다. 어쨌든 그 ‘에리우’를 포함한 저들이, 확정적인 운명조차 뒤집어엎을 정도의 놀라운 변수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디 그들의 움직임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만약 그렇다면?”
“무슨 뜻인가?”
“그들이 우리의 예상을, 계획을 뒤집어엎을 정도의 변수라면 어쩔 것인가?”
“…….”
그 말에 하음은 곧바로 대답하는 대신 무겁게 침묵했다.
한참 동안 말을 아끼던 그는 무수한 운명의 빛으로 가득한 별바라기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다 해도 계획은 변함없이 진행될 것이다. 이제 와서 실낱같은 변수, 그것도 우리에게 적대적인 존재들에게 희망을 걸고 도박을 벌일 수는 없으니까.”
“…….”
란팔로제는 하음의 말에 뭐라고 의견을 내는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하음은 그런 란팔로제를 슬픈 눈으로 보며 말했다.
“희망의 불빛을 보여주며 우리가 이끌리기를 기대했다면… 10년, 아니, 아무리 늦어도 5년은 더 일찍 왔어야지.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이 길 말고 다른 길이 없어.”
란팔로제는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