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ll-time healer getting stronger and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99
299/외전23
외전 5. 구도자 메시 (5)
‘위대한 전사는 가장 높은 곳을 사랑한다.’
바츌렘 부족의 전사라면, 누구나 이 말을 기억한다.
부족을 지켜 주는 민족의 영산이자 꼭대기에 전사의 신전이 있는 ‘카울라스크’의 가호를 받는 이상. 저 말을 모두가 기억한다.
아, 카울라스크.
진정한 전사가 아니면 범할 수 없는, 몹시도 높고도 긍지 높은 산맥이여.
당대 가장 뛰어난 전사만이 저 영산에 오를 권리를 쟁취하며, 이는 혈족 대대로 내려오는 무궁한 영광이다.
진정 뛰어난 이는, 카울라스크 꼭대기에 있는 전사의 신전에 자리 잡아 전사의 신 ‘악타카’를 영원히 모시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바그람! 우리를 꼭 기억해 줘! 악타카 님께 우리가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꼭 말씀드려 줘!”
“바그람, 넌 우리 부족의 자랑이다!”
“바그람……!”
무수한 부족민의 염원이 내게 전해진다.
아!
전사의 신전에 전사가 가득 차게 되면, 전사의 신 악타카가 군대를 이끌고 카울라스크에서 내려와 세상을 정화한다는 ‘그날’.
나는 그날을 위해, 부족을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전사로서 이 산을 오른다.
‘먼저 오른 선열들이 계실 테지만, 나 정도 전사라면 절대 꿇리지 않을 것이다.’
바츌렘 부족의 바그람.
전사의 신, 악타카 산하 최강의 전사로 군림하기 위해 이 산을 오른다.
*
“예하, 이 새끼 웃는데요?”
“그 녀석, 일어났느냐?”
“아뇨. 좋은 꿈을 꾸나 본데요.”
타닥타닥…….
눈을 파서 지은 굴속에서 장작을 꺼내 따뜻한 불을 일으키자, 쓰러진 야만인이 기분 좋다는 듯 히죽거렸다.
메시는 어이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나 참… 별 웃긴 녀석을 다 보겠구나. 이 산의 원주민인가?”
“입고 있는 외투가 예하께서 주신 외투랑 비슷한 걸 보면, 예하가 말한 산맥 너머의 인간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비슷하긴 하구나.”
메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전에 있었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퍽.
“크아악!”
“뭐야, 이건.”
메시는 갑자기 덤벼든 짐승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발로 걷어차 버렸다.
날아가는 짐승이 쌓인 눈 표면을 긁자, 눈사태가 일어난 듯 폭발이 일어나며 절벽 아래에 처박힌다.
쿠르르르…….
“저, 예하. 짐승이 아니라… 사람 아닙니까?”
“사람?”
호날드의 문제 제기에 메시는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이 있다는 건, 1년간 눈 쌓인 산맥을 헤맨 두 사람에게 몹시도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맞네, 사람.”
눈을 치우고 짐승을 꺼내자, 메시는 그것의 정체를 확신했다.
“그런데… 왜 우리를 공격했을까요?”
“글쎄다. 배가 고팠나?”
메시는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불길에 가져다 댔다. 아마 이 달콤한 냄새 때문이라도 얼른 정신을 차릴 거라 예상하며.
*
전사를 만났다.
카울라스크를 오른 지 한 달이 된 무렵.
누군가 떠드는 소리를 듣고 나는 그리로 재빨리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눈발을 해치고 걷고 있는 두 인간을 발견했다.
‘뒤따르는 자의 복장은… 광영의 수호복이 아닌가!’
광영의 수호복.
49종의 신령스러운 영수 가죽과 죄인의 피부로 만드는 광영의 수호복은 카울라스크의 한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외투이며, 부족 최고의 전사만이 카울라스크에 오를 때 입을 수 있다.
자신과 똑같이 이것을 입었다는 건…….
‘나보다 먼저 악타카 님의 품에 안긴 전사구나!’
그것을 깨닫자 나는 반가움보단 강대한 호승심을 느꼈다.
항상 궁금했다.
당대 부족에서 나를 상대할 자는 없지만, 만일 전대 또는 전전대 최고의 전사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크흐흐… 강한 자만이 악타카 님을 더 가까이서 모실 수 있는 법. 날 원망치 마시오.’
역풍을 타고 천천히 전사를 향해 접근했다.
이리도 추운 곳에서 손도끼를 쥔 손에 땀이 찬다. 그만큼 선조님을 상대하는 일에 내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멈출 순 없다.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니까.
‘광영의 수호복을 입은 자는 전사, 안 입은 자는 노예쯤 되겠지. 노예부터 빠르게 처리해 재빨리 단기 전투로 상황을 이끈다.’
머릿속으로 작전과 전투를 상상한다. 혀를 날름이며 얼어붙은 입술에 온기를 나눠 줌으로써 정신과 감각을 일깨운다.
마침내.
“죽어라아아앗!”
숨어 있던 눈 무더기 속에서 뛰쳐나와 손도끼를 매섭게 휘둘렀다.
‘죽여도 전사라면 악타카 님이 살려 주시겠지!’
나는 악타카 님의 권능을 믿었다. 정 안 되면 내가 약한 전사의 몫까지 더 싸우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이상한 광경을 봐야만 했다.
단 한 번도 사냥감을 놓친 적 없던 내 손도끼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으며.
가뿐하게 피한 노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압도적인 기세가 일순간 내 복부에 몰려드는 듯한 기분이…….
어?
기분이 아니라 진짜였다.
콰르르르르!
이후 정신을 차려 보니 붙잡혀 있었다.
두 전사는 나를 한참이나 내려다보더니, 서로 뭐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가 없군. 전사들의 언어인가? 하긴… 악타카 님과 대화를 하려면 신의 언어를 또 익혀야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 기절하기 전에 느꼈던 그 엄청난 힘을 도로 떠올렸다.
‘대단했어. 진정한 전사의 힘이다. 나 따위… 당대 최고의 전사니 뭐니 했지만, 사실 앞서 간 선조들의 노예만도 못했던 건가… 저분들에 비하면 새끼 고블린에 불과했던 거지…….’
부끄러움과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런 줄도 모르고 선조께 덤벼들었다니…….
어찌 눈을 마주친단 말인가?
낯이 뜨거워짐에 얼굴도 못 들고 있는데, 맛있는 냄새가 가까워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자신을 쓰러뜨린 노예가 고기를 막대기에 꽂아 건네고 있었다. 마치 먹으라는 듯.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실력에서도 졌지만, 영혼의 성숙함에서도 지고 말았음을.
전사의 신전에 오른 위대한 전사는, 진정으로 위대했음을.
*
“이 녀석, 잘 먹는데?”
“배가 고팠나 보네요. 난 흰 원숭이 고기는 이제 질리는데.”
“날드, 넌 배가 불렀어. 우리의 양식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습격해 주는 그 녀석들이 아니었으면 산맥을 어찌 넘었겠느냐.”
“아, 제 이름 똑바로 부르라고 했죠! 왜 자꾸 앞을 잘라먹으세요!”
“네 이름은 앞으로 날드다. 그냥 그렇게 알아.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아, 진짜!”
두 사람이 투닥투닥 대는 와중에도, 야만인은 팔을 뻗어 새 꼬챙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화풀이 대상을 찾던 날드는, 야만인의 머리를 빡 때리더니 그만 좀 먹으라며 잔소리를 해 댔다.
웃긴 건, 반발해야 할 그 야만인이 꼼짝도 못하고 풀 죽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말았다는 거다.
‘분명 날드 같은 샌님보다 강할 텐데… 나 때문에 날드의 실력까지 오판한 건가?’
메시는 상황이 우스워 피식 웃었다.
이후 두 사람과 한 야만인은 서로 대화가 어렵다는 걸 눈치채고 온갖 손짓 발짓을 통해 기본적인 대화를 나눴다.
“바그람, 바그람!”
자신을 가리키며 ‘바그람’거리는 걸 보니, 이름이 확실했다.
메시와 날드가 똑같이 자기소개하자, 바그람은 아주 기쁘다는 듯 가슴을 쫙 펴며 ‘우! 우!’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메시로선 그가 어디서 왔는지,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왜 습격했는지 따위를 묻고 싶었지만…….
“꿔드리 마들 쿠렌테 오바쿠야크.”
저런 대답이 돌아오는데, 어찌 알아먹겠는가.
‘뀨가 있었다면, 통역할 수 있었을까.’
메시는 그녀의 부재를 안타까워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메시가 내린 방법은 하나였다.
‘그냥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알아서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그 방법밖에 없었다.
구체적인 사정을 서로 나누기 어려우니, 별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
저 녀석도 사람이었다. 의식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메시는 그때까지 바그람이라는 자를 앞세울 참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성과가 기대하지 않던 의외의 사람에게서 나왔으니…….
“얘, 꼭대기로 간다는데요?”
“……?”
“음… 무슨 신전을 말하는 거 같은데. 그게 꼭대기에 있나? 우리가 지나올 때 그런 게 있었나요?”
“……?”
대체 어떻게 알아듣는 거지.
메시가 놀라서 날드에게 물으니, 그 답이 기가 막혔다.
“눈치껏 때려 맞추는 거죠. 잘 보세요. 얘가 그림 그려 놓은 거. 이 세모난 게 우리가 있는 산이고, 그 위에 뾰족한 걸 그려 놨잖아요.”
“이게 그렇게 해석된다고……?”
메시는 눈 덮인 바닥에 그려 놓은 그림들을 유심히 봤지만, 전혀 그런 의미로 읽히지 않았다.
사실, 바그람도 무기를 휘두르고 사냥만 하던 인간이라 그림은 투박하고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니 알아먹는 게 이상한 상황.
그러나 똥도 약에 쓸 수 있는 것처럼, 날두도 쓰임새가 있었던 것이다.
“계… 계속 물어봐라.”
메시도 조금 당황하여, 말을 더듬고 말았다.
주절주절, 슥슥.
바그람은 계속해서 뭐라 지껄이며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날드는 이해한 건 동그라미, 이해 못 한 건 엑스 자를 그리며 대응했다.
그리고 날드를 통해 해석되어 나오는 이야기는 메시에게 놀라운 것이었다.
“전사의 신전이라…….”
“위대한 전사는 그곳에서 악타카라는 신의 부하가 된다네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 전사인 줄 알고 호승심에 덤벼 본 거죠.”
“악타카―!”
아는 명칭이 메시와 날드의 대화에서 나오자, 바그람이 버럭 외쳤다. 적어도 그 이름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건 확실해졌다.
날드의 지레짐작과 의역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는 바그람의 반응과 겹쳐 그럴듯하게 들렸다.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선 어림짐작으로 끼워 맞춘 게 많겠으나 큰 틀에 있어선 날드의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했다.
‘부족의 신앙 같은 건가… 하긴, 황혼의 산맥 같은 게 뒷마당에 있으니 그런 종교적 신앙이 안 생기고 배기겠나.’
자신만 해도, 처음 황혼의 산맥을 보았을 때 그 크기와 위용에 압도당하지 않았었나.
8왕국 사람들도 황혼의 산맥 근처에 살았으면 종교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가이아가 아니라 악타카 비스므리 한 걸 모셨겠지.
어쨌든 좋은 성과였다.
종교는 미지에 속한 이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주요한 열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기 전의 좋은 공부인 셈이다.
거기다 길잡이로 삼을 인재까지 나타났으니, 금상첨화였다.
“우릴 마을로 안내하라고 해 봐.”
“해 봤는데, 안 된다는데요?”
“뭐?”
예상치 못한 거절에, 메시가 바그람을 쳐다보았다. 바그람은 찔끔 놀라 뭐라 뭐라 떠들어 대며 그림을 그렸다.
“그러니까… 이곳을 카울라스크라고 하는데, 여길 오르기로 한 자는 다시 내려가선 안 된다고 하네요. 내려가면 전사의 신전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주 모질게 구는 모양입니다.”
“전사의 신전은 무슨. 다들 얼어 죽었겠지.”
저 부족민이 황혼의 산맥을 건너오는 배경을 이제야 알 거 같았다.
마을로 돌아갈 수가 없으니 전설 속의 신전을 찾아 헤맸을 테고, 부족 최고의 전사쯤 되니 쉽사리 죽지 않았을 터. 그러다가 황혼의 산맥을 건너 버린 것이다.
그 고생 끝에 산을 내려와 마물의 밥이 된 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결말이지만, 날드에게 건네준 외투의 주인도 그리 죽었을 것이다.
“바보야, 전사의 신전이 아니라 하늘나라겠지! 너희 선조는 다 죽었어!”
날드의 패드립에도 바그람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차라리 못 알아듣는 게 다행일지도.
메시는 날드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차라리… 이게 잘된 거 아닐까 싶다만.”
“예? 잘되긴 뭐가 잘돼요. 이러다 계속 산맥을 떠돌게 생겼구먼. 이 녀석을 어떻게든 설득해야죠.”
“쯧쯧… 이런 단세포가 내 밑에서 어찌 나왔을까.”
메시는 혀를 차곤, 부족한 후손에게 가르침을 내렸다.
“설득이란 건 말이다… 저들이 가장 바라마지 않는 것을 보여 주면서 하는 거란다.”
*
바츌렘 부족의 당혹감은 삽시간에 번져 나갔다.
저 멀리. 카울라스크에서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는데, 시력이 야생동물처럼 좋은 바츌렘 부족민들은 금세 신원을 파악했다.
바그람이었다.
역대 가장 뛰어난 전사라 칭송받던 바그람이, 전사의 신전에 들지 못하고 마을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악타카시여! 바그람으로도 정녕 부족하단 말씀이십니까!”
“바그람, 저 못난 녀석이 일을 그르치고 말았어!”
마을의 족장부터 시작해, 제사장과 원로까지 나서서 바그람을 비난하자 모든 마을 주민이 휩쓸려서 분노했다.
부족민들의 곁으로 돌아온 바그람은 예상했던 폭풍을 맞이해야만 했다.
“바그람, 넌 진짜 전사가 아니었던 거다!”
“한심한 녀석 같으니!”
“나였더라면 부끄러워서라도 마을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에, 바그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모든 부족민의 선망 대상이자 우러름을 받던 자신이었기에 이토록 태도가 달라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바그람은 돌아온 이유가 있었던 바. 차분히 이야기를 꺼냈다.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내가 돌아온 것은 진정한 전사가 아니기 때문도 아니고, 악타카 님을 뵙지 못해서도 아니요.”
“닥쳐라, 이젠 거짓말쟁이가 된 거냐!”
“역시 악타카 님은 틀리지 않았어. 네놈의 본모습을 꿰뚫어보고 자리를 내어 주시지 않은 거다!”
어디선가 돌이 날아와 바그람의 이마를 때렸다. 퍽, 소리와 함께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럼에도 돌팔매질은 멈추지 않고 바그람에게 쏟아졌다.
시간이 흐르자 점차 던져지는 돌들이 기운을 잃어 갔다. 마지막 돌이 바그람에게 닿지도 못하고 바닥을 구르자 모두가 침묵했다.
수백 개의 매서운 돌을 맞았음에도, 전신이 피범벅이 되었어도, 바그람은 제자리에 서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모두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백에 압도당하자 바그람은 말했다.
“나는 카울라스크에 올랐소. 그리고 전사들을 만났지.”
“그, 그럼 어째서 되돌아왔단 말이냐?”
“난 그곳에서 악타카 님의 사자와 대화를 나눴고, 그분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소.”
“뭣이!”
기가 막힌다는 듯 늙은 제사장이 걸어 나왔다.
“네놈, 악타카 님과 연결될 수 있는 건 오로지 제사장인 나뿐이다. 그것을 알면서 감히 요설을 늘어 놓느냐!”
“요설이 아니오. 악타카 님의 사자께선 내게 말씀하셨지. 곧 ‘그날’이 오니, 먼저 신의 사자를 보내 이 땅을 번성케 하고 우리를 준비시키겠다고 말이오.”
“이, 이놈이… 끝까지 거짓부렁을……!”
제사장이 분을 참지 못해 바들바들 떠는데.
그 순간, 황금의 빛이 바그람의 전신을 휘감았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 피투성이였던 바그람은 시간을 거스르듯 원래대로 돌아갔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묵묵히 그들을 바라봤으니까.
그것은 진정 신의 권능이 현현하는 순간을 목도한 것과 같았다.
제사장을 포함, 부족민들이 입을 쩍 벌리고 어떤 말도 하지 못할 때.
바그람만이 몸을 돌려 자신이 걸어온 길을 가리켰다.
“저분이 바로, 우리를 인도해 줄 악타카 님의 사자요.”
그곳엔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부족민들은 자연스럽게 앞에 선 자를 쳐다보게 되었다.
광영의 수호복을 입은 전사의 호위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으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가이아의 사도…….
아니, 이젠 악타카의 사자.
메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