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eveloper Who Left the Company Is Too Competent RAW novel - Chapter (171)
퇴사한 게임 개발자가 너무 유능함 171화
100. 아케이드(3)
정말 크라잉소프트에서 연락이 왔다.
-섭섭하네요!
“……?!”
다짜고짜……?
태연은 당혹감을 애써 감추고 타키자와 사토시에게 물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섭섭하셨습니까?”
-우리 동맹을 넘어선 혈맹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그러니까 어떤 부분을…….”
-게임기 말입니다! 아케이드 게임기 제작 대회!
“아…….”
-왜 우리만 빼놓는 겁니까?! 우리도 아케이드 게임기 좋아하는데!
태연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 쉬고 말했다.
“크라잉 소프트는 이미 굉장히 큰 규모로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이미 크라잉 소프트는 일본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꽤나 큰 규모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하고 있었다.
“아마추어들의 축제에 프로가 끼면 반칙이죠.”
-그건 억울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머큐리 게임즈에 아케이드 게임 전문가들도 많을 텐데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최고 인재들을 긁어모으는 곳이니까요!
“음…….”
-그리고 이미 국제적인 규모의 프로젝트가 됐고 일본에서도 우리 회사의 참여 여부에 관심이 많은데…… 여기까지 온 이상 우리만 빠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그냥 끼워 주세요! 혈맹이잖습니까!
설득력이 있다!
태연은 한숨 쉬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 * *
[몬스터 이터 개발사, ‘크라잉 소프트’도 아케이드 게임기 제작대회 참전!]또다시 업계가 들썩였다.
-결국 크라잉 소프트까지 참전하는구나.ㅋㅋㅋ
└어, 그런데 저건 좀 반칙 아닌가? 크라잉 소프트는 이미 아케이드 게임 산업 크게 하고 있을 텐데…….
└이로서 한미일 모두 참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어버렸구나!
└더 이상 물릴 수도 없게 됐음!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락실 시대의 부활을 목표로 달려보즈아!!!!!
게이머들, 그중에서도 오락실의 부활을 간절히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각각 한미일을 대표하는 거대 게임 회사들의 공동 프로젝트가 아닌가?
이렇게 되니 대회를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각국, 혹은 각 회사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겠는데?
└내가 보기에는 크라잉 소프트 쪽이 유리하긴 한데…… 머큐리, 마스 쪽도 만만치 않을 듯, 본진이 미국이고 인재풀도 굉장히 넓잖아. 이쪽 분야 매니아들도 굉장히 많이 있을 텐데…….
└한국 쪽이 제일 불리하네. 그래도 태연이 형이 어떻게든 해주리라 믿는다!
이런 분위기를 관계자 직원들도 감지했다.
“회사 대항전이라고……?”
“이게 원래 그런 의도로 개최한 이벤트는 아니었을 텐데……?”
“부담스럽게…… 일이 왜 이렇게 커지는 거야?”
원래 이런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승부욕이 불타오르네.”
“이렇게 되면 진지하게 실력 발휘 한 번 해봐야겠어.”
“개인전으로는 불리할 테니 팀을 모아야겠군.”
* * *
이태영 이사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태연에게 물었다.
“지금 다들 아주 난리 났던데, 알고 있어?”
“네. 뭐…… 여기저기 들뜬 분위기가 눈에 띄더군요.”
“어떻게 할 거야. 일이 너무 커졌는데…… 이 정도면 진짜 세계 대회라고 불려도 될 것 같아.”
손영상 이사의 말에 태연은 피식 웃고 말았다.
상석에 앉아 있던 유진성 회장도 입을 열었다.
“다른 것보다, 진짜 게임 센터 열 거야?”
태연은 말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향긋함이 기름진 입맛을 기분 좋게 씻어주는 기분이었다.
“이게 사업성이 있겠냐? 내가 알아봤는데 지금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일본…… 겜돌이들 아주 축제 분위기더라. 팝업 스토어 같은 꼼수 안 통해.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해.”
“제대로 해야죠.”
태연은 작게 미소 지었다.
“사실 이 정도의 일을 고려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 해보고 매년 이런 식으로 행사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이번 대회 상황을 좀 봐야겠지만.”
“오호, 연례행사로 하겠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야. 여기서 규모가 더 커지면 진정한 의미의 세계 대회 레벨로 발전시킬 수도 있겠지.”
유진성 회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 대회가 흥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긴 하겠지만. 뭐, 그건 그렇고…… 너 진짜 혼자 참여할 거야?”
“네.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참여하는 건 좋은데…… 정말 잘해야 한다. 요즘 어린 개발자 친구들은 너를 무슨 개발의 신 정도로 생각하던데, 그네들 믿음을 배반하지는 말아야지.”
“실망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 재미있는 아이디어니까요.”
자신 있는 미소에 유진성 회장과 두 이사가 관심을 보인다.
“무슨 아이디어냐? 귀띔 좀 해줘라.”
“…….”
“야, 너 치사하게…… 우리한테는 비밀로 할 필요 없잖아.”
“시간이 됐군요. 슬슬 일어서죠.”
“못 가! 듣기 전에는 어디도 안 가! 그러니까 당장 실토해! 무슨 아이디어야? 앙?!”
늦은 밤.
윤아를 재운 태연은 혼자만의 작업을 시작했다.
‘딱 한 시간 정도만 ‘정령사 이야기-더 월드’ 작업을 진행하자.’
속도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미 모든 소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 버전의 인공지능 비서, 로아의 성능이 눈부시다. 어지간한 코딩은 알아서 하고, 복잡한 것도 제대로 가이드만 해놓으면 거의 완벽히 해낼 정도였다.
조건만 놓고 보면 속도가 빨라야 정상이지만…….
‘1인 개발이라는 점이 아무래도 크군.’
이게 작업이 더딘 첫 번째 이유.
‘아무래도 보여지는 게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분명히, 정령사 이야기와 소스를 공유하긴 하지만 플레이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UI 디자인 등, 아예 처음부터 새로 작업해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룰을 정하는 것도 생각보다 까다롭단 말이지.’
지나치게 방대한 자유는 목적 없는 방황만 낳을 뿐.
어느 정도 룰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창작과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엄청난 자유도를 지닌 것 같지만, 실은 그 모든 것이 설계 범위 안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운영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나 처치가 힘들어진다.
‘내규를 정하는 것도 굉장히 까다롭고…….’
이런 샌드박스 게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주요 이용층 보호다.
예를 들어 저연령층이 주요 타겟이라고 한다면 그들을 보호할 수 있을 다양한 장치들을 따로 설계하고 구현해야 하는데, 이게 어지간한 모바일 게임 하나 만드는 것 이상으로 손이 들어간다.
“나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건전한 게임을 목표로 하니…… 특히 바이브 행위에 대한 규제 장치를 엄격히 마련해야겠지.’
지금 하는 작업이 바로 이런 부분들을 정리하는 것.
어쩔 수 없이 현재 운영 중인 기존 샌드박스 게임들을 참고하고, 분석하게 된다.
“별걸 다 규정하게 되단 말이지.”
이를테면 다른 게임에서는 상상도 못 할 규제 행위가, 여기서는 당연하게 이뤄져야 한다.
오더 행위 금지가 그렇다.
보통 오더(order)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Online Dater의 줄임말이다.
온라인 미팅이 게임의 주목적인 이들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미성년자들이 주로 하는 게임에서 다가와 데이팅을 제안한다……?
범죄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주 이용층의 정서상으로도 몹시 좋지 않은 행위니 규정에서 금지해 버리는 것이다.
일반 게임과 달리 액션 등의 플레이가 아닌, 커뮤니티가 주목적인 게임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문제는 운영 차원에서 선제 대응이 참 힘들다는 건데…….”
기존 샌드박스 게임들이 바로 이 오더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곤란을 겪는 중이다. 제재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하다.
이것만 보기 좋게 해결해도 샌드박스 게임 유저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만들어보는 장르라 어렵군.’
길이 보이지 않으니까.
마치 등불 하나를 들고 끝없이 방대한 어둠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태연은 웃었다.
‘재미있어.’
시간이 오버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을 더 쏟아부었군.’
그만큼 아케이드 게임기 제작에 쏟아부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일은 휴일이지만 윤아와 약속한 것이 있으니…….’
휴일은 일을 하지 않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결혼 당시 정했던 약속이었다.
정말 급하면 어쩔 수 없지만, 가급적 휴일만이라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자는 의미로 정한 것이다. 태연뿐만 아니라 윤아 역시도 주말에는 스케줄을 잡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었다.
‘남은 시간은 한 시간, 그 안에 최대한 구상을 끝내보자.’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열어 태블릿을 잡고 스케치를 시작한다.
‘게임 센터를 정액제로 오픈한다는 계획이니 판단 플레이 타임을 짧게 가져갈 필요가 없지.’
동전을 넣고 즐기는 게임이 아니다. 최대한 오래, 많은 사람을 중독적으로 붙잡아 두고 경쟁시킬 수 있는 게임이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레이싱 게임을 만들자.’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할 생각이다.
AR, VR 등등.
아예 캡슐 형태로 유저를 집어넣고, 그 안에 카트와 다양한 장치를 꾸며 실제 레이싱을 즐기는 듯한 체감을 선사할 생각이다.
‘원본 리소스는 넥플에서 서비스 중인 어메이징 레이싱 게임으로…….’
찬란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게임으로, 한때는 어마어마한 매니아를 보유했었다.
지금은 빛을 꽤나 잃었고 유저 이탈화도 극심했는데, 태연으로서도 이 부분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서버 종료를 검토 중인데, 한때 그 게임을 열심히 즐겼던 태연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게임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개발팀에게나 유저들에게나 서로 좋은 일이지.’
창고로 이동, 먼지만 쌓이는 중인 레이싱 게임 세트를 꺼냈다.
무려 해외 레이싱 게임 전문 개발사가 이탈리아 유명 슈퍼카 회사와 협업으로 판매한 키트로, 휠 중앙에 슈퍼카 로고가 박혀 있다!
한정판이었기에 당시 꽤나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제품이었고 좋아했던 세트였지만…….
‘결혼과 동시에 창고행이 되어야 했지.’
유부남들 중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가정이 더 우선 아니겠나?
그것을 다시 꺼내 들려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선은 이걸 활용해서 뼈대 정도만 잡아보자.’
레이싱 휠, 페달, 플레이 키트, 거치대 등등…….
작업실에 설치를 마치고 나니 가슴 속 깊은 곳이 근질거린다.
‘정말 좋아했던 게임이었는데…….’
지금도 많은 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다!
‘딱 한 번만 해볼까?’
워낙 잘 만들어진 게임이니 분명 참고할 사항이 있을 것이다!
드드득!
어느새 태연은 게임을 작동시킨 채 레이싱 휠을 미친 듯 돌리고 있었다.
‘훗 실력이 죽지 않았어.’
배틀 드라이버 ‘챌린저’ 등급을 찍었던 재능은 그대로였다!
‘자, 그러면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판만……!’
“오빠.”
“……!”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언제 왔는지, 잠옷을 입은 윤아가 작업실 한편에 놓인 소파에 앉아 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아케이드 게임기 제작한다더니…… 게임하고 있었네?”
“…….”
“하려면 좀 조용히 하던가, 시끄러워서 잠 다 깼네.”
“…….”
“이제 그만 하고 좀 자지?”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태연은 게임을 끄고 조용히 작업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