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화폐 전쟁 (11)
일만 년이라는 기나긴 수명을 살아가며, 아르카디아의 조율자이자 수호자라는 사명을 갖고 탄생한 초월종 드래곤.
신의 축복을 한 몸에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한 신체와 무한대에 가까운 마나의 통제력을 가진 이들은 마법의 종주이자 창시자로서 태초부터 지금까지 대륙 전체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떨치며 이 세계의 역사를 써 내려 나갔다.
영원할 것만 같던 강대한 제국도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기도 했으며.
대륙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재앙과 위기들을 막아 냈고 무찔렀으며.
마법이라는 새로운 혁신과 진보를 선사하며 아르카디아의 문명 전체를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 어떤 강대한 세력도 감히 쉽사리 건드리거나 상대하지 못하는 압도적인 힘과 지성을 가진, 그야말로 언터처블에 가까운 존재이자 동시에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혈통을 가진 노블레스(Noblesse)의 정점에 자리한 이들에게는 한 가지 크나큰 결점이 있었다.
탐욕(貪慾).
반짝이고 값진 물건에 이상한 집착을 보이며 가지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 일만 년이라는 기나긴 수명이 허락된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 인근의 국가와 도시, 마을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온갖 값진 보석과 귀금속들을 거의 강탈에 가까운 수준으로 모조리 뜯어갔다.
[그거…… 꽤 재밌어 보이는 물건이군. 죽고 싶지 않으면 나에게 바쳐라.] [내일까지 나에게 황금의 산을 갖다 바쳐라.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네놈의 왕국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내놔.] [뭐 괜찮은 거 없냐?]마치 하나의 설정과도 같이 종족 전체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단단히 뿌리 박혀 있는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재물에 대한 집착과 탐욕. 그리고 도무지 저항하거나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이들의 무력 때문에 속절없이 모아 놓은 온갖 재물을 강탈당하며 살아온 무수히 많은 아르카디아의 문명들. 이건 인간만이 아니라 엘프, 드워프를 비롯해 지성이 있는 모든 종족이 똑같은 피해자였기에 드래곤의 레어에는 정말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이, 이건 자이언트 로드의 흉갑……?”
“레, 레몬! 여기 와서 이것 좀 봐. 해저 왕국의 유물이래!”
“이런 미친……. 9, 9 클래스 마법서?”
“최상급 마나석이…… 이렇게 산더미로 있다니…….”
일만 년이라는 세월을 거의 다 살아온 노땅이자 인생의 말년을 살아오던 에이션트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 그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애플과 레몬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한참 동안 얼어붙었다.
“어때요? 좀 물건이 많기는 하죠?”
그런 그 둘의 반응을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이 실실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어 오는 재영의 말에 애플과 레몬은 꽤 격양된 목소리로 답했다.
“이, 이게 많은 정도예요? 도무지 얼마나 많은 건지 가늠조차 안 되는데…….”
“게다가 여기 있는 물건들, 하나하나가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엄청난 것들뿐이잖아요. 이런 게 아르카디아에 풀려 나가게 된다면 도대체가…….”
등급을 확인하면 죄다 전설 등급으로 반짝이는 온갖 종류의 다양한 아이템들. 거대한 방벽처럼 끝을 보이지 않고 늘어서 있는 아이템들이, 어림잡아도 수천, 수만 개가 넘어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이 모조리 전설 아이템이라는 사실에 레몬은 등 뒤에서 밀려오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잠깐. 전설 아이템이 하나에 얼마에 거래되고 있더라……?’
경매장에서 매물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지극히 희귀한 전설 아이템. 그 극악의 난이도로 아주 극도로 낮은 확률로 발견되는 그 전설 등급이 이곳에 모조리 다 모여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 하나하나가 최소 5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레몬은 침을 꿀꺽 삼켰다.
“덱스 님…… 그런데 여기 이 물건들을 정말 아무거나 마음대로 팔아도 되는 건가요?”
“음?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레몬이 진지하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동안 옆에서 잡동사니 물건들을 뒤지고 있던 애플.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심각한 얼굴로 손에 들려 있는 낡아 빠진 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져버린 고대의 해저 왕국의 지도를 획득하였습니다.] [모종의 마법적 처리로 지워진 부분이 완벽하게 복구된 상태입니다.] [퀘스트,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를 찾아서’를 획득하였습니다.]그저 주워서 확인하기만 했는데 무언가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퀘스트를 획득한 애플. 최소 메인 시나리오 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을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애플은 조금 다른 눈빛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저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메인 시나리오와 관련된 물건들도 여러 가지 있는 것 같아서요. 이게 그냥 아무렇게나 팔아 치울 만한 물건들이 아니에요.”
겉으로 보기에는 다 망가진 쓰레기 같아 보여도 어마어마한 유물적 가치와 역사적 자산을 품고 있는 유물과 기록들. 어디 박물관에나 전시되어야 할 법한 진귀한 물건들이, 또 다른 거대 서사를 시작하게 될 핵심 단서로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애플은 조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런 애플의 말에 재영은 오히려 좋다는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좋죠. 최대한 더 비싸게 가격 붙여서 팔아먹을 수 있겠네요.”
“……?”
물건을 처분한다는 결심에는 그 어떠한 변화가 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재영의 발언. 그런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애플은 조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를 지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경매장에 올려서 판매하거나 그러지는 말아 주세요. 오로지 NPC들과의 거래를 통해서만 이 물건을 모조리 처분해 주시고, 가격은 최대한 가능한 만큼 높여서 팔아 주세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것 하나 평범한 물건들은 아니니까 협상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자그마치 100억 골드를 융통하게 물건을 처분해 달라는 재영의 부탁.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생각을 하던 둘이었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기 시작한 애플과 레몬. 하지만 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어 왔다.
“그냥 대충 비싼 가격에 팔아 치웠다가는 나중에 후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신 건가요?”
“맞아요. 여기 있는 물건들은…… 솔직히 돈으로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귀중한 것들도 많이 있다고요. 돈을 아무리 줘도 절대 구할 수 없는 것들은 파는 것 자체가 엄청난 손해나 다름없다고요.”
그러면서 레몬은 책장에서 아까 발견했던 가장 경악스러운 물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예를 들자면…… 여기 9클래스 마법서, 덱스 님은 마법사가 아니라서 모르시겠지만…… 이 마법서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탑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아세요?”
아르카디아의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세상 속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9서클의 마법서.
오직 드래곤들만의 특권이자 권능이라고 평가받는 그 초월적인 마법의 지식이 기록된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전 대륙의 모든 마탑과 마법사들의 발작 스위치가 강력하게 켜질 것이라는 건 분명했다.
“일전에는 고작 8서클 마법서 몇 권 얻자고 기존 동맹까지 깨트리고 돌아선 거 아시죠? 아마 마탑의 모든 자산을 긁어다 바쳐서라도 얻어 내려고 할 테고, 안 판다고 하면 전쟁이라도 벌여서까지 이걸 손에 거머쥐려고 할걸요?”
그냥 존재 자체가 밝혀지는 순간 전 대륙의 마법사들에게 불필요한 주목을 받게 될 수 있는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물건. 그런 레몬의 말에 재영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겠네요. 그러면 그건 팔지 말죠. 대충 남아 있는 8서클 마법서까지만 팔면 되지 않을까요?”
“예……?”
“8서클 마법서만 팔아도 대충 마탑에서 꿍쳐 두고 있는 재산은 모조리 다 털어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거기 잡다한 이론서랑 마법 서적은 건들지 말아 주세요. 그건 빌려다 읽어 보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요.”
“……?”
이 둘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던 재영은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을 짓고 멍하니 서 있는 애플과 레몬을 앞에 두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야! 창고지기!”
“킬킬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그리고 그 순간. 어느샌가 나타나 재영의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리는 노란색 고블린의 등장에 애플과 레몬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저, 저건?”
“그때 그…… 고블린……?”
“황금 고블린 아시죠? 저번에 한번 보여 줬지 않았었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초록빛은 찾아볼 수 없고 모조리 반짝이는 황금빛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고블린. 과거 하르멜 제국과 연합을 맺은 5대 용병단과 마탑들 그리고 여러 군소 왕국의 동맹을 깨부수고 그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 협상을 벌였던 파이 상단. 그들에게 여러 값진 물품들을 엄선해서 넘겨주었던 황금 고블린에게 재영은 말했다.
“저 두 사람한테 팔아도 될 물건들은 네가 알아서 엄선하고 선별해서 전부 넘겨줘. 그리고 팔리고 들어오는 골드는 나한테 전부 가지고 와서 보고해. 일주일 내로 모조리 다 끝내야 하니까, 시간 없으니까 네가 직접 이 두 사람 데리고 다니면서 확실하게 처리해 놔.”
“전부 말입니까……?”
“그건 저기 두 사람이랑 논의해서 결정해 줘. 팔면 안 되는 물건은 여기서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그 말에 또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 황금 고블린. 그리고 그는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애플과 레몬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클클클……. 알겠습니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그리고 재영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그 둘에게 다가가 무어라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황금 고블린. 그들의 모습을 뒤에서 잠깐 바라보던 재영이 몸을 돌리며 돌아서자 탄과 엘이 흥미로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갑자기 무슨 꿍꿍이야? 도마뱀의 물건들은 갑자기 왜 처분하게?”
“덱스 님은 돈에 별다른 관심이 없지 않으셨나요? 의외로군요.”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는 재영을 의뭉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둘. 그리고 탄은 또 무슨 흉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냐는 듯, 반짝이는 눈을 빛내며 물어 왔다.
“100억 골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돈을 쓸어 담으려고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이 세상의 모든 골드를 모조리 다 손에 쥘 생각이야?”
마왕인 탄이 봐도 기가 찰 정도의 과도한 스케일. 하지만 재영은 별다른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그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어차피 설명해 봤자 이해도 하지 못하겠지…….’
가상의 세계인 아르카디아에서의 일이 아니라 외부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권 전쟁. 이 둘은 이해도, 인식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재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어디 엿 먹일 곳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엿을 먹여? 어디에……?”
엿 먹인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끈질기게 물어 오는 탄. 그러면서 그는 어느샌가 검은빛 두루마리를 꺼내 들고는 메모할 준비를 다 마친 채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치사하게 그러지 말고 좀 알려 줘라. 응? 또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엿 먹이려는 건데?”
빨리 후대의 악마들을 위해서 알려 줄 꿀팁을 토해 내라는 탄. 그런 그의 재촉에 재영은 무언가 재미있는 문구가 생각난 듯 탄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짱X 나락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