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깽판의 제왕 (8)
수십억이 넘는 인구가 즐기는 환상의 세계 아르카디아.
현실의 지구와 비교해도 전혀 꿇리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크기를 가진 오픈 월드의 이 세계에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내 고민 좀 들어 줄라오? 거기 지나가는 젊은 양반?] [크하하하! 검은 사막의 폭군, 이 케르페탈을 이길 자는 누구인가!] [흠……. 혹시 주변에 숨겨진 유적을 탐사할 수 있는 유능한 모험가가 있는가?] [잡소리 나지 않게 한 사람을 조용히 처리해 줄 수 있겠는가? 사례는 두둑하게 하지.]수없이 많은 인간 군상이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온갖 이야기들. 그리고 이들 사이에 끼어 모험가들은 언제나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결말을 이끌어 냈다.
때로는 비참하고 서글픈 비극적인 결말을.
때로는 정의롭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때로는 이도 저도 아니고 애매한 결말을 만들어 내며 이 아르카디아의 일원으로서 가상의 세계를 채워 나가던 유저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초월적인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는 엘리스의 존재 덕분이었다.
우우우웅.
무한한 자유.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
이 환상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주)아르카디아의 회사 이념이나 다름없는 그 가치를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 그녀는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그 방대한 연산회로를 돌려 가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관조하고, 바라보며 분석하고 예측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기존의 예상을 깨고 탄생한 새로운 전개.
그 무수히 많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들 속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생소한 전개 속에서 초월적인 역량을 가진 그녀의 논리회로조차도 일시적으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행동권을 부여받은 그녀.
그렇기에 모두가 충격과 혼란 속에서 얼어붙은 이 상황 속에서도 엘리스는 침착하게 가장 상황에 적합한 결말을 내리며 이 성마대전의 시나리오의 종식을 선언했다.
[Act. 4 성마대전이 종료되었습니다.] [양 진영의 대리자가 모두 사망하였습니다.] [성마대전의 승리 진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판정 결과…… 무승부.]천상의 기둥뿌리 남은 하나까지 모조리 뽑아 버리며 마계의 침공을 막아 버리기 위한 최후의 항전을 선언했던 미카엘의 진영도.
영겁의 시간 동안 언제나 패배자로 온갖 설움과 고난을 겪다 드디어 전세 역전을 꿈꾸며 복수의 칼을 뽑아 들었던 사탄의 진영도.
그 누구도 승리를 쟁취하지 못한 그야말로 김빠진 사이다 같은 결과.
그렇기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들려오는 이 메시지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황당함과 허무함 그 자체였다.
-무승부……?
-이런 씹. 장난하냐. 그런 게 어딨어.
-아니, 이 시나리오 때문에 내가 투입한 시간이랑 자금이 얼만데?
-뭐야? 고작 저 흑염룡 하나 죽었다고 악의 진영이 패배했다고? 말이 되냐?
-ㅋㅋㅋㅋ 진짜 이 게임은 갈수록 감탄밖에 안 나온다.
선이나 악이나. 그 어디 쪽이나 거의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투자가 선행되었던 전쟁. 이 시나리오에 많은 것을 베팅한 사람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기에, 그리고 아직도 전세의 차이가 압도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현격했기에 이러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장난하나! 이렇게 끝이라니!”
“맞아! 아직 우리가 가진 병력은 모두 멀쩡하다고! 헬 게이트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모조리 밀어 버리면 되는 거잖아!”
“시나리오고 나발이고 그냥 저 새끼들 모조리 죽여!”
시나리오의 종료가 선언되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것은 다름 아닌 재영이었다.
“다 이긴 것 같은 게임에 초를 쳐서 미안하지만, 이제 다 끝났으니까 얌전히 돌아가지?”
한 놈도 세계수의 영역 안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유저들의 앞을 가로막아 서는 재영. 그가 보여 준 무력을 생각하면 이들 모두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승산이 없었지만, 그들은 이미 막심한 손해를 본 것 때문에라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는데?”
“유명하면 다야? 이런 식으로 갑자기 끼어들어서 모두 엿 먹이면 어쩌자는 건데?”
“책임져! 너 때문에 내가 받을 보상이 날아갔잖아! 이제 어쩔 건데?”
이 시나리오를 끝낸 장본인인 재영에게 자신들이 본 피해를 책임지라고 따져 드는 악의 진영. 이들은 마치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험악한 기세로 그를 몰아붙였지만, 재영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듯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에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보상? 상대 진영을 모조리 죽이고 얻는 너희들의 피의 대가?”
모든 것이 그저 데이터에 불과한 가상의 세계.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든 것이 허상이기에 그 어떤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무감각하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는 했다.
살인. 약탈. 방화.
그야말로 누군가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 가 버리는 끔찍한 전쟁범죄들. 전 대륙의 수없이 많은 도시와 마을들을 정복해 가며 악업 수치를 쌓기 위한 일들을 벌여 왔기에 재영은 이들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신성 교단이 저지른 죄가 있어서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건 아닌데. 여기서는 일단 오히려 너희가 나한테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이상의 죄를 범하지 않도록 멈춰 준 것에 대해서.”
“……?”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 대는 것에 대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유저들. 그리고 이들은 강렬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살기를 피워 올렸다.
“씨발. 내가 오늘 여기서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 새끼만큼은 담그고 만다.”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네가 여기서 이 쪽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얘들아! 저 자식부터 조져!”
마왕군에 합류해 꽤 많은 공적을 쌓으며 이 전쟁에 참여했던 유저들. 그중에서는 꽤 높은 수준의 직책까지 얻으며 수천에 달하는 마수를 부리는 이들도 몇 있었기에 재영을 포위한 이들의 위세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뭐야? 공격해! 공격하라고!”
“아니, 이 새끼들이 갑자기 왜 이래?”
아무리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려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마수들. 그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맹하게 달려들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이들을 보며 유저들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크르르르르…….”
“끼이이잉…….”
신음 소리를 내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마수들. 마치 극한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은 이들을 보며 유저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너희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마계는 그 무엇보다 서열이 최고라는 거 몰라?”
절대적인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으로 움직이는, 마치 현실의 군대와도 같은 세계, 마계.
그곳의 최하급 병졸이나 다름없는 마수들에게 자신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이들을 보며 재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꿇어라.”
쿠구구궁.
“이, 이게 무슨……?”
“이런 미친! 몸이…… 몸이 왜 이래.”
재영의 짧은 말 한 마디에 수천이 넘는 유저가 동시에 무릎을 꿇는 장면.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의 얼굴은 마치 그러고 싶지 않다는 듯 당혹감으로 물든 채 잔뜩 힘을 주느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계의 일원이자 마왕군의 소속으로 있는 이상, 너희들은 내 명령권에 있는 존재들이야.”
혼돈의 마왕, 사탄.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마계의 일원에게 적용되는 권능, 절대명령권.
그것을 발동한 재영은 확실한 그 권능의 효과를 톡톡히 확인하며 마치 놀리듯이 빙글거리며 웃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게 말이 되냐고! 우리랑 똑같은 유저인 주제에 도대체 무슨 수로 이런 짓을…….”
이 아르카디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존재.
덱스.
하지만 지금 그가 전 세계에 보여 주고 있는 무력과 위세는 그저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불가해에 가까운 힘.
이들의 경악에 가득 찬 물음에 재영은 그저 묘한 미소만 지으며 이들을 내려다보고 에둘러 화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들 나 때문에 열받는 건 알겠는데, 너무 그렇게 죽자고들 달려들지 마. 이 결말이 마음에 안 들어 보이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으니까.”
“윈윈……?”
“아까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재영이 그리고 있는 거대한 그림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하지만, 재영은 탄과 엘, 그 누구도 피 보지 않는 가장 최선의, 그리고 중립적인 결말을 도출해 내기 위해서 조금은 독특한 발상을 떠올렸다.
“천계도, 마계도, 어차피 이 게임에 필요가 있어서 존재하는 콘텐츠잖아? 굳이 다른 한쪽을 작살내서 괜히 피 보게 하지 말고 모두가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결말을 한번 도출하자는 이야기야.”
“……?”
모두가 무릎을 꿇은 채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때.
재영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어느때보다도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악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우우우우웅.
이 세상을 만들어 낸 개발자.
그 정체를 아직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재영은 마치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시감을 느끼며 미소 지었다.
“나는 내 사람을 건드는 건 엄청 싫어하는 성격이거든.”
언제나 치고받고 싸우는 방정맞은 초딩 같은 녀석들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누구 하나 편애하지 않고 언제나 중립적으로 이 둘을 대하고 있는 재영.
그렇기에 그는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 이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막대한 개연성을 천상의 진영에 실어 주었다.
“열려라.”
그저 짤막한 한 마디.
하지만 그 결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 눈앞에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파아아아아앗.
“말도 안 돼…….”
“오 하느님 맙소사…….”
“이거 실화냐……?”
강렬한 광채와 함께 하늘에 열리는 거대한 구멍.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하고 새하얀 광채를 보며, 그리고 그곳에서 속속 튀어나오는 순백의 깃털을 가진 존재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얼어붙었다.
과거, 파곤산에 열렸던 신성한 천상의 문.
헤븐즈 도어(Heavens Door).
그것을 다시 열어 버린 재영은 이내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미 열려 버린 지옥의 통로를 닫아 버리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니까, 공평하게 천상과의 통로도 열면 되지.”
갑자기 열려 버린 천상과의 통로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저 넋을 잃고만 있는 그때. 모든 이들에게 이 싱겁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시나리오의 엔딩에 대한 믿을 수 없는 후폭풍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의 결과를 정산합니다.] [지역, 마계가 개방되었습니다.] [지역, 천계가 개방되었습니다.]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각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신규 종족, 마족이 추가되었습니다.] [신규 종족, 천족이 추가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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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쪽이 파멸하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성마대전.
하지만 그 어디도 멸망하지 않은 채 멀쩡히 끝나 버린 시나리오와 전혀 예기치 못하게 열려 버린 두 차원으로의 통로.
그 누구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 미쳐 날뛰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 엘리스는 결국 최적의 결말을 내리고 말았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고, 그럴 생각조차 없던 천계와 마계의 개방이라는 결말을.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재영은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씩 지어 보이며 반문했다.
“어때? 이 정도면 모두에게 해피엔딩 아니야?”